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10월 4주

이주 노동자들의 이야기는 이제 우리 사회에도 깊숙히 들어와 있습니다. 구조적 모순과 개인의 탐욕이 더해져 이주 노동자들의 하루는 힘겹기만 합니다. 영화에서도 이주 노동자들의 일면이 종종 다루어지곤 하죠. 오늘 <비우티풀>을 봤는데 이주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를 골랐습니다.  

 

사실 아름다운 바르셀로나에서도 저런 일이 일어날까, 영화를 보면서 의문이 들었는데 감독 인터뷰를 보니 실제 흡사한 상황이라고 합니다. 중국인, 아프리카 이주 노동자들이, 불법 체류란 꼬리표 때문에 착취당하는 이야기가 서브 플롯으로 등장합니다. 지하창고에서 피난민들처럼 바닥에서 잠자고 아침에 주는 빵 먹고 노동력을 착취당하는 실상에 꽤 자세히, 그리고 사실적으로 묘사됩다. 불법 체류자란 신분을 이용해서 고용주들은 임금을 착취하는 불법이 일어나구요. 사고로 집단으로 죽어도 브로커들은 살아남은 더러운 세상입니다.  

 

 

 벨기에 감독 다르덴 형제 작품, <약속>입니다. 이냐리투 감독이 바르셀로나의 상황을 취재했다면 다르덴 형제는 벨기에의 상황을 담았습니다. 장소에 무관하게 벌어지는 상황은 비슷합니다. 건설 현장에 비숙련자들로 투입된 노동자들은 말로 안 통하고 안전 장치도 없이 위험에 노출돼 있습니다. 브로커로 나오는 올리비에 구르메는 정말 피도 눈물도 없습니다. 그도 아들이 있습니다. 아들한테도 가업을 그는 물려주려는 걸까요? 어린 아들한테도 그는 세상의 냉정함을 먼저 가르칩니다. 그러나 아이는, 다행히도 아버지와는 다른 삶을 살 수도 있을 것같은 희망을 줍니다. 동정이 무엇이고 타인의 어려움을 상상하는 힘이 있습니다. 이 영화도 낙천적이진 않지만 적어도 아이가, 기특하게도 아버지보다는 정을 지니고 있어서 아이다우면서도 안도감이 들었습니다.  

 

위 두 영화들은 이주 노동자들의 어두운 면을 알리기는 하지만 제가 이주 노동자들이라면 두 영화를 보다가 뛰쳐 나올지도 모릅니다. 하루 종일 일하고 저녁에 오락 차 극장에 갔더니 낮에 일어난 일을 또 화면으로 보라고 하면 욕 나오지 않을까요. 본전 생각도 날 것이고요. 

육상효 감독의 <방가방가>입니다. 처음에는 터무니없는 코미디라고 생각했는데 영화를 보면서 따뜻한 결말에 웃음이 나오더라구요. 현실에서 밀린 임금을 그렇게 얼렁뚱땅 받을 수 있을 거 같지도 않고 또 경찰 출동에 불법 이주자들이 다 도망갈 수도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영화란 뭡니까. 희망을 주고 웃음을 주는 수단이죠. 현실에서는 불가능해도 영화에서만이라도 이주자들의 바람이 관철된다면 잠시라도 므흣하지 않을까, 생각해봤습니다. 김정태 씨의 찬찬찬 강의와 방가의 욕강의는 정말 명강의였습니다.ㅋ 

 

 

 

 

켄 로치 감독의 <빵과 장미>입니다. <방가방가>와 아주 흡사한 영화죠. <빵과 장미>가 먼저 만들어졌으니 육상효 감독이 아이디어를 차용했겠지만요. 처음에 이 영화를 보고 분개했었습니다. 켄 로치 감독에 대한 배신감 때문이라고나 할까요. 켄 로치 감독은 노동자의 삶을 카메라에 담아 진지하고 때론 슬프게, 문제의식을 제기해왔는데 이런 동화같은 영화라니, 했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말 못하고 늘 억압당하는 노동자들한테는 정말 장미 꽃다발같은 영화라는, 생각이 아주 나중에 들더라구요. 영화의 본래 목적에 충실한 기분 좋은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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