개화의 계절이 끝나도 동백은 다른 꽃들처럼 갈변하거나 꽃잎 한장씩 떠나보내며 힘없이 져버리지 않는다. 흠하나 없이 온전한 채로, 심장처럼 붉고 벨벳처럼 부드러운 꽃 한송이 전체가 툭 떨어지는 것이다. 그렇게 동백은 땅에 떨어지더라도 처음 피어났날 그대로의 모습으로 변함없이 아름답다. - P132
가장 놀라운 사건들은 아무도 눈치챌 수 없이 작은 바늘 하나가 툭떨어지듯 시작하여 꼬리를 물고 연쇄한다. 길 잃은 개 한 마리의 출현만큼이나 평범하기 그지없는, 그저 세월 속에 묻혀 흘러가는 여느일탈로 말이다. - P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