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아이의 유치원에서 독서통장이라는 것을 나눠줬다.
매일매일 읽은 책을 기록해 가면 일주일에 한 번씩 도장을 찍어주고, 월말에는 반에서 가장 책을 많이 읽은 아이 한 명에게 선물을 주는 것.
취지는 좋은데 ... 우리 아이처럼 같은 책 서너 권을 1~2주씩 읽는 경우에는 기록하기가 참 애매하다는 게 문제. 같은 책을 맨날맨날 적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기록하기 위해서 아이가 읽고 싶어하는 책을 제쳐두고 다른 책을 읽자고 할 수도 없고 ... (난, 아이가 읽고 싶어하는 여러 번, 충분히 읽도록 그냥 두자는 주의! 심한 책 편식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말이다.)
그래서 어느 날엔가는 "독서통장에도 기록해야 하니, 오늘은 세 권 중 한 권을 다른 책으로 읽을까?" 라고 아이에게 솔직하게 말했더니 마지못해 승락(!)을 한다. 그러더니 다음 날은 "엄마, 오늘은 다른 책 안 읽어도 돼?"라고 묻는다. 에고, 미안해라. 결국, 하루에 읽은 책 세 권을 3일에 걸쳐 한 권씩 기록하고, 같은 장에는 같은 책을 여러(!) 번 쓰지 않도록 신경쓰고, 그 다음 장에는 앞에서 썼던 책 다시 쓰는 식으로 ... 독서기록을 하고 있다. (어차피 상을 받을 요량도 아니니, 그냥 편한 대로 적어야할 모양이다.)
형편이 이렇다 보니, 8월에도 읽은 횟수는 그럭저럭 되는데, 서로 다른 책 권수는 그리 많지 않다. ^^;
팻 허친즈의 책은 늘 재미있게 본다. <<바람이 불었어>>는 다른 책보다 재미를 늦게 붙임 셈. 바람에 날려가는 온갖 것들을 따라 아이의 눈과 손길이 바쁘다.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둘째 아이에게 딱 맞는 책. '느끼는 대로'의 의미를 정확하게 이해했는지는 모르겠으나, 꽃 그림이랑 꽃병 그림이 마음에 드는 눈치다. "나도 이렇게 예쁘게 그리고 싶어"란다. ^^
할머니의 지휘 하에 만두를 만드는 동물들을 살펴보는 게 즐거운 모양이다. 내가 책을 읽어주는 동안 다람쥐, 너구리, 뱀을 찾기에 바쁘다. 며칠동안 이야기에 나오는 대로 동물 찾기를 하더니, 다음에는 만두 재료에 집중하고 ... "나도 커~다란 만두 만들고 싶어."로 끝을 맺는다. 그래, 나중에 우리도 만두 빚어보자. 나! 중! 에! ^^
(그런데, 난 왜 이 책 제목을 늘 <<손 큰 할머니의 만두 이야기>>라고 쓰는 걸까?)
어두운 그림을 싫어해서 이 책도 안 볼 줄 알았는데 ... 전혀 싫은 내색 없이 잘 본다. (이제는 그림 색조에 관계없이 책을 읽게 된건가?)
"우리 엄마도 마법상자에 넣고 싶어"라고 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그러면 슬퍼서 안된다"고 하니 다행이다. (흐유~)
<<얘가 먼저 그랬어요>>는 오빠랑 덜 싸웠으면 하는 마음에서, <<손톱 깨물기>>는 오빠의 손가락 무는 버릇을 고쳐볼까 하는 욕심으로 고른 책.
<<얘가 먼저 그랬어요>>는 무척 열심히 보았으나, 엄마의 '목적'과는 전혀 관계없이 그냥 즐겁게 보는 것으로 끝~. '친구랑 싸우면 안된다'는 생각은 잠시 한 것 같다.
<<손톱 깨물기>>는 오빠에게 잔소리하는 근거자료가 되어버리고 ... ^^
<<매미 잡기>>. 한림출판사에서 달맞이 시리즈를 만들 때 받았던 책인데, 알라딘에서는 검색이 안된다. 이 책은 첫째 아이가 매미채를 만들 때 참고로 보았던 책. 오빠가 매미채를 만들고 매미 잡는 것을 본 둘째 아이, 덩달아 매미 이야기를 오래 읽었다.
<<상처 딱지>>는 어제부터 읽기 시작한 책. 최근에는 상처 딱지가 앉을 일이 없어서, 상처딱지가 뭔지 긴가민가 하면서 읽는다.
시커멓게, 주글주글하게 그린 상처딱지도 신기하지만, '새살이 돋는다'는 데 더 관심을 가진다. 마침 내 상처에 새로 돋는 살을 보여주니, 아프지 않느냐고 묻는다. ^^
내 것, 네 것의 개념을 '제대로' 알려줄 때가 된 것 같아 읽어주기 시작한 책, <<또야와 세발자전거>>.
"친구 몰래 가져오는 것은 안되는데, 그럼, 친구가 주는 걸 가져오는 건 괜찮아?"라고 질문한다. 두세 번 연달아 친구들이 준 자잘한 장난감을 들고 온 것이 마음에 걸린 모양이다.
흠, 항상 엄마의 의도와는 관계없이, 다른 차원의 질문을 하는구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