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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의 물결 - 자원 한정 시대에 어떻게 성장할 것인가
제임스 브래드필드 무디 & 비앙카 노그래디 지음, 노태복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3년 10월
평점 :
절판


 

서점의 경영경제 관련 코너를 돌아보는데 <제6의 물결 The Sixth Wave>이란 책이 눈에 들어왔다. 학부시절 읽은 엘빈 토플러의 <제3의 물결>이 자연스레 떠오르고, 두서너 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스친다. 아류작? 4~5 물결이 뭐였지? 읽어봐?... 결국 읽게 되었다.^^

 

일단 인간사 주요한 전기가 된 시대의 흐름을 정리해 보자. 엘빈 토플러는 1980년에 발간한 <제3의 물결>에서 제1의 물결을 농업혁명, 제2의 물결을 산업혁명, 제3의 물결은 고도로 발달한 과학기술 시대로 규정하고 질적으로 도약하는 대변혁기의 미래 사회를 예측했었다. 그가 30년 전에 내다본 미래는 오늘날 거의 그대로 현실화 되었으니 지금 생각해 봐도 전율이 흐를 정도로 대단한 안목이다. 80년대의 대학생들에겐 반드시 읽어야할 책 중 하나가 <제3의 물결>이었다. 물론 이념 서적에 흠뻑 빠져 현실 참여를 부르짖는 친구들에겐 배부른 책이기도 하였고……. 지금 대학생들의 필독서라는 <총, 균, 쇠>가 갑자기 떠오른다. 그만큼 인기있었던 명저였다.

 

그런데 이 <제6의 물결>은 아쉽게도(?) 엘빈 토플러의 분류 개념과는 전혀 상관이 없고, 경영·경제 학도라면 한번은 접하게 되는 콘드라티예프의 ‘The Long Wave Cycle (장기 순환파동)’을 기본 구조로 접근하고 있는 책이다. 이 이론을 한마디로 설명하면, 인간의 일을 돌아보니 48~60년 주기의 장기파동이 있더라는 것이다. 저자는 지난 200년 동안 다섯 차례의 콘드라티예프 파동이 있었다는 선행연구를 먼저 소개하고 있는데, 제1의 물결(1780~1815년)은 수력에 의해 움직이는 기계 덕분에 공장식 대량생산이 가능했던 산업혁명의 대도약 시대, 제2의 물결(1848~1873년)은 증기기관으로 동력을 얻은 철도의 시대, 제3의 물결(1895~1918년)은 전기·중공업·철강의 시대, 제4의 물결(1941~1973년)은 석유와 자동차의 대량생산 시대, 제5의 물결(1980~현재)은 컴퓨터를 바탕으로 한 정보통신과 바이오 기술의 시대가 되겠다. 책의 전반부는 '창조적 파괴'라고 할 수 있는 이런 물결(변혁)이 시장의 힘, 기술, 사회를 결속시키는 요인들에 의해 어떻게 형성되는지, 또한 어떻게 제 6의 물결이 도래함을 알아챌 수 있는지, 아울러 그 물결이 어떻게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기회를 가져다주는지를 고찰하고 있으며, 후반부에서는 제6의 물결을 형성하는 다섯 가지 큰 개념을 살펴봄으로써 이 물결에 동승할 수 있는 사고가 무엇인지를 조명하고 있다.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제6의 물결'은 어떤 모습일까? 핵심은 '청정 기술'이라고 정의할 수 있겠다. 다가올 혁신의 물결에서는 자원 희소성과 대규모 비효율성이 오히려 시장의 기회가 될 것이라는데, 에너지와 물, 쓰레기를 관리하는 새로운 기술에서 시작하여 완전히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과 나눔, 재활용, 향상된 자원관리를 통해 가치를 창출하는 방식을 찾는데서 끝이 날 것이란다. 이런 기술을 총칭하여 '청정기술'(Clean Technology, 줄여서 클린테크)이라고 한다. 좀 더 간단히 요약하면 '자원 효율성이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되는 세계로 전환되는 혁명'이 제6의 물결이라는 거다. 이 변혁의 시기엔 서비스와 천연자원에 대한 측정과 현황 파악이 매우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그럼으로써 우리가 사는 디지털 세계와 자연 세계가 마침내 통합하기 시작한단다.

여기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자. 그럼 제6의 물결에서 핵심요소는 뭘까? 저자는 정보통신기술 물결의 총아 '실리콘'이 자원 효율성이 주도하는 제 6의 물결에서도 똑같은 일을 할 것이라고 한다. 친환경태양열 산업에 없어서는 안 될 물질이라고 파악하고 있다. 어쨌든 이 청정기술의 발달로 인해 인류는 마침내 자원 의존성에서 벗어나리라는 것이 저자의 예측인데, 논리 전개가 무리 없고 매끄러워 개연성이 높다는 긍정적 수긍을 아니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남는 것은 어떻게 우리가 다가오는 미래에 적응하고 한 발 앞서 도전하느냐가 관건이라는 생각이 절로 가슴을 채운다.

 

제6의 물결에 올라타라. 이 책의 매력은 이 2부에 있다고 하겠다. 새로운 물결은 경제적 측면에서 블루오션의 시장이 될 것이기에 누가 먼저 '킬러 앱'(Killer app)을 찾느냐에 따라 국운과 기업 흥망이 결정될 수도 있는 일……. 저자는 제6의 물결을 형성하는 다섯 가지 큰 개념을 제시함으로써 기회를 선점하고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실마리와 통찰력을 던져주고 있는데, 각 개념의 진행이 독립적이지 않고 유기적으로 이어지는지라 일종의 로드맵이라고 보면 되겠다. 이 파트는 두서너 번 더 찬찬히 읽어볼만한 가치가 있어 보인다.

개념

주제

부언

1 개념

쓰레기 자원이 곧 기회다

향후의 세계는 쓰레기가 아예 없어지면서 지금과는 매우 다른 모습일지 모른다.

자연에는 쓰레기가 없다.

2 개념

그러므로 제품이 아니라 서비스를 팔아야 한다.

쓰레기가 기회라면 서비스가 그 해답이다. 모든 것이 서비스로 바뀐다.

3 개념

디지털 세계와 자연 세계가 하나로 통합된다.

지구 속 모든 천연자원이 세세하게 측정되고 모니터될 것이다. 새로운 가치 창출.

4 개념

생산물은 지역적 local이고 정보는 국제적 global이다.

여기서 등장하는 용어가 글로컬리즘 glocalism, 국제적이고 지역적인…….

5 개념

자연에 해답이 있다.

자원효율성의 대표적인 활용이 생체모방 biomimicry이라 할 수 있다.

자연을 능가하는 스승은 없다.

 

결국 저자가 바라보는 인간사회의 새로운 성장 패러다임은 '자연과 완전히 함께하는 기술의 발달'이라고 하겠다. 자원고갈의 시대를 겪으면서 필연적으로 자원 소비의 효율성, 나아가 자원을 소비하지 않는 방식을 중심에 둔 성장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아무도 알 수 없는 미래이지만, 한정된 자원으로 인한 불안을 극복하고자 하는 인간의 염원이 담긴, 지금까지 읽은 미래 예측서 중 가장 낙관적인 경제전망서라 하겠다. 특히나 우리나라 같은 물질자원 빈약국에서는 '버려지는 자원의 재활용'이란 이런 테마가 상당히 매력적인 연구과제가 아닐까 싶다. 경제정책의 큰 방향 설정이나 기업의 신수종 탐색에 유념해 볼 대목이 많은 책이라 느꼈다. _하지만 기술 경쟁력없이 풍력발전이나 태양광 산업에 섣부른 초기 진입은 자금 압박과 수익성 문제가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최근의 이 분야 기업의 부침과 주가를 보면 기술도 중요하지만 시기가 정말 중요하다는걸 새삼 느끼게 된다. _  앨빈 토플러의 아류작인가~ 생각했던 마음이 부끄러워질 정도로 나름 잘다듬어진 안목이었다고 느낀 이 독서, 괜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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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코머핀 2013-12-22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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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긴 잠이여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50
하라 료 지음, 권일영 옮김 / 비채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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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큰 기대감 없이 몽환적 표지에 끌려 손에 잡은 책 <안녕, 긴 잠이여>, 그런데 의외로 읽는 재미가 솔솔한게 괜찮다~는 느낌이다. 일종의 사회파 하드보일드 탐정 미스터리라 하겠는데, 제법 얼개가 탄탄하여 지루하지 않고 끝까지 시선을 끌어나가는 힘이 있었다. 점층적으로 사건의 진실에 접근해나가는 사립탐정 사와자키의 까칠한 캐릭터도 나쁘지 않았으며, 일본의 사회 현상과 전통문화를 치밀하게 그려내는 서술도 무난했고, 무엇보다 그 끝을 속단하기 힘든 짜임새가 마음에 들었다. 보통 이런 류의 책들은 중반 즈음이면 그 범인과 결말이 유추되는데, 보기 좋게 나의 생각이 빗나갔다는 점에서도 후하게 평가하고 싶다. 그렇다고 그 반전이 만족스럽다는 것은 아니다. 의표를 찌르는 반전은 있었지만 조금은 생뚱맞은 후반의 전개가 감동을 빼앗아 가버렸달까... 하여튼 흥미로운 탐정소설인건 분명하나 놀랄만한 충만함 하고는 약간 거리가 있다는 느낌은 어쩔 수 없다. 미국 추리 작가 엘러리 퀸이 추리소설 평가를 위해 만든 10가지 관점으로 잣대를 들이대면, 구성, 서스펜스, 의외의 결말, 성격묘사, 무대, 독자와의 대결이라는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줄 수 있겠으나 해결방법의 합리성, 문장, 단서, 살인의 방법에 대해서는 조금 미흡해 보인다. 물론 "이건 미스터리 추리가 아니라 탐정소설이야~" 라고 반론할 수도 있겠지만, 죽음을 추적하는 방법론의 차이일 뿐 그 영역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내 생각에서 그렇다는 거다.

 

소설은 두개의 테마가 교차되면서 풀어나간다. 하나는 주인공 사와자키가 있는 탐정사무소의 전 주인이자 파트너인 전직 형사 와타나베를 쫓는 경찰과 폭력단에 얽힌 이야기가 씨줄로 전개된다. 경찰이 폭력단의 각성제(아마도 覚せい剤인 모양인데, 그냥 우리나라 표현으로 '마약'이라고 번역하였더라면...) 거래 현장을 덮치기 위해 와타나베를 미끼로 이용했는데, 이 사람이 일억 엔의 돈과 마약을 가로채 튀어버린 거다. 또 하나의 전개는 한 여인의 죽음에 대한 의문을 의뢰받아 추적하는 스토리가 날줄로 짜인다. 일본 고교야구로 유명한 고시엔 대회에서 승부조작 혐의를 받았던 우오즈미. 그가 조사를 받는 시점에 그의 누나가 아파트 6층에서 뛰어내려 자살하였다고 하는데, 우오즈미는 이를 못 믿어 한다. 사와자키가 그 죽음의 진실에 접근해 가는 과정은 잘 짜였지만, 진실의 이면은 참 허탈하더라. 만약 클라이맥스의 내용이 조금만 더 지적이고 타이트했더라면... 아마 큰 상을 받았을 거라 혼자 생각해 본다. 그래도 이 소설을 통해 일본 최고(最古)의 전통무대예술 노(能)에 대하여 알게 된 게 수확이라면 수확이겠다. 노(能 : 노가쿠能樂의 줄임말)는 절제된 춤과 음악을 통해 이야기를 전달하는 일종의 가면극이다. 그러고 보니 그동안 내가 봤던 많은 이미지가 '가부키'와 관련 있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던 모양이다. 가까운 이웃이지만 아는 것 보다 모르는 게 더 많다는 걸 새삼 실감했다.

 

이 책의 작가 하라 료(原 りょう)는 챈들러(Raymond Thornton Chandler)가 창조해 낸 불멸의 캐릭터 ‘필립 말로’에 흠뻑 빠졌던 모양이다. 감정이 없는 듯 차가우면서도 인간에 대한 연민을 내포하고 있었던 필립 말로의 캐릭터를 그대로 탐정 사와자키에게 이입시켰다. 비열한 세상을 고독하면서도 거칠게 헤쳐 나가는, 약간 건조한 듯 냉소적이면서도 인간미가 있는 캐릭터이다. 물론 담배와 폭력은 기본이고... 뒤표지에 "당신이 기대하는 정통 하드보일드 미학의 최대치'라고 한껏 미화하여 카피를 뽑았는데, 아무리 필립 말로에 대한 오마주(hommage) _ 이 책의 제목 <안녕, 긴 잠이여>도 챈들러의 <안녕 내 사랑>과 <빅 슬립>에서 차용했다고 하네... _ 라고 하지만 요즘의 거친 정서론 약간 뻥튀기했다고 보는 게 맞지 않을까. 작가의 전작 사와자키 시리즈 <그리고 밤은 되살아난다>는 정통 하드보일드의 느낌을 완벽하게 재현했다는 찬사를 받으며 제2회 야마모토 슈고로상 후보에 올랐다고 하고, <내가 죽인 소녀>는 1989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1위에 오름과 함께 나오키상(102회)을 수상했다고 한다. 하지만 내가 이 책을 통해 본 사와자키는 그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감정이 배제된 무채색으로 느와르적 현실을 직설적으로 받아들이고 풀어나가는 사와자키의 캐릭터가 아무래도 필립 말로의 느낌에는 턱없이 부족해 보인다. 두 캐릭터가 냉소적 따스함이란 면에서 비슷하지만 필립 말로의 외로운 듯 차가운 눈빛이 이 책에는 없기 때문이다. 출판사에서 말하는 것처럼 "짙은 하드보일드 스타일의 고품격 미스터리" 정도는 아니고 그냥 읽을 만한, 읽고 후회하지 않을 수준의 일본형 하드보일드 탐정 소설이라고 평가하면 되지 않겠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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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년의 끝이 보인다. 그 끝자락에서 다시 2014년의 시작을 생각한다... 

이 즈음이면 다음 해를 관조하는 각종 서적도 쏟아지고...

독서에 대한 관심도 이쪽으로 흘러간다... Adieu~ 2013...

 

1. 2014 한국을 사로잡을 12가지 트렌드

 

 

 

 

 

 

 

 

 

 

 

KOTRA(한국무역투자진흥공사) 책은 어렵지 않으면서도 현지의 생생함이 느껴진다. 올해도 그러하리라 가늠해 본다.
 

2. 트렌드 코리아 2014 

김난도 교수가 이끄는 이 팀의 10대 소비트렌드를 예측은 독창적이다. 올해는 또 어떻게 정리하고 있을까? 매년 읽어줘야할 부담(?)을 가지고 있는 책이다.

 

3. 모바일 트렌드 2014 

정말 모바일을 빼고 생활이 어려운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이 분야의 전망이 기업의 비즈니스에 필수과정으로 인식되는 현실... 별 내용이 없을 듯도 하지만 한번은 읽어둬야 할 듯... 

 

4. 라이프 트렌드 2014 : 그녀의 작은 사치   

김용섭의 글은 항상 촌철살인의 안목이 돋보였는데...

올해는? 이 분 생각, 보기 보다 괜찮더라... 

 

5. 삼매경 三魅鏡 두 번째 이야기 - 마음에 찍는 쉼표와 느낌표

앗! 자기계발서는 요즘 잘 안보는지라 이 코너는 드물게 접속한다. 그냥 마음을 놓고 서핑하다가 좋은 책을 만났다. 삼성경제연구소에서 나온 책...

간단하면서도 좋은 내용이란것은 SERI에서 이미 본 적이 있다. 누구에게나 권할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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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코머핀 2013-12-03 2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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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차이나]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트렌드 차이나 - 중국 소비DNA와 소비트렌드 집중 해부
김난도.전미영.김서영 지음 / 오우아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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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고맙고도 무서운 이웃이다. 1992년 수교 당시 63.8억 달러 정도의 교역량이 2012년 2563.2억 달러로 약 40배 증가했다. 2004년부터 대미교역량을 넘어 최대교역국이 되었고, 수교 첫 해를 제외하곤 20여 년 동안 대중 무역수지 흑자를 _작년엔 흑자 규모가 500억 달러를 넘어섰다_ 기록하여 우리 경제에 큰 도움이 되었으니 어찌 고맙다고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앞으로의 중국을 생각하면 살짝 두려움이 스며든다. 그동안 중국의 제조업 생산역량이 고도화되고 기술력이 향상되면서 자동차·조선 및 첨단 전기전자제품 등 우리의 주요 수출품과 전 세계에서 경쟁이 심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중국의 제조업 중심 고도성장이 야기하는 자원의 블랙홀 현상도 자원 빈약국인 우리에겐 매우 위협이 되고 있다. 또한 최근엔 중국의 성장 모형이 소비중심으로 변화하면서 중간재 강국인 우리에게 큰 리스크가 되고 있는 현실이다. 도광양회(韜光養晦·빛을 감춰 밖으로 새지 않도록 하면서 은밀하게 힘을 기른다)의 중국이 어느새 G2로 부상하여 돌돌핍인(咄咄逼人·거침없이 상대를 압박한다)의 존재가 되었으니 어찌 두려워하고 경계하지 않겠는가.

 

중국의 경제성장과 맞물리는 중국 내수시장의 지속적인 확대는 모든 제조업자들에겐 달콤한 유혹으로 다가온다. 중국 인구가 14~18억에 이르니 만큼 그 소비시장의 거대함은 너무나 달콤한 유혹이다. 뭘 1인당 1개씩만 팔아도 그 수가 얼만가. 하지만 중국 땅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들의 실제 사정은 그리 녹녹치 않다는 게 현실이다. 그동안 중국진출 한국기업들이 흔들리고 있다는 기사는 여러 들었지만, 며칠 전 이마트 5개 중국법인이 완전 자본잠식에 빠졌다는 기사는 중국의 소비시장에 대해 다시 한 번 숙고하기에 충분했다. 외국기업에 대한 배타적인 문화와 함께 이마트의 점포 입지 선정 실패 등 준비 부족을 이야기하지만, 국내에서 월마트와 까르푸를 물리친 이마트가 아무 생각 없이 진출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외에도 LG전자의 휴대폰 사업 부문 대폭 정리, 대우인터내셔널의 산둥 시멘트 매각 철수, 두산인프라코어의 생산량 절반 감소, SK차이나의 주재원 80% 철수 등의 기사는 현지소비시장의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 하겠다.

 

이렇게 우리의 글로벌 기업들이 중국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한다는 것은 일단 경쟁력을 잃고 있다는 것이겠고, 이를 만회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중국 소비자의 마인드가 어떻게 변해가고 있는지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다시 한 번 적확하게 분석해 볼 시점이라는 것이다. 이런 때에 참으로 괜찮은 책이 나왔다. 김난도 교수가 이끄는 서울대 생활과학연구소 소비트렌드분석센터(CTC, Consumer Trend Center)에서 펴낸 <트렌드 차이나 : 중국 소비 DNA와 소비트렌드 집중 해부>는 그동안 현지화전략이 성공적이라고 평가받고 있는 아모레퍼시픽과 CJ제일제당 등의 기업으로부터 의뢰를 받아 3년간 진행한 프로젝트를 정리한, 최근 중국의 소비트렌드 변화흐름을 분석 결과물이라고 하겠다. 연구소의 명성만큼이나 일목요연하고 논리 정연한 전개가 작금의 중국 소비시장에 한 눈에 꿰뚫어보게 한다. 중국에 관해 많이 안다는 사람들이 보면 별 새로운 내용이 없는 듯도 하지만, 이렇게 깔끔하게 정리하고 분석하는 일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기에 이 연구소 만의 노하우가 여실히 녹아있는 책이라 생각되었다.

 

3부로 되어있는 이 책은, 1부에서는 중국의 소비자는 무엇에 열광하는지 소득과 소비의 자기·타인 지향성에 따라 6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특징과 분석을 시도하고 있다. 각 유형에 따라 접근 방법을 제시하고 있어 맞춤식 전략을 마련하는데 좋은 자료가 되도록 편집한 것이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이를 간단히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VIP형 소비자 : 생활 자체의 프리미엄을 추구하며, 이들의 소비목표는 ‘필요’보다 ‘발견’, ‘가격’보다 ‘품질’ → '중국'이 아닌 '글로벌' 소비자로 접근하라
자기만족형 소비자 : 인생은 ‘나’를 중심으로 돌아간다고 생각하며, 소비목표는 지금 바로 이 순간, 살 수 있을 때 산다. → 구매의 TPO를 조성하라
트렌디형 소비자 : 부러움의 대상이 되는 것이 인생의 목표이며, 패션이란 우월감의 표현 수단이라는 소비 지향성을 가짐 → 소속감과 우월감을 동시에 자극하라
실속형 소비자 : 상황에 따라 모습을 달리하는 카멜레온 같은 성향이며, 소비목표는 합리적 구매가 최대 목표 → '그럼에도 불구하고'에 주목하라
열망형 소비자 : 더 많이 갖지 못해 슬픈 사람들로, 이들의 소비목표는 적은 자원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누린 것 → 다양성과 미끼상품으로 공략하라
검약형 소비자 : 무의식적 절약(전통형) VS. 의식적 절약(현대형)이 양립하며, 소비의 최소화(전통형) VS. 저축의 최대화(현대형) → 한 집단 내 두 유형, 각기 다른 전략이 필요

 

2부에서는 중국적 가치관에 입각하여 개인적 소비성향과 태도에 따라 '7대 소비 DNA'를 추출·분석한 후, 최종적으로 한국의 소비자와 무엇이 어떻게 다른지 살펴보고 있다. 그 전개가 바로 '김난도 식' 분류의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어 핵심을 잘 짚어내고 있다고 보인다.

Core Values(본질을 찾아서) : 균형 잡힌 삶의 추구하며, 원천성분과 고유성에 집착 → 진정성이라는 기본원칙으로 승부하라
Mianzi Republic(체면과 실속 사이) : 중국 소비자의 체면 차리기 유형 → 존중의 체면을 바탕으로 한 고객서비스
In Trust You Can Depend(신뢰는 처음이자 끝) :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저 신뢰 사회에서 의심이 습관화된 소비자들 → 오직 신뢰만이 마음을 얻는 비결
Individualism in Collectivism(집단의식 속의 개인주의) : 세상의 기준은 바로 ‘나’, 관계 맺기 수단으로서의 소비 → 독특한 소비성향 이해가 필수
Family Consumption(중국식 가족소비) : ‘2-1’에서 ‘4-2-1’로 가족구성의 변화로 자녀-부모-자신을 위한 삼중 소비 → 중국식 가족경제를 이해하라
China Chic(중국풍, 글로벌 스탠더드 사이에 서다) : 중국, 세계의 큰손으로 등장, 중국 소비자만을 위한 차이나 에디션의 탄생 → 진정한 의미의 중국풍이 무언지 이해
Affordable Luxury(럭셔리, 일상 속으로) : 럭셔리의 일상화·보편화·세분화로 열정적 구매, 조용한 향유 → 사치품 소비자의 유형별로 달리 접근하라

 

3부에서는 일종의 부록과 같은 장으로 중국 소비시장의 최근 트렌드를 알아보고 있다. 지금 중국 시장이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그 변화의 3대 핵심 키워드를 _ Level up to ‘Quality of Life’('삶의 질'에 눈뜨다), Niche to New Mainstream(니치시장의 주류화), Trading Across(중국식 신실용주의의 대두) _ 정리하여 변화양상을 점검한 후, 중국 소비시장 신조어를 알아봄으로써 소비트렌드가 어떻게 발현되고 있는지를 가늠해 보고 있다.

 

중국의 소비시장은 그 트렌드를 정확히 파악하고 대처한다면 정말 황금 알을 낳는 거위같은 기회의 땅이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그 인구나 대륙의 크기만큼이나 많은 다양성을 내포하고 있는 중국을 이해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무엇보다 급변하는 중국 시장의 환경 변화를 끊임없이 분석하고 탄력적으로 대처하는 혜안이 있어야 할 것이고, 거기에 적합한 시장 세분화(segmentation), 표적 시장 결정(targeting), 포지셔닝(positioning) 등 마케팅 전략을 세워야 할 것이다. 지속적으로 이윤을 창출하는 경쟁적 역동성을 지향하려면 역시 상대를 알아야 한다는데 초점이 모아진다. 이 책은 이러한 점에서 아주 유용한 참고자료가 될 수 있어 보인다. 중국에 진출하고자 하는 기업이나 중국인의 소비에 대한 생각을 엿보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필독을 권해 본다. 중국 관련 책을 제법 읽었지만 이 책만큼 세밀하게 추적 분석한 책은 근래에 보기 힘들었다는 걸 말하고 싶다.  딱딱한 학술적 의견 제시가 아니라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분석이라 가독성도 높다. 자~ 전 세계에서 가장 복잡하고 까다롭다는 중국 소비자와 소비시장을 어떻게 공략할 것인지 이 책으로 보물찾기에 나서보길 기대하면서 책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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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코머핀 2013-11-18 2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확인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
 
[왜 따르는가]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왜 따르는가 - 스티브 잡스의 사람 경영법
제이 엘리엇 지음, 이현주 옮김 / 흐름출판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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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 문명 이기의 수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킨 대단한 사람이다. 그의 이름을 들으면 사람들은 아이폰을 이야기 할지 모르지만, 난 '맥(Mac)'이라 불리던 매킨토시 컴퓨터를 먼저 떠올린다. DOS의 명령어 입력 시대에 애플 매킨토시의 GUI(graphical user interface) 시스템은 혁명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그들의 폐쇄성 때문에 이를 베끼다시피 한 MS의 윈도우즈에 결국 밀리고 말았다. 그런데 알고 보면 GUI는 제록스(Xerox)사가 만든 거였다. 스티브 잡스가 다시 이름을 드러낸 게 아이팟(iPad)의 성공이었지 않나싶다. 그전까지 mp3하면 국산 아이리버가 세계최고였는데 이를 한방에 보내버린 잡스! 콘텐츠 생태계가 돈이 된다는 걸 확실히 보여준 생각의 차이였다. 하지만 이것도 애플의 아이팟 담당 부사장이었던 토니 파델(Tony Fadell)의 아이디어였다. 삼성과 특허 공방을 벌이고 있는 아이폰. 단순화를 통한 직관적인 이 통신기기는 정말 매력적이었다. 초반기 패스트 팔로워 삼성이 디자인 면에서 많이 베꼈긴 했지만 많이도 따라잡았고 추월했다는 소식도 간간히 들린다. 그리고 난 그 둥근 모서리 특허는 참 받아들이기 어렵다. 시중에 유통되는 깻잎 통조림과 너무나 닮아서... 그래도 잡스는 소비자가 미처 알기도 전에 그들이 뭘 원하는지 알아채고, 그걸 상품화하는 천재적 능력을 가졌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건 정말 누구나 할 수 없는 창의적 능력이고 천재적 경영감각이다.

 

제이 엘리엇 애플 부사장은 스티브 잡스의 귀천 후 나온 아이작슨의 스티브 전기문이 부당하다 싶을 만큼 스티브를 부정적이고 흠있는 사람으로 그렸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잡스 곁에서 그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 준 이 분의 눈엔 스티브의 특이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십과 성격상 흠결 말고도 더 배울게 많다고 여긴 모양이다, 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최고를 추구하고, 혁신적인 팀을 이끌어가는 스타일과 방식에서……. 그래서 그가 "모범적인 리더십과는 거리가 멀었던 스티브 잡스를 사람들은 왜 그를 최고의 리더라 말하는가?"를 아르켜 주려 한다. 그래서 나온 책이 <왜 따르는가 : 스티브 잡스의 사람 경영법>이다. 직원들이 압박감 속에서도 팀에 소속된 것을 영광으로 여기게 되는 기업 환경 조성, 신입사원을 이끌어주는 버디(buddy) 시스템, 우수함을 넘어 탁월함으로 고객의 충성을 이끌어내는 제품의 예술적 완성도 _ 이는 '제품이 왕'이라는 자부심으로 연결된다 _ 등 애플만의 기업 문화를 잡스의 리더십과 연결시킨다. 사실 좋게만 보려면 끝이 없을 것이다. 애플 공동 창업자 워즈니악은 스티브가 앞으로 100년간 우리 시대 최고의 기업 리더로 기억될거라고도 했다. 잡스가 보여준 사업가적 확신에 의한 열정과 통찰력,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혁신을 이끌어가는 비전, 그리고 그 상업적 파생 결과를 보면 한 시대를 넘어서는 위대함을 어찌 인정하지 않을 수 있으랴.


내가 볼 때 잡스는 기술적인 관점과 소비자적 관점을 절묘하게 융합한 제품을 만들어내는 예술적 능력을 타고 난 분이지 않나 싶다. "디자인은 단순히 제품의 겉모습이나 제품이 주는 느낌이 아니야. 디자인은 제품이 작동하는 방식이야...(170쪽)"라고 말하는 그의 철학이 오늘의 애플을 낳은 것이리라. 그런데 나의 관심은 여기서 끝날 뿐 잡스를 존경한다거나 좋아한다거나 뭐 이런 거 없다. 그냥 특출한 상업적 감각을 승화시켜 IT분야에 큰 발자국을 남긴 분이라고 생각할 뿐이니 지금까지 기사화된 이상의 잡스를 특별하게 알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당연히 애플 마니아(애플빠가 더 쉬운 말이겠지)하고는 거리가 멀다. 이런저런 서평단을 가끔씩 하다보면 원치 않은 책을 읽어야할 때가 더러 있다. 장르 불문 잡식성 독서성향임에도 유독 당대 전후의 전기(傳記)적 자기계발서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그러니 책을 읽어도 저자가 말하고자하는 애플의 가치와 문화, 직원들이 최고의 성과를 달성하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스티브 잡스 만의 리더십이 그닥 와 닿지 않았다. 이 책을 읽음으로써 내 인생에 어떤 도움이 될 만한 건더기를 건진 것도 아니고, 아이들에게 추천할만하다는 어떤 느낌을 받은 것도 아니다. 그냥 경쟁관계에 있는 사람들이나 잡스를 추모하고 기억하고자하는 분들이 읽을 만한 책이지 않나 싶다. 책의 편집은 아주 잘 되어있으나 나에겐 무덤덤한 그런 류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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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코머핀 2013-11-18 2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확인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