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긴밤 - 제21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보름달문고 83
루리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2월
평점 :
품절


노든은 목소리만으로 치쿠가 배가 고픈지 아닌지를 알 수 있게 되었고, 발소리만으로치쿠가 더 빨리 걷고 싶어 하는지 쉬고 싶어 하는지를 알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니 ‘우리‘라고 불리는 것이 당연한 건지도 몰랐다. - P63

하지만 함께‘라는 것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지는 않았다. 세상에는 노든이 어쩔 수없는 일이 너무도 많았다. 치쿠는 동물원을 벗어나 본적이 없는 펭귄이었고, 그런 치쿠에게 동물원 밖의 세상은 혹독했다. - P70

"네가 어떤 기분인지 알아. 내가 그렇게 살아왔거든. 나는 항상 남겨지는 쪽이었지. 내가바보 같지만 않았어도, 용감하게 가족을 지킨 내 아내를 구할 수 있었을지도 몰라. 내가 다리를 절지만 않았어도, 마음씨 고운 앙가부를 살릴 수 있었을지도 몰라. 내가 조금만더 일찍 알아차렸으면, 유쾌한 치쿠는 죽지 않았을 지도 몰라. 이런 생각들이 항상 나를괴롭게 해, 차라리 살아남은게 내가 아니었으면, 하고 말이야." - P80

"그런데 포기할 수가 없어. 왜냐면 그들 덕분에 살아남은 거잖아. 그들의 몫까지 살아야하는 거잖아. 그러니까 안간힘을 써서, 죽을힘을 다해서 살아남아야 해." - P81

하지만 나는 내가 본 적도 없는 치쿠와 윔보의 몫까지 살기 위해 살아 냈다기보다는 나스스로가 살고 싶어서 악착같이 살아냈다. 그들의 몫까지 산다는 노든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게 된 것은 그 후로도 꽤 시간이 지나고 나서의 일이다. - P83

"죽는 것보다 무서운 것도 있어. 이제 나는 뿔이 간질간질할 때 그 기분을 나눌 코뿔소가 없어. 너는 매일 아침 눈을 뜰 때마다 오늘은 바다를 찾을 수 있을지, 다른 펭귄들을 만날수있을지 기대가 되겠지만 나는 그런 기대 없이 매일 아침 눈을 떠." - P87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든 것이 다른 우리가 서로밖에 없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그때는 몰랐었다. - P94

"노든. 복수하지 말아요. 그냥 나랑 같이 살아요."
내 말에 노든은 소리 없이 울었다. 노든이 울어서 나도 눈물이 났다. 우리는 상처투성이였고, 지쳤고, 엉망진창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살아남았다. 세상에 마지막 남은 하나가 되었지만 복수를 할 수없는 흰바위코뿔소와 불운한 검은 점이 박한 알에서 목숨을 빚지고 태어난 어린펭귄이었지만, 우리는 긴긴밤을 넘어, 그렇게 살아남았다. - P104

긴긴밤이었다.
날이 밝아도 노든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언제나처럼 노든과 나 둘뿐이었다. 그랬지, 우리는 언제나 서로밖에 없었지. 세상에서 가장 강한노든이 아프다니,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노든은 항상 뭐든지 어떻게든 해냈는데,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 P109

어느 날 밤. 나는 노든의 이야기를 들으며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다가 문득, 오늘이 모든과의 마지막 밤이 되리라는 것을 알았다. 이제 나의 바다를 찾아 떠나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나는 노든의 눈을 쳐다보며, 눈으로 그것을 노든에게 말했다. 노든도 그것을알았다.
우리는 오래도록 서로의 눈을 마주 보았다. - P117

두려웠다. 하지만 나는 내가 저 바닷물 속으로 곧 들어갈 것을, 모험을 떠나게 될 것을, 홀로 수많은 긴긴밤을 견뎌 내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긴긴밤 하늘에 반짝이는 별처럼빛나는 무언가를 찾을 것이다. - P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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