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성은 태양의 ‘메신저’


[조선일보 박돈규 기자]

태양계 행성을 안쪽부터 ‘수·금·지·화·목·토·천·해·명’이라고 외우는 건 쉽다. 하지만 행성의 특징을 물어오면 막막하다. 이 책은 태양 둘레를 도는 천체들에 대해 야무진 설명을 달아준다. 덤으로 태양과 달에 대한 정보도 담겨 있다.

수성은 작고 날쌘 태양의 메신저란다. 새벽에 태양이 떠오를 것을 미리 알리거나 땅거미가 질 때 태양의 뒤를 쫓아가기 때문이다.

화성은 먼지 사막에 싹트는 생명의 희망. 계속되는 융기로 표면이 달라지는 지구나 금성과 달리 화성은 생성 이후 거의 변하지 않은 지표면을 가지고 있다. 천구(天球)의 음악을 연주하는 일곱 개의 현은? 토성이다. 토성의 고리 체계는 얼어 있던 위성이나 소행성이 부서져서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운석’이나 ‘소행성’ 같은 용어 설명부터 ‘1초’의 과학적 시간 개념까지 친절한 주석을 달아놓았다. 각 행성에 얽힌 신화나 일화도 흥미롭다. 천문학적 배경 지식이 없는 초등학교 고학년생도 읽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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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 속 흥미로운 과학 이야기’

[동아일보]

◇명화 속 흥미로운 과학 이야기/이명옥 김제완 등 지음/324쪽·1만5000원·시공아트

프랑스 총리를 지낸 조르주 클레망소는 화가 클로드 모네의 루앙대성당 연작에 ‘성당(회화)의 혁명’이라는 찬사를 보냈다. 빛에 따라 시시각각 색채의 변모를 거듭하는 루앙대성당 앞에 여러 개의 캔버스를 세워 놓고 옮겨 가며 붓질을 한 결실이었다. 모네는 결국 이 연작을 40점이나 그렸다.

그는 ‘건초더미 연작, 눈의 효과’에서도 변모하는 빛의 효과를 포착했는데 강추위를 무릅쓰고 눈밭에 나가 순식간에 사라지는 빛의 인상을 추적하기 위해 불과 몇 분 사이에 집중적으로 붓질을 해야 했다.

태양 빛은 우주 공간에선 드러나지 않지만 공기를 만나면 산란되기 때문에 대기권을 환하게 밝힌다. 대기의 주성분인 질소와 산소는 푸른빛을 더 많이 흩어지게 한다. 태양 빛은 아침이나 저녁에는 대기를 비스듬히 오래 가로질러 오면서 푸른빛이 아주 많이 흩어져 버리므로 불그스레한 인상을 준다. 그러나 정오에는 태양이 대기권을 수직으로 비추기 때문에 거의 산란되지 않아 태양 빛이 투명해지게 된다. 루앙대성당이나 눈밭 위의 건초가 하루 사이에도 여러 번 색깔을 바꾸는 이유의 하나다.

이 책은 김제완 서울대 물리학과 명예교수 등 물리학 생물학 화학 지질학을 전공한 네 명의 중견 과학자와 이명옥(국민대 미술학부 겸임교수) 사비나미술관장이 테마별로 명화에 얽힌 과학 이야기를 나누는 대담 형식을 취했다.

거장들의 일화를 읽는 재미와 명화에 스며든 풍부한 과학 담론을 읽는 맛이 있다. 또한 명화가 결코 한 천재적 예술가의 영감이나 열정에서만 나온 게 아니며, 예술가가 과학적 안목을 가지고 자연을 집요하게 관찰하고, 미술계의 관습에 혁명을 일으키려는 과정에서 나온 것임을 알게 된다. 가령 파블로 피카소가 종래의 원근법이 사실은 모순된 것임을 지적하면서 아인슈타인상대성 이론, 사진술, X선의 영향을 받아 과감하게 입체파 미술을 들고 나온 점이 그렇다.

특히 점묘파의 대가인 조르주 쇠라가 원색의 점들을 화면에 촘촘하게 배치함으로써 결국 색채 물감을 섞어 그린 것과 같은 효과를 발생시킨 것은 색채 과학을 터득한 결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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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제국이 남긴 흔적…‘아틀란티스로 가는 길’"

[동아일보]

아틀란티스로 가는 길/앤드루 콜린스 지음·한은경 옮김/622쪽·2만8900원·김영사

아틀란티스는 많은 고고학자들을 설레게 해 온 이름이다.

아름답고 강한 고대제국이 위세를 떨쳤지만 기원전 1만 년경 지진과 홍수로 바다 밑으로 가라앉았다는 이야기. 역사학자인 저자도 아틀란티스에 매혹됐다.

‘아틀란티스로 가는 길’은 ‘아틀란티스는 실재한 제국’이라는 저자의 믿음을 증명하는 책이다. 20여 년 모아온 자료를 정리하고 얼개를 짜 맞춰 아틀란티스 신화를 복구한 저자의 노력이 돋보인다.

저자가 주장하는 아틀란티스의 위치는 오늘날의 쿠바. ‘아스틀란’에서 건너온 ‘뱀의 사람들’이 멕시코의 일곱 개 동굴에서 살았다는 멕시코 신화를 소개하면서, ‘아스틀란’이 ‘아틀란티스’와 어원적 뿌리를 같이하고 ‘뱀의 사람들’은 쿠바에서 건너온 사람들이라고 주장한다.

일곱 개 동굴이 쿠바 본토에서 100km 떨어진 곳에서 발견됐다는 등 발품을 들인 증거물도 내놓는다. 이와 함께 아틀란티스 문명이 사라진 데 대해서도 고대 문서를 분석해 운석으로 인해 빙하시대가 도래했고 이 시기에 아틀란티스 문명이 사라진 것이라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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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의 도전 철학의 응전’"

[동아일보]

◇과학의 도전 철학의 응전/박이문 지음/518쪽·2만2000원·생각의 나무

근대 이후 과학은 화전민이었다. 목적론적 세계관의 지배를 받던 철학의 영역에 불을 지르고 인과론적 해석의 씨앗을 뿌려 왔기 때문이다.

인간이 단세포동물에서 시작됐다는 진화론과 우주가 티끌에서 탄생했다는 천체물리학은 인간을 필연적 존재가 아니라 우연적 존재로 전락시켰다. 인간 존재의 고결함의 표지인 정신, 마음, 영혼에 기대어 세계에 대한 총체적 이해를 추구하던 철학은 만물을 물질로 환원해 버리는 과학의 기계론적 해석 앞에 무력해졌다.

그러나 바로 그 지점에서 인간의 존엄성과 철학이 부활한다. 우연한 존재인 인간이 이 우주에서 누구보다 자유로운 주체이며 동시에 그의 선택에 의해 세계가 붕괴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더욱 막중한 윤리적 책임을 짊어졌음을 확인해 줬기 때문이다.

박이문 연세대 특별초빙교수가 35년간 써 왔던 과학칼럼을 엮은 이 책은 과학과 철학의 그런 역설적 상황을 차분하게 설명해 준다. 또한 한국 사회를 ‘공황(恐黃) 상태’로 몰아넣은 황우석 교수 사태야말로 그 살아 있는 실습의 현장이었음을 깨우쳐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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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문명 진짜 주인은 이집트인…‘블랙 아테나Ⅰ’"

[동아일보]

◇블랙 아테나Ⅰ/마틴 버넬 지음·오흥식 옮김/880쪽·3만 원·소나무

출간 후 19년 만에 한국에 도착한 ‘블랙 아테나’는 서구 지성계에서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켰던 책이다.

‘검은 아테나 여신’이란 뜻의 제목부터 매우 선정적이다. 그리스신화의 지혜의 여신이며 서구문명의 상징인 아테네 여신의 기원이 검은 대륙 아프리카 이집트 여신(네이트 여신)이라는 뜻이다.

사실 동양인들의 평균적 이해로는 그리스·로마 문명이 그보다 선행한 이집트 문명의 영향으로 형성됐다는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 책의 내용은 그런 문명의 전수 수준을 뛰어넘는다.

고대 그리스가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식민지로 건설됐으며 우리가 익히 아는 그리스신화의 신들뿐 아니라 페르세우스와 헤라클레스 같은 영웅들조차 이집트계 혈통이라고 설명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그리스 문명이 아프리카계 이집트인 또는 셈족인 페니키아의 손에 의해 이뤄졌다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그리스와 이집트·페니키아의 관계는 현재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과 그 식민모국이었던 영국의 관계와 크게 다를 바가 없다.

이 책은 한발 더 나아가 그리스 문명의 이런 아프리카·중동 기원설이 1820년대 이후 식민주의와 인종주의의 득세와 실증사학을 내세운 서구학자들에 의해 조직적으로 은폐되고 날조됐다고 주장한다. 그 결과 그리스 문명이 아리안족의 독자적 문명으로 재탄생했다는 주장이다.

문제는 이런 주장이 음모이론의 하나로 치부할 수 없을 만큼 방대하고 촘촘한 이론을 통해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책의 저자인 마틴 버넬은 영국 케임브리지대 동양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미국 코넬대 정치학과 교수를 거쳐 명예교수로 있는 정통학자다.

이 책의 집필을 위해 고대 이집트어, 페니키아어, 미케네어, 그리스어를 공부해 통달한 그는 4000년의 세월을 넘나들며 집적된 각종 역사학, 언어학, 고고학, 인류학 자료를 총동원한다.

예를 들어 고대 그리스가 이집트와 메소포타미아인들에 의해 다스려졌다는 1차 문헌은 바로 ‘역사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헤로도토스투키디데스의 책들이다. 비극 시인 아이스킬로스는 고대 그리스의 도시국가 테베를 세운 카드모스가 페니키아인이라고 적고 있다.

또 저자는 고대 그리스어의 4분의 1은 이집트어, 4분의 1은 고대 셈족 언어에서 비롯됐다고 주장하는 한편 미케네와 그리스에서 최신 고고학적 발굴 결과를 통해 그리스 문명의 독자성 신화를 무너뜨리고 있다.

전체 4권 기획의 첫 권인 이 책은 ‘날조된 고대 그리스(1785∼1985)’라는 부제가 보여주듯 근대 서구학자들의 역사 왜곡에 먼저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는 출간 이후 서구학계의 반발을 예상해 후속 책들을 그 반론 형식으로 펼치려는 의도에서다. 실제 1991년 출간된 2권은 문헌학과 고고학적 증거를 담았고, 올해 출간될 3권에는 그리스 고대 지명의 기원, 4권에는 그리스 신화 속 신과 영웅들 이름의 기원을 다룰 계획이란다.

저자는 신화를 신화로만 읽지 말고 역사의 일환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단군신화를 신화가 아니라 역사로 읽어야 한다는 한국 재야학계의 주장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그런 주장을 펼치기 위해 과연 이 책의 저자만큼 깊고 넓게 연구한 학자가 있었던가. 이 책의 내용에 대해 여전히 논쟁이 진행 중이지만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저자의 학문적 열정만큼은 감탄을 금할 수 없게 한다. 원제 ‘Black Athena’(1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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