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1월 1주

과거는 떠나보내야 한다고, 우리는 믿고 있습니다. 그래서 연말이면 송년회란 의식을 치루곤하죠. 그런데 과거는 정말 보낼 수 있을까요? 아니요. 한 살 더 먹으니까 과거에 대한 여러분들의 말이 떠오르네요. "미래는 과거 기억의 부분들로 이루어져있고 현재는 과거가 될 부분들"이라구 프루스트가 말했어요. 과거는 현재와 미래에 막강한 힘을 발휘한다는 말이잖아요. 과거를 잊으려하기 보다는 어떤식으로 기억하는지가 새해에 더 중요하지 않을까, 해서 과거를 기억하는 시선이 담긴 영화를 세 편 골랐어요. 세 편 모두 죽음을 소재로하고 있네요. 새해부터 왠 죽는 이야기냐, 재수없다 하실까봐 망설여졌지만 우주의 관점에서 보면 죽음은 또 다른 시작을 알리는 작은 출발점이라 생각해 주세요. <사랑 후에 남겨진 것들>, <여름의 조각들>, 그리고 <러브 스토리>

 

 

 아내의 죽음으로 남자는 새로운 삶, 아니 새로 태어납니다. 일상적인 공에서 샌드위치 만드는 일도 낯설기만합니다. 아내가 살아 있을 때 후지산을 보고 싶어했지만 남편은 들은 척도 안 했죠. 아내가 과거 속으로 사라질 줄 몰랐던 탓이죠. 갓난 아기가 엄마 품을 떠나 방황하는 것처럼 남자는 후지산을 보러 갑니다. 아내가 왜 후지산을 보고 싶어했는지, 아내가 없지만 아내가 느꼈을 감정을 대신 체험해봅니다. 벚꽃이 비처럼 뿌리는 길에서 남자는 혼자 서성입니다. 과거에 아내가 남자 옆에서 이런 심정이 아니었을까요...아내의 마음을 알게 된 것만으로도 남자는 과거와 다르게 살지 않을까요. 타인에 대한 무관심을 겪어보면서 미래에 남자는 타인에 대한 관심으로 바뀔 수 있을 거 같은 희망을, 저는 봤어요.

 

 

 

이 영화는 어머니의 죽음을 맞이해서 자식들이 어머니의 유품을 처리하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기억은 물질에서 비롯된다고, 프루스트가 말했습니다. 마들렌느 과자를 한 입을 베어 무는 순간 어린 시절로 여행을 할 수 있다고요. 마들렌느 과자가 타임머신인거죠.

 

어머니의 유품을 처리하는 방법을 두고 형제들이 모여 의논을 합니다. 각자만의 생활이 있어 오래 고민할 시간도 없고 물질적 기억에는 관심도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유품 처리할 때 가장 슬퍼했던 사람은, 집안일을 도와주는 분이었습니다.  그 물건에 간직된 이야기가 사라지는 것이니까요. 많은 골동품들이 결국 오르세 박물관으로 갑니다. 어머니의 유품들이 전시실에서 유리상자를 입고 있는 모습이 있습니다. 자식들이 그 전시품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장면이 있는데 어머니의 과거는 그 자식의 것이 되지 못하고 불특정 다수의 사람의 것이 됩니다. 불특정 다수는 물건에 깃든 이야기를 활자와 도슨트 같은 걸로 전해 들으면서 개성에 맞는 새로운 이야기를 창조해가겠죠. 그러니 자식들이 매정하기만 한 건 아닌 거 같아요. 

 

 

 

말이 필요없는 영화기도 하죠. 저 어렸을 때, <나 홀로 집에>만큼 자주 텔레비전에서 방영하곤 했었습니다. 무슨 때만 되면 볼 수 있었던 영화였는데 십대, 이십대, 삼십대마다 느낀 점이 조금씩 다르더군요. 십대 때는 눈싸움 장면이 주로 남았고, 이십대 때는 혼자 남겨진 올리버 때문에 가슴이 무너지는 것 같았습니다. 삼십대 때는 여름날 뉴욕 브라이언트 파크에서 야외상영으로 봤습니다. 공원은 연인과 친구들로 가득했습니다. 피크닉 준비해서 담소도 나누고 맥주와 와인도 홀짝이며 다들 영화를 봤죠. 저는, 여행객으로 혼자 스크린을 말 없이 스크린에만 집중했죠. 아니 실은 집중이 안 됐죠. 몇 번이나 본 영화기도 하지만 날씨 좋은 피크닉장에 준비없이 혼자 간 뻘쭘한 기분을 영화 보는 내내 느꼈답니다. 결국 영화를 끝까지 못 보고 공원에서 떠났습니다. 그리고는 다음 번에는 <러브 스토리>를 함께 볼 사람을 꼭 만나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이 결심은 아직도 미래 시제랍니다. 올리버가 제니와 함께 했던 과거로 과거와는 다른 올리버로 살 것처럼 저도 이 영화에 엮인 짧은 과거 에피소드로 어떤 미래를 열어두었습니다. 써 놓고 보니 출발과 맞는 이야기인지는 모르겠네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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