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은영은 여린 존재들의 아름다움을 오래 들여다보고, 복잡한 싸움을 지치지 않고 해나가려면 어떤 방향으로 걸어야 하는지 묻는 주인공이니까요. 평생을 다해 대답해야 할 질문을 주머니에 넣고 달리는저의 친구가, 읽어 주시는 분들에게도 좋은 친구이길 바랍니다. 심드렁하게 심지 있는 안은영이 무지개 칼과 장난감 총으로 머리맡을 지켜 주기를요. 특히나 세상이 망가졌다고 느껴지는 날에, 끝없이 소모되고만 있는 것 같아 슬픈 날에, 다른사람은 이해해 주기 어려운 외로움이 무겁게 커지는 날에 사람 친구만큼 책 친구가 필요하다고 여겨 왔습니다.
- P9

어차피 언젠가는 지게 되어 있어요. 친절한 사람들이 나쁜 사람들을 어떻게 계속 이겨요. 도무지 이기지 못하는 것까지 친절함에 포함되어 있으니까 괜찮아요. 져도 괜찮아요. 그게 이번이라도 괜찮아요. 도망칩시다. 안 되겠다 싶으면 도망칩시다. 나중에 다시 어떻게든 하면 될 거예요. - P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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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좀 달라질 것이다. 테레즈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이젠 캐롤을 온전히 다시 만날 것이다. 그럼에도 캐롤은 그 누구도아닌 여전히 캐롤이며, 앞으로도 캐롤일 것이다. 두 사람은천 개의 도시, 천 개의 집, 천 개의 외국 땅에서 함께 할 것이다. 그리고 천국이든 지옥이든 같이 갈 것이다. - P456

이 책이 출간되기 이전 미국 소설 속에 그려진 동성애자들은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그 대가를 치렀다. 이를테면, 손목을 긋거나 물속에 몸을 내던지기도 하고 이성애자로 돌아갔다(그렇게 묘사되기도 했다). 혹은, 외롭고 비참하게 단절된 삶을 살다가 망가져서 지옥만큼 끔찍한 우울증을 앓았다. 수많은 팬레터는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 작품이 동성애 소설 중에서 처음으로 해피엔딩으로 끝났어요. 우리라고 전부 자살하지 않아요. 우리 같은 사람들도 대부분 잘 살고 있다고요." - P4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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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작은 마을에도착했는데 그곳이 마음이 들어 하룻밤을 묵었다. 잠옷도 칫솔도 없었다. 과거도 미래도 없었다. 그날 밤은 시간 속에 고립된 섬이 되어 가슴과 추억 속 어딘가에 그 모습 그대로 절대적 존재로 박제됐다. 테레즈는 이게 바로 행복이라고 생각했다. 지극히 완벽해서 귀하디 귀한 존재, 대단히 귀해서 이런 행복이 있는지 아는 이가 거의 없었다. 그저 행복하기만 했지만 그 행복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자 다른 존재, 지나치게 부담스러운 존재로 변모했다. 손에 든 커피 잔, 저 아래 정원을 빠르게 가르는 고양이, 구름 두 개가 소리 없이 맞부딪히는 모습까지도 테레즈가 참을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섰다.
한 달 전만 하더라도 갑자기 찾아드는 행복이 뭔지 몰랐던 테레즈.그 여파로 지금 자신의 상태까지 이해하지 못했다. 유쾌하다기보다 오히려 이따금씩 고통스러웠다. - P338

자신에게만 심각한 흠이 있는 건 아닌지 두려웠다. 골절된 척추로 걷는 것만큼 겁이 났다. 캐롤에게 털어놓고 싶은 충동이 일어도 테레즈가 입을 열기도 전에 그 말들은 모두 녹아내렸다. 테레즈는 자신의 반응조차 두렵고 믿을 수 없었다. 남들은 이런 반응을 보이지 않을까봐 걱정스러웠다. 캐롤도 이런 반응을 이해하지 못할 것 같았다.
- P339

"어떤 바보들은 제 발로 문제를 찾아간다니까‘" - P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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