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이 & 로티 : 미국의 철학적 유산 프래그머티즘 지식인마을 9
이유선 지음 / 김영사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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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래그머티스트들은 모든 지식이 문제 해결을 위한 잠정적인 지식이라는 것은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상대주의적인 주장을 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분명히 문제 해결 과정에서 모든 사람들이 인정할 수 있는 참된 지식에 도달할 수 있다고 믿었다.-44쪽

제임스의 프래그머티즘에서 드러나는 또다른 특징은 그가 언제나 변화, 생성, 과정을 강조했다는 것이다. 제임스는 이 우주가 정해진 법칙에 따라서 일정하게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으며, 매우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우리가 아무리 과학적으로 우주의 본 모습을 알려고 해도 제대로 알 수가 없는 것이다. 우주가 다양하게 변하는 과정에는 우리 자신의 행위에 의한 결과들도 포함되기 때문에 우리도 우주가 변하는 데 참여하고 있는 셈이다. 이것은 거꾸로 보면 우리도 자연의 일부이기 때문에 우리 자신의 경험도 끊임없이 변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그래서 제임스는 사고나 의식을 늘 새롭게 변하고 있는 하나의 흐름이라고 보았다. -55쪽

퍼스는 참된 신념은 과학적인 탐구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이 결국에는 모두 합의할 수밖에 없는 신념이며 그 신념은 실재하는 대상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60쪽

퍼스가 진리를 이상적이며 절대적인 것으로 생각했던 반면, 제임스는 우리의 경험들 속에서 진리의 문제를 생각하고 있다. 제임스에게 있어서 중요한 것은 참된 신념이 우리에게 얼마나 만족스러운 결과를 가져다주는가 하는 점이다. 제임스가 말하는 ‘만족’이라는 말은 좁은 의미에서 보면 신념이 경험에 의해 확증되어 만족스러움을 느낀다는 뜻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신념을 가진 사람이 그런 신념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 때문에 만족스러운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의미로도 생각할 수 있다.-62쪽

제임스는 선과 악, 질서와 무질서가 뒤섞여 있는 이 세계를 사람들이 노력해서 좀더 나은 방향으로 꾸준히 개선할 수 있다고 믿지만 이런 일이 인간의 힘만으로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인간은 종교적인 신앙을 가지고 있을 때 그런 일을 더 잘할 수 있다. 말하자면 신의 존재를 믿고 선하게 살려고 노력하면 신이 보답을 해준다고 생각하는 것이 우리에게 도움이 된다고 보는 것이다. 여기서 제임스가 말하는 신은 전지전능한 절대적인 신이 아니다. 신은 모든 것을 자신의 뜻에 따라서 이루어나가는 존재가 아니라 반드시 인간의 힘을 필요로 하는 유한한 존재다. 미래는 신에 의해 미리 결정되어 있는 게 아니다. 인간이 유한한 신을 믿으며 세계를 더 나은 쪽으로 개선하려고 노력하는 세계가 제임스가 바라보는 다원적 우주다. -73-74쪽

퍼스는 실재란 그것을 인식하는 우리의 마음과는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우리가 참된 지식, 곧 진리를 말할 수 있는 이유는 그 지식이 우리에게 단지 유용해서가 아니라 실재의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79쪽

(듀이의 입장) 엘리트주의가 잘못된 둘째 이유는 설사 그런 형태의 정치가 사회와 개인을 최고로 발전시킨다고 하더라도 그 방법이 옳지 않기 때문이다. 사회를 개선하고 개인의 능력을 계발하는 이유는 저마다 더 잘살고 싶어서다. 잘산다는 것은 각 개인이 원하는 삶을 산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아무리 풍족하고 풍요로운 삶을 산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다른 사람에 의해서 인도되거나 강제된 삶이라면 우리는 행복하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사회 속에서 어떤 삶을 살 것인가 하는 문제는 전적으로 개인이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할 문제다. -117쪽

(로티의 입장) 어떤 언명이 참이라고 인정되기 위해서는 사회적인 실천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 의해 입증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입증된 지식이라고 해도 언젠가 오류로 드러날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이런 태도는 퍼스의 오류가능주의의 입장과도 일맥상통한다. 진리의 문제에 관해 이렇게 오류의 가능성을 열어두는 인물을 로티는 아이러니스트라고 부르고 있다.
-132쪽

로티는 우리의 자아와 마찬가지로 공동체 역시 역사적인 우연성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곧 우리 공동체를 이끌어갈 원리가 어떤 보편적인 진리 위에 기초할 수 없다는 것을 뜻한다. (중략) 공적인 영역에서 무엇이 옳은가 하는 것은 실천적인 결과를 통해서 현실적으로 검증되어야 할 문제이지 관념적으로 논증을 통해서 주장할 문제는 아니다.
-141쪽

논리실증주의란 우리의 언어를 명료화함으로써, 겉보기에 문제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아무런 문제도 아닌 철학의 사이비 문제를 걸러내 ‘과학적인 철학’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학파의 이름이다. -14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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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가게재습격 2010-10-11 22: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꼼꼼하게 발췌해 놓으셨네요.^^ <듀이&로티>는 가장 뛰어난 프래그머티즘 입문서로 꼽을만한 것 같아요. 잘 지내시죠?^^

마늘빵 2010-10-12 17:24   좋아요 0 | URL
^^ 입문서로 괜찮습니다. 저도 뭐 궁금한게 있어서 찾아봤어요. 다 해소가 되지는 않았는데 줄기는 잡았습니다. 요새 뭐 일하고 놀고 하느라 바쁘네요. 혼자서도 뭐가 이렇게 바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