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미오와 로미오는 영원히 마스터피스 시리즈 (사람과책) 1
온다 리쿠 지음, 박정임 옮김 / 사람과책 / 2007년 10월
평점 :
품절


온다리쿠는, 이 책을 시작하면서 [로미오와 로미오는 영원히]라는 제목을 정해놓고 자신도 그 제목의 의미를 모른다고했다. 이 책을 끝맺기 전에 그 제목의 의미를 찾겠다고 했으나, 책이 끝난 후에도 저자는 의미를 찾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말하기를 제목의 의미를 묻지말라나...??

나는, 이 책을 [아키라와 시게루는 영원히]라고 읽었다. 그러니까, 로미오는 구체적으로 어떤 인물이 되어도 상관없는 것이다. 성불(책 속에서의 의미로)한 인간들이라면 누구라도 괜찮을듯싶다. 뭐,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로 끝맺는다면 오히려 싱겁겠지. 서술어는 읽는 독자 마음대로 붙여도 상관없으리라.

온다리쿠식의 학원물이, 순정만화같던 학원물이 SF로 재탄생했다. 물론, 내가 SF에 대해 잘 모른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 정도의 저작이 어느 정도의 위치를 차지할 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근미래의 도쿄의 고등학교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는, 어쩌면 정말 가까운 미래에 이렇게 될지도 몰라, 라는 마음을 갖게 하기에 충분하다. 한편으로는 대도쿄고등학교를 지배하고 있는, 정확하게는 학생들을 관리하고 있는 다다노라는 인물이 생각해내는 게임들은 유치하기 짝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어릴 때 놀았던 게임들을 떠올리게 하면서도 더 잔인하다는 점에서 시선을 끌기도 한다.

사실, 이 책을 읽는 동안, 저자가 정리한 20세기 서브컬쳐 용어사전이 없었더라면, 책 속에 인용되거나 패러디된 수많은 비유와 상징들을 놓쳤을 거란 생각이 든다. 20세기의 용어라면 우리에게 그리 낯설지 않은 것임에도 불구하고 일본적인-일본인만 알 수 있는 것들-것들이 많아서 조금 어렵기도 했고, 소제목으로 쓰인 영화제목들도, 관심 밖의 영역이었던 나에게는 의미가 다가오지 않는다는 점이 흠이라면 흠일까?

지구의 사람들이 신지구로 이동하고 산업페기물이며 화학물질 처리를 담당하며 살아가고 있는 일본인들에게 대도쿄고등학교의 졸업대표가 된다는 것은 유일한 희망쯤으로 보인다. 어찌하여 지구에서 그 일을 일본이 담당하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가끔씩 등장하는, 일본의 성장을 눈엣가시처럼 보았던 세계의 눈에 대한 의식이 이유라면 이율까?- 어쨌든, 20세기의 문화는 퇴폐적이고, 비생산적인 것으로 규정되어 사라진 채 막노동만이 유일한 돌파구인 양 행해진다. 사실, 문화를 바라보는 시각이 근미래에 이런 식으로 바뀔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요즘처럼 소비지향의 문화라든가, 감각지향의 문화를 볼 때면 더욱 그러하다. 예전에는, 한 세기를 풍미한 문화라 함은 대중과 함께 변화 발전해왔는데, 요즘의 문화라는 것이 같은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초잧 몇 부류로 나누어져 이해하지 못하는 자와 이해하는 척 하는자, 또 이해하는자로 나누어놓고 있으니 이것이 과연 인류가 즐겁게 누려야 할 문화인가 하는 점에서는 의문스럽기도 하다.

극단적인 사람들의 시각으로 그 문화를 모두 없애고자 한다면. 여기 이 책의 무대가 된 지구의 모습이겠지? 그러나, 모든 것은 극단적일수록 그 틈은 쉽게 벌어지는 법이다. 지금의 문화가 아무리 쓰레기같이 느껴진다하여도 그 속에서 또 아름다운 문화는 싹을 튀워내고 있으니까. 아키라와 시게루가 대도쿄고등학교의 강압적인 규제와 막노동 속에서 졸업대표가 되고자 하는 -체제에 순응하고 거기에 가장 열심히 따라주는 - 목표의식에서 벗어나면서부터 지금의 지구의 현실은, 뭔가 이상한 세계가 된다. 물론, 언그라의 세계 역시 자연스러운 세계는 아니다. 탈출을 위한 탈출을 감행하는 신주쿠 클래스도 마찬가지다. 이 책의 표현대로 성불을 한 시게루와 아키라가 바라본 세상, 그 세상 역시 이상적인 세계는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극단적으로 치달은 세계의 끝을 본 그들에게는 새로 역사를 쓸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 이런 걸 희망이라고 불러야할까?

책의 내용이 다소 만화같고 억지스러운 점도 보이지만, 20세기의 문화를 되돌아보고, 그것이 지향할 바를 되짚어볼 수 있었다는데서 재미있게 읽었다. 2-세기 일본의 문화를 간략하게 요약한 듯한 서브컬처용어대사전을 읽는 재미도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