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피에르 아술린 지음
정재곤 옮김
(주)을유문화사
2006년 7월 10일 초판인쇄
2015년 2월 10일 초판 8쇄
2019년 10월 30일 개정판 1쇄

[ 나의 동생 스테판 아술린에게 ]

[ 물론 인간이 문제지!
그런데 대체 인간 자체는 언제나 돼야 문제가 될 셈인가?
누군가가 인간에 대해서 외쳐 대긴 할 건가?
왜냐하면 인간이 존재하는 이상,
인간이 문제될 수밖에 없을 테니까 말일세.
또 그러려면 눈을 아주 커다랗게 뜨고
높은 파도가 출렁이는 내면을 보아야 할 테고.
서둘러! 서둘러! 인간에 대해서 증언해야지!

생 존 페르스Saint-John Perse
《바람Vents》, 1946년 ]

[ 추천의 글
피에르 아술린이 추적한 20세기의 안목,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정진국 사진 평론가

1980년대부터 지금까지 해마다, 웬만한 미술관이 있는 유럽 도시에서 한 번쯤 전시회를 만나게 되는 사진가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Henri Cartier-Bresson (1908~2004)이다. ...... ]

흐익!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아저씨 뻘인 줄 알았더니 할아버지.. 아니 내 할아버지들 보다도 1.5세대 먼저 사셨던 분일세!! 와우, 내 증조 고조 할아버지들은 카메라를 구경도 못 해 보고 돌아가셨을 텐데 이 분은 무려 사진작가로 평생 이름을 알리셨다고 생각하니까 갑자기 엄청 멀게 느껴지는구만.

게다가 돌아가신 지 20년이 넘었어. 20년? 어.. 이상한데? 울 아부지 돌아가신 지가 23년째인데.. 울 아버지의 할아버지뻘인데? 음.. 아버지가 너무 일찍 돌아가신 거 맞구만. 앙리 할아버지는 96세에 돌아가셨으니까 시대를 생각하면 꽤 장수하신 셈인가? 음.. 궁금하다. 사진 작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을 만날 수 있는 책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읽기.

*

[ (104p)마침내 앙리의 아버지는 아들이 자신의 소망대로 되지 않으리라 생각하고 단념하기에 이르렀다. 그럼 뭘 할 것인가? 아버지 생각에 앙리는 자칫 평생을 직업 없이 데생에만 전념할 것같이 보였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용기를 북돋아 주면서, 뭔가 진지한 일을 찾아보라고 했다. 하지만 아버지조차 그것이 대체 무엇일지 알 수 없었다. 마찬가지로 앙리도 자기가 앞으로 무슨 일(예술......)을 할 것인가는 알 수 없었지만, 무슨 일(가업을 이어받기)이 하기 싫은지는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앙리는 한편으론 혈기 왕성하고 격렬하고 활기찼으며, 다른 한편으론 열정과 분노, 강한 자존심으로 가득했다. 그는 돈에는 관심이 없었고, 대신 뜨겁게 달아오르는 기질을 가졌다. 돈은 어떤 식으로든 죄의식을 안겨 주었다.

앙리는 가정에서 언제나 숨 막혀 했기 때문에, 자기가 내린 결정을 스스로 떠안을 수밖에 없었다. 앙리의 아버지는 이렇게 말했다.

˝네가 원하는 것을 하렴. 어쨌든 아버지 대를 잇는 일은 아니겠지. 네 몫으로 떼 놓은 돈을 줄 테니, 그걸로 네가 원하는 공부를 하렴. 뭘 하든지 잘해야 한단다......˝

앙리는 잠시 보들레르가 된 듯한 심정이었다. 그에게는 실용성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끔찍해 보였다. 하지만 아무짝에도 소용없는 사람을 사회악으로까지 보는 식구들에게 그런 생각을 어떻게 드러낼 수 있겠는가? 다른 사람에게 설명할 수 없는 때가 있는 법이다. 자기 자신에게조차도...... 그저 떠나야 할 따름이다. 앙리는 그렇게 했다.(10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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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인간의 최후》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지음
김하은 옮김
이야기장수
2024. 5

정확히 말하자면《붉은 인간의 최후》소책자(비매품 ˝이 책자는 홍보용으로 본 책의 내용을 발췌한 것이며, 본 팩은 전국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를 읽음.

종이가 찢어지도록 밑줄 벅벅 벅벅벅___
(비매품이라서 그런 건 아니고)
아무튼 밑줄___

(소책자 4쪽) 저는 어릴 때부터 죽음을 가르치는 나라에서 살았습니다. 우리는 죽음을 배웠습니다. 국가는 우리에게 사람은 자신을 내어주기 위해, 불사르기 위해, 희생하기 위해 존재한다고 말했습니다.

(소책자 5쪽) 제가 쓴 책은 다섯 권이지만 이 다섯 권 모두 저에게는 하나의 책처럼 여겨집니다. 이상향의 역사를 말하는 한 권의 책........

(소책자 22쪽) 전 말이죠. 제가 먹는 햄보다 싼 햄을 먹는 사람들이 대해서는 관심이 없습니다. 모두가 자본주의가 오길 원하지 않았습니까? 꿈꿔왔잖아요! 그러니 속았다고 아우성치지 말란 말입니다!

(소책자 24쪽) 죽으면 어차피 아무것도 남지 않는 것을. 죽으면 그만인 것을. 땅에 묻어버리면 끝이라고요. 하지만 아무리 불행한 삶이더라도 살아만 있으면 바람도 쏘이고 정원도 거닐 수 있잖아요.


아흐. 안되겄다. 책부터 주문하고 보자.
오늘은 일단 조경기능사 필기 시험 공부해야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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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단계 화단 디자인》

1단계 식물을 이해하자
2단계 화단 스타일을 선택하자
3단계 화단의 토양과 빛의 강도를 조사하자
4단계 꽃의 색, 개화 시기 및 기간을 고려하자
5단계 잎의 색과 질감을 고려하자
6단계 식물의 형태와 높이를 예측하자
7단계 화단을 디자인하자


(8쪽) 참고
http://www.forest.go.kr
http://en.wikipedia.org
http://www.rhs.irg.uk
http://www.missouribotanicalgarden.org


일주일에 두 번, 두 시간씩 조경기능사 자격증반에 다닌다. 저녁 직장인반이라 (나보다) 젊은 사람이 많을 줄 알았는데 비슷한 연배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교재를 넣고 가방을 메면 어깨가 아프게 눌릴 정도로 무겁고 두꺼운 책을 한달 만에 다 읽고 이해해야 한다. 모르는 용어가 이렇게 많다니, 신기하고 흥미롭다. 시험 준비를 하지 않았다면 평생 모르고 죽었겠구나 깨달았다. 나로서는 새로운 분야를 공부하는 것이 세상을 여행하는 방법이고 사람을 만나는 기회고 살아가는 이유다. 고마운 일이다.




1.1 식물과 인간

식물은 지구상에 산소를 공급하는 허파의 역할을 한다.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여 광합성 작용을 거친 후, 산소를 방출하여 공기를 맑게 해 준다. 우리가 숨을 쉴 때 필요한 산소는 대부분 식물이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리고 식물은 생태계의 빛에너지를 이용하여 스스로 영양분을 만들어내는 가장 중요한 생산자이며 동물은 식물이 만들어낸 영양분을 먹고 산다. 모든 동물은 식물에 의존하고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인류 또한 식용 자원을 식물계에서 찾았으며 지금까지 식용으로 활용된 식물이 800여 종이다. 또한 질병을 고치는 약도 대부분 식물계에서 발견하여 식용 자원보다 많은 900여 종을 약초로 활용하고 있다. - P11

1.2 식물의 생장과 번식

식물은 광합성으로 양분을 섭취한다.

광합성은 녹색 잎에 있는 엽록소에서 태양 에너지를 이용하여 물과 이산화탄소라는 재료로 필요한 양분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는 식물의 생장과 번식을 위한 에너지이다. 번식의 목적은 식물의 개체 수를 늘리면서 동시에 고유한 특성들을 그대로 보존시키는 것이다. - P11

1.3 식물의 분류

식물의 분류는 번식 방법, 모양 등 식물 자체의 특성을 기준으로 구별하고 있다.

지구상에 사는 모든 생물의 분류 체계는 동물계와 식물계로 시작하여 계> 문> 강> 목> 과> 속> 종의 7단계로 이루어진다.

<계>의 단계에서 분류의 기준은 스스로 양분을 합성해서 살아갈 수 있는 식물계와 외부로부터 양분을 섭취해야 하는 동물계로 나누어진다.

식물계는 <문>의 단계에서 다시 꽃이 피고 씨를 만들어 번식하는 종자식물과 꽃이 피지 않고 홀씨로 번식하는 포자식물로 나눈다.

꽃이 피는 종자식물은 <강>의 단계에서 다시 밑씨가 씨방 속에 들어 있는 속씨식물과 씨방이 없어 밑씨가 겉으로 드러나 있는 겉씨식물로 분류한다. 그리고 속씨식물은 싹이 틀 때 나오는 떡잎의 수에 따라 떡잎이 2장으로 나오는 쌍떡잎식물과 1장인 외떡잎식물로 나눈다.

이렇게 비슷한 특성을 묶어 목>과>속으로 분류하여 최종으로 <종>의 단계에서 각 식물의 개별 이름이 부여된다. - P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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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카피라이터의 표현법‘이다.

가수는 노래로 표현하고
화가는 그림으로 표현한다.

카피라이터는 말로, 아니 글로 표현한다.
글이라기보다는 문장이라고 해야 할까?

이 책에서는 ‘언어‘로 표현하라고 한다.
생각의 99%는 무의식으로 밀려나지만 괜찮다고, 다시 그 생각을 무의식으로부터 바깥으로 꺼내올 방법이 있다고, 훈련하라고, 누구나 연습할 수 있다고, 하면 된다고 부추긴다.

‘나는 왜 이렇게 즉흥적일까, 충동적일까, 생각이 없을까‘ 고민했는데, 표현을 못한 것 뿐이지 생각이 없는 건 아니니 걱정 말라는 말을 해준다.

솔깃하다.

표현력이 부족하면 ‘이 사람은 아무생각이 없구나‘, ‘저 사람이 무슨 말을 하는지 도대체 모르겠다‘와 같은 인상을 줄 뿐 아니라 일을 못한다고 평가받기 십상이다. - P11

본래 ‘무엇을 말할 것인가‘ 즉, 메시지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전달하려는 내용이 불분명한 상태에서 ‘어떻게말할 것인가‘를 아무리 궁리해봐야 잘 포장된 빈 껍데기에 불과할 뿐이다.

예컨대 당신이 아무리 멋진 옷을 차려입어도 마지막에는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가 중요하다. 마찬가지로 ‘무엇을 말할 것인가‘가 결국 소통의 본질이다.


[비법은 빈 종이에 생각을 재빨리 메모하기]

생각을 말로 표현해내는 일의 중요성을 깨달은 후부터 언어화 훈련에 힘썼다. 여러 시행착오를 겪은 결과, 이 책에서 소개할 ‘표현력 트레이닝‘이 탄생했다. 이 트레이닝을시작하고 인생이 참 많이 달라졌다. 그것도 서서히 바뀐 것이 아니라 한순간에 180도 바뀌었다. - P15

[메모가 말의 해상도를 높인다]

"왜 하필 메모지?‘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메모는 ‘잊지 않기 위한 도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책을 통해 메모의 진짜 힘은 전혀 다른 데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 메모는 ‘생각을 표현하기 위한 도구‘다. - P17

‘쓰기‘는 ‘표현을 강제하는 일‘이라고도 볼 수 있다. - P18

어쩌면 ‘애초에 머릿속에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아요‘
라는 고민을 토로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른다. 실은 이 또한 같은 문제다. 이런 사람은 어렴풋한 이미지조차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말의 해상도가 극히 낮은 상태일 뿐이다. 깨닫지못할 뿐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생각은 있다. - P18

일단 사소한 내용부터 조금씩 쓰면 된다. ‘뭐든 좋으니까우선 하나라도 써보는 것‘이 중요하다. 하나의 메모가 다른이미지를 언어화하는 촉매제가 되기 때문이다.

그다음에 ‘추가로 언어화된 말‘을 메모한다. 그러면 그것이 다시 촉매제가 되어 다른 이미지가 언어화된다. 이 훈련을 매일 반복하다 보면 조금씩 말의 해상도가 올라가 생각을 구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 메모라는 도구는 생각을 표현하기 위해 사용할 때 비로소 진가를 발휘한다. - P19

[생각의 99%는 무의식으로 밀려난다]

이처럼 우리는 평소 생활을 하면서 무의식적으로 다양한감정을 느끼거나 깨닫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을 일일이언어로 표현할 기회는 많지 않다. 그렇기에 실제로는 느끼고 있는 많은 것들이 대부분 어렴풋한 이미지로 머릿속을스칠 뿐 그대로 무의식에 방치된다<도표 5>.

자신이 무엇을 느꼈는지 깨닫지 못하기 때문에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다고 여길 수밖에 없다. 느낀 점을 구체적으로 정리하여 누군가에게 전달하거나 설득시키지 못하는것도 당연하다. 머릿속 생각이 어렴풋한 이미지 상태라는것을 깨닫고 누군가에게 전달할 수 있는 상태로 치환하는일이 언어화고, 그 능력이 바로 표현력이다. - P69

표현력을 기르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일단 무엇이라도써 내려가면서 객관적으로 내 생각과 의견을 인식한다‘는점이다.

처음 말과 글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은 무의식이 품고 있는 생각과 의견이라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느꼈는지, 왜 그렇게 느꼈는지 등 깊은 부분까지 곧장 말이나 글로 표현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바로 그 깊은 부분에 당신만의 생각이 담겨 있다. 자신만의 독창적인 관점은 누군가에게 이야기할 때 설득력을 한층 높여준다. 이 때문에 차근차근 메모를 하면서지금까지 말로 표현되지 않았던 깊은 생각을 언어화하는과정이 중요하다. 이 과정을 머릿속으로만 수행하기에는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 P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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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축구아카데미에는 어떻게 입단을 할 수 있나요?]

손 ㅣ 뭐 언제든지요. 초등학교 1학년에서 3학년 애들까지는 굳이 입단 테스트 안 하고요, 4학년부터는 해요. 잠재력이 없다 싶으면 아예 안 받고요. 부모한테나 애한테나 경제적으로 혹은 시간적으로 손실을 주면 안 되잖아요. 그건 그들에게 사기를 치는 거나 진배없잖아요. 사람한테는요, 양심으로 접근하는 거예요.

[운동장에서 보는데 감독님은 목청이 터지시고 저는 귀청이 떨어지는 줄 알았다니까요. 아이들과 계속 볼을 차시는 와중에 어쩌면 그렇게 지시 사항을 계속 내뱉으시던지. 저 받아 적으려다가 못 참고녹음기 켰잖아요. "빨리 줘! 우유부단하게 하지 말라고! 살피라고!
자세 읽히지 말라고! 단순하게! 짧게! 가까운 데 주라니까! 계산해!" 되게 평범한 말들인데 왜 훅 와서 꽂혔나 몰라요.]

손 ㅣ 애들 못해서 소리지르는 거 아니잖아요. 애들도 그걸 안다니까. - P111

집중하고 생각하라는 거예요. "내가 가르치는 게 다가 아냐. 그거 플러스 네 생각이야. 머리 써. 너 혼자 축구하는 거 아냐. 옆에 항상 상대 수비가 와 있어. 가상의 수비 위치를 계속 바꿔가면서 그때마다 네가 어떤 플레이를 해야 하는지 머리를 쓰라고. 축구는 즉흥이야. 축구는 순간이야. 축구는 머리야." 일단 운동장들어가면 사나워지라고하죠. 너 그거 하기 싫으면 집에 가 지금도 그거 거슬릴 때 엄청나게 야단을 치죠. 살펴, 살피라고! 그건 공간 정황을 빨리 인지하라는 거잖아요. 짧게, 단순하게! 그건 속도로 직결되는 거고요. 볼 가지고 지체하는 꼴을 내가 못 봐요.

[잘 모르는 제 눈에도 뭔가 아이들끼리 쫀쫀하게 훅훅 연결하고 있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손 ㅣ 사실 저도 그걸 못 배웠잖아요. 지금 제가 화가 나는 게 기본기도 안 되어 있고 볼도 제대로 못 자는 애들 데리고 전술 운운하고들 해서거든요. 주입식으로 애들한테 전략 가르친들 순간순간 상황이 바뀌는데 그게 대입이 되나요? 축구에서 매순간 똑같은 상황은 발생 자체가 안 이뤄져요. 그러니까 감독이 공부해야 한다는 거예요. "상대와 부딪치면서 계속 생각하고 고민하고 성찰하라고 실수하고 실패하고 시행착오 겪으면서 너는 실시간으로 극복하는 거야. 그게 진짜 네 것이 되는 거야."  - P112

제가 전술 훈련을 안 하는 건 상대에 따라 열리고 닫히는 공간이 매번 같을 수 없어서예요. 왜 애들을 기계로 만드느냐고요. - P113

[정신력이 해이하다. 그런 걸 지적하는 뉴스를 저도 흔하게 봐온 참이라서요.]

손 ㅣ그건 어디까지나 개인 성향이에요. 축구에 안 미쳐서 그런거예요. 축구에 덜 미쳐서 그런 거예요. 정신력 운운할 필요가 뭐 있어요. 미치지 않았으니까 못 미치는 거지. ‘불광불급‘ 미치지 않으면 못 이루는 거예요. - P118

드리블이 뭐냐. 드리블은 여기에서 여기로 볼을 운반하는 거, 그거지, 사람 젖혀가며 온갖 지랄하는 거, 그거 드리블 아니에요. "야, 지랄하지 말고 빨리줘." 그게 내 축구예요. 내가 드리블한답시고 혼자 볼 가지고 많이 움직이면 그사이 상대 수비 다 채워져, 내 체력 소모 금방 와,
상대편 선수 달려들어 부상 위험 높아져. 볼 가지고 오래 있어봤자 좋을 거 하나 없어요. 나한테 볼이 오면요, 그 즉시 바로 떠나보내야 해요. 볼은 구십 분 동안 수백 킬로 뛰어도 하나도 힘 안들지만, 사람은 힘들어 죽어요. 방법은 나 대신 볼을 뛰게 하면되는 거예요. - P121

기술이 좋고 영리하고 기본기가 잘되어 있으면 그만큼 덜 뛰어도 돼요. 왜 미련하게 모든 걸 체력으로 접근하냐고요.
왜 한계가 불 보듯 뻔한 육체적인 걸 가지고 접근하냐고요. 몸이아니라 볼로 접근하면 훨씬 영리하게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어요. 그러면 우리 애들은 휘파람 불면서 축구할 수 있어요. 아주 안 뛸수는 없지만 효율성이 높아질 수 있어요. - P122

손 ㅣ일등은 판을 지키는 사람이라 했고, 일류는 새 판을 짜는 사람이라 그랬어요. 저 어렸을 적에 이거 잘못된 시스템이 아닌가,
내심 의심했던 축구판에도 조금씩 변화가 오는 것 같은데요, 아직도 과도기라 할 수 있죠. 보통 우리 축구가 경기에서 지면 분석들 거의 뻔했다고요. "너희가 오래 못 뛰어서 진 거야. 너희가많이 안 뛰어서 진 거라고." 전 그렇게 안 들어가요. "너희가 진거 아냐. 볼이 진거야."

[아이들 보면 시합 전에 로커룸에서 초조하고 긴장된 얼굴로 경기가 시작되길 기다리잖아요. 그때 감독님은 보통 어떤 얘기를 해주시나요.]

손ㅣ잘 들어, 나 세 가지만 얘기할 거야. 첫째는 투쟁심이야. 축구는 양복 입고 치마 두르고 하는 거 아니야. 싸움할 의지가 없는 녀석은 가차없이 빼버릴 거야. 둘째는 자신감이야. 너희에게 실수는 없어. 경험만 있어. 이 경험이 쌓이고 쌓일수록 너희들 크게 성장해, 셋째는 판단력이야. 상황 파악을 빨리빨리 하라고. 많이 보는 만큼 옵션도 많이 생겨. 너희들이 보던 축구와 다른 거 - P124

언제까지나 물고기를 잡아줄 수는 없잖아요. 물고기 잡는 방법을 다 가르쳐주고 나면, 최소한 물고기 사냥에 한해서는, 자식이 부모를 찾을 일이 없을 거 아니에요. 그렇게 부모로부터 자식이, 또 자식에게서 부모가 평생을 두고 멀어져 가는 게 인간사의 순리이며 정도라면 우리는 그 길을 제법 잘 걷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해요. 간혹 흥민이가 어떤 질문을 해올 때 보면요, 어느 정도 답을 알고 있다는 게 느껴지기도 하거든요. 아직은 불안하니까 저한테 확인차 묻는 것일 수도 있을 텐데요, 그러니까 그게 더 어떤 신뢰의 태도 같기도 한 거예요. 나중에 선수 생활 끝내고 얘도 자기 가정 책임지며 살아야 할 거잖아요. 사람은 다 제 생각만큼 살아가니까요. 많은 생각이 정말 좋은 생각을 낳을 거니까요. - P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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