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사 산책 14 - 세계화 시대의 '팍스 아메리카나' 미국사 산책 14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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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준만이 한창 사회의 불합리와 지식인의 모순된 행동 등에 대해 분노를 표출하던 90년대 후반 이후, 그의 활동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더이상 거친 글을 쓰지 않았고, 누군가를 향해 실명 비판을 하지도 않았다. 많이 지쳤구나 생각했고, 글을 쓸수록 적을 더 늘리면서 외로움도 많이 느끼겠다 생각했다. 그러나, 그의 비판 활동은 현저히 줄었지만, 집필 활동은 전혀 줄지 않았다. 인터넷 검색창에 '강준만'이라는 세 음절을 치면 엄청나게 많은 책들이 나오고, 그 중 2000년대에 낸 책들도 상당수다. 그는, 비판을 줄인 대신, 한국의 생활사를 써내려가고 있었다. 강준만 2기 체제인 셈. 

  이미 수많은 축구, 목욕, 전화, 성형 등등에 관해 많은 글을 썼고, 그 중 일부를 책으로 엮었다. 한국의 생활사를 쓰면서 함께 작업한 것이 미국사다. 한국은 한편으로는 일본을, 한편으로는 미국을 따라가고 있고, 일본과 미국의 현재를 보면 한국의 미래를 알 수 있다. 미국은 앞으로도 한국과 밀접한 관계를 맺는 국가로 남을 것이고, 미국에서 일어나는 정치, 문화, 기업 등의 사례를 통해 배울 것은 배우고 비판할 것은 비판해야 한다.  

  미국사 산책 14권의 주제는 '세계화 시대 '팍스 아메리카나''이다. 세계화, 문명의 충돌, 어플루엔자, 클린턴의 지퍼게이트, 신자유주의 등을 크게 다루고 있고, 각각의 주제에 부합하는 재미난 일화로 구성하였다. 아무래도 사건의 내역이 밝혀지며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클린턴의 섹스 스캔들이 흥미롭게 읽힌다. 클린턴의 섹스 스캔들에서 구체적인 행위와 그의 성기의 독특한 모양새 등이 적나라하게 언론에 오르면서 이것은 흡사 한 편의 포르노가 되었다. 미국 언론의 기사는 매우 건조하고 딱딱하나, 세밀한 동작과 모양새까지 써내려감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상상력을 발휘하게 만든다.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사실 하나는, 클린턴의 여자관계가 모니카 르윈스키와 폴라 존스 정도가 아니었다는 것. 그는 학창 시절부터 결혼 이후, 주지사 시절에도 여자 문제로 끊임없이 그의 아내 힐러리를 고통스럽게 했다. 아내와 자다가도 밤에 몰래 나가서 다른 여자를 만나 섹스하고 새벽에 들어오기도 했고, 힐러리는 이같은 일이 수차례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꾹 참고 살았다. 힐러리 또한 정치적 야심이 있기 때문. 뉴욕 포스트에 의하면 클린턴이 '섭렵'한 여자가 수백 명에 이르고, 인종이나 노소는 물론, 유부녀, 미망인도 가리지 않았다고. "흑인, 백인, 딸 첼시 양만큼 어린 처녀, 이혼녀, 창녀, 카바레 가수, 변호사, 미스 아메리카, 기자, 공무원, 친구의 부인에 이르기까지 골고루 상대했다."

  누구랑 어떻게 섹스를 하는가,는 개인의 사적인 문제지만, 아무래도 그의 위치가 대통령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재밌는 건, 미국에서는 대통령의 섹스에 대해 보수적으로 바라보지만, 이탈리아나 프랑스 대통령의 섹스에 대해서 그 나라 국민은 미국만큼 엄격한 잣대를 대지 않는다는 것. 한국이라면, 어땠을까? 이미 대통령을 그만두어야 했을 것이다. 어떤 것이 옳고, 어떤 것이 그르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한편, 이 책에서 이야기하기로는 미국인은 섹스를 하기보다 다른 사람의  섹스를 구경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한다.  

  "시카고대학의 한 조사기관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미국인들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말로만' 섹스하기를 좋아하며, 침대에서 섹스를 하는 것보다는 텔레비전을 보며 남의 섹스를 감상하는 것을 선호하는 국민"이다. "이에 대해 한 미국인은 "미국이 완벽한 체형을 가져야 성적 매력이 있다는 심리를 조장하는 사회다 보니 배우들을 보며 대리만족을 얻는 것 같다"고 말했다"고 한다.  

 역사상 탄핵 위기에 몰린 앤드루 잭슨, 리처드 닉슨, 빌 클린턴 세 사람 중 유일하게 잭슨만 탄핵을 당했고, 클린턴은 이 위기에서 벗어나게 된다. 헌법 기초자들에 의하면 클린턴의 섹스 스캔들과 이에 대한 거짓말을 대통령의 임무를 수행하지 못할 만큼의 중대 범죄 또는 비리로 보지는 않을 것이란 여론이 조성되었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처음에 언급한 세계화, 신자유주의, 문명의 충돌 등을 주제로 하여 이처럼 자세히 기록하고 있다. 1권에서 17권까지 모두 읽을 필요도 없고, 관심 있는 주제가 담긴 책을 선택해 무작위로 뽑아 읽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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