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10 - 제3부 불신시대 조정래 대하소설
조정래 지음 / 해냄 / 200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팽팽하게 맞섰어요. 그런데 김구는 미군정의 지지를 못 받는 입장이니까 그 대신 대중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서 전국 순회강연을 나섰어요. 김구는 가는 지방마다 환영을 받았는데 특히 전라도 지방에서는 그 환영이 아주 열렬했어요. 그게 어느 정도였느냐 하면, 강연은 큰 도시에서만하게 되어 있었는데, 작은 군에서 사람들이 몰려나와 겹겹이 기찻길을가로막는 바람에 김구는 예정에 없던 강연을 하고서야 기차가 움직일지경이었어요. 그런 동태가 이승만에게 빠짐없이 보고된 것은 말할 것도 없지요. 그런 보고를 다 받은 이승만이 기분이 나빠져 한마디 내뱉은것이 ‘하와이놈들 같으니라구! 였어요. 그게 무슨 말인고 하니, 일제시대에 이승만은 독립운동을 한다고 미국 본토에 있다가 나중에 우리 동포들이 많은 하와이로 옮겼어요. 그런데 거기에는 이미 박용만이라는사람이 사탕수수 농장에서 일하는 우리 동포들을 모아 독립투쟁을 할군인들을 양성하고 있었어요. 이승만은 독립군보다는 외교 능력으로 독립을 얻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 하와이에 가자마자 박용만과 대립하기 시작했어요. 두 사람을 따라 동포들이 갈라지기 시작했는데, 결국에는 이승만 쪽에 몇 사람이 남지 않게 되어 이승만은 궁지에 몰리고말았어요. 이승만은 박용만 쪽으로 쏠린 동포들에게 감정이 많았는데,
김구를 대대적으로 환영하는 전라도사람들이 옛날 하와이의 동포들처럼 보인 겁니다. 그 다음부터 전라도사람들을 하와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 P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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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10 - 제3부 불신시대 조정래 대하소설
조정래 지음 / 해냄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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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숙은 박보금네 술집 특실에서 두 남자와 술을 마시고 있었다.
「근데 말이죠. 왜 전라도사람들을 보고 하와이라고 하는 거죠? 서울생활을 하면서 그 말을 수없이 들었고, 그 말을 들을 때마다 기분 나쁘고 속상했는데, 요새 또 ‘전라도 것들이라는 말과 하와이라는 말이 부쩍 심해지고 있잖아요. 근데 우리 전라도사람들한테 왜 그렇게 부르느냐고 물어봐도 속시원하게 아는 사람이 없어요...
김명숙은 최 감독과 정 부장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글쎄요, 나는 그런 데 무식해요. 난 서울 출신이라서 그런지 어쩐지경상도 전라도 해가면서 지방색 드러내고 편가르는 것 딱 질색이고, 절대 반댑니다. 그런 잡학에는 정 부장이 전문이잖소? 어디, 나도 이 기회에 좀 알아둡시다.」최 감독이 옆사람에게 잔을 건네며 웃었다.
「나도 그놈의 지방색은 이제 넌덜머리가 나요. 박 통이 갔으니까 그놈의 차별이 싹 없어져야 하는데, 손바닥만한 놈의 나라에서 망할 징조지요. 근데 그 하와이라는 것 말이지요, 내가 알기로는 이래요. 해방이 되고 나서 남쪽의 제일 큰 정적 두 사람은 이승만과 김구였어요. 이승만은미군정의 도움을 받으며 남한만의 단독정부 수립을 추진하고 있었고,
김구는 민족을 분단시켜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그것을 반대하며 서로 - P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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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가 저지르는 가장 큰 죄는 무작정 지옥에 가지 않고 천국에 가게해달라고 기도하는 것이다."
김기돈은 책에서 읽은 코란의 한 구절을 생각하고 있었다. 지당한 가르침이고, 지고한 일깨움이었다.
- P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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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왜 갑자기 철학적으로 나오시나? 그 말에 대한 가장 명쾌한 답이 있지. 오스카 와일드 왈, ‘정치가라는 자들은 가장 하급 인간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끝없이 거짓말을 일삼고, 오로지 권력을 갖기 위하여 전혀 회의할 줄을 모르기 때문이다. 어때? 썩 괜찮은 말씀이지?」「여기 정치학과 없어? 이런 말 듣고도 전과 안 하면 그건 사람도 아니다.」「순진한 소리하지 말어. 정치학과 애들은 이미 회의할 줄 모르는 자질을 갖추고 있어서 그런 말이 아예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걸 몰라?」「하하하……….. 그건 너무 심했다.
「저렇게 말하는 쟤야말로 정치학과에 딱 어울리는데 상대 헛다니지아마?」학생들이 와아 웃음을 터뜨렸다.
- P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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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닙니다. 숙소는 언제나 개방되어 있습니다. 만약 도둑이 든다 해도가져갈 것이 아무것도 없으니까요.」사장의 숙소로 들어서던 이상재는 문득 걸음을 멈추었다.
짧은 인생 영원 조국에."
현관에서 바로 시작되는 좁은 거실의 정면 벽에 이런 붓글씨가 세로쓰기 두 줄로 붙어 있었다. 이상재는 그 문구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애국심이 대단하다는 정치부장의 말을 떠올리며,
「사장님께서 손수 써붙이신 겁니다.」숙소에는 그야말로 아무것도 없었다. 거실에 사무용 소파, 방에 한쪽짜리 옷장이 전부였다. 검소를 넘어 초라하게까지 보이는 그 숙소에는박태준의 정신만이 가득차 있었다. 이상재는 박태준이란 사람의 심층깊이까지 다 안 것 같은 기분으로 숙소를 나왔다.
- P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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