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아 꽃아 문 열어라 - 이윤기 우리 신화 에세이
이윤기 지음 / 열림원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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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기의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은 사람이라면, 아마도, 이윤기식의 신화 이야기하기에 대해 알고 있을 것이다. 거룩하고 숭고한 대상으로서의 신화라기보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같은, 편안한 이야기로서의 신화 이야기를. 게다가, 그렇게 쉽게 이야기된 신화는 결코 뜬구름잡는 먼 이야기가 아니라 살아가는 생활 속에서 만날 수 있는 이야기로 변모한다. 그리스 로마 신화라는 끊임없는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던 이윤기가 우리의 신화를 이야기한 책이라 하여 만나게 되었다.

 

우리 것을 줄기차게 연구하던 사람들은 세계로 눈을 돌리기가 쉽지 않다는 걸 많이 보아왔다. 우리의 문화, 우리의 것에 집착하다보니 그런걸까? 그러나, 외국읜 문화를 연구하던 사람들은 많은 이들이 우리의 것으로 되돌아오는 회귀현상을 보이는 경우가 제법 된다. 비유가 될지 모르겠지만, 외국에 나가서 생활한 사람들이 애국자로 변모하는 모습과 같다고할까? 어쨌든, 그리스로마신화에 있어서 독자적인 영역을 개척하고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어온 이윤기가 우리의 신화로 눈을 돌렸다. 그 자신이 스스로 이야기하듯, 참회하는 심정으로 쓴 글이기도 하다.

 

우리의 신화라 하면, 흔히들 단군신화-신화라는 이름이 붙은 가장 유명한?-를 떠올리겠지만, 그 외에는 무엇이 있었나? 우리 자신들도 우리의 신화에 대해서는 많이 모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신화라는 이름으로 소개된 이야기가 많이 없어서이기도 하겠지만, 서양의 신화가 각종 문화예술로 다시 되살려 놓은 작품들이 존재하는데 반해 우리의 신화는 그저 교과서 속 짧은 이야기에 그치고 있기 때문일수도 있다.

 

아이를 데리고 김수로왕릉을 찾았다. 김수로왕도 알에서 태어난 신화를 가지고 있지만, 신화는 거기서 그치고 만다. 왕릉 한켠에 거북이 조각이 있고, 알 조각도 있지만, 거기서 어떤 예술적 감흥을 느끼기란 어렵다. 서양의 신화가 수많은 조각상과 그림으로, 때로는 극의 형태로 여전히 전승되고 있는 것에 비하면 초라하기 그지없다. 그리스로마신화를 읽을 때 함께 감상하게 되는 수많은 예술작품들은 우리에게 신화의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우리의 신화 역시 그렇게 재탄생되고 재해석되어야한다. 그런 점에서, 이윤기의 우리 신화이야기는 의미가 있다.

 

안타깝게도 이 책에서는, 이윤기식의 이야기를 느끼기에는 조금 부족한 감이 있다. 참고할 수 있는 자료가 부족해서일수도 있고, 신화가 어느 시기에서부터 고정된 형태로 더이상의 발전을 하지 못했기 때문일수도 있다. 그래서 안타까움이 더한다. 우리의 신화가 그리스로마신화만큼의 풍부한 레퍼토리를 갖기 위해서는 신화를 모티브로 한 문화예술계의 노력이 함께 필요할듯하다.

 

그나마, 권신아의 일러스트가 그런 아쉬움, 안타까움을 조금은 채워준다. 화려한 느낌의 일러스트는 신화의 내용을 풍부하게 부풀려준다. 그림이란, 모는 이로 하여금 상상을 더하게 하는 기폭제가 되는 것이다.

 

왜 우리의 단군신화에서는 호랑이가 아닌 곰이 여자가 되고 우리는 곰의 자손이 되어야했을까? 우리는 한국의 이미지를 떠올릴 때 곰보다는 호랑이를 먼저 떠올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신화에서는 호랑이가 아니라 곰이 주인공이다. 왜 곰이어야하는가에 대해 생각해본적이 있는가? 이윤기는, 여성의 원리로 본다. 읽고나니 그렇구나 탁 무릎을 치게 한다.

 

그리고 우리의 영웅들이 알에서 태어난 이유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한다. 책 내용의 대부분을 차지할만큼 알은 우리 신화의 주요 모티브이다. 왜 우리의 영웅들은 알에서 태어났는가, 알은 우리 민족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를 생각하게 한다. 뿐만 아니라 우리 신화를 이야기하면서 세계의 다른 신화와의 유사성을 짚어볼 수 있는 점도 읽는 재미를 더하게 한다. 저자로서는 세계의 신화를 통해 익숙한 이야기모티브들을 우리의 신화에서도 발견하고 이야기를 풀어낸다. 신화뿐만 아니라 설화같은 것들이 세계적으로 비슷한 이야기가 많다는 것을 다시 한번 알게 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우리 신화를 편안하게 읽으면서 즐길 수 있는 책이라 하겠다. 저자 자신도 이야기했듯 조금 딱딱한 부분이 없잖아 있지만, 나름대로 괜찮은 책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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