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천둥 몇 개
저 안에 벼락 몇 개

저게 저 혼자 둥글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 밤
저 안에 땡볕 두어 달
저 안에 초승달 몇낱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천둥 몇 개
저 안에 벼락 몇 개

저게 저 혼자 둥글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 밤
저 안에 땡볕 두어 달
저 안에 초승달 몇낱

가을, 가지 끝에 달린 붉고 둥근 대추 한 알.
시인은 그것의 저절로 붉어지고
저 혼자 둥글어질 리 없다고 노래합니다.
대추는 무엇과 함께 어떻게 영글었을까요?
짧은 시에 담긴 길고 긴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가을, 가지 끝에 달린 붉고 둥근 대추 한 알.

시인은 그것의 저절로 붉어지고
저 혼자 둥글어질 리 없다고 노래합니다.

대추는 무엇과 함께 어떻게 영글었을까요?

짧은 시에 담긴 길고 긴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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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읽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책장을 넘기기만 해도 머릿속에 얼굴이 나타나고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장소가 그림처럼 펼쳐지고 심지어는 목소리와 음악이 들리는 마법을 경험한 인간들이 있대. 상상만 해도 온몸이 짜릿짜릿하지 않아?

이야기되지 않는 모든 것은 잊힌다.

잊히는 것은 존재하지 않은 것이나 다름없고,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대상에 불멸성을 부여하는 일이야.

이 진리를 나는 인간들의 세상을 통해 깨달았어. 에드몽 웰즈가 쓴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이 세상으로 향하는 문을 내게 열어 주었지.

기원전 6000년경 중국에서도 기록의 흔적이 발견된다. 하지만 고대 중국인들은 어떤 장면을 눈에 보이는 그대로 묘사해 의미를 전달하기보다 그림 문자, 즉 표기의 대상을 본떠 만든 상징적인 기호를 활용했다. 가령 선을 몇 개 그어 소라는 동물을 표기하는 식이다.

기원전 3100년경 수메르에서는 더욱 진화된 방식의 표의 문자가 사용되었다. 수메르인들은 여러 개의 그림 문자를 가지고 추상적인 개념을 표현하기 시작했다. 단순히 하나의 동물이나 장소를 표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생각을 전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 수메르인들은 점토에 갈대로 쐐기 모양의 선을 새겨 대상을 표현하는 설형 문자를 만들었는데, 이것 역시 표의 문자의 일종이다.

비슷한 시기인 기원전 3000년경, 이집트에서는 최초의 상형 문자가 탄생한다. 이것 또한 그림 문자가 발전해서 만들어진 단어 문자라고 볼 수 있다.

히브리어 알파벳의 첫 글자는 (고대에 힘의 원천으로 여겨지던) 소의 뿔 달린 머리를 뒤집어 놓은 형상으로, 이것은 훗날 그리스 문자 알파, 라틴 문자 A의 기원이 된다. 지붕이 덮인 집의 모양인 두 번째 글자 베트는 훗날 라틴 문자 B의 기원이, 낙타의 혹을 연상시키는 세 번째 글자 기멜은 라틴 문자 C의 기원이 된다.

그리고, 음, 가끔은 스스로 생각해도 잔인하다 싶을 때가 있어. 들쥐를 잡아 배를 가른 다음 내장을 꺼내 실타래처럼 앞발에 돌돌 감으면서 놀거든. 물론 먹지는 않아. 너희도 어릴 때 다들 한 번쯤은 이런 장난을 쳤을 테니 내가 유별난 건 아닐 거야.

그리고 난 독립성이 유달리 강해. 남이 나한테 이래라저래라하는 걸 참지 못해. 한마디로 〈길들여지길 거부하는〉 고양이지. 주인도 배우자도 사양한다는 게 내 삶의 모토야. 〈목걸이도 목줄도 사양한다〉던 우리 엄마의 영향을 많이 받았어.

자기애는 이기주의가 아니라 어떤 존재에게나 필요한, 가장 기본적인 생존의 지혜라고 믿어.

인간들은 함께 살아남기 위해 화해하고 연대하기보다 다르다는 이유로 동족을 죽이고 있었지. 그들은 〈짐승〉으로 변해 있었어.

우리를 죽이지 못하는 것은 우리를 더욱 강하게 만든다.

〈어떤 문제든 항상 최악의 순간에 최악의 방식으로 일어난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문제가 발생할 확률은 최악의 순간이나 최고의 순간이나 똑같다. 단지 힘든 상황에서 발생할 때 우리가 더 예민하게 반응할 뿐이다.

이 행동을 인간들은 목숨을 살리기 위해 마취를 시켜 놓고 하는 모양이지만, 나는 목숨을 거두기 위해 마취 없이 한다. 아주 큰 차이다.

인류의 역사를 섭렵한 그 흰 쥐가 닮고 싶은 인간 역사 속 인물을 하나 골라 자신의 이름으로 삼았다고 포로는 전했다.
〈티무르.〉

〈내 마음 같아선 이들에게 이런 끔찍한 시련을 면해 주고 싶었지만, 신께서 다른 결정을 내렸다.〉

얘가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릴 하네. 신세대를 보고 있으면 조마조마하다니까.

〈향수(鄕愁)〉라는 단어가 주는 아릿한 느낌. 이 단어는 지금이 과거와 같지 않음을 안타까워하는 그리움의 표현이다.

〈조화〉, 이것은 모든 게 제자리에 있을 때 느껴지는 균형의 느낌, 그 안정감을 지칭한다.

〈구식〉이라는 단어는 발전의 속도에서 뒤처진 무언가를 지칭하는데, 왠지 이 단어를 떠올릴 때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조바심이 든다.

〈신경증〉이라는 난해한 단어, 하지만 이것은 사실 누구나 느낄 수 있는 평범한 감정을 가리킨다. 상처 때문에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 못하는 상태를 말하니까.

티무르가 광활한 영토를 정벌하는 과정에서 죽인 사람은 도합 1천7백만 명으로, 이는 3억5천만 명으로 알려진 당시 세계 전체 인구의 약 5퍼센트에 해당하는 어마어마한 숫자였다.

〈걱정 없는 기간이 오래 지속되면 큰 불행이 조만간 닥치게 되어 있단다.〉

「고양이든 쥐든 수컷들은 하나같이 한심하기 짝이 없어. 어차피 너희들은 암컷들의 손아귀에 있어.」

몽골피에 형제가 이 실험에서 시도한 또 한 가지 혁신은 등나무 바구니에 승객을 태우는 것이었다. 양 한 마리와 수탉 한 마리, 오리 한 마리를 태운 열기구는 5백 미터 상공을 올라가 8분 동안 3.5킬로미터를 비행하는 데 성공했다. (양에게 깔려 부리가 부러진 수탉을 제외하면) 탑승한 모든 동물이 건강하게 살아서 지상에 착륙했다.

〈해도 그만이고 안 해도 그만인 일이라면 하는 쪽을 택하렴. 했을 때 생기는 최악의 결과라 해봐야 그걸 하지 말았어야 하는 이유를 깨닫는 거니까.〉

「네 집사가 〈너희 고양이들〉이 인간 문명을 대체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개념이 필요하대.」
첫째, 사랑.
둘째, 유머.
셋째,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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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여행을 떠날 때마다 고양이 도미노를 맡아 준
이웃 바네사 비통에게.
이 사랑스러운 공주님의 날카로운 발톱과 식탐과
신경질, 무엇보다 병적인 자기애를 받아 주고
참아 준 것에 고마움을 전하며.

자, 이제 세상은 고양이한테 맡기고 인간들은 구경이나 하렴. 인류 문명은 테러와 전쟁, 전염병으로 한계에 이르렀다.
그 자리를 대신할 수 있는 건 바로 고양이 문명.
쥐 떼에게 포위당한 고양이와 인간은 살아남아서
지구상에 새로운 문명을 건설할 수 있을 것인가?

"유머와 풍자가 가득한 동시에 인류의 한계를 날카롭게 포착한 소설." ― 비블리오테카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의 평등, 생물 다양성, 멸종 위기뿐 아니라 지식과 자유에 대한 갈망을 주제로 한 소설." ― 리르

인간도 마찬가지니 성급히 일반화하지는 말아라. 설마 그 많은 수의 인간들이 다 실망스럽기야 하겠니. 틀림없이 괜찮은 인간도 섞여 있을 거야.
─ 고양이 바스테트의 어머니

항문을 가린 존재는 모두 진실한 감정을 숨기고 싶어 한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 고양이 피타고라스

진실은 하나의 관점에 불과하다.
─ 고양이 바스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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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여기보다 훨씬 넓은 세계에서 왔잖아. 여긴 네 목적지도 아니었어. 이렇게 좁고 갑갑하고, 꽉 막혀 있는 세계는]

"사랑은 석유 냄새 같아."

"미안해. 그게 네 잘못은 아니지만, 그래도 잘 모르겠어. 이게다 뭔지, 난, 지금은………… 생각할 시간이 필요해."

"이곳을 사랑하게 만드는 것들이 이곳을 덜 미워하게 하지는 않아. 그건 그냥 동시에 존재하는 거야. 다른 모든 것처럼."

그러나 이제 단희에게도 입자들은 의미라기보다는 냄새에 가까워졌다. 둔감해진 후각기관은 한때 조안이 했던 것처럼, 공기 중에서 어떤 기억과 감정을 읽었다. 입자들이 단희를 그 시절로 데려갔다. 의미로는 포착할 수 없는 것들에게로 추상적이어서가 아니라그 자체로 너무 구체적이어서, 언어로 옮길 수 없는 장면으로, 조안이 말했던 그 공간들로.

[고마워요. 이제 충분해요.]

현재 지구에도 인격적인 존재로서의 신을 믿는 종교가 대부분 사라지고 도덕적 규율로서의 종교만이 남아 있듯이, 벨라타의 종교 역시 정확히 그러한 역할을 수행합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삶의 시간은,
이 행성의 시간을 잠시 빌려 온 것에 불과하다는 사실이지요.

"신도 금기도 없지. 오직 약속만이 있단다."

저는 바닥에 머리를 기대고 여전히 그 공간을 떠돌고 있는 목소리의잔해를 들었습니다. 제가 평생을 지나도 이해할 수 없을 어떤 결정들이그곳에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벨라타에서 우리를 구원하는 것은 앎이 아닌 무지이지요.

그때 저는 아주 긴 잠을 자고 있겠죠. 저는 땅 위로 내딛는 당신의발걸음을 느끼고, 꿈결 속에서 당신의 목소리를 들을 거예요. 오래전이곳에 머물렀던 어떤 반짝이는 시간들을 생각하면서요.

한때 이브는 나의 가장 가까운친구였다. 오랜 시간 나는 이브가곁에 없는 나를 상상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제 우리의 세계는 달라지고 있었다. 어머니는 나에게 어른이된다는 것은 결국 혼자임을 알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존재로 분화되기 시작한 두 사람은  서로를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

우리는 마침내 이 행성바깥의 우주를 온전히 상상하게 될것이다. 그러면 언젠가 그곳을 향해갈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이십 년도 넘게 언니에게 철저히훈련받은 유물론자로, 세상의 온갖 귀신과 유령, 초자연적인 현상들은 단지 인간의 편집증적 인지 왜곡과 문화적 산물에 불과하다는지론을 고수해왔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내가 여기까지 직접 오게 된 발단이, 나를 유물론자로 훈련시킨 바로 그 언니에게서 온 편지라는 거였다.

언니는 고맙다고, 사랑한다고, 하지만 견딜 수 없다고 말했다.
고맙고 사랑하지만 도저히 견딜 수 없어 떠나야 할 만큼 끔찍한 관계도 있을까. 그 생각을 할 때마다 나는 주저앉아 울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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