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적 시 읽기의 괴로움 - 사랑과 자유를 찾아가는 유쾌한 사유
강신주 지음 / 동녘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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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하나의 세계가 아니라 몇백만의 세계, 인간의 눈동자와 지성과 거의 동수인 세계가 있고, 그것이 아침마다 깨어난다."(프루스트)-16쪽

시인이나 철학자들을 선생님이나 정신적 멘토로 숭배하지 마세요. 그들이 남긴 시나 철학을 만고불면의 진리로 여겨 외우려고 해서도 안 됩니다. 중요한 것은 여러분의 삶이니까 말입니다. 여러분이 느끼고 고민했던 것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도록 노력하세요. 언젠가 여러분도 자기만의 삶을 긍정하고 그것을 표현할 수 있는 시인이나 철학자가 되어 있을 테니까 말입니다. -17쪽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을 가진 자가 상품을 가진 자보다 우월한 지위를 차지하게 됩니다. 돈은 무한한 교환 가능성을 갖지만, 상품은 유한한 사용 가능성만을 갖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상품을 가진 사람은 다른 필요한 것을 구입하기 위해 자신이 가진 상품을 팔아서 돈을 획득해야만 합니다. 그래서 돈을 갖지 않은 사람은 자본가에게 자신의 노동력을 팔고, 그 대가로 받은 돈으로 삶을 영위하지요. 그가 바로 노동자입니다. 자본주의 사회란 노동이 돈보다 열등한 지위에 있는 사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육체노동이 경시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100-101쪽

"남을 속속들이 알려고 하기보다는 알 수 없는 것은 그대로 남겨두는 것이 관계의 방식이자 사랑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한다."(김행숙)-123쪽

"정신보다는 육체에, 과거보다는 미래에, 집단보다는 개인에, 질서보다는 자유에, 도덕보다는 본능에 가치를 두는 세계관이 바로 야한 정신"(마광수)-130쪽

사랑은 타자를 신과 같은 절대자로 만들어버립니다. 그가 나를 나만큼 사랑해주기를 강제할 수 없고, 단지 바라는 것 이외에 다른 방도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사랑에 빠진 우리가 사랑하는 바로 그 사람의 자유를 절대적으로 긍정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줍니다. 그렇지만 이런 상태는 우리를 불안하게 합니다. 기도의 이면에 사실 내 기도를 들어주었으면 하는 숨은 욕망이 있는 것처럼, 내 사랑도 그에 걸맞은 대가를 무의식적으로 원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사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로부터 사랑받으려는 욕망 아닌가요?-186쪽

"인간은 자신의 역사를 만들어가지만, 자신이 바라는 꼭 그대로 만드는 것은 아니다."(마르크스)-205쪽

살아 있는 우리에게 삶이 안 또는 내부라면, 죽음은 바깥 또는 외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삶이란 것은 결국 안과 바깥이 직면하여 바깥이 안이 아니고 안이 바깥이 아닌 긴장 관계에 놓이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물론 언젠가 바깥이 안을 완전히 점령하는 순간이 오겠지요. 그래서 블랑쇼에 따르면, 인간에게 미래란 죽음의 신비로 사유됩니다. 언젠가 죽는다는 것만큼 확실하면서 동시에 불확실한 것도 없을 겁니다. 그렇지만 더 심각한 것은 우리가 도대체 죽음이 무엇인지, 혹은 어떤 상태인지 짐작조차 할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죽음은 깊이를 알 수 없는 심연처럼 위험해 보입니다. 줄을 던져 그 깊이를 헤아려보려고 해도 줄은 그 바닥에 닿지를 않습니다. 죽음이 가장 완전한 의미에서의 바깥, 혹은 타자인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24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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