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아침 - 1953년 칼데콧 아너상 수상작 그림책은 내 친구 10
로버트 맥클로스키 글 그림, 장미란 옮김 / 논장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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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맥클로스키의 그림책은 『아기 오리들한테 길을 비켜주세요』를 읽은 적이 있는데, 이번에 논장에서 『어느 날 아침』이 나왔다. 표지 그림이 짙은 초록색이러서  『아기 오리들한테 길을 비켜주세요』와 비슷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이 그림책은 처음으로 이가 빠지는 경험을 하게 된 샐의 이야기이다. 아이를 낳고 키우다보면 옹알이를 하다 엄마, 아빠를 부르거나, 혼자서 배변에 성공을 하거나, 젖니가 빠지거나, 초등학교에 입학을 하는 등 전환점같은 사건이 일어날 때가 있다.

샐은 동생 제인을 챙겨주기도 하고 타이르기도 하는 의젓한 언니이다. 어느 날 아침 이가 흔들리는 걸 발견한 샐은 깜짝 놀라 걱정을 한다. 처음으로 이가 흔들리고 내 몸에서 뭔가 변화가 일어날 것 같다. 엄마는 그런 샐에게 누구나 자라면 젖니가 흔들리다가 빠진다며, 이제는 다 컸다고 말해준다. 그리고 이가 빠지면 베개 아래에 두고 소원도 빌 생각이다.

내가 어렸을 때는 이가 빠지면 지붕에 던지곤 했는데, 요즘 아이들은 던질 지붕도 없고, 대신 치과에서 예쁜 용기에 담아주곤 한다. 우리집 아이도 얼마 전까지 첫니를 가지고 있었는데 지금은 어디에 뒀는지 잘 모르겠다. 어쨌든 아이들은 이가 흔들리고 빠진다는 사실에 두려워하기도 하고 묘한 기대감을 표현하기도 한다.

샐은 대합조개를 잡고 있는 아빠를 만나러 가면서 자연에서 만나는 모든 것들에게 소식을 전한다. 물수리를 만나고, 되강오리를 만나고, 바다표범과 갈매기를 만난다. 그들도 나처럼 이가 빠지고 새 이가 날까? 나처럼 다 크면 이런 변화가 생길까? 얼름 아빠에게 달려가 이 기쁜 소식을 전해야지. 아빠와 함께 조개를 캐던 샐은 자기도 모르게 이가 빠져버린 것을 알게 되었다. 빠진 이를 베개 아래에 두고 소원을 빌어야하는데 이를 잃어버렸으니 어떻게 하지? 하지만 샐은 이제 다 컸으니까 고작 이런 일로 울 수는 없다. 아쉽지만, 잃어버린 이 대신에 갈매기 깃털을 주웠으니 그걸로 됐다.

이가 빠진 샐은 그 전보다 더 동생을 살뜰히 보살펴준다. 이제 다 컸으니까 그 정도는 해야지. 그리고 아빠와 함께 벅스항에 가서 동네 사람들과 만나고 아빠의 배도 수리를 한다. 벅스항에서 샐과 제인이 아빠와 함께 사람들을 만나는 장면을 보면 참 요즘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이웃에 누가 사는지 관심도 없고, 말 한마디 거는 것도 어려운데 그림책 속 세상은 그렇지 않다. 내가 어렸을 때를 떠올리게 한다. 바닷가에서 조개를 잡아 그걸로 음식을 하고, 가는 길에 온갖 동물들과 만나는 일도 지금 아이들에게는 흔치 않은 광경이다. 이웃과 이웃의 정을 느낄 수 있고, 사람이 어울려 살아가는 따뜻함도 느껴진다.

이가 빠진 자리에는 이제 새로운 이가 날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그 과정을 거쳐 간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 또한 하나의 통과의례이다. 두려움과 아픔을 견디고 얻은 새 이처럼, 우리 아이들이 자신이 살아갈 세계를 그렇게 이겨가며 살아가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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