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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을 상상하라 - 핵심을 꿰뚫는 탁월한 현실감각은 어디서 오는가
로버트 롤런드 스미스 지음, 장세현 옮김 / 어크로스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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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멘토 vs. 구루


 멘토(Mentor)란 "현명하고 신뢰할 수 있는 상담 상대, 지도자, 스승, 선생의 의미로 쓰이는 말"입니다. 몇 년 사이 급격하게 우리사회에 자리잡은 신조어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왜 이런 단어가 우리 사회에서 사용되고 있는 것일까요? 서툴게나마 짐작해본다면, 조언을 구하는 자들은 지금까지 받아온 상담상대나 스승으로부터 효과적인 대답을 얻지 못했다는 실망감을 갖고 있을 터입니다. 반대로 조언을 주려는 이들은 기존의 지도자나 선생님과는 차별적인 지위와 신선함을 주고 싶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바로 멘토입니다.


 서양도 이런 현상은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듯 합니다. 그들은 멘토나 컨설턴트 같은 단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이 구루(Guru)라는 단어를 사용합니다. 구루란  원래 "힌두교, 불교, 시크교 및 기타 종교에서 일컫는 스승으로 자아를 터득한 신성한 교육자"를 일컫는 말입니다. 비즈니스계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서 이 단어를 가져와서는 마치 능력이 극에 달해 신비감마저 선사하는 '현자'라는 이미지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경영의 3대 구루로 피터 드러커, 톰 피터스, 마이클 포터를 꼽는 식으로 말입니다. 동양은 서양의 언어로, 서양은 동양의 언어로 포지셔닝하려는 노력이 묘한 기분을 들게 합니다.


 이번에 리뷰하게 될 『현실을 상상하라』는 비즈니스계의 새로운 멘토 혹은 구루로 떠오르고 있는 로버트 롤런드 스미스의 신작입니다. 저자는 옥스퍼드 올 소울스 컬리지(Oxford All Souls College)에서 7년 연속 우등생 장학금을 받았으며, 철학과 문학을 전공하여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강의를 하던 철학자 로버트는 1998년부터 강단을 떠나 다양한 기업에  컨설팅을 해왔습니다. 그리고 현재는 우리에게 친숙한 알랭 드 보통과 시민교육기관인 인생학교((The School of Life, London)을 설립하고, 교수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럼 철학자로 시작해 컨설턴트로도 입지를 굳힌 경영 구루의 강의를 경청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철학자, 전략을 파하다.


미국 비누공장에서, 포장기계의 오작동으로 가끔씩 비누가 안 들어간 빈케이스가 발생함. 경영진이 외부 컨설팅을 받아서 X-Ray 투시기를 포장공정에 추가 하기로 결정함. 컨설팅비: 10만불, X-Ray기계: 50만불, 인건비: 매년 5만불 


그런데...

X-Ray 투시기를 주문하고 기다리는 몇 개월간 갑자기 불량률이 제로가 되버린거임. 원인을 알아보니 최근에 새로 입사한 라인 직원이 집에서 선풍기를 가져와 빈케이스를 다 날려보내고 있었음. 선풍기 : 50불

출처: http://bd105.blog.me/10181605756


 저자는 "적군과 실제로 맞닥뜨리는 순간 모든 전략은 무용지물이 된다."는 격언으로 책을 시작합니다. 본인이 경영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으면서도 과감하게 전략 무용론을 들고 나온 것입니다. 대신에 그가 강조하는 것은 현실입니다. 그렇다면 현실을 직시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를 위해서는 판에 박힌 전략적 질문을 넘어서서, 현실을 탐색할 수 있는 질문과 해답을 얻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이런 방식은 철학자 소크라테스의 '문답법'을 연상하게 하는 방식과 구성입니다. 경영서로서는 색다른 방식이지만, 저자가 원래 철학자 출신임을 상기한다면 그리 놀랄만한 일이 아니기도 합니다. 


 책은 모두 48개의 질문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질문들은 다시 12개씩 묶어서 4개의 장을 이루고 있습니다. 거시적인 큰 그림(세계라는 현실)속에서 시작한 질문은 시장, 당신의 조직을 거쳐서 당시의 머리속이이라는 미시적인 존재로 점점 좁혀가며 핵심을 파고듭니다. 심오한 질문 다음에는 저자의 풍부한 컨설팅 경험에 근거한 사례가 뒤를 잇습니다. 질문마다 종종 등장하는 집필 장소가 전세계를 아우르는 것처럼, 책의 사례는 저자의 유년기에서부터 아프리카, 유럽, 아시아를 종횡무진하며 생생한 현실감을 불어넣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며 읽어가던 저는 저자의 과한 친절(?)에 오히려 눈쌀을 찌푸려야 했습니다.



문제와 해답을 동시에 실어놓은 점이 아쉽다.


 흔히 수학 실력을 기르기 위해서 가장 금기시하는 일은 문제가 풀리지 않을 때, 바로 해답을 보는 일입니다. 자신의 힘으로 문제를 고민하고 해결하는 과정을 거쳐야만, 비로소 자신의 실력을 쌓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책은 저자의 기막힌 질문과 절묘한 사례 다음에 곧바로 저자의 생각을 밝히고 있습니다. 그것도 중요한 부분에 색으로 강조까지 해가면서 곧바로 해답을 알 수 있는  친절을 베풀고 있습니다. 덕분에 질문과 사례를 음미하고 사고하기도 전에, 너무나 쉽고 빨리 해답과 만나게 됩니다. 대신에 독자들이 직접 자신의 생각을 적을 수 있는 공간과 심사숙고 후에 해답을 볼 수 있는 편집이 아쉽습니다.


 이러한 구성은 저자의 참신한 주장을 받아들이는 데에도 오해를 불러일킬 수 있습니다. 비현실적인 전략을 비판하고, 현실에 기반한 질문을 통해서 새로운 해답을 제시하려는 노력이 바래게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저자의 경험과 고민해서 나온 해답 또한 식상한 잔소리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거침없이 자신이 담고 있는 비즈니스 세계와 컨설팅 분야를 비판하고 현실적인 비전을 제시하려는 저자의 시도에는 거듭 감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저자가 진정 말하고 싶었던 것은 진정한 컨설팅이 비즈니스에 활력을 불어넣는 '현실'이 아닐까 합니다.


회사의 기계가 고장나서 자체 해결을 못해 전문 수리공을 초빙했다.

수리공은 이리저리 몇시간을 살펴보다가 망치질 한 번을 했더니,

기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시작했다.

나중에 회사에서는 수리공이 제출한 견적서를 보고 깜짝 놀랐다.

1900년대 초에 물가수준으로는 거금인 200달러가 적혀있었던 것이다.

놀란 회사에서 상세한 수리 내역을 적어달라고 요청했더니.....

내역서에는

   1.망치질: 5달러

   2.망치로 칠 곳을 찾는 일: 195달러

   3.합계: 200달러


출처: http://me2.do/IxtXiz7S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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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코머핀 2014-01-23 1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확인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