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경제의 종말이 시작됐다
마쓰후지 타미스케 지음, 김정환 옮김 / 원앤원북스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미국경제의 종말이 시작됐다
나는 이상하리만큼 ‘제목’에 집착한다.
‘종말’이라는 말이 걸린다.
종말. 말 그대로 끝이라는 것 아닌가!
미국경제의 종말이라니 마치 세상의 종말을 말하는 것 같다.
거품이 꺼진다고 해서 국물이 다 없어지는 것은 아닐텐데.
그럼 미국경제는 백퍼센트 거품이라는 말인가?
게다가, 종말이 '시작됐다'니!
그렇게 따지면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죽음이 시작됐다'고 해야겠지. 그거 뭐. 중간과정 쏙 빼고 탄생과 죽음만 이야기하는 것 아닌가.
너무 극단적이다.  

아무튼! 
지금까지는 제목 하나 가지고 내가 너무 말꼬리 잡고 늘어진 것이라 치고!
어쨌든 미국경제의 종말이 시작된 것이, 또 나에게 기회를 준다고 한다. 음.. 그래. 예고하고 찾아오는 기회라면 놓치면 안되지! 기회를 꼭 잡아야지!

그런데..
이거 참. 어렵다.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이다.
책을 다 읽고 나서도 지은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잘 모르겠다. 그냥 내 수준에서 이해하고 정리해보면,

‘지금부터 15년간 미국경제가 하락할 것이다. 천재일우의 기회다. 그러니 열심히 투자 공부를 해서, 앞날을 예측해서, 자산운용을 잘 해보시라. 그리고 자산운용시에 자산의 50%는 금광주에 투자하시라.’는 건데,
이상하다. 자기 자신이 금광산 경영자라면서 금광주에 투자하라는 결론이라니, 이건 뭔가 싶다.

자기는 주식 투자도 ‘바닥’에서 시작했고,
금광산 경업업도 금가격이 ‘바닥’일 때 시작했기에,
감히 ‘성.공.할.수.밖.에.없.었.다’고 말하면서(234쪽) 말이다. 지금은 거품이 꺼지기 시작한 꼭대기라면서!

금은 빼고? 음. 그렇군. 금은 빼고!

그러고보니 이상하게 생각하는 내가 이상한가?
하긴. 금광산 경영을 하게된 이유와 근거를 잔뜩 제시해 주었는데 금광주에 투자하라는 결론이 뭐가 이상한가. 거품 꺼지고 바닥이 보이기 시작했으니 바닥이 다 드러날때까지 열심히 공부하고 돈 모아서 ‘투자’를 시작하라는 결론이 뭐가 이상한가 말이다. 이상하게 생각하는 내가 이상하지. 음..

참...
아무튼, 전체적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워도,
작은 부분 부분, 어떤 한쪽 면에 대한 이해와 공감으로 고개가 끄떡여지는 쪽도 꽤 있다. (그런 곳만 조금씩 접어서 표시를 해두었는데, 나중에 세어보니 20쪽이다. 244쪽 중에서 20쪽이라... 음... 그럼 10% 정도 이해한 것인가? 훗.. 그러니 전체가 이해 안되는게 당연하지.)

그 중에 하나를 적어본다.

121쪽.

다시 미국으로 눈을 돌려보자.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의 졸업생이 제조업체에 취직하지 않고 은행이나 증권계로 흘러들어가는 상황을 봐도 미국경제의 종언을 짐작할 수 있다.

이 학생들은 눈치가 빠르기 때문에 어떤 분야로 진출해야 빨리 성공할 수 있는지를 알고 있다. 그들의 시야에 이미 ‘연구 개발’이나 ‘물건 만들기’는 없다. 그런 시간이 많이 걸리고 지루한 일보다는 ‘어떻게 자산을 운용하면 1만 달러를 1억 달러로 만들 수 있는지 생각하는 일’을 매력적으로 생각하는 사회 풍조가 되어버렸다.

지인 중에도 MIT를 졸업한 뒤 제조업체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벤처캐피털회사를 설립한 사람이 있다. 공학적 센스를 물건만들기가 아니라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에 LTCM에서 보았던 광경을 그의 사무실에서도 자주 볼 수 있다.

거품경제 전성기의 일본에서도 똑같은 일이 일어났었다. 공학부 졸업생들이 제조업체에 취직하지 않고 금융계를 선택한 것이다. 그 후 거품은 꺼져버렸다. 그들이 과연 행복했는지, 기회가 있다면 직접 물어보고 싶다.


지은이가 말하고자 하는 바와는 전혀 관계없이,
순전히 내 개인적인 경험때문에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대학을 졸업하고 건축설계사무소에 취업해서 일 잘하던 선배가 있다. 건축설계에 재능도 있던 사람이라 당연히 건축사 면허를 따서 자신의 사무소를 꾸려가겠지 예상했던 선배다.
그러던 선배가 ‘건축설계사무소에 계속 다니다가는 돈 없어서 결혼도 못할 것 같다.’는 이유로 과감하게(?) 건축설계사무소를 그만두었다.
그러더니 곧바로 외국계보험회사에 들어가서 보험영업을 시작했다. 그는 보험영업을 하면서 완전히 딴 사람이 되었다. 밤샘작업이 많은 건축설계사무소에 다닐 때는 생각지 못했던 생활을 하고 있다. 결혼도 하고 집도 샀음은 물론이고, 항상 고급 구두에 정장을 입고 몽블랑 만년필을 꽂고 다니며 외제차를 끌고 다닌다.
금융지식을 쌓으면서 주식 투자, 부동산 투자, 사업 투자... 등. 여러 분야에 투자를 해보더니 급기야 투자자를 모아서 회사를 하나 만들기에 이르렀다.
그는 행복할까?

지은이는 이야기한다.
‘땀 흘려 일하는 시대’에서 ‘모아놓은 돈을 굴리는 시대’가 되고 있다고.
맞는 말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행복은 땀 흘려 일하는 데서 더 찾기 쉽다.

그러니까 나의 결론은 이거다.

“땀 흘려 일해서 돈을 모으고,
  모아놓은 돈을 굴리는 공부도 하고,
  그리고 돈을 굴리면서도 계속 땀 흘려 일하겠다! 
  나는 땀 흘려 일하는 행복을 포기하지 않겠다.
  중단하지 않겠다. 정말 그런 바보같은 짓은 하지 않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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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대단한 나 - 인생의 로드맵을 디자인하는 행복한 커리어 혁명
정효경 지음 / 홍익 / 2008년 10월
평점 :
품절


     
    

 책 제목 : 사실은 대단한 나.
(사실은 대단한 나? 음... 제목이 쫌 거시기 허요. 알고보면 대단한데, 현실은 그저그런, 쫌 거시기 헌 사람들 읽으라고 쓴 책인갑네? 쩝~ 제목이 주는 첫인상은 별루다. 그래도 책을 읽는다. 왜? '나'에 관한 책이라니까. 나는 '나'에게 아주 관심이 많거든. 나는 '나'를 참 좋아하거든. 그래서 나는 '나'를 계속 알아보고 싶거든.)

차례를 훑어본다.

제1장. 운명을 바꾸는 힘은 어디서 오는가?
제2장. 무엇이 커리어를 선택하게 하나?
제3장. 내 적성에 맞는 커리어는 무엇일까?
제4장. 커리어를 결정하는 특별한 요소들
제5장. 나의 커리어를 발전시키는 8가지 방법
('음.. 이거 새로나온 적성검사로군.' 확실하다. 맞다. 새로나온 적성검사다. 말하자면, 요즘 세태에 맞게 업그레이드 된 형식이라고나 할까. 음.. 그래 맞아. 꿈보다 해몽이라고. 같은 '나'를 두고 어떤 이는 '까탈'이라 하고, 어떤 이는 '매력있다'하고. 그렇듯이. 같은 '나'지만, 아무튼 쫌 다른 면모로 해석을 해서 그걸루 자기에게 맞는 '일' 찾는데 써먹는다 이거지. 음.)

책 처음에는 새로나온 적성검사의 용어 설명과, 탄생 배경, 검사가 필요한 이유, 검사 결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렇게 한 사람들이 어떤 효과를 얻었는지에 대한 증거자료 등을 제시하고 있다. (핵심적인 내용은 아니지만, 아무튼 앞부분에서는 40~42쪽 아놀드 슈왈제네거에 대한 내용을 재미있게 읽었다. 아놀드 슈왈제네거 자체도 그렇고, 그가 사용한 '시각화'에 대해서도 좀 더 자세히 알아봐야겠다.) 

책 중간 부분은 사실, 적성검사 결과를 가지고 읽어봐야 할 내용들이다. 그렇지 않고 이 책을 먼저 읽고, 검사를 하고, 다시 책을 읽는 순서가 된다면 뭐랄까... 그렇지! 답을 먼저 알고 문제를 푸는 기분일 것이다. 그리고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실제적인 자기 자신의 모습이 아닌, 자기가 바라는 모습의 결과를 얻으려는 쪽으로 검사 문항에 답할 수도 있기때문이다.

나는 사실 2005년도에 읽은 책 <위대한 나의 발견 강점혁명>을 통해 나 자신을 많이 생각해 볼 기회를 가졌고, 또한 MBTI검사(성격심리유형검사)를 통해서도 나 자신에 대해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특히 나의 MBTI검사 결과를 가지고, 지식과 경험이 풍부한 상담선생님과 일대일 상담을 하면서 어떤 강점을 발전시킬 것인지, 어떤 약점을 보완할 것인지, 어떤 식으로 삶을 풍성하게 만들어갈 수 있을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해 본 적이 있다. (매우 유익하고, 놀랍고, 흥미진진한 상담이었다.) 

덕분에 이 책(사실은 대단한 나)을 읽으면서 내가 어떤 유형에 해당하는지, 다중지능 중에 어떤 지능이 높은지 낮은지, 나의 위험감수도, 환경적응도, 환경창조도가 얼마나 되는지 등에 대해서 쉽게 알아볼 수 있었다. 그런데 만일 책을 다 읽고나서도 그런 느낌이 정확하게 오지 않았다거나, '사실은 대단한 나였군'이라는 확신이 안들었다면 무척 실망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만일 누군가 진로때문에 고민하고 있다면 <사실은 대단한 나> 보다는 <위대한 나의 발견 강점혁명>을 권해주고싶다. 이유는 하나다. <위대한 나의 발견 강점혁명>을 읽으면, 추가비용 없이 곧바로 온라인 테스트를 통해 나의 강점이 무엇인지 알아볼 수 있다. 그리고 그 결과를 가지고 다시 책을 읽으면 자신의 강점을 가지고 어떤 일을 잘 할 수 있을지 알아보는 데 문제가 없다. 

<사실은 대단한 나> 이 책은, 기존 성격검사나 적성검사 등을 통해 이미 자기자신에 대해 알아보고 생각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에게 더 도움이 될 것 같다. 책 마지막 부분 [나의 커리어를 발전시키는 8가지 방법]이라는 장에서, 직장 생활, 삶의 태도 등에 대해 '좋은 말, 맞는 말, 조언'을 제공하고 있지만, 결정적으로, '나'를 비춰주는 거울의 역할을 하기에는 너무 일반적인 이야기들이라고 생각한다. 실루엣만 어렴풋이 보이는 거울이라면 '거울'이라 할 수 있을까? '사실은 대단한 나'를 비춰주는 거울을 기대한 내가 무리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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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향력 - 다른 사람 마음에 나를 심는 기술
크리스 와이드너 지음, 류지연 옮김, 이종선 / 리더스북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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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영향력 : 다른 사람의 생각, 믿음 또는 행동을 바꿀 수 있는 능력. (60쪽)

2009년에 나는 마흔 살이 된다.
달력에 표시된 날수로는 두어달 남았지만,
'40'이라는 숫자를 인식한 뒤부터 나 자신은 이미 마흔 살이 되었다.
마흔.
'지금껏 뭘 했나.'
허망한 기분에 사로잡히기 쉬운 나이다.
하지만 그보다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
라는 생각을 더 많이 한다.

[영향력]

이 책을 읽으면서
그동안 내 삶에 영향력을 행사한 사람,
앞으로 내 갈 길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사람들을 꼽아보게 되었다.

그동안 내 삶에 영향력을 행사한 사람을 꼽아보라면,
선생님이나 부모님을 제외하면, 그건 당연히 책을 통해 나에게 많은 영향을 끼친 '지은이' 들이다.
소설가 박경리 선생님을 비롯해서, 이오덕, 박지원, 천상병, 이생진, 이외수, 괴테, 톨스토이, 헤르만 헤세, 윌리엄 진서, 미치 앤소니, 데릭 젠슨, 앤드류 매튜스, 반 고흐, 마크 트웨인... 나의 생각, 믿음, 행동을 바꿀 능력을 가진 '지은이'들이 참 많았다. 행복감을 느낄 정도로.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에 대한 생각도 마찬가지겠지.
책을 쓰는 사람들이 나의 삶에 많은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 누구 보다도.

한가지 변화시켜야할 점이 있다면,
나의 삶도 누군가에게 영향력을 끼칠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점이다.

방법은 무엇인가.
책을 쓰는 사람이 되는 것 아니겠는가.

어떤 책을 쓰면 좋을까.

내가 영향을 받은 '지은이'들의 공통점은,
그 누구도, '남의 이야기'로 책을 쓰지 않았다는 점이다. 

(59쪽) "반면에, 영향력은 자기 자신에 관한 것이라네." 

(61쪽) "그래, 맞아.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 자네가 좋게 인식되려면, 자네가 실제로 좋은 사람이어야 하지. 요령이나 속임수는 결코 통하지 않는다네. 그러니까 다른 사람들이 '저 사람을 믿고 따르고 싶어'라고 인식할 만한 사람, 또는 '저 사람이 파는 물건은 믿고 살 수 있어'라고 인식할 만한 사람이 되어야 하는 거야."

책에서 이야기하는 몇 가지 세부 사항이 있기는 하지만,
결국 영향력이란 '자기 자신이 되는 것'에 달린 문제라는 게 나의 결론이다.

가장 자연스러운 자기 자신의 모습과 향기로 누군가의 발걸음을 멈출 수 있다면,
그게 누구라도, 어떤 모습이라도, 어떤 향기라도,
지친 사람을 쉬게하고,
쓰러진 사람을 일으켜 세우고,
슬픈 사람을 위로하는 그런 따뜻한 '영향력'을 가진 사람일테니까.

이 책은, 누구보다도 나와 같은 나이,
두어달 뒤에 마흔 살이 되는 친구들이 함께 읽어줬으면 좋겠다.
한결 세월에 쫓기지 않는, 그런 마흔 살을 맞이할 수 있을 것 같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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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도둑 2
마커스 주삭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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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구름.
누군가에게 어떻게 하늘 한 조각을 줄 수 있을까?
2월 말, 리젤은 뮌헨 거리에 서서 커다란 구름 하나가 하얀 괴물처럼 산들을 넘어오는 것을 지켜보았다. 구름은 산을 올라갔다. 해가 가려졌다. 해 대신 심장이 잿빛인 하얀 짐승이 도시를 굽어보았다.
"저것 좀 보실래요?" 리젤이 아빠에게 말했다.
한스는 고개를 한쪽으로 기울이고,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인 것처럼 이야기를 했다. "그걸 막스한테 주렴, 리젤. 저걸 침대 옆 탁자에 갖다놓을 수 있는지 봐라. 다른 것들처럼 말이야."
리젤은 미친 사람을 보듯이 아빠를 보았다. "하지만 어떻게요?"
아빠는 리젤의 머리를 주먹으로 가볍게 치면서 말했다. "기억 속에 넣어둬. 그랬다가 막스를 위해 쓰면 되잖아."

"......크고 하얀 짐승 같았어요." 리젤은 다음에 침대맡에서 막스를 지킬 때 말했다. "산을 넘어왔어요."
몇 번 이런저런 조정을 하고 첨가를 하여 문장을 완성하자 리젤은 해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리젤은 그 광경이 자신의 손에서 담요를 통해 그의 손으로 넘어가는 상상을 했다. 리젤은 그것을 종잇조각에 적은 다음, 돌로 눌러놓았다.
- 마커스 주삭 《책도둑2》에서


 
 

살아있는 말을 만난다.
살아서 숨쉬고, 걷고, 뛰고, 날고, 노래하고, 숨고, 갇혀있다가 뛰쳐나오고, 그냥 죽어버리고, 다시 살아나고, 겨우 살아나는 그런 말, 말, 말!

마커스 주삭은 천재다. 천재라야 한다. 그래야 내가 그를 제쳐두고 계속해서 글을 쓸 수 있으니까. 아... 사랑할 수밖에 없는, 그러나 사랑하는 꼭 그만큼 배신하고싶은 책도둑이여, 마커스주삭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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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자서전 쓰는 법 - 삶은 어떻게 책이 되는가
린다 스펜스 지음, 황지현 옮김 / 고즈윈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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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가 필요해〕개그콘서트의 한 코너. 깔깔대고 웃으면서 보지만 한편 덜컹~ 마음이 내려앉을 때도 있는 그런 이야기. 이거이거 장난 아닌데? 이런 개그가 인기를 얻고 오래가는걸보면 정말 대화가 필요한 가족이 많은가봐? 그치? 피식- 거 뭐 딴 데서 찾을거 있나? 저거 딱 우리집 얘기네 뭐. 크크크크

딸-딸-딸-아들
세 딸 중에 그래도 하나쯤은 애교가 많거나, 하나쯤은 수다스럽거나, 하나쯤은 곰살맞거나 그럴만도 한데, 어째 우리집은 여자들이 하나같이 무.뚝.뚝. 거기다 막내 아들까지 어찌나 말을 아끼시는지. 침묵은 금이라고? 흥! 절대 찬성 못하지. 침묵이 금이라면 지금 나는 황금대궐에 살고있어야 정상일껄! 껄껄. 헌데 뭐야. 우리집은 썰렁썰렁 썰렁하다못해 가끔은 오싹한 느낌마저 드는게 완전 얼음궁전이쟎아. 으으으. 우리집은 정말 대화가 필요해.

그래도 요즘은 좀 낫지. 언니와 동생이 결혼을 해서 애들을 낳아놓으니까 다같이 모이면 떠들석~ 사람사는 집 같아. 언니는 결혼을 일찍 해서 큰 애가 벌써 열여덟살. 어엿한 나의 말상대가 되어주니 얼마나 반가운 일인지. 새삼 언니에게 고마운 마음까지 생기는군.

눈이 내린다. 그러고보니 언니의 첫 딸 인혜가 태어나던 날도 눈이 내렸어. 1990년 1월, 꼭 오늘처럼 포근포근 눈이 내리는 날 용인세브란스병원에서 태어난 아이 인혜. 언니에게는 첫 아이이고 나에겐 첫 조카, 엄마 아빠께는 첫 손녀로군. 이렇게 쓰고보니 인혜에게는 뭐든 '처음'이라는 의미가 아주 크구나.

인혜가 무얼 하기만 하면 뭐든 처음이 된다. 처음이란 많은 용기가 필요하고 책임도 큰 자리. 자칫 조심스러운 성격이 되기 쉬운데 다행히 인혜는 느긋하고 밝은 아이다. 웃음소리가 크고 마음이 따뜻한 인혜. 누구와도 거리낌없이 말하고 사귈 수 있는 귀한 천성을 잘 간직하고 열여덟살이 되었다. 복덩어리 인혜. 조카인데도 이렇게 사랑스러운데 부모인 언니는 얼마나 좋을까. 나를 세 명의 아이들의 이모로 만들어준 언니와 동생이 고맙기도 하고 또 솔직히 조금은 샘도 나는군.  

언니네 식구, 동생네 식구. 이번 주말엔 다 우리집으로 불러서 만두라도 해먹어야겠다. 만두라면 모두들 사족을 못쓰니까. 크크. 만두 빚으면서 엄마한테 옛날 얘기도 듣고 언니랑 동생들한테두 추억얘기 좀 떠들어보라고 해야지.

<내 인생의 자서전 쓰는 법> 책은 누구한테 줄까? 아무래도 언니가 낫겠지? 언니가 나보다 4년이나 더 살았고, 언니야말로 책 한권으로는 어림도 없는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왔으니까. 아마 할 말이 많을꺼야. 그래. 나한테두 맨날 자기 얘기로 책 좀 써보라고 주문을 해대쟎아. 그렇게 할 말 많으면 자기가 할 일이지. 내가 써봐야 자기 흉만볼텐데 뭐. 

<내 인생의 자서전 쓰는 법>
이 책은 정말 딱이야. 딱! 딱 나를 위해 나온 책이라구! 어쩜 시간도 이렇게 딱 맞춰서 내 앞에 온 것인지! 이렇게 호들갑 떨어놓구 결과가 없으면 안되겠지! 걱정 없다. 결과가 없을래야 없을수가 없는책. 한 번 걸려들면 도저히 빠져나갈 수 없는 촘촘한 거미줄처럼 그렇게 치밀한 질문 질문 질문.
엄마에게 하나 해봤다. 

나:   엄마! 엄마는 어릴 때 꿈이 뭐였어? 
엄마: 뭐?
나:   꿈! 엄마는 꿈 없었어?
엄마: (황당하다는 표정뿐)
나:   아 왜 엄마 옛날에 미용기술두 배우구 그랬다며!
엄마: 꿈은 무슨. 그거야 결혼하기 전이니까. 결혼하구는 그냥 살았지.
나:   엄마는 아빠랑 연애결혼했지? 아빠가 엄마 쫓아다닌거야?
엄마: 그때는 뭐 나두 아빠를 좋아했지.
언니: 아빠가 청년회장하구 노래자랑 사회 볼 때? 그 때?
엄마: 그래. 거기 나가서 노래하구 상으루 쌀두 받구 그랬어. 니 아빠가 나를 좋아하니까 심사위원한테 힘을 쓴거지. 그때는 나두 노래를 잘 했어. 옛날노래는 잘 했다구. 그때는 한번만 들으면 다 따라하구 외워서 했는데.
나:    무슨 노래 불렀어? 기억나?
엄마: 그거 그거 ♪목숨보다 귀한 사랑인데 창살없는 감옥인가 만날길없네~ 박재란이 부른거. 기억나지 기억나. 1절은 다 기억나. ♪목숨보다 귀한 사랑이건만 창살없는 감옥인가..♪♪
 

아주 신났군. 엄마하구 남 얘기, 돈 얘기, 병원 얘기 빼구는 할 얘기가 없다구 우울해죽겠다구 했는데 말이야. 아 글쎄 살다보니 내가 엄마하구 이렇게 다정한 대화를 나눌 때두 다 있구나 그래! 흑흑 감격에 겨워 눈물이 다 날려구 하네 그래. 맞다 맞어. 이런게 정말 가족 아이가? 엉? 그렇제? 맞제? 엄마! 나 엄마 딸 맞제? 다리 밑에서 줏어온거 아니제?
(이건 또 뭐꼬? 니 바보가?)
그게 아니고 내캉 시방 느~무 좋아가~
(하이고야. 두 번 좋았다간 무신 영화찍는줄 알고 사람들 몰리겄다.) 킁! 몰리믄 좀 으떻노. 그라믄 울 엄마 노래나 한 가락 뽑으라카지 머.
(으이그. 또 특기 나오나? 삼.천.포! 삼천포 많이 댕겨왔다안하나. 인자 그만 제자리!)
오예~

그나저나 내 호들갑이 좀처럼 사그라들지를 않는군.
<내 인생의 자서전 쓰는 법> 이 책에 대한 확실한 리뷰라면 그것은 두 말할 것도 없이 나의 자서전이 될 것이다. 그러니까 내가 여기서 리뷰를 마친다해도 그것으로 진짜 끝나는 것은 아니라는거지. 엄마에게 물어볼게 너무너무 많다. 하나도 빼먹지 말고 다 답을 들어야지.

엄마 나는 태몽이 뭐야? 언니 태몽은? 정미는? 창환이는? 아빠는 젊을때 속 안썩였어? 돈 잘 벌어줬어? 아빠랑 어디어디 가봤어? 제일 기억나는데는 어디야? 옛날에 어디서 데이트했어? 외할머니는 엄마한테 어떤 엄마였어? 엄마는 이모들 삼촌들 중에 누구랑 친했어? 아빠랑 결혼할 때 주례는 누가 섰어? 엄마는 많이 아픈적은 없었어? 엄마는 아빠한테 무슨 선물 받아봤어? 아빠 말고 다른 사람은 좋아한 적 없어? 아빠가 살았으면 지금쯤 뭘 하고계실까? 기타등등 기타등등 (한도 끝도 없네~ 아주 행복해.)

책에 나온 질문은 먼저 엄마에게 다 해봐야지. 엄마와 나는 대화가 필요하다. 절실하게. 이렇게 절실한데 왜 그렇게 용기를 내지 못했는지?

뭐 좋다. <내 인생의 자서전 쓰는 법> 이것으로 우선 엄마의 자서전을 쓰는 거다. 엄마의 자서전이 완성될때까지 나는 대필작가가 되는 거고. 얼마나 좋은가. 엄마랑 대화도 하고, 기록까지 할 수 있으니. 엄마도 좋을 것이다. 분명. 내가 옛날 얘기를 물어보는 게 귀챦지만은 않은거야. 노래자랑 얘기 할때는 꼭 그 때로 돌아간듯 아련한 표정을 짓는 엄마. 엄마도 옛날 얘기하면서 속풀이 꽤나 하실 수 있겠지. 엄마 이야기를 통해서 새롭게 등장할 나를 비롯하여 엄마, 아빠, 언니, 동생들, 조카들, 형부, 제부, 할머니, 할아버지, 이모, 삼촌, 고모, 사촌, 이웃에 팔촌 아줌마 아저씨들! 기대됩니다요!!!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내 인생의 자서전 쓰는 법> 이 책은 대화가 필요한 가족에게 특별히 유용한 책이다. 그래서 나에게 딱 알맞는 책이고. 그런데 대화가 필요없는 가족도 있나? 그만큼 사정거리가 넓은 책이라는 말이겠지. 작가는 돈 많이 벌었을 것이다. 부디 그 돈으로 좋은 일도 많이 하기를.~ 아무튼 이 글을 읽는 사람 대부분 이 책이 필요하다. 책 내용은 묻지 마시라. 그냥 사서 읽어보시라. 질문에 답하다보면 (물론 답은 글로 써야지!) 어느새 당신만의 책이 한 권 나올테니까!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더. 이 책을 읽고 책값이 아깝다고 느끼는 사람은 딱 두 부류 뿐일 것이다. 사랑을 모르는 부류 하나, 한글을 모르는 부류 하나. 지금 내가 한 말은 전혀 호들갑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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