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폴 오스터 지음, 이종인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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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언젠가 내 수첩의 첫장에는 알 수 없는 것을 생각할 것인가, 알고 있는 것을 소중히 여길 것인가,라는 문구를 적어놓았었다. 아마도 노래가사였지 싶은데.. 이 소설에는 알 수 없는 이야기들이 난무한다. 애덤,마고,보른의 이야기에서 친구 소설가의 이야기로, 애덤과 그윈의 이야기로, 세실과 보른의 이야기로.. 추억은 다르게 적힌다더니 동시대를 꽤 많은 공통점을 공유하며 살아가지만 누구나의 인생은 다르게 그려진다. 진실도 알 수 없다. 애덤과 그윈의 근친상간은 사실인가? 보른은 흑인 소년을 정말 죽인 것인가. 보른은 비밀첩보요원인가..  

폴 오스터는 제목 그대로 보이지 않는 것들을 최대한 보이게 하고자 노력한 것 같다.(독자들이 무엇을 보았는가는 다른 문제이긴 하지만..) 그의 다른 소설들에서처럼 시점의 변화를 통해 관점을 달리하며 서술하는 노련함을 보이면서.. 얇은 책 속에 한 사람의 일대기를 속도감 있게 전개하고 세부적인 심리묘사 또한 맘에 든다. 나는 폴 오스터의 소설들에 나오는 외롭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언제나 끌리는 법이니까.. 그러다가 이런 문장을 만나면 내가 왜 그의 소설을 계속 찾는지 다시 한번 깨닫는다.  

그 후 3일 동안 그는 착실하게 침묵을 지켰다. 아무도 만나지 않았고, 아무에게도 말을 걸지 않았다. 점차 고독 속에서 다소 강해져 가는 자기 자신을 느끼기 시작했고, 마치 스스로에게 부과한 이런 단련이 어떤 면에서 자신을 고상하게 만들어 한때 희망했던 자신의 본모습을 되찾게 해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p.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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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양객 을유세계문학전집 20
헤르만 헤세 지음, 김현진 옮김 / 을유문화사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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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으로 난 길은 좌로도 우로도 나 있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마음 속으로 나 있다. 그곳에만 신이 있으며, 그곳에만 평화가 있다.-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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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킬 박사와 하이드 (반양장) 펭귄클래식 31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지음, 박찬원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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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구나 사회적 지위, 체면을 버리고 엉뚱한 행동 나아가 악한 행위를 하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곤 할 것이다. 내가 일관되게 나라고 보여지는 그 모든 허울을 벗어던질수만 있다면, 이런 답답한 삶을 살지는 하지는 않을텐데.. 라고.. 말이다. 지킬박사는 그래서 하이드로 변할 수 있는 약을 만들었다. 하지만 하이드로 변해 악한 행동을 하고 나서도 지킬박사의 양심은 없어지지 않았다. 죄책감과 악한 행동의 매혹 사이에서 고뇌하는 모습은 우리 인간들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하나의 일관된 자아가 있어야 한다는 것도 어쩌면 사회적인 통념이 아닐까. 누구나의 마음속에는 천의 모습이 있으니 말이다.  

오늘 아침에 페이퍼로 법구경의 구절을 옮기면서 내가 마음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가 마음의 주인이 되지 못하는 순간 내 마음속의 하이드가 튀어나와 나를 힘들게 만들테니 말이다. 하지만 마음 속의 하이드를 없애야만 한다는 것도 옳다고는 말할 수 없다. 불교식으로 말하면 나의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는 말이 될까. 소설은 의혹심을 증폭시키면서 아주 흥미롭게 서술되고 있다. 인간의 이중성이야말로 영원히 풀리지 않는 숙제가 아닐까. 그럼에도, 그런 흉악한 하이드일지라도 그런 내 모습에 연민을 느끼고 보살펴야 할 사람이 나 뿐임에는 틀림 없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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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에서 일주일을 - 히드로 다이어리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청미래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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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수정처럼 맑은 관점을 절대 포기하고 싶지 않다.
다른 현실, 튀니스나 하이데라바드에 존재하는 현실에 관해
알고 있는 것과 고향이 늘 균형을 이루게 하고 싶다.
여기 있는 어떤 것도 당연하지 않으며, 비스바덴이나 뤄양의
거리는 다르고, 고향은 많은 가능한 세계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다는 것을 결코 잊고 싶지 않다.   (p.175)   

오랫동안 있어서 이곳에 내가 존재하는 것이 당연하다 느껴지다못해 어떤 굴레가 되어가고 있다는 것을 느낄 때, 그 굴레를 벗어던지고 싶어 떠나는 것이 여행일 것이다. 그중에서도 내가 있는 이곳과 갈 곳의 경계지점인 공항.. 어떤 친구는 수년간 꿈꾸어왔던 첫 해외여행을 떠나기전 인천공항에 무작정가곤 했다는 경험을 얘기했다. 누군가는 육십이 넘어서 동네 친목회원들과 떠나는 동남아여행이 첫 해외여행일테고, 누군가는 밥먹듯이 비행기를 타고 이 세계 여기저기를 떠다닐테고, 누군가는 월급쟁이 푼돈을 모아 벼르고 별러 여행을 떠난다. 여기 있는 어떤 것도 당연하지 않다는 말,이 책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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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웨슬리
스테이시 오브라이언 지음, 김정희 옮김 / 은행나무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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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이 마치 하트모양처럼 생긴 올빼미.. 저자는 생물학자로 어렸을 적 제인 구달의 강연을 듣고 감동을 받아 동물과 함께하는 삶을 선택했다. 처음에는 연구소에서 날개를 다쳐 데려다 키운 가면올빼미 웨슬리.. 사람과 함께 살아 비록 그만의 야성을 되찾지는 못했을지라도 그는 아마 저자와 함께 살 수 있어 행복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런 책은 거의 마지막 부분이 동물의 죽음으로 끝이 난다. 그럴때 마다 나는 코끝이 찡해지다 못해 울기 까지 한다. 하지만 동물의 죽음 말고도 저자에게 인생의 중반 정도에 일어난 시련은 가혹한 것이었다. 뇌종양의 발병으로 일도 그만두고 경제적 위기까지 겪고 말 못할 고통으로 자살할 생각까지 하게 된다. 자주 졸도하고, 기면증에 통증으로 거의 하루를 대부분 잠으로 보냈다고 한다. 그런 그녀에게 새 생명을 주고 웨슬리는 이 세상을 떠났다. 신기하게도 웨슬리가 죽고 나서 그녀의 병이 호전되었다고 한다. 19년을 산 웨슬리는 인간으로 치면 거의 백이십살을 산 것이었다 하니 사랑의 힘이 얼마나 큰 것인지,또 기적이란 것이 우리가 사는 세상에 존재한다면 아마 이런 것을 두고 말하는 것이 아닐런지..

올빼미는 쥐만 먹고 산다. 다른 것도 아닌 쥐... 냉동실에 쥐를 잔뜩 얼려놓고 필요할 때마다 해동시켜 준다. 으악. 정말 올빼미를 사랑하지 않고서는 못할 일이다. 소소한 에피소드들에 웃음지어지고, 감동도 있다. 저자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새로운 새끼 올빼미에 대한 연구는 잘 진행되고 있는지.. 웨슬리가 날개를 활짝 펴 사람을 안아주었다는 장면을 상상하며 웨슬리가 천사가 아니었을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동물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에도 잠깐 등장하는 데 팔리 모왓의 <울지 않는 늑대>라는 책을 이 책과 함께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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