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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의 물결 - 자원 한정 시대에 어떻게 성장할 것인가
제임스 브래드필드 무디 & 비앙카 노그래디 지음, 노태복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3년 10월
평점 :
절판
변화는 예상보다 느리게 일어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더 빠르게 일어나기도 한다. 더 느리다고 하는 까닭은, 예고된 발전이 언제나 곧바로 일어날 것 같으면서도 실현되기에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중략) 이에 비해 더 빠르다고 하는 까닭은, 변화란 일어났다 하면 거세게 몰아닥쳐 미쳐 알아차리기도 전에 세상이 완전히 달라져 있기 때문이다.
-p.20에서
작년 tvN에서 방영되어 인기를 끌었던 <응답하라 1997>에 이어서 올해 방송 중인 <응답하라 1994>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지나간 시절에 대한 그리움과 추억을 떠오리게 하는 복고적인 감성이 대중들과 통했다는 중론(衆論)입니다. 저 또한 이 드라마를 뒤늦게 찾아서 감상하고 있습니다. 이 드라마를 보면서 떠오르게 되는 개인적인 감상은 바로 변화에 대한 자각이었습니다. 약 20여년이란 세월의 흐름 속에서 참으로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모뎀을 이용한 피시 통신에서 광랜을 이용한 초고속 인터넷으로, 삐삐로 호출하고 공중전화로 통화하던 모습에서 언제 어디서나 스마트폰으로 영상 통화가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마치 거센 폭풍우가 몰아쳐도 태풍의 눈은 고요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처럼, 수많은 변화를 거쳐왔지만 정작 그 중심에 있었던 저는 그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이런 저의 생각은 위에서 인용한 변화의 속성을 설명한 부분을 읽으면서 더욱 확신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지금 그 어느 때보다 빠른 변화의 중심에 서 있습니다. 그래서 여전히 그 속도를 체감하기는 힘이 듭니다. 반면에 변화에 조금이라도 적응하지 못하면 순식간에 도태될 수 있는 위험에 처해 있습니다. 그럼 (이전에 리뷰했던 새로운 황금시대의 저자처럼 모두 호주 출신인) 과학자 제임스 브래드필드 무디와 언론인 비앙카 노그래디가 그려내는 제 6의 물결 속으로 헤엄쳐 들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제5의 물결에서 정보통신기술이 핵심이었다면, 제6의 물결에서는 효율성이 가장 중요한 점이다. 자원 효율적인 기술들은 재료, 장비, 소프트웨어, 시스템을 망라하여 성능이나 생산성, 효율을 높이면서도 비용, 자원투입, 에너지 소비, 쓰레기나 오염물질을 줄이는 기술이다. ...(중략) 이 모든 청정기술이 등장하면서 자원 효율성을 높일 기회들은 더욱 많아지고 있다.
-p.150~154에서
저자들은 자연, 사회적인 변화에 대해 인간이 어떤 일을 하는 새로운 방법인 혁신을 통해 대응한다고 말합니다. 혁신은 크게 ①새로운 '기술'의 발전 ②'시장'의 변화 ③이 두 요소를 서로 연결시키고 함께 결합되도록 북돋우는 '제도'의 변화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러한 혁신을 통해 경기 변동이 이루어진다는 경제학자 슘페터의 이론에 따르면, 현재 증기력에서 정보통신기술까지 다섯 번의 커다란 '혁명'이 일어났다고 합니다. 저자들은 이제 우리 앞에 효율성을 앞세운 청정기술이라는 제 6의 물결이 곧 들이닥친다고 예측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예측에 신빙성을 부여하는 것은 바로 지금 현재 치열하게 일어나고 있는 다양한 변화의 조짐입니다. 이미 서울시에서도 시행하고 있는 카쉐어링 서비스에서부터 태양전지사업으로 추정재산 26억 달러에 달하는 부를 쌓은 중국인 젱롱 시의 사례까지 책은 이미 시작된 제 6의 물결을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책의 1부가 변화와 혁신, 다가올 제 6의 물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면, 2부는 이에 적응하기 위한 해법을 담고 있습니다. 저자들은 이제 쓰레기가 곧 기회이며, 이를 통해 알맞은 서비스를 팔아야 한다고 제안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원을 철저하게 모니터링해야 하며, 이는 곧 디지털 세계와 자연 세계가 하나로 통합됨을 의미합니다. 이런 효율성에 따라서 필연적으로 생산물은 지역적이고, 정보는 국제적인 경향이 가속화됩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단 하나의 해답은 바로 자연의 디자인과 기술을 응용하는 생체모방(biomimicry)뿐이라고 저자들은 힘주어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명쾌한 논리와 적절한 사례를 통해 책의 주장에 깊이 공감하면서도 저는 막연한 저항감을 버릴 수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자원 한정 시대에 등장하는 도전에 맞서 한국은 전지구적 지속 가능성과 성장의 중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서울은 '녹색 성장'이라는 새로운 경제 성장 모델을 선도하고 확산시키는데 전념하는 글로벌 녹색성장연구소의 본거지이다. ...(중략) 이러한 투자가 결실을 맺어 한국은 2012 글로벌 청정기술 혁신 지수에서 세계 10위 그리고 아시아에서는 1위에 올랐다.
-p.7~8 한국어판 서문에서
행동설계틀 통해 변화를 유도하는 히스 형제의 책 『스위치』의 한국어판 서문을 보면 이건희 회장에 관한 일화로 시작합니다. 1993년 신경영 전략을 발표한 이건희 회장은 직원들에게 7.4제(오전7시 출근, 오후 4시 퇴근)라는 새로운 근무 제도를 실시했고, 그 결과 삼성이 세계적인 기업으로 우뚝 설 수 있었다고 적고 있습니다. 하지만 글로벌 삼성의 원동력을 이제는 폐지된 7.4제에서 찾는 이는 별로 없습니다. 오히려 반도체와 휴대폰 시장을 내다 본 이건희 회장의 혜안과 과감한 기술 투자에서 그 이유를 찾는 것이 타당할 것입니다. 위에서 인용한 것처럼 이 책의 한국어판 서문에도 비슷한 내용이 실려있습니다. 대한민국이 청정기술의 중심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기분 좋은 칭찬입니다.
하지만 달콤한 저자의 지적은 저를 불편하게 했습니다. 저자가 바라본 녹색한국의 모습과 제가 살아가고 있는 지금 여기의 모습이 많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저는 책을 읽는 내내 내가 변화의 중심에 서 있기 때문에 이를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인지, 아니면 데이터로만 한국을 살펴본 저자의 안이함이 불러온 실수인지를 내내 고민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이 문제가 결코 비효율적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아니 오히려 우리 모두가 지금 반드시 생각해 볼 질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출발점을 알아야 방향을 정하고,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은 청정기술을 사용하여, 녹색 성장과 함께 하며, 자연친화적인 문화 속에서 살고 계십니까?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