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쿠는 헤이시로보다 나이도 많고 그를 어려워하는 기미도 거의 없어 늘 그에게 거침없이 말하는 부인인데, 그 오토쿠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타고난 거침없는 태도로 불쑥, 이봐요, 나리, 나리 아버님이 그렇게 여자를 밝혔다면서요? 나리도 한번쯤 몰래 첩이나 만들까 생각한 적 있죠? 하고 물었다.
이것이 사태의 발단이었다.
원래 이 부부는 매사 원망이 많다. 요즘 매상이 시원치 않은 것도 그 탓이다. 툭하면 불평을 늘어놓는 생선 가게 주인은 툭하면 화를 내는 쌀가게 주인 못지않게 상대하기 거북한 자들이다.
"혹시 논다니 출신 아닌가? 왜, 여우처럼 눈꼬리가 째진 여자."
그 늙은이 머릿속은 주판알로 가득 차 있어. 걸으면 차르륵차르륵 소리가 날 정도야. 게다가 고베 나가야 세입자들은 오쿠메를 미워하는 일이라면 철통처럼 단결하는 것 같더군. 나가야라는 데는 그런 점이 있어. 미운털 박힌 자가 하나쯤 있어야 나머지 사람들이 잘 뭉치지.
"이번엔 놀라는 소리가 아닙니다요. 우시고메에서 우헤 씨가 왔어요."
오쿠메는 예쁜 용모는 아니다. 몸매도 뼈가 불거졌다. 이렇게 가까이서 가만히 보니 머리칼도 가늘어지고 숱도 줄어드는지 쪽진 머리도 작은 편이다. 온전치 못한 생활이 그녀를 나이보다 늙게 만들고 있는지도 모른다.
"고베 씨는 저한테 방세를 받은 적이 없어요. 그 대신 저도 고베 씨한테 돈을 받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한 일 년쯤 전부터 고베 씨가 전혀 고개를 들지 못해서요…… 그거 말예요. 그래서 영 거래를 할 수 없게 되었거든요. 얼마 동안 상태를 지켜봤지만 역시 더 이상은 힘들겠더라고요."
"저런."
"뎃핀 나가야가 좋겠다고 한 것도 고베 씨였어요. 왜 있잖아요, 관리인이 새파랗게 젊은. 저보다도 어려 보이지 않아요? 고베 씨가 정색을 하고 저한테 말하더라고요. 그 사키치라면 오래갈 거라고."
"저, 이사해도 괜찮은 거죠?"
오쿠메는 비로소 살피는 듯한 표정으로 헤이시로를 쳐다보았다. 교태를 부리는 행동이 아니라, 제가 잘못하는 걸까요, 나리? 하고 진지하게 묻고 있다.
"간단해요. 그러니까, 제가 나리에게 홀딱 반했다고 했거든요."
"뭣이?"
"이 몸이 오래전부터 이즈쓰 나리한테 홀딱 반했다고요. 하지만 나리는 저한테 눈길 한번 주지 않아요. 왜 그런가 했더니 나리가 오토쿠 씨를 마음에 두고 있기 때문이란 걸 알게 된 거죠."
"뭐가 어째?"
"그래서 너무 샘나고 심술이 나서 오토쿠 씨를 괴롭히기로 작정하고, 세상을 떠난 댁의 남편과 동침한 적이 있다고 거짓말을 했던 거다, 그렇게 말해 줬죠."
우구이스떡 팥소가 들어 있고 겉에는 청대두 가루를 뿌린 떡. 녹색이라서 우구이스(휘파람새)라는 이름이 붙었다. 봄을 기념해서 만드는 떡
콩 부부 이야기로는, 하치스케가 흥분해서 이야기한 내용에 따르면, 항아리에 사심을 가둔 다음 그것들을 이 세상에서 깨끗하게 없애 주십시오, 하고 비는 것이 그 신앙의 핵심이라고 한다. 사심을 가두려면 마음속에 있는 비뚤어진 소망을 종이에 써서 항아리 속에 넣어 두면 된다. 그리고 열흘간 정해진 주문을 외며 열심히 항아리에 절을 하면, 참 신기하기도 하지, 항아리 속에 흰 종이만 남고 애초에 적었던 글자는 깨끗이 사라진다. 이것을 사심이 사라졌다고 본다는 것이다.
무사는 연간 3회에 걸쳐 봉록을 받았는데, 당시 쌀값을 기준으로 셈하여 돈으로 받았다. 하급 무사는 고작 쌀 서른 섬 값으로 생활을 꾸리고 주변을 관리해야 했으므로 매우 곤궁해서 부인이 부업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인분 후치 매월 지급되는 일종의 직무 수당. 한 사람의 하루 식비를 기준으로 한 달분을 지급한다. 이 인분 후치를 받을 경우 무사는 의무적으로 주겐 한 명을 고용해야 했다
에도 각 지역별로 해당 지역 주민들이 소방대를 조직하는데, 화재를 진압한 소방대에 많은 포상이 주어지므로 화재 현장에 어느 소방대 깃발을 먼저 꽂느냐를 두고 소방대 간의 공명 다툼이 매우 심했다.
후다사시 상급 무사를 대신하여 녹미 수령 작업을 대행해 주고 수수료를 받는 한편, 봉록을 담보로 잡고 상급 무사들에게 돈을 빌려 주는 업자
기겐야쿠 범죄 조사와 소송을 담당하는 관리로, 부교쇼에서도 핵심적인 직책. 주로 경험 많은 요리키가 맡는다
첫물 가다랑어 첫물 가다랑어는 에도 사람들에게 특별히 귀한 대접을 받았는데 ‘처자식을 전당포에 잡혀서라도 사 먹어라’라고 할 만큼 인기가 높아 터무니없이 비싼 값에 팔렸다
오오쿠 에도 성 내 쇼군의 부인과 측실 및 궁녀들이 거주하는 곳으로 쇼군을 제외한 남자는 출입이 금지되는 구역
요시와라 에도 외곽에 막부의 공인 아래 설치된 유곽
오이란 요시와라에서 등급이 높은 기녀. 화대가 매우 높다
미나토야의 소이치로 소지로 형제와 미스즈의 입장에서 보면, 이쪽은 얼굴도 이름도 모르지만 저쪽에서는 일방적으로 이쪽을 알고 있는 배다른 형제자매들이 에도 전역에 수두룩하게 있는 셈이니, 반가울 턱이 없다.
그러나 오토쿠는 너무 무거웠다. 헤이시로는 오토쿠를 받아 냈다기보다 오토쿠 밑에 깔리고 말았다. 뭐, 결과적으로는 오토쿠가 머리를 짓찧지 않도록 고여 준 셈이긴 하다.
급히 달려온 사키치는 현장을 재빨리 둘러보고, 일단 오토쿠 씨를 방으로 옮깁시다, 하고 말했다. 세 사람이 힘을 모으면 쉽게 옮길 수 있을 겁니다.
헤이시로와 고헤이지는 알겠다고 대답하고 각자 오토쿠의 몸을 붙들었다. 그러고는 자, 이영차, 하며 힘을 모았다.
그 순간 헤이시로의 허리에서 우둑, 하는 소리가 났다.
의관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급하게 달려온 선생은, 나리는 오토쿠를 살펴본 뒤에 봐 드릴 테니 그때까지 그대로 누워서 마음 놓고 신음 소리나 내시라며 호쾌하게 웃었다. 고헤이지까지 덩달아 웃었다.
보통은 고헤이지를 심부름 보내고 아내가 곁을 지킬 일이다. 하지만 지금은 이편이 낫다. 아내는 그 점까지 다 읽고 있다. 아내란 참 대단하고 무서운 존재라고 헤이시로는 생각했다.
오캇피키라는 이름은 도신이나 요리키의 업무를 곁에서 끌어 주며 돕는 자라는 데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래서 이 ‘오카’는 의미를 보자면 ‘오카메하치모쿠남들이 두는 바둑을 옆에서 보면 여덟 수를 내다본다라는 말로, 제삼자가 정세를 더 객관적으로 본다는 뜻’나 ‘오카보레타인의 연인에게 반하는 것’의 오카곁, 옆이라는 뜻와 같은 뜻이다.
예를 들면 에코인 모시치미야베 미유키의 에도 시대물 시리즈에 탐정역으로 등장하는 인물 모시치. 에도의 사찰 에코인 뒤에 살아 흔히 ‘에코인 모시치’라 불린다 같은 훌륭한 품성을 갖춘 자도 있지만, 아무래도 그는 예외적인 존재다.
"그렇지? 원망과 증오가 똥통에 쌓여서 썩으면 코를 찌르는 악취가 나겠지?"
"다행이네요. 남자는 허리를 다치면 세워야 할 때 못 세우잖아요."
"네년이 만날 그렇게 허튼소리나 하니까 오토쿠한테 미운털이 박혔지."
칼은 쇠퇴해도 주판은 쇠퇴할 일이 없는 것이 세상 이치니 앞으로는 의외로 그쪽 분야의 관리가 더 큰 공명을 세울지 모른다고 헤이시로는 코털을 뽑으며 감탄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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