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9월 5주

낮에는 여름이 온 힘을 다하고 있어서 볕이 뜨겁지만 해만 지면 계절이 바뀐 거 같습니다. 하루에 두 계절을 경험할 수 있는 진귀한 나날들입니다. 더불어 요즘 석양은 감탄사가 저절로 나오게 아름답습니다. 해가 뉘엿뉘엿해질 무렵, 해가 지는 서쪽은 보랏빛을 장렬하게 내뿜습니다. 멍하니 하늘을 보고 해가 그 흔적을 감추면 살갗에 닿는 찬 기운에 음악이 마구 땡깁니다. 저만 그런가요?^^; 

그래서 음악 영화를 골라봤습니다. 음악이 주요 내러티브로 역할을 하는 영화 네 편입니다.  

  

많은 이들이 기억할 영화죠. 화려한 장면이나 딱 떨어지는 줄거리가 있는 게 아니지만 여운이 오래 가는 영화죠. 감독은 이 영화가 영화로 기억되기 보다는 언제든 음악이 듣고 싶을 때 틀어놓을 수 있는 뮤직비디오같은 영화로 관객에게 다가가기를 바랐죠. 감독의 바람대로 한 여름만 빼고는 언제 틀어놔도 훌륭한 배경이 될 수 있는 영화죠.  

아일랜드의 한산한 풍광, 꿈이 있는 두 남녀의 짧은 만남과 헤어짐이 글랜 한사드의  색깔있는 목소리와  잘 어울립니다. 여자가 곡에 가사를 붙이기 위해 이어폰을 꼽고, 딸 저금통을 털어 건전지를 사러나가는 동안 흘러나오는 멜로디와 마케타 잉글로바의 흥얼거림은 짜릿한 감동을 줍니다.  

음악이란 세계 공통어여서 가사로 받아들이는 게 아니듯이 이 영화 역시 줄거리보다는 음악으로 받아들여 세포 하나하나가 멜로디에 반응한다면 아주 굿인 영화죠. 

 

 

 

 

 

 

 

두 영화는 영국 밴드 '컨트롤'의 음악이 중심입니다. 영화 <컨트롤>이 리드 보컬 이안 커티스의 개인적 삶에 초점을 맞춥니다. 반면에 <24시간 파티 피플>은 그룹 컨트롤이 데뷔를 하고 주말마다 공연을 하러 다니게 된 배경을 주로 다룹니다. <컨트롤>은 흑백영화로 이안 커티스의 영화답게 그 아우라가 멋집니다. 영화적 미학도 아주 뛰어납니다. 흑백 영상이 담을 수 있는 우아함과 클래식컬한 아름다움이 어우러진데다 좀 음울합니다. 영국의 날씨와 시대상황처럼요. 이안 커티스가 낮에는 직업소개소에서 사무직으로 일하는 분위기처럼 전반적으로 황량합니다. 이안 커티스가 자살을 하게 되는 내적 동기를 어렴풋하게나마 느낄 수 있습니다.  

<24시간 파티 피플>은 아무래도 산업적 측면을 다루다보니 <컨트롤>과는 다르게 아주 경쾌합니다. 소재는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분위기의 영화입니다. 젊은 혈기를 배출할 수 있는 클럽을 중심으로 가수를 알리는 매니저의 관점으로 영화가 진행되는데 마이클 윈터바텀의 화려한 카메라 움직임은 역동적이고 아주 신이 납니다.  

 

 세번째 영화는 <도어즈>입니다. 역시 도어즈의 보컬 짐 모리슨의 기인(?) 행각을 주로 다루는데 이 영화 역시 머리보다는 그저 그의 음악에 따라 몸과 마음을 맡기면 됩니다. 락의 탄생이 저항이라는 시대정신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도 하지만 폭발적 에너지를 가진 예술가들은 평범한 일상에서 답답하고 무언가 언어나 음악으로 형언할 수 없는 깊이의 고독과 우울을 가지고 있는 게 분명합니다. 지극히 평범한 사람으로서 그들의 고독의 우물을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도서 다른 세계를 여행하는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어릴 때와 달리 맥락없는 슬픔도 가슴으로 와 닿기도 하구요. 밥  그릇을 쌓아 올리는 일이 알게 모르게 한을 품는 일인 것도 같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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