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9월 1주

지난 주에 <혹성탈출>을 봤는데 침팬지와 인간 사이에 피어나는 우정에 가슴이 움직인 사람이 적지 않을 듯 싶습니다. 어떤 생명체든 주기적으로 한 대상에 서로 노출되면 특별한 의미를 갖는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게 됩니다. 그게 한 송이의 장미든 침팬지든 중요하지 않지요. 세상에 나를 알아보고 내가 알아보는 개체는 단 하나라는 게 중요하지요.  이번 주에는 동물과의 우정을 다룬 영화를 골랐습니다.

  요정 임수정 씨가 기수로는 <각설탕>. 경주마와 기수는 호흡을 맞춰야만 하는 관계지요. 어떤 직업이나 들여다보면 애환이 있기 마련이지만 기수란 직업을 가까이서 바라보면 참 혹독한 것 같기도 하지만 말에 대한 애정은 사람에 대한 애정을 능가하기에 가능한 것도 같습니다. 경마를 사행성 게임이라고 알고 있지만(지금은 아닌가요?) 이 영화는 경마의 밖보다는 경마가 이루어지는 내부를 담고 있습니다.  

경주마가 더 이상 경주를 할 수 없을 때 그 최후를 보면 가슴이 미어집니다. 사람도 늙고 병들어 잉여 인간  취급당하는데 동물은 더 하겠지요. 늠름했던 경주마가 이리저리 팔려 시장에서 구경거리로 전락하며 채찍질까지 당하는 장면에서 눈물을 참기 힘들었습니다.  

 

 <워낭소리>는 말도 많고 독립다큐로는 드물게 흥행했던 영화죠. 다큐근본주의자들은 이 영화를 판타지라고 하는데 저는 개의치 않습니다. 지난 3월에 19년동안 한 식구였던 강아지를 안락사 시켰습니다. 녀석과 19년을 살다보니 녀석의 눈을 보면 말만 못 할 뿐이지 의사전달은 거의 가능합니다. 동물한테도 표정이 있답니다. 화날 때, 기쁠 때 뿐 아니라 컨디션이 저조하거나 뭔가 불만잇는 표정, 피곤할 때 등등 모두 표정도 시선도 다르답니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허리가 구부러지고 두통을 달고 사는 할아버지와 할아버지만큼 나이가 들어 소가 인간한테 해줘야할 일을 더 이상 할 수 없는 소의 잔잔한 일상입니다. 잔잔한 일상은, 그 자체로 엄청난 힘이 있습니다. 우리를 감동시키는 건 일어나기 힘든 큰 사건이나 기적이 아니라 바로 잔잔한 일상입니다.

나이든 할머니가 소 수발까지 들어야하냐고 투덜거리지만 이 노부부는 소를 함부로 대하지 않습니다. 소는 노부부의 가족이기 때문이지요. 할아버지랑 시내에 나가는 일조차도 힘들어 소가 걸음을 멈추곤할 때 어찌나 안스럽던지요. 눈물을 흘리는 정도가 아니라 저는 부끄럽게도 꺼억꺼억 대성통곡을 했답니다.   

  

그리고 <혹성탈출>. 이 페이퍼를 쓰게 된 동기입니다. 저는 이 영화를 만든 이가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고 믿습니다. 말 못하는 동물과의 교감을 표현하는 장면이 여러 군데 있습니다. 저는 시저가 보호소에 갇혀 집을 그리워하면서 벽에 집에 있던 창을 그려놓고 벽을 쳐다보는데 아주 감동했습니다. 동물의 심리를 이렇게 섬세하게 그릴 수 있는 사람이라면 인간에 대한 애정이 없다면 있을 수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시저의 표정은 동물을 오랫동안 곁에서 지켜 본 이만이 알 수 있는 걸 포착해 냅니다.  

전체적 결말은 시저가 탈출을 하지만 그 기본은 인간과의 우정에 기초를 두고 있고 저는 그 부분에 적잖게 감동도 받았습니다. 영리한 유인원을 키워보고 싶다는 생각까지 했을 정도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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