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 최근 자주 가는 나만의 핫플레이스가 있어?




 시작부터 없는 게 나오다니. 어딘가 잘 가는 곳 없어요. 어디에 갈야 할지. 카페 같은 곳. 그런 곳은 거의 안 가 봤습니다. 손에 꼽을 정도로 가 봤던가. 한번도 안 간 건 아니군요. 저는 밖에서 뭔가 잘 못해요. 밖에서 뭘 먹는 것도 책도 못 보고 글도 못 쓰고. 다 집에서 해야 합니다. 집이 편하죠.


 많은 사람은 거의 집보다 다른 곳을 더 좋아할지도 모를 텐데. 그렇게 괜찮지 않은 집일지라도 집에서 하는 게 좋네요. 집에 있어도 편하지 않기는 합니다. 편하지 않아서 다른 걸 하는 거겠지요. 집을 편하게 여기면서도 긴장하기도 하는군요.


 늘 가는 곳, 있는 곳은 제 방이네요. 버릴 건 버려야 할 텐데.


20231120








202 소심한 복수를 해본 적은?




 말하기 어려운 거구나. 잘 모르겠다. 아무것도 안 하는 거. 그게 복수가 되는 건지 모르겠지만, 그렇구나 난 아무것도 안 했던 것 같다.


 누군가한테 복수하려면 잘 살아야 한다던데, 그거 쉽지 않다. 그건 복수라기보다 애써야 하는 거 아닌가. 다른 사람은 그게 복수인지도 모를 거 아닌가. 몰라도 될지도 모르겠다.


20231121








203 어린 시절, 나를 설레게 했던 건 뭐야?




 십일월이 얼마 남지 않아선지 십이월이면 오는 성탄절이다 하고 싶어. 성탄절에 뭐가 있었냐 하면 아무 일도 없었어. 그래도 그냥 성탄절이 오는 게 설렜지. 눈이 오면 좋겠다 여기기도 했는데, 왜 성탄절엔 눈이 오기를 바란 건지 모르겠어.


 이번 성탄절엔 눈이 올까. 눈이 오는 것도 설렜군. 이번엔 첫눈 좀 빨리 왔어. 많이 온 건 아니고 오래 본 것도 아니지만, 눈 조금 봤어. 새벽에. 새벽에 눈 내리고 쌓이는 거 보면 참 설렜는데.


 편지가 오는 것도 설렜어. 아니 내가 처음 편지를 쓸 때 설렜나. 이건 지금도 마찬가지야. 잘 가면 좋겠다 하면서 편지를 썼어.


20231122








204 내가 친구에게 가장 듣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




 이 물음을 봤을 때 바로 떠오른 건 없는데였어요. 다른 사람한테 듣고 싶은 말, 바란다고 들을 수 있을까요. 지금 생각해 보니 친구한테 뭔가 듣고 싶은 말 없었던 것 같아요. 늘.


 무슨 말 듣고 싶어해야 할지. 자기 이야기를 해준다거나 뭔가 걱정거리가 있다고 하는 거. 그것도 말하고 싶은 사람한테 하겠지요. 그거군요. 누군가한테 말하고 싶은데 할 사람이 없을 때 하면 좋겠다 같은 거. 그런 말 들은 적은 없어요. 친구가 없기도 하지만, 거의 만나지 않으니. 그런 말은 만나서 하는 게 더 좋을지도 모르죠. 제가 아니어도 누군가 그런 거 말할 사람이 있기를 바란다고 했군요.


20231123








205 20년 후 나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써보자




 열해 뒤도 아니고 스무해 뒤라니. 그때 난 어떨지. 여전히 살아 있을까. 이런 걸 먼저 생각하다니. 별 일 없으면 살아 있을 것 같기는 한데. 그때도 우울하게 지낼 것 같다. 아니 지금부터라도 그러지 않으려고 하면 괜찮을지도 모르겠다.


 스무해 뒤 나는 지금보다 덜 우울하게 지내면 좋겠어. 우울한 것보다 좋은 걸 더 생각하고 살아. 그때도 책을 보기를 바라. 글도 쓰면 더 좋겠어. 건강하게 지내.


20231124






 별거 아니고 꼭 올려야 하는 건 아니지만, 죽 썼으니 올리는 거 괜찮겠지요. 자꾸 잊어버리기도 하네요. 이건 십이월까지 할지 일월까지 할지. 십이월까지만 하면 좋겠다 싶기도 하네요.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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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불 6
최명희 지음 / 매안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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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월 대보름이다고 들떠서 달을 보러 가는 사람이나 다리 밟기를 하러 가는 사람도 있지만, 모두가 명절이다고 즐거워하지는 않는다. 지금도 다르지 않구나. 명절에도 쉬지 않고 일하고 고향에 가지 못하는 사람 많다. 이제는 돌아갈 고향이 없기도 하던가. 부모님이 사는 곳이 고향이기는 하겠다. 매안 이씨 종가 종손인 강모는 집을 나가고, 할머니가 세상을 떠나도 집에 오지 않고, 새해에도 정월 대보름에도 오지 않았다. 강모 아버지인 이기채는 이제는 집에 없는 아들보다 며느리를 생각하는 것 같다. 아주 의지하는 건 아닐지 몰라도 처음 마음과 달라진 듯도 하다. 효원이한테는 잘된 일이겠다. 이기채는 강모는 마음대로 하게 두었는데, 손자인 철재한테는 엄했다. 강모가 집을 떠나고 제멋대로인 걸 자신이 제대로 기르지 못해서다 여겼다. 그렇다고 손자는 엄하게 대하다니.


 아버지가 바란 일이기는 하지만, 그걸 실행하던 사람 무당과 무당 남편 백단이와 만동이는 보름달 뜬 밤 청암부인 무덤 한쪽을 파고 만동이 아버지 뼈를 묻었다. 이 말은 지난번에도 했던가. 이번 《혼불》 6권에서는 그 모습을 보여준다. 달이 뜨고 무서워하면서도 아버지 뼈를 묻는 두 사람. 만동이보다 백단이가 무덤을 본래대로 하려고 했다. 그 모습을 어둠속에서 바라보는 사람이 있었다. 그건 바로 춘복이다. 춘복이는 보름달을 보고 매안에 와서 먼저 무덤에 왔다. 그러고는 오류골댁(강실이 집)에 간 거였다. 춘복이는 백단이와 만동이가 한 일을 다른 사람한테 말 안 하려나 보다. 춘복이는 오류골댁 바깥에서 강실이가 마당에 나온 걸 지켜봤다. 강실이가 쓰러지자 달려갔다. 춘복이는 강실이를 아무도 없는 대나무밭으로 데리고 간다. 강실이는 몸도 마음도 얼어서 어찌하지 못했다.


 춘복이는 일을 저지르고 깨달았다. 강실이 마음을 얻지 못하리라는 걸. 춘복이는 그저 강실이가 자기 아이를 낳아주는 것만 바란 게 아니었구나. 자신을 조금이라도 생각해주길 바라는 마음도 있었나 보다. 강모도 그렇고 춘복이도 일을 저지르고 말다니. 왜 그전에 모를까. 옹구네는 자신이 강모와 강실이 이야기를 하는 틈에 춘복이가 그래서 마음이 그리 좋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다음 할 일을 생각했다. 강모 아내인 효원이는 청암부인이 죽기 전에 강모와 강실이 일을 알고 있었다. 옹구네가 벌써 이 집 하인한테 말해서 효원이도 알게 된 거다. 옹구네가 바란 일이기는 했다. 효원이는 양반집 며느리니 그런 거 알아도 뭔가 말하기 어렵겠지. 아주 모르는 사람이라면 모를까 남편과 사촌 동생이니, 그건 집안 망신이기도 했다.


 효원은 청암부인 장례식 때 강실이를 남모르게 쏘아본 듯하다. 장을 담그는 날이 다가왔다. 옛날엔 장 담그는 날도 따로 있었다. 가물지도 습하지도 않은 날. 그날을 놓치면 장 맛이 안 좋았단다. 강모 어머니인 율촌댁은 장을 잘 담갔다. 장을 담글 때 강실이도 온다고 했는데, 그날 강실이 몸이 안 좋아서 장을 다 담글 때쯤 강실이와 오류골댁이 큰집에 왔다. 강실이는 쓰러지고 만다. 강실이가 쓰러진 걸 어떻게 알았는지 옹구네가 와서는 안서방네한테 춘복이와 강실이 이야기를 했다. 거짓말도 보탰다. 옹구네는 강실이가 아이를 가진 게 아니냐고 했다. 옹구네는 겁도 없이 그런 말을 했구나. 옹구네 자신도 자신을 조금 처량하게 여겼다. 춘복이 때문에 자신이 그러는 데. 안서방네는 그 말을 효원이한테 하고 효원이는 혼날 걸 알고도 의원이 오기 전에 강실이를 집으로 돌려 보냈다. 효원이는 강실이를 죽게 하면 안 된다 생각했다. 그건 강실이를 생각한 게 아니고 이씨 집안이나 자기 아들 철재를 생각한 거였다. 어쩐지 슬프구나. 그것보다 강실이가 안됐다. 왜 작가는 강실이를 이렇게 힘들게 만들었을까.


 의원은 오류골댁으로 가서 강실이를 진맥하고 감짝 놀란다. 강실이는 상사(相思)고 배 속에 아이가 있었다. 의원도 그렇지만 강실이 아버지와 어머니는 더 놀란다. 예전에는 향약이 있었는데 그건 법이었다. 꽤 엄했다. 옛날에는 큰 죄를 지으면 그게 몇 대까지 가기도 했구나. 앞으로 강실이는 어떻게 될지. 효원이는 안서방네한테 밤에 잠을 자지 말고 오류골댁을 살피라 했다. 새벽에 강실이는 집을 빠져나와 청암부인이 판 저수지 청호로 갔다. ‘혼불’은 시대가 바뀐 때기도 한데. 매안도 바뀌기는 했지만, 옛날과 그대로인 것도 많았다. 강실이가 무슨 잘못을 했나 싶다. 강실이는 제대로 말도 못하는구나. 시대가 그렇게 만든 것일지도.


 잠시 강실이가 일본한테 나라를 빼앗긴 조선인가 하는 생각이 조금 들기도 했다. 어떨지. 이건 그저 갑자기 생각난 것일 뿐이다. 조선은 힘이 없어서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지 않았나. 늘 그런 건 아니겠지만. 강실이는 시간이 가면 좀 달라질지. 그건 모르겠다.




희선





☆―


 “이것이 다 누가 이루신 것인데요.”


 “내가 무슨 한 일이 있겠느냐…… 세월이 그렇게 해 준 것이지.”


 “무심한 세월이라고 어디 아무한테나 그렇게 해 주겠습니까. 전에 제가 듣고 마음에 좋아서 접어 둔 말이 있는데요, 봄바람은 차별없이 천지에 가득 불어오지만 살아 있는 가지라야 눈을 뜬다, 고 안 허든가요.”


 “좋은 말이로구나. 세상에 있는 삼라만상, 목숨 가지고 있는 것이라면 세월은 모두 다 그 품속에 안고 키워 주느니라. 들짐승, 산짐승, 물 속에 살고 있는 물고기를 보아라. 아무도 안 멕여 주지마는 저절로 저 혼자서 맹수도 되고 맹금도 되어 호랑이 독수리 용맹을 떨치지 않더냐. 산속 나무들도 마찬가지고 사람 또한 그러느니라. 아이들 커가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지. 조막만하던 핏덩어리가 나이 먹으면서 장성허는 것이 어찌 어미 아비가 키우는 것이랴…… 세월이 키워 준다…… 허나 그것은 다 제가 타고난 목숨을 제 몸에 지니고 있을 때 이야기다. 살어 있으면서도 죽은 것은 제가 저를 속이는 것이야. 살어 있다고 믿고 있지만 실상은 죽어 버린 것이 세상에는 또한 부지기수니라. 어쩌든지 있는 정성을 다 기울여서 목숨을 죽이지 말고 불씨 같이 잘 보존허고 있노라면, 그것은 저절로 창성허느니.”


 목숨이 혼(魂)이다.


 혼이 있어야 목숨이야.


 “잘 알겠습니다.”


 “어쩌든지 마음을 지켜야 한다. 사람 마음이 곧 목숨이니라.”


 “명심하겠습니다.”


 “마음을 잃어버리면 한 생애 헛사는 것이야.”


 “예.”  (《혼불》 6권, 118쪽~1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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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25 10:4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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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26 07: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어젠 말이야

별일 없었어


오늘도 다르지 않겠지

하지만 내일은 모르겠어


내일도

어제나 오늘처럼

아무 일 없는 하루면 좋겠어


잘 보면 둘레는 조금씩 바뀌겠어

그건 놓치지 않고 보면 좋겠지


좋은 걸 보면

구겨지고 접힌 마음이 펴질지도


내일은 몰라도

오늘은 즐겁게 편안하게 지내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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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3-11-24 06: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제 별 일 없었고
오늘 소소하게 보낸다면 좋지 않을까요!
그래도 내일은 조금의 기쁨과 발전이 있으면 더 좋겠고요^^

희선 2023-11-25 01:22   좋아요 1 | URL
소소한 하루가 좋죠 그런 날이 이어지면 좋겠지만, 그러지 않은 날도 잘 지내려고 하면 괜찮겠지요 하루를 보내고 다음날을 맞이하는 것도 대단한 일입니다 어느새 주말이에요 페넬로페 님 주말 편안하게 보내세요


희선

꼬마요정 2023-11-24 22: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별 일 없는 하루들이 계속되면 좋겠어요. 평범한 것이 제일 편안하다는 걸 느껴요. 그 속에서 소소한 기쁨들을 찾아보겠어요. 따뜻한 저녁시간 보내세요^^

희선 2023-11-25 01:25   좋아요 1 | URL
별 일 없다 해도 그런 날이 좋기도 하죠 그건 무슨 일이 일어났을 때 느끼는군요 그래도 날마다 작은 기쁨을 찾으면 있을 텐데, 그런 거 잘 찾고 싶기도 하네요 꼬마요정 님 작은 기쁨 자주 느끼세요 주말은 편안하게 즐겁게 보내세요


희선
 




세상이 잠드는 밤이 와도

잠들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네


일을 하는 걸까

무언가 생각하는 걸까

아직 돌아오지 않은 누군가를 기다리는 걸까


저마다 다른 까닭으로

잠 못 이루네


밤이 깊어지면 잠들지,

날이 밝고 아침이 오면 잠들지


잠이 들면

일도 생각도 기다림도 멈추네


이제 그만 자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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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24 06: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1-25 01: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봄밤에 부는 바람은

달콤한 꽃냄새를 싣고 와요


여름밤에 부는 바람은

진한 풀냄새를 싣고 와요


가을밤에 부는 바람은

바삭바삭 마른 나뭇잎 냄새를 싣고 와요


겨울밤에 부는 바람은

차고 매운 냄새를 싣고 와요


밤에도 바람은

잠을 안 자네요




희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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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3-11-21 08: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마침 지금 읽고 있는 소설에 바람이 나오는데 강렬한 바람도 있어요.
바람이 점점 좋아지기 시작했어요^^

희선 2023-11-24 04:00   좋아요 1 | URL
지금 새벽에 바람이 세게 부네요 바람이 불고 추워지겠습니다 며칠 조금 따듯했는데... 페넬로페 님 늘 감기 조심하세요


희선

새파랑 2023-11-21 11: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겨울에 부는 바람은


너무 춥습니다 ㅜㅜ

희선 2023-11-24 04:00   좋아요 1 | URL
겨울에 부는 사람은 춥죠 지금 바람 세게 불어요 겨울 바람이네요


희선

서니데이 2023-11-22 06: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희선님 편안한 하루 보내셨나요.
오늘 지나고 나면 다시 또 추워지네요.
이제 겨울 느낌이 많이 들어요.
편안하고 좋은 하루 보내세요.^^

희선 2023-11-24 04:02   좋아요 1 | URL
비가 조금 온 듯합니다 비가 오고 난 뒤 바람이 부는군요 십일월 얼마 남지 않았네요 바람이 겨울 추위를 몰고 올 듯합니다 서니데이 님 오늘 밖에 나가신다면 옷 따듯하게 입으세요


희선

2023-11-23 18: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11-24 04:05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