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경제 강연 - 부동산 계급 사회 

  * 알라딘 공부방 6기가 진행 중인데, 이 강연은 5기 경제 시리즈 강연이었다. 이제서야 후기를 남긴다. 

  부동산 계급 사회. 손낙구 선생님의 책으로, 출간 당시부터 화제였다. 판매량은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슈였다. 이슈와 판매량은 비례하지는 않는듯 하다. <미친 등록금의 나라> 강연 때도 강연자가 책 판매가 저조하다는 이야기를 했던 것 같다. 손낙구 선생님께서는 손수 만든 피피티 자료를 마련해 시각적으로 집중이 잘 되도록, 그리고 쉽게 전달되도록 애쓰셨다.  

  "한국의 건설업 비중은 선진국의 5% 이내로, 전체 14위이다. 남한 인구의 40% 정도가 월세든 전세든 세살이를 하고 있으며, 인구의 5% 정도가 전체 부동산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도표를 보여주셨는데, 최고 집부자 한 사람은 1083채의 집을 가지고 있다고. 이 사람뿐만 아니라 상위 3% 가량이 엄청나게 집을 보유하고 있었다. 99채의 집을 가진 사람은 숫자 100을 채우기 위해 한 채를 더 가지고 싶어 한다는 말이 떠올랐다. 이 분은 도대체 몇 채를 목표로 삼고 있는 걸까. 이렇게 상위 5%가 집을 많이 보유하고 있으니 아무리 집을 많이 지어봐야 소용이 없다. 집은 많은데 세사는 사람들은 더 늘어나고 있는 현실. 

 "한국 노동자의 임금은 중국 노동자의 열 배 수준이며, 부동산은 사십 배에 달한다. 결혼 비용은 약 1억 7천만 원이 들고, 그 중 4분의 3 정도가 주택비용이다. 부동산 때문에 노후 비용이 부족한 상황이며, 서울의 일반 직장인이 33평 집을 사려면 57세까지 한 푼 쓰지 않고 벌어야 가능하다." 결혼 비용을 보고  놀랐다. 이 돈이 없어도 결혼하는 사람들은 많으나 평균적으로 그렇단다. 혼자 살아야 하나. 가끔 연봉, 집, 재산, 학력 등의 평균을 산출하여 기사화 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 아래 달린 댓글들을 보면 어디서 조사했냐, 어느 나라 얘기냐,류의 것들이 많은데, 이같은 통계가  필요하기도 하지만 다수의 사람들에게 이는 '평균의 폭력'으로 다가간다.  

  "외환위기 이후 시중은행 여섯 개가 외국 자본에 넘어가면서 가계 대출이 급증하였는데, 회수 기간이 빠르고 단기간에 많은 사람들에게 빌려줄 수 있는 대출이 주택담보 대출이었다. 따라서 주택담보 대출자가 급증하였고, 은행의 정책이 결과적으로 부동산 과열을 조장한 셈이 되었다." 부동산이 과열되면, 그 다음은 뭘까? 시나리오를 전개해 보자. 대출을 받아 부동산에 투자한 사람들이 세를 놓게 되면, 이들은 세 들어 사는 사람들에게 많은 세를 받아내려 할 것이다. 전세금, 월세금이 올라가고, 사람들은 전세자금, 월세 보증금을 마련하기 위해 다시 대출을 받는다. 결국 은행이 승리하는 구조다.  

  손낙구 선생님은 부동산으로 계급을 나누는데, 자신에게 이 기준을 적용하여 나는 몇 계급에 속하는지 확인해보는 것도 좋다. 그러나 자신의 계급을 올리기 위해 분투하기보다는 이러한 계급을 없애려고 해야 할 것이다. 높은 계급에 속했다고 좋아할 것도 아니고, 낮은 계급에 속했다고 우울해 할 필요도 없다. 계급과 그에 해당하는 사람들의 비율은 한국 사회가 얼마나 양극화되었는지를 확인하는 자료로 사용하면 된다. 그리고 개선을 요구해야 한다. 보증금 5천만 원 이상 셋방살이 하는 가구가 4계급에 속하는데, 이들은 100만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렇다면 나머지는 보증금 5천 이하의 셋방살이라는 것이다. 주변을 둘러봤을 때 4계급 이상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많다면, 그건 현실과 다르다는 것을 알면 된다.  

  "한국에만 있는 전세 제도 때문에 향후 부동산의 향방을 알 수가 없다. 대개는 자기 자본을 50% 가량은 가지고 시작하기에 은행에 빌린 돈을 갚지 못해 은행이 부도나는 상황은 오지 않을 것이다." 은행이 부도나진 않겠지만, 개인은 2년마다 올라가는 전세금을 보충하기 위해 끊임없이 은행에 빚을 더 져야 하는 상황이 반복된다. 갚아야 할 금액과 기간은 늘어나고, 갚지 못하면 현재보다 작은 집, 또는 전세라면 월세로 전환을 해야 한다.  

  "독일의 민간 택지에 사는 인구가 한국보다 많다. 그러나 13년 동안 월세가 두 번밖에 오르지 않고, 적정 임대료 상한선을 정해 올리지 못하도록 한다. 동네마다 세입자 노조 대표가 있어 정부 공무원과  집주인, 세입자가 삼자대면하여 가격을 정한다. 세입자 조합마다 인권 변호사가 자문을 한다. 약자는 가능한 한 보호하도록 하고, 65세가 넘으면 현재 머물고 있는  집에서 십 년 이상 살 수 있도록 한다. 월세를 3개월 이상 안 내거나 집의 기물을 부수면 나가야 한다." 한국과 비교하면 천국이다. 네덜란드와 싱가포르의 사례를 보자.  

  "네덜란드 공공임대주택의 34%가 집주인이 공무원이다. 소득에 따라 가격이 내려간다. 하지만 정부의 부담이 커지고 공급을 위해 시간이 오래 걸리는 단점이 있다. 한국의 공공임대주택은 5% 정도.", "싱가포르 전체 국민의 92% 가 자기 집을 소유하고 있다. 과거에 독재 정권이 압류를 하여 80%의 땅이 국유화되었기 때문이다. 정부가 건축업을 하여 국민에게 싸게 넘기는 구조다."  

  독일과 네덜란드, 싱가포르의 사례 모두 이상적으로 보인다. 각각 시스템은 다르지만. 손낙구 선생님께서는 독재자가 강압적으로 압류를 한 것은 지금으로서는 불가능하고-싱가포르의 사례를 말씀하실 때 어떤 청강자가 '좋은 독재자'라는 표현을 썼던 것 같다-, 네덜란드의 사례도 정부의 부담이 커서 힘들 것 같다고 하신듯. 개인적으로 볼 때 독일 시스템이 참 괜찮다. 월세든, 전세든 상한선을 두어 올리게 하고, 한 번 올리면 향후 수 년 간 올리지 못하게 한다. 세 드는 자, 집주인, 정부 공무원이 나와 회의를 하여 가격을 책정하는 시스템도 괜찮다. 이 모두가 합리적인 사회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아마, 한국에서 이리되면 집주인과 공무원이 결탁해 뇌물을 주고받고 가격을 이미 정한 뒤 세입자와 회의하여 상한선 폭을 크게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독일은 인권 변호사에게 자문까지 구한다니 참으로 이상적이지 않은가. 

  '재개발'이라는 단어가 사람들의 삶을 참으로 피폐하게 만든다. 집을 가진 자들은 자신의 재산을 불리기 위해 재개발, 뉴타운 하자고 하고, 집을 소유하지 못하고 세든 자들은 아무런 의견도 내지 못한다. 국가가 지정한 땅에 포크레인이 들어서고, 철거 용역이 들어간다. 국가와 있는 자는 제 이익에 따라 목소리를 내지만, 가진 것이 없는 자들은 그들이 하자는대로 따를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들은 중심에서 변두리로, 변두리에서 더 변두리로 밀려난다.  

  내가 사는 동네도 재개발 예정지다. 며칠 전 한 주민이 전단지를 돌렸다. 재개발 하지 말자고 외쳐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현재 세든 사람들을 생각해서가 아니라, 그렇게 해야 주변 지역과 비슷한 가격으로 집값을 더 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돈의 흐름에 지식이 없어 그 원리는 모르겠지만, 재개발을 하자고 하든, 하지 말자고 하든, 모두 제 돈을 불릴 생각을 하고 있다. 살고 있는 집에 언제까지 머물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아마 올해까지겠지. 이곳은 중심가의 변두리다. 난 이제 변두리의 변두리로 가야 할까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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