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의 철학 - 공적 행복을 찾아서
김선욱 지음 / 길(도서출판) / 2011년 4월
품절


경제에만 몰두하는 삶은 인간을 자유롭게 하기보다는 노예로 만든다. 돈을 많이 벌고 그 돈을 쓰면서 얻게 되는 자유는 개별화된 사적 공간을 확보함으로써 이룬 해방 공간 속에 스스로 고립됨으로써 얻는 자유일 뿐이다. 이러한 자유에는 공적인 성격은 배제되어 있고 오직 사적인 성격만이 있다. 따라서 오늘날 사회에 내재된 경제의 노예적 구조에 대한 자각 없이 행복만을 추구함녀 우리는 노예적 행복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 -34쪽

함포고복이라는 말이 있다. 나라는 백성들을 등 따습게 하고 배부르게 하면 그만이라는 말이다. 하지만 이 말에서 시민은 항상 나라의 도움을 받는 존재로만 상정되어 있다. 시민은 주체가 아니라 객체로서만 인식된다. 노동에만 머물러 있고, 노동을 가능하게 하는 공적 구조에 무지할 때 시민은 노동을 매개로 노예로 전락한다.
-37쪽

개인은 인간다운 삶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말과 행위를 통해 자신을 드러내기를 원한다. 드러냄 없이는 개인의 삶에 실존감을 가질 수 없고, 나아가 자아의 내면을 형성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개인에게는 자신을 드러내는 공적 공간이 필요하고, 세계가 필요하게 된다. 세계에서 자신을 드러낼 때 인간은 비로소 인간다움을 경험할 수 있다.
-41쪽

공동체성이란 개인이 단지 개체적으로 분리된 존재가 아니라는 점, 개인은 근본적으로 평등하면서도 서로 연합을 이루는 가운데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고 있다는 사실을 지칭하는 말이다.-45쪽

공적 행복은 감정적 상태를 말하기는 해도 공적 행위에 수반되어 나오는 것이다. 따라서 공적 행복은 공적 행위 혹은 정치 행위와 함께한다.-48쪽

공적 행복을 느끼는 개인은 다른 사람들의 현존을 요구한다. 차이에 대한 열정이 작동하기 위해서는 차이를 느끼게 하는 대상이 현존해야 하며, 남을 능가하기 위해서는 능가할 남이 현존해야 한다. 따라서 공적 행복을 느끼게 하는, 행위하는 실존적 개인은 결코 단독자일 수 없으며, 그는 항상 다른 사람과 함께 있는 개인이며, 관계 속의 개인이다. 따라서 공적 행복을 느끼는 개인은 이미 상황 속에 있는 개인이다. 이런 까닭에 우리는 공적 행복의 보다 심층적 근원을 정치적으로 함께함, 즉 인간의 근원적 관계성이라 대답할 수 있다. -60쪽

"모든 인간은 평등하게 태어났다고 우리는 선언한다."(미국 독립선언서)
-105쪽

철인왕 콤플렉스는 철학자들이 탁월하게 발휘할 수 있는 이성적 사유를 통해 사회를 규율할 수 있는 원리를 발견함으로써 사회 내에서 지배적 위치를 꾀하려는 철학자의 태도를 가리키는 말이다.
-118쪽

시민성은 시민적 자유를 기초로 하며 자율을 이루는 방식으로 형성된다. 하지만 철인왕을 자임하는 정치가는 국가에게 좋은 것에 대한 생각을 독점하며 이를 시민과 공유하지 않는다. 그런 정치가는 무지한 시민들과 자신의 지위를 달리 설정하고, 자신을 지배적인 위치에 놓은 뒤 시민들을 계도하는 데 주력한다. 시민들은 스스로 의견을 만들어내고 자율성을 통해 정치적 결정에 동조할 기회를 갖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제시된 지시를 따라야 한다. -120쪽

사회적 공동체에서는 누구나 공동체의 공동의 목적에 따라 평등하게 평가 대상이 되는데, 이때의 평등이란 개인의 복수성을 발현하기 위한 조건으로서의 평등이 아니라, 반대로 개인의 다양성을 억압함으로써 형성되는 동질화된 평등을 의미한다. -162쪽

정치적 공동체는 정치적 공간을 열어야 하고, 개인은 개성과 자율성을 드러내는 정치적 행위를 통해 소통을 이루어야 한다. -167쪽

정치적 공동체는 특정한 목적을 지향하는 공동체가 아니며, 특정 목표의 완수와 더불어 더는 존립할 필요가 없게 되는 결사체가 아니다. 정치적 공동체는 인간이 만든 인위적인 공동체이지만, 인간이 본래 정치적이라는 존재론적 이해의 바탕에서 보면 자연적 공동체이다. 그런데 이 공동체가 정치적일 때는 개인들의 연대를 일으키는 정치적 원리가 작용할 때이다.
-169쪽

함께함은 타인에 대한 고려와 배려에 근거한다. 즉 우리가 다른 사람과 공통적이라는 느낌에 바탕을 두고 "누구나 다 나와 같을 것이다"는 생각이 바탕에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생각의 기초에는 우리들이 하나의 공동체에 속해 있다는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 이 인ㅇ식이 바탕에 놓을 때 우리는 서로를 긍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다. 이러한 인식은 이성적 판단에 근거한 것이 아니다. 이성적 판단이란 이미 합리적이라고 판단한 보편적 원리나 객관적 준거를 가지고 판단 대상을 거기에 적용하는 것을 말한다. 하나의 공동체에 속해 있다는 인식은 오히려 정치적이라고 할 수 있는 판단에 기초한 것이다. -210-211쪽

정치적 판단은 이성적 동의만을 목표로 하지 않으며, 따라서 논리적 논증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정치적 판단은 자신의 생각과 의견에 대한 설명에 집중한다. 즉 자신이 어떻게 그 의견을 갖게 되었으며 이유가 무엇인가를 말함으로써 상대를 설득하려는 것이다. 설득은 호소이다. 설득은 나의 논리에 대한 굴복을 요구하지 않는다. 오직 자발적 이해와 동의를 구할 뿐이다. 또한 설득은 나와 상대에게 마음의 확장을 요구한다. 마음과 생각의 폭을 넓힘으로써 우리와 상대는 서로 귀를 기울이게 되고 서로를 존중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마음의 확장은 우리의 상상력을 통해 가능하게 된다. 물론 기본적으로 마음의 확장은 자신의 사적인 이해 관심을 초월할 때 가능하다. 마음이 열리고 넓어지도록 호소하고 차이를 용인하고 포용할 수 있는 여유를 확보하여, 피차의 차이를 넘어 합의와 공동 행위를 이룩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2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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