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를 위한 미술관 안내서 지식은 내 친구 17
김희경 지음, 안은진 그림 / 논장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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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아이는 어려서부터 미술관, 박물관, 도서관을 제 집처럼 드나들다보니, 아이를 데리고 관람을 하거나 행사에 참여했을 때, 또는 책을 읽으러 갔을 때 특별한 어려움 없이 이용을 할 수 있었다. 얼마 전 서울에 간 김에 몇 개의 전시를 관람하였다. 지방에서는 유명 화가나 작가의 전시회가 잘 열리지 않는다. 제일 먼저 내가 느낀 것은, 이렇게 많은 전시가 한 도시에서 열리고 있다니, 서울 아이들은 참 좋겠다는 것이었고, 두 번째로 느낀 것은 그 많은 전시장마다 전시체험을 하는 소규모 팀과 선생님이 이렇게 많은지 몰랐다는 것이다.

전시, 공연이 많으니 당연히 소규모로 팀을 이루어 관람 체험을 위주로 하는 사업이 잘 될 것이다. 도시의 문화 인프라에 따라 아이들이 경험할 수 있는 것에 엄청난 차이가 생겨난다. 부산에서 서울까지 왕복15만원 정도의 차비와 1박2일아라도 할라치면 드는 경비까지, 실제로 1만5천원짜리 전시 하나를 보기 위해 필요한 경비는 서울 아이들에 비해 엄청 높아진다. 그러니 그 아이들이 부럽다고 할 수밖에.

하지만, 한편으로는 기계적으로 선생님이 집어 준 작품만 보고, 설명을 듣고, 학습지에 답을 기록하고 자리를 옮기는 아이들과, 한 자리에서 느긋하게 자기가 보고 싶은 작품을 오래도록 바라보는 내 아이 중 누가 더 행복한 시간일까 하는 생각을 하니 다행이다 싶기도 하고. 오늘 어린이를 위한 미술관 안내서라는 그림책을 보았다. 며칠 전에 내가 느꼈던 것들이 떠올랐다. 

미술관은 무엇일까?
이 그림책은 이 질문에서부터 시작한다. 아름다운 작품들을 모아 놓은 우주, 미술관. 우리는 미술관에서 아름다움에 대해 생각한다. 미술관에 갈 때는 무엇이 필요할까? 옷도 필요하고 돈도 필요하고 같이 감상할 친구도 필요하지만, 가장 필요한 것은 작품을 제대로 읽을 눈과 함께 이야기 나눌 입이라고 말한다. 처음 미술관에 가면 무엇을 해야 할 지 모르거나, 작품을 어떻게 봐야 할 지 모를 때가 있다. 내가 모르는 것들에 다가가는 두려움이라고 할까? 미술관 안내 지도를 보면서 천천히 움직여 보자.

저자는 미술관을 도서관이라고 말한다. 도서관이 미술관보다 편하기는 하지만, 도서관 가기도 싫은 아이들에게는 좀 끔찍하기도 하겠다. 어쨌든 미술관은 도서관처럼 이야기가 담겨 있는 작품들이 놓여 있다.

미술관은 놀이터기도 하다. 맛있는 음식이 그려진 작품도 있고, 화장실도 있다. 미술관은 우리의 세상을 그대로, 혹은 다양한 빛과 색으로 표현한 곳이다. 미술관의 작품은 너무 비싸서 손으로 만질 수도 없지만, 그냥 우리 옆에 있어서 작품인지 모르는 작품도 있다. 미술관에 대해 두려움을 가진 아이들이라면 도움이 될만한 그림책이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미술관에 가서 작품도 보고 설명도 듣고, 직접 그리거나 만들어보는 작업을 해봄으로써 자연스럽게 미술관과 친해지는 것이다. 주변에 미술관이나 전시회가 많다면 더 좋을 것이고, 없다면 찾아서 가 볼 수 있는 마음의 여유도 필요하다.

최근에 가까운 곳에 부산현대미술관이 완공되었다고 해서 전시에 가보려고 생각 중이다. 바다미술제를 비롯해서 다양한 미술전시와 비엔날레 등도 정기적으로 열리고 있다. 유명 작가의 작품 전시회는 아니지만, 볼 수 있고 체험이 가능한 곳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학습을 위한 전시관람이 아니라, 보고 듣고 즐기기 위한, 즐거움이 가득한 전시관람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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