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보이지 않는
폴 오스터 지음, 이종인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1월
평점 :
절판
언젠가 내 수첩의 첫장에는 알 수 없는 것을 생각할 것인가, 알고 있는 것을 소중히 여길 것인가,라는 문구를 적어놓았었다. 아마도 노래가사였지 싶은데.. 이 소설에는 알 수 없는 이야기들이 난무한다. 애덤,마고,보른의 이야기에서 친구 소설가의 이야기로, 애덤과 그윈의 이야기로, 세실과 보른의 이야기로.. 추억은 다르게 적힌다더니 동시대를 꽤 많은 공통점을 공유하며 살아가지만 누구나의 인생은 다르게 그려진다. 진실도 알 수 없다. 애덤과 그윈의 근친상간은 사실인가? 보른은 흑인 소년을 정말 죽인 것인가. 보른은 비밀첩보요원인가..
폴 오스터는 제목 그대로 보이지 않는 것들을 최대한 보이게 하고자 노력한 것 같다.(독자들이 무엇을 보았는가는 다른 문제이긴 하지만..) 그의 다른 소설들에서처럼 시점의 변화를 통해 관점을 달리하며 서술하는 노련함을 보이면서.. 얇은 책 속에 한 사람의 일대기를 속도감 있게 전개하고 세부적인 심리묘사 또한 맘에 든다. 나는 폴 오스터의 소설들에 나오는 외롭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언제나 끌리는 법이니까.. 그러다가 이런 문장을 만나면 내가 왜 그의 소설을 계속 찾는지 다시 한번 깨닫는다.
그 후 3일 동안 그는 착실하게 침묵을 지켰다. 아무도 만나지 않았고, 아무에게도 말을 걸지 않았다. 점차 고독 속에서 다소 강해져 가는 자기 자신을 느끼기 시작했고, 마치 스스로에게 부과한 이런 단련이 어떤 면에서 자신을 고상하게 만들어 한때 희망했던 자신의 본모습을 되찾게 해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p.2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