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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촌수필 ㅣ 문학과지성 소설 명작선 6
이문구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0년 2월
평점 :
품절
<관촌수필>하면 가장 먼저 기억나는것이 십년전쯤 방송됐던 동명의 드라마이다. 당시 모방송사의 개국특집드라마였는데 지방이라 여름방학때 점심을 먹으면서 언뜻언뜻 봤던 기억이 난다. 무슨 말인지도 쉽게 알아듣지 못하는말로 사람들이 열심히 연기를 했던것 같긴한데.. 어떤 내용이였는지, 누가 나왔었는지 아무 기억이 없다. 그저 '저런 재미없는 드라마 누가본다고 만들었나?'란 의문만 가질 뿐이였다.(좀전에 인터넷으로 알아보니 주인공 민구역을 양동근이 했다고 나오는데 전혀 기억이 없으니..)
하지만 세월이 흐르고, 중학생이던 내가 이렇게 나일먹어(?) 소설로 만난 관촌수필은 뭐라 말해야할까? 정말 재미있고, 감동적이였다. 충청도 사투리라 경상도사람인 내가 이해하긴 쉽지 않았지만 마음속으로 연기자처럼 읽어나가자 색다른 맛이났다. 물론 난생 처음보는 단어들이 나와서 낯설기도 했지만 말이다.
나와 많은 시간차이가 나는 이야기들이지만 그 주인공들은 왠지 익숙한 느낌이였다. 옹점이도 대복이도 요즘같은 세상에서 찾아볼 수 없는 사람들이지만 어릴적 나와 잘 놀아줬던 옆집언니, 오빠같은 생각이들었고, 읽으면서 콧끝 찡하게 만들었던 공산토월의 석공. 잊혀지지 않기위해 글을 썼다는 작가의 그 마음을 조금은 알것 같았다. (하늘에서 그분들을 다시 만났을꺼란 생각도 뜬금없이 해봤다.)
나역시 태어나서 지금껏 이사한번 가질않고 살고있다. 어릴적 친구들, 언니들, 동네사람들 하나둘씩 떠나갔고, 동네도 예전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변했다. 기껏 차 지나다닐길이 4차선 도로로 변했고, 단층집들만 있던 자리에 키높은 건물들이 하늘을 막는 그 모습은 맨날봐도 익숙해지지가 않는다. 이젠 더 볼 수 없고, 만날 수 없기에 그리워지는것들. 작가는 고향을 떠난 사람의 시각에서 난 고향에 살고있는 시각에서 추억을 생각하지만 추억이란건 언제나 마찬가지인듯하다. 그 긴 시간의 차이에도 불구하고말이다.
요즘 책읽다 도중에 리듬이 끊기는 일이 많았는데 한번도 그런일없이 술술 읽어간 글이기에 더욱 애착이 간다. 왜 진작 읽어볼 생각을 못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