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은 어떻게 단련되는가 / 박해석
하염없이 부는 바람 속에서
대지에 입맞추는 추운 햇살 속에서
언제나 죄를 짓고
어머니 어머니 부르는 나날의 곤고 속에서
방울방울 눈물은 저를 키워가는 것인가
해거름녘 눈물 그렁그렁하는 내 눈물 동무
언제나 나 혼자 눈물짓게 한 것은 무엇일까
가시나무에 찔린 내 눈에서 흘린 피를 보았을까
언제나 돌아서서 눈물바람하던 어머니
우리를 어루만지던 눈물도 이제는 바다에 다다랐나
옥토에 떨구던 그 한 점의 세례도
이제는 불 속에서 꺼멓게 타버렸나
눈물도 없이 커다란 상처로 웅크린 채 우는 사람들이여
너희들 단단히 가슴속에는
사리 같은 견고한 눈물이 쌓여 있는가
쌓여 무너져내리는가
메마른 육신의 어느 한쪽이 저절로 열리면서
거기 샘솟는 아, 기쁨의 우물
슬픔의 두레박도 있으려니
눈물은 이제 어디만큼 와서 제 옷을 벗고 있는지
어머니, 당신의 목소리에 아직 제 눈물은 남아 있는지
눈물도 없이 커다란 상처로 웅크린 채 우는 사람들이여.
눈이 뻑뻑하고 머리가 띵하며 정신이 맑지 못하다. 아직 사무실이다. 냉수 한 컵을 들이키고도 몸에 미열이 내리지 않아 연거푸 두컵째 마시고 있다.
11월이고, 가을의 정점이다. 어쩌면 이미 내리막길인지도. 11월엔 무엇이 있나. 11월 11일은 지난 사랑의 생일, 그것은 빼빼로데이라는 요상스런 이름도 함께 달고 있다. 집을 나서는데 길가 팬시점에 요란한 각종 선물 용품이 쌓여 있더니 그게 바로 요상스러운 날을 위한 상품들이었다.
맑고 건조한 캘리포니아의 거리를 걸으면서 나는 살아있음에 새삼 다시 감사했다. 너무나도 당연해서 감사하지 못했던 모든 것들에 감사할 수 있었다. 그리고 더 살고 싶어졌다. 뜨겁게, 간절하게.
로밍을 하지 않았던 내 휴대폰은 전원이 꺼져있었고, 전원이 살아나자 무수한 부재중 전화와 문자메시지가 한참 울렸다. 휙휙넘기던 내 손은 어느 한 번호에서 오래도록 멈추어 있었다. 꽤 오랬동안 연락이 되지 않았던 어느 한사람의 번호, 몇번을 다시 보아도 분명히 그 번호였다. 왜, 왜 다시 연락한것일까.
덕분에 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다시 아파했다. 여전히 이렇게 어리석다, 나는.
시간들아, 나를 뒤흔들지 말아주렴, 부탁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