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 구름이 나타나서

구름아 반가워, 했어요


구름은 잠시 멈칫 하더니

나도 반가워 하고 글자를 썼어요


뭐라고요

거짓말이라고요


믿지 못한다면 어쩔 수 없지요

어쩌면 제가

구름을 만난 꿈을 꾼 건지도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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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유리코는 혼자가 되었다
기도 소타 지음, 부윤아 옮김 / 해냄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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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학교라는 건 서양에서 건너 온 거겠지. 한국은 일제 강점기에 근대로 들어섰다. 많은 게 일본을 거쳐서 왔구나. 그건 그리 좋은 게 아닐지도 모르겠다. 지금은 달라졌지만, 오래전 그대로인 게 많다. 학교 교육도 그렇다. 무언가를 배우는 건 마음을 닦고 단련하는 것이기도 할 텐데, 학교에서 배우는 건 그런 게 아니다. 그저 시험을 잘 보려는 것뿐이다. 공부는 시험을 잘 보려고 하는 건 아닐 텐데. 학교 교육이 바뀌어야 할 텐데, 바뀔 날 올까. 공부가 중요하지만, 도덕 윤리도 중요한데. 공부는 학교 다닐 때만 하는 게 아니다. 나도 열심히 하지 않고, 아는 것도 별로 없지만.


 가정이나 학교를 작은 사회다 하는데, 가정보다 학교가 좀 크겠다. 집에서는 식구만 보지만, 학교에서는 친구 선배 선생님을 만나니. 《그리고 유리코는 혼자가 되었다》를 보니 학교도 폐쇄된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곳만의 법, 규칙으로 돌아가는. 학교를 다니는 기간이 길지 않고, 아주 안 다니는 것보다는 좀 나을지. 초중고 다 합치면 학교 다니는 기간 길구나. 학교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은 힘들겠다. 입시, 성적만 생각하지 않기는 한다. 친구를 만나는 즐거움도 있겠지. 난 친구를 잘 사귀지 못했지만. 학교 생활을 하다 뭔가 하나 잘못하면 집단 따돌림이나 괴롭힘을 당하기도 한다. 왜 많은 사람이 몇 사람을 따돌리고 괴롭히는 건지.


 여기에 나오는 학교 유리가하라 고등학교에는 전해오는 이야기가 있었다. 그건 ‘유리코 님 전설’이다. 본래는 여자고등학교였는데 스무해 전부터 남녀공학이 되었다. 남자아이도 다니는 학교지만 여자아이가 더 힘을 가졌다. 그건 유리코 님 전설 때문인 듯하다. 대대로 유리코라는 이름을 가진 학생은 ‘유리코 님’이라는 절대 권력을 갖고 그걸 따르지 않으면 반드시 불행이 찾아온단다. 유리코 님은 단 한사람이 된다. 야사카 유리코는 유리가하라 고등학교 1학년이다. 1학년에는 유리코라는 이름인 아이가 여럿이고, 3학년에 유리코 님이었던 아이가 있었다. 유리코가 여럿이니 한사람이 남을 때까지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랐다. 그런 말 들으면 좀 무섭겠다. 유리코라는 이름이면.


 야사카 유리코는 친구 시마쿠라 미즈키를 따라 유리가하라 고등학교에 들어온 건데. 학교에서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 1학년인 유리코라는 한 아이가 죽임 당하고 그 뒤에도 차례차례 죽임 당한다. 그런 거 보면 진짜 유리코 님이 있고, 유리코 님 힘이 나타났다고 여길까. 학생은 그런 것에 영향 받을지도 모르겠다. 유리코 님은 신인가. 신처럼 여기기는 하는구나. 유리코 친구인 미즈키는 유리코 님을 믿지 않았다. 미즈키는 탐정 같은 아이였다. 축제 날 미즈키는 1학년 유리코 셋을 죽인 범인을 밝혀낸다. 난 범인은 몰랐지만 초대 유리코가 쓴 일기를 보고 알아챈 건 있었다. 그런 게 뭐 중요할까 싶지만.


 어떤 이야기가 있으면 믿고 싶을까. 유리코 님 말이다. 유리코 님을 믿지 않고 거스르면 안 좋은 일이 일어난다니. 그 전설이 있어서 좋은 사람은 누굴까. 유리코 님이 되는 아이, 유리코 님을 믿는 아이. 유리코 님이 되면 힘이 생긴 것 같겠다. 여러 가지 일이 일어났지만, ‘유리코 님’은 사라지지 않았다. 하나 남은 야사카 유리코가 그 유리코 님이 된다. 이 이야기는 그걸로 끝나지 않는다. 거기까지 생각하지 못했는데. 그것도 유리코 님을 믿는 사람 때문에 일어난 일이구나. 그렇게 한다고 뭐가 좋은 건지 모르겠지만. 야사카 유리코는 그저 순진한 아이일까. 야사카 유리코 생각은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야사카 유리코가 유리코 님이 되었으니 아이들한테 괴롭힘 당하지는 않겠지. 그것만은 다행이다 여겨야겠다.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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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눈은 깊은 호수 같아

맑고 파란


많은 걸 담은 네 눈에

안개가 피어올라

흐려지네


해가 떠오르면

호수 안개는 걷히지

네 눈속 안개는 언제 걷힐까


깊고 파란

호수 같은 네 눈이 보고 싶어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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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이 바뀐 걸까

네 마음이 바뀐 걸까

둘 다겠지


시간은 흐르고

세상도 흐르고

마음도 흘러서

붙잡아두지 못해


흘러가는 시간

바뀌는 세상

빠져나가는 마음


그래, 마음대로 해


어디서든

언제나

잘 지내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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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를 부르는 그림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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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야베 미유키 책을 처음 보고 열해 넘은 것 같다. 그렇게 오래 이어오다니. 미야베 미유키가 쓴 에도 시대 이야기는 다 봤다(2023년 8월에 나온 건 아직 못 봤다). 현대 이야기도 몇 권 빼고 다 봤다. 모두 몇 권인지 모르겠지만. 일본에서 나온 책이 한국에서 나오려면 시간이 좀 걸리지만,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는다. 미야베 미유키는 여전히 소설을 쓴다. 이 책 《아기를 부르는 그림》은 ‘기타기타 사건부’ 두번째 이야기다. 미야베 미유키가 예순이 되고 이 이야기 첫번째를 썼다니. 벌써 그렇게 됐구나. 하루키도 일흔이 넘었으니. 미야베 미유키는 예순이 넘었다. 지금 예순은 옛날과 다르기는 하지만, 숫자가 그리 적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미야베 미유키가 건강하게 소설 쓰기를 바란다. 이건 마지막에 말해야 했는데.


 기타기타 사건부는 기타이치와 기타지 이름에서 따 온 거다. 기타이치는 오캇피키 센키치 대장이 어릴 때 거둔 아이로 센키치 대장이 죽고 문고상을 이어서 하게 됐다. 아니 정확하게는 문고상은 다른 사람이 하고 기타이치는 독립했다. 문고는 책이 아니고 종이로 만든 상자로 책이나 종이를 담아두는 거다. 기타이치를 도와주는 사람은 많다. 센키치 대장 부인 마쓰바와 마쓰바 하녀 오미쓰. 마쓰바는 눈이 보이지 않는다. 기타이치가 파는 문고 상자에 붙일 그림을 그려주는 무사 쓰바키야마 에이카와 여러 사람. 기타이치가 에이카를 만나는 모습이 나올 것 같다 했는데 이번에 만났다. 삼남이라 했는데 남자가 아닌 여자였다. 무슨 이야기가 있는가 보다. 언젠가 나올지. 대본소 주인 무라타야 지헤에. 지헤에는 오래전에 무슨 일이 있었다. 기타이치가 해결할지. 목욕탕 앞에 쓰러졌다가 목욕탕 노인을 도와 목욕탕 물을 끓이는 일을 하는 기타지. 기타지는 닌자였을지도 모르겠다. 기타지 아버지가 따랐다는 노점상 숙부는 예전에 본 《맏물 이야기》에 잠깐 나온 사람이 아닐까 했는데, 맞는가 보다. 그때 나온 모시치 대장 이야기도 잠깐 나오고 이번엔 마사고로 대장이 나오기도 했다. 그리고 뭐든 외우는 짱구.


 앞에서 여러 사람 이야기를 했구나. 조금 놀란 건 짱구가 나이를 먹고 어른이 된 거다. 유미노스케도 나이를 먹었겠구나 했다. 이름은 나오지 않았지만, 유미노스케는 학자가 되었단다. 시간 차이가 있었다니. 이런 거 조금 재미있구나. 시간이 흐르고 센키치 대장은 다른 생각을 하게 된 걸지도 모르겠다. 센키치 대장이 안 좋은 생각을 한 건 아니다. 센키치 대장은 오캇피키가 없어도 되기를 바랐다. 오캇피키라고 해서 다 나쁜 짓을 하거나 죄를 지은 사람이 하는 건 아니지만, 그런 사람이 더 많고 힘을 이용해서 힘 없는 사람을 괴롭히기도 하는 것 같다. 그건 그리 좋은 게 아니겠지. 이번에 나온 일에서는 도시락 가게 세 식구가 누군가한테 죽임 당했는데, 의심이 가는 사람을 잡고 고문으로 자백을 받았다. 자백을 받았으니 그 일은 해결됐다 여겼다. 그런 건 고치기 어려운 걸 거다. 제대로 알아보고 범인을 잡아야 할 텐데, 짐작으로 니가 범인이지 하다니. 옛날엔 그런 일이 많았고, 지금도 있을지도 모르겠다.


 오캇피키 자리는 자신이 물려주고 싶은 사람한테 물려줄 수 있는가 보다. 센키치 대장은 자기 밑에 있는 사람한테 오캇피키를 물려주지 않겠다고 했다. 그 말에 실망하고 다른 사람은 거의 떠나고 기타이치는 남아서 센키치 대장 부인 마쓰바를 돕는다. 돕기보다 기타이치가 도움을 받던가. 기타이치는 문고를 팔면서 무슨 일이 일어나면 그걸 알아내기도 했다. 그런 거 보면서 탐정 같다고 생각했는데, 미야베 미유키가 쓰려는 게 바로 그런 거였다는 말을 보았다. 아기를 점지해 준다는 그림을 받은 사람은 정말 아이를 가졌는데, 어떤 사람 아이가 죽는다. 아기가 죽고 시간이 흐른 뒤 아기를 점지해 주는 그림을 봤더니 그림이 바뀌어 있었다고 한다. 정말 그림에 아기를 점지해 주는 힘이 있고, 반대로 아기를 죽게 하는 힘이 있을까. 지금이라면 그런 말 믿지 않겠지. 에도 시대에는 믿었다.


 사람은 자신이 살려고 남을 덫에 빠뜨리기도 한다. 꼭 그런 마음만 있었던 건 아니었을지도. 자기보다 잘 되는 사람을 보기 싫은 마음도 있었을 거다. <아기를 부르는 그림>에서는 딱히 범인을 잡지는 않는다. 그렇게 해도 좋을 사람이 없기는 했다. <짱구 머리 속에 든 것>과 <인어의 독>은 이어지는 이야기다. 여기 실린 이야기는 다 이어졌다. 도시락 가게 세 식구한테 독을 먹여 죽였을지도 모르는 오렌은 이해하기 힘든 사람이다. 처음엔 사이코패스인가 했는데, 소시오패스에 가깝지 않을까 싶다. 오렌은 남의 것을 탐내고 부러워하고 자기 것이 되지 않으면 부수는 사람이다. 소시오패스하고도 다를까. 날 때부터 마음이 비뚤어진 사람은 있을 거다. 오렌이 그런 사람이 아닌가 싶다. 둘레에 오렌한테 사랑을 주는 사람이 있었다면 조금 달랐을지. 그건 나도 잘 모르겠다.


 뒤에는 지금까지 나온 미야베 미유키 에도 시대 소설 정리가 나온다. 기타기타 사건부 시리즈와 미시마야 변조괴담은 미야베 미유키가 삶을 정리하는 이야기로 쓰겠다고 했단다. 이런 말 보니 쓸쓸하구나. 시간이 흘러서 잊어버린 것도 있지만, 에도 시대 소설을 죽 봐서 기타기타 사건부에 조금 나오는 사람 이야기가 반가웠다. 짱구는 앞으로도 나온다고 한다. 대본소 주인 무라타야 이헤에 아내는 스물여덟해 전에 누군가한테 끌려가고 죽임 당했다. 기타이치는 그 일을 풀까. 난 기타이치가 오캇피키보다 지금처럼 탐정 같은 걸 하고 문고도 팔면 좋겠다 생각했는데. 내 생각은 내 생각일 뿐이고, 기타이치가 하고 싶은 걸 해야겠구나.




희선





☆―


 확실한 증거는 없다. 모든 것이 온통 거짓말로 포장되어 있다고 해도 이상할 게 없다.


 그렇게 해야만 할 절박한 이유가 있으면 사람은 누구나 능숙하게 거짓말을 한다.


 ─거짓말이라는 건 말이다, 기타이치. 십중팔구 ‘이랬으면 좋겠는데’ 하는 바람이 말로 드러난 것일 뿐이야.


 센치키 대장 말이 기타이치 뇌리를 스쳤다. 언제 들은 이야기였을까.


 ─그러므로 거짓말하는 자를 경멸해서는 안 돼. 우리는 부처님이 아니니까 누구라도 거짓말쟁이가 될 수 있다. 내일은 내 얘기일 수 있다는 거다.


 꾸짖거나 화내거나 훈계하거나 오라에 묶어 끌고 갈 때라도 상대를 경멸해서는 안 된다.  (<아기를 부르는 그림>에서, 130쪽)



 “대장은 말이야, 처음부터 오캇피키라는 것 자체를 의심하고 있었어.”


 ─이런 모호한 자들이 방범 공무를 담당하는 세상이어서는 안 돼.


 “범죄를 저지른 켕기는 이력을 가진 자들은 뒷골목 세계에 밝기 마련인데, 그 점을 보고 부교쇼 나리가 푼돈으로 그런 자를 고용하면서 시작된 것이 오캇피키였다.”


 시작부터 백주에 떳떳하게 돌아다닐 수 있는 처지는 아니었다.


 “독으로 독을 잡고 뱀이 다니는 길은 뱀이 안다고 하지. 편리하니까. 어느새 요긴하게 쓰이게 되었어. 하지만 기타이치, 에도 마치가 언제까지나 이런 위태로운 체제에 의지하고 있다가는 갈수록 토대부터 썩고 머지않아 선량하고 성실한 사람들이 마음 놓고 살기 어려운 곳이 돼 버릴 거다.”


 센키치 대장은 그렇게 걱정하고 있었다고 한다.


 (……)


 “짓테를 믿고 푼돈을 우려내거나 술과 음식을 갈취하거나 여자를 차지하려고 하는 썩어빠진 오캇피키는, 이렇게 썩었으니까 오캇피키가 될 수 있었다고 도리어 큰소리를 친다. 물론 틀린 얘기도 아니니 대꾸할 말이 없지.”


 그런 체제를 토대를 바꿔 나가야 해─.  (<인어의 독>에서, 281쪽~28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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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4-02-12 13: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도 미야베월드 에도시대 시리즈인데, 다른 책과 디자인이 조금 다르네요.
그 시리즈는 많아서 전자책이나 종이책을 가지고 있는 것들이 있는데, 다 모으진 못했어요.
에도시대는 잘 모르는 것들이 많아서 소설을 읽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희선님, 설연휴 잘 보내고 계신가요.
연휴 금방 가는 것 같아요.
따뜻한 하루 보내세요.^^

희선 2024-02-13 23:40   좋아요 1 | URL
이건 새로운 시리즈에서 두번째군요 이것도 나름대로 재미있어요 다른 에도 시대 이야기에 나온 사람이 나오기도 하니... 그러고 보니 미시마야 변조괴담하고 얼간이 그 이야기에 나온 사람이 만난 일도 한번 있었네요 그때도 짱구였던 것 같기도...

설이 지나갔네요 시간이 가니 당연한 거군요 아직 이월인데 꽤 따듯해졌습니다 예전 이월은 추웠는데... 언제 이월인지...

서니데이 님 좋은 밤 시간 보내세요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