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지 아일랜드 감자껍질파이 클럽
메리 앤 셰퍼.애니 배로우즈 지음, 김안나 옮김 / 매직하우스 / 2008년 12월
평점 :
품절


현실같은 소설.
헷갈린다.
어디까지가 실제고 어디까지가 지어낸 이야기인지.
실감나는 소설. 
 
지금이라도 비행기를 타고 건지섬으로 날아가면
책에 등장하는 사람들을 만나 볼 수 있을 것만 같다. 

줄리엣과 도시가 결혼하여 키트와 함께 (어쩌면 키트의 동생들이 태어났을지도 모르지) 행복하게 살고, 이솔라는 섬에서 나는 갖가지 약초들을 캐다가 정체불명 약초를 끓여서 나름대로 확신에 찬 이름을 붙여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있을것 같다. 어쩌면 파리로 갔던 레미가 건강을 회복하고 약속대로 건지섬으로 돌아왔을지도 모른다. 아.. 아멜리아 집 라즈베리를 따서 만든 파이와 차 한잔을 할 수 있다면! 

하지만 오늘은 2008년 12월 19일이다.
1946년 9월 17일자 편지가 책에 실린 마지막 편지니까,
가만있자... 무려 62년 전 이야기가 되겠군.
설사 이 책의 인물들이 실제고 또 다 살아있다하더라도
키트조차 할머니가 되어있겠네... 

그렇더라도, 나는 안다.
작가 메리 앤 셰퍼가 건지 섬에 살도록 만들어 놓은 이 모든 사람들을
건지 섬뿐 아니라, 우리나라 제주도, 울릉도, 강화도에서도 만나 볼 수 있다는 것을. 

편지 쓰고 싶다
편지 읽고 싶다
편지 부치고 싶다
답장 받고 싶다
사랑하고 싶다
사랑받고 싶다
싸움 걸고 싶다
도전 받고 싶다
맞서고 싶다
돕고 싶다
아... 우아하게 살고 싶다. 

정신없이 빠져들었다.
당연하다. 

소설 곳곳에서 내 모습이 보일 뿐만 아니라, 내가 꿈꾸고 있던 모습까지 비추니 어떻게 빠지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거울 앞에 선 기분이다. 마법의 거울. 처음엔 거울 앞에 서 있었는데 몇 분 지나지 않아서 거울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다행스럽게도 책 후반부에 가서는 정신을 차리고 제 자리로 돌아올 수 있었지만.(사실 결말은 좀 싱겁다. 책을 읽으면서 초반부에 너무 심한 감정이입을 겪다보니 기대치가 너무 가파르게 올라갔던게지.) 
 

몇 년째 단골로 다니는 서점인데,
언제나 원하는 책은 물론이고,
생각지도 못했지만 사실은 원하고 있었던 책도 서너 권
덤으로 찾을 수 있는 곳입니다.(24쪽) 

몇 년 전, 서울 한복판에 있는 회사에 다닐 때, 도시의 복잡함을 못견뎌하는 나에게 유일한 위안은 '서점'이었다. 교보문고, 영풍문고, 반디앤루니스.. 정말 시도 때도 없이 들락거렸다. '언제나 원하는 책은 물론이고, 생각지도 못했지만 사실은 원하고 있었던 책도 서너 권 덤으로 찾을 수 있는 곳' 그곳이 나에겐 종로 1가에 있는 영풍문고, 교보문고, 반디앤루니스였다. 이 문장을 만나자마자 단번에 나는 작가 메리 앤 세퍼에게 반하고 말았던 것인데... 아... 안타깝다. 이 책이 그녀의 데뷔작이자 유작이라니.    

하지만 이상하게도
음식이 사람 마음을 좌지우지하는 것이었습니다.
여섯 달 동안 늘 순무에다 가끔씩 연골 덩어리만 먹다 보니
제대로 된 고기를 먹고 싶다는 것 외에 다른 생각은
할 수도 없게 되었습니다.(57쪽) 

몇 년 전에, 턱을 다쳐서 음식을 씹을 수 없이 한달을 지낸 적이 있다. 며칠은 물, 한약, 음료수로 버티고, 며칠은 죽으로 버티고, 겨우 겨우 두부나 삶은 호박을 오물거리며 먹으며 버티던 그 때. 정말 입맛 잃고 살맛도 잃었던 기억이 난다. ‘이상하게도 음식이 사람 마음을 좌지우지하는 것이었습니다.’ 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 나는 아주 정확하게 알고 있다. ‘제대로 된 고기를 먹고 싶다는 것 외에 다른 생각은 할 수도 없게 되었습니다.’라는 말도 뼈저리게 겪어서 안다. 고기까지는 아니더라도, 그저 아삭아삭한 느낌. 씹는 그 느낌을 느끼고 싶어서 얼마나 애태웠던가. 하하. 지난 일이니까 지금은 웃으며 이야기하지만, 그런 경험은 다시는 하고싶지 않다. 나는 지금도 턱관절을 의식하고 조심해서 사용하는 편이다. 


저녁에 집에 왔을 때
당신의 편지가 기다리고 있는 것은 참 좋은 일입니다.
당신이 책으로 쓰고 싶은 주제를 찾아내는 데 행운이 함께 하길 빕니다.
(74쪽) 

나도 이런 편지를 쓴 적이 있다. 학교 수업 끝나고 집에 돌아오는데 우체통에서 나를 기다리는 편지를 발견하는 기쁨, 그 편지를 들고 현관문을 들어서는 느낌, 편지 봉투를 뜯고 편지를 펼쳐 읽을 때의 설레임.. 그 모든 것을 느낄 수 있다. 정말 좋은 일이지^^ 

어머나, 세상에, 세상에.
당신이 샬럿 브론테와 에밀리 브론테의 자매인 앤 브론테에 대해 책을 썼군요.(99쪽)

이런 편지도. 어머나, 세상에, 세상에! 이런 호들갑을 떨어본 기억도 가물가물하네. 하지만 분명해. 분명 나도 이렇게 호들갑을 떨며 친구에게 편지를 쓰고, 좋아라 웃어대던 때가 있었어. 그래 분명해. 지금은 왜 그렇게 하지 않는 걸까? 음... 속상하다. 못할 이유가 뭔가. 지금 당장 편지 한 통을 써야겠다. 

비록 줄리엣이
취향과 판단력, 잘못된 우선순위, 그리고
적절하지 못한 유머센스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지만,
그래도 그녀에게 훌륭한 자질이
한 가지는 있습니다.

정직하다는 겁니다.
만약 그녀가
당신들 문학회의 명예를 존중하겠다고 말했다면,
렇게 할 것입니다.
더 이상은 드릴 말씀이 없군요.
벨라 톤튼 드림(87쪽) 

만일 줄리엣이 뭘 하겠다고 말했다면,
그녀는 그것을 할 겁니다.
어떤 일을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면,
하지 않을 것입니다.
사이먼 심플리스 드림(91쪽) 

음.. 만약 내가 누군가에게 나를 소개해달라는 글을 부탁한다면, 그건 누굴까? 그가 누가 되었든, 이렇게 확신에 찬 소개 글을 쓸 수 있을까? 글쎄.. 자신이 없군. 

이 책은 이렇게 곳곳에서 나를 웃겼다가, 용기있게 했다가, 또 의기소침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렇게 주절거릴 수 있는 구절을 곳곳에서 만난다. 정말 한두군데가 아니다. 작가가 살아있다면 내 서툰 영어실력을 총동원해서 아마 그녀에게 팬레터를 썼을 것이다. 내 실력으로 안되면 동생한테 부탁하면 되고^^~ 

그럼 이 책을 읽고 어떤 교훈을 얻었냐고? 글쎄.. 뭐 그렇게 거창하게 얘기해야한다면.. 딱히 말하기는 어렵다. 이 책 주제가 뭔가도 말하기 어려운걸. 주제? 책.. 사랑.. 사람.. 전쟁.. 문학.. 독서.. 출판.. ㅋㅋㅋ 모두 아니다. 굳이 말하자면, 그저 사는 이야기다. 계속 되는 삶, 이어지는 삶. 계속해서 이어지고 또 이어지는 삶 말이다. 

책을 펼치는 것과 동시에 거짓말같이 눈 앞에 펼쳐지는 삶.
나 또는 우리 중 누군가의 삶.  

섬이라는 공간적 배경과
전쟁이라는 시간적 배경 위에
사람들이 책을 읽고, 모임을 열고, 편지를 쓰고, 만나고,
일하고, 먹고, 사랑하고, 돌보고, 키우고, 자라고, 만들고, 떠나고, 돌아오고...
그런 모습이 그려지는 이 아름다운 이야기를,
나처럼 맞장구치며 읽을 수 있는 사람이 누굴까?

누구에게 이 책을 권하고 그와 같이 수다를 떨 수 있을까? 음... 학창시절에 오랫동안 편지를 주고 받았던 그 친구라면? 결국 짝사랑으로 끝나버렸지만 끊임없이 쓰고 버리고 쓰고 버리고 했던 그 연애편지의 대상이 된 오빠라면? 한참 책읽는 재미를 알아가는 이팔청춘 나의 조카라면? 글쎄... 

사적이고 비밀스런 모임의 회원을 물색하듯이, 그렇게 이 책을 권할 만한 사람을 물색하며 며칠을 보내는 것도 이 책을 읽고 난 뒤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이라고 할 수 있겠지. 

이 리뷰를 읽고 어느 한마디라도 당신에게 탁! 걸려든 단어나 문장이 있다면,
예를 들어 ‘서점’이라든지, 짝사랑, 연애편지, 친구, 모임... 같은 평범한 단어가
이상하게도 오늘따라 눈에 들어오는 분이 있다면,
이 책을 읽고 나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게 되리라~
즐거운 상상하면서 리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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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대폭락 시대가 온다 - 한국경제 대전망
심영철.선대인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08년 10월
평점 :
일시품절



2002년에 아버지 사업이 부도났다.
아버지는 사업에 올인하셨기에, 사업체 부도와 더불어 우리집도 넘어갔다. 아버지는 충격으로 쓰러지셨고, 끝내 일어나지 못하셨다. 2002년에 우리 엄마는 남편을 잃고, 집도 잃었다.

엄마는 완전히 절망했다.
한 달, 두 달... 계절이 바뀌고 또 바뀌도록 엄마가 웃는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엄마가 절망에서 헤어나오기까지 2년여가 흘러갔다. 엄마가 기운을 차리고 제일 먼저 의욕을 보이신 일은 집을 사는 일이었다.

“환갑이 지난 나이에 내 집 한칸이 없다니. 이러고는 못살겠다. 나는 당장 집부터 마련해야겠다. 니들 가르칠만큼 가르쳐놨으니 이제부터 먹고 사는 건 니들이 책임져라. 나는 내 이름으로 된 집부터 마련해야겠으니까.”

그러고 2년만에 정말 집을 샀다. 대단한 우리 엄마!
경기도 용인 구성에 서른 두 평짜리 아파트를 1억 8천 오백만원에 샀다. 그리고 1년 정도 지났는데 집값이 3억이 되었다고 좋아하시는 걸 보았다. 우리에게 얘기하신다.

“니들이 아무리 새벽부터 나가서 밤늦게까지 고생해도 1년만에 1억 모을 수 있냐? 나는 배운 것도 없는 사람인데 아무튼 1년만에 1억을 벌었다. 어떠냐. 엄마를 보고 배워라. 니들도 무조건 돈 모아서 집부터 사라.”

그러고 또 2년이 지났다.
《부동산 대폭락 시대가 온다》를 읽고, 엄마에게 전화했다.

“엄마! 엄마 아파트 지금 값이 얼마나 나가?”
“모르지. 뭐 매매가 있어야 집값을 얘기하지. 집 내놓은 사람들이 부르는 값은 소용없어.”
“그럼 어떡해. 앞으로 집값 더 내려간다는데?”
“어떡하긴 뭘 어떡해. 그냥 사는거지. 요즘은 집 사고 파는 사람 없어. 그냥 가만히 있어야 되. 너는 어째.. 일 좀 맡았냐?”
“그냥 작은 거 하나 했어. 금방 끝나서 지금은 일 없어. 분양받은 사람들 중에 잔금 못치뤄서 입주를 못하는 데가 반이 넘는데.”
“그럼 어떡하냐. 일도 없는데 거기서 계속 있으면 뭐해.”
“그래도 계속 일 찾아봐야지.”
“날 추워지는데 감기 걸리지 않게 잘 해라.”
“네.”

울 엄마 아파트는 사실, 울 엄마가 집주인이라는 데 가장 큰 의의가 있다. 엄마 말대로, 먹고 사는 거야 뭐, 나하고 막내하고 벌면 되고. 울 엄마도 집값이 오르면 좋기야하겠지만 그렇다고 집을 팔아 생활비 쓸 일도 없을 것이고, 설령 산 값보다 더 떨어진다고 해도 역시 집주인이 엄마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고, 또 집이 어디로 도망가는 것도 아니니 크게 걱정할 것 없다. 그리고 중요한 사실 한가지는, 나는 아직 집이 없다.

그래서,
《부동산 대폭락 시대가 온다》를 읽은 내 머릿속엔 한가지 생각뿐이다.

‘부디! 제발! 플리~즈! 지은이 말대로만 되라!’

흐흐흐. 너무 이기적인가?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고 생겨난 작은(?) 바램이 하나 있다.
거품이 꺼지고 바닥이 보이는 시기와, 내가 집을 살 수 있을만큼 돈을 모으고 현금흐름도 튼튼해지는 시기가 일치하기를! 부디! 제발! 플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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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경제의 종말이 시작됐다
마쓰후지 타미스케 지음, 김정환 옮김 / 원앤원북스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미국경제의 종말이 시작됐다
나는 이상하리만큼 ‘제목’에 집착한다.
‘종말’이라는 말이 걸린다.
종말. 말 그대로 끝이라는 것 아닌가!
미국경제의 종말이라니 마치 세상의 종말을 말하는 것 같다.
거품이 꺼진다고 해서 국물이 다 없어지는 것은 아닐텐데.
그럼 미국경제는 백퍼센트 거품이라는 말인가?
게다가, 종말이 '시작됐다'니!
그렇게 따지면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죽음이 시작됐다'고 해야겠지. 그거 뭐. 중간과정 쏙 빼고 탄생과 죽음만 이야기하는 것 아닌가.
너무 극단적이다.  

아무튼! 
지금까지는 제목 하나 가지고 내가 너무 말꼬리 잡고 늘어진 것이라 치고!
어쨌든 미국경제의 종말이 시작된 것이, 또 나에게 기회를 준다고 한다. 음.. 그래. 예고하고 찾아오는 기회라면 놓치면 안되지! 기회를 꼭 잡아야지!

그런데..
이거 참. 어렵다.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이다.
책을 다 읽고 나서도 지은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잘 모르겠다. 그냥 내 수준에서 이해하고 정리해보면,

‘지금부터 15년간 미국경제가 하락할 것이다. 천재일우의 기회다. 그러니 열심히 투자 공부를 해서, 앞날을 예측해서, 자산운용을 잘 해보시라. 그리고 자산운용시에 자산의 50%는 금광주에 투자하시라.’는 건데,
이상하다. 자기 자신이 금광산 경영자라면서 금광주에 투자하라는 결론이라니, 이건 뭔가 싶다.

자기는 주식 투자도 ‘바닥’에서 시작했고,
금광산 경업업도 금가격이 ‘바닥’일 때 시작했기에,
감히 ‘성.공.할.수.밖.에.없.었.다’고 말하면서(234쪽) 말이다. 지금은 거품이 꺼지기 시작한 꼭대기라면서!

금은 빼고? 음. 그렇군. 금은 빼고!

그러고보니 이상하게 생각하는 내가 이상한가?
하긴. 금광산 경영을 하게된 이유와 근거를 잔뜩 제시해 주었는데 금광주에 투자하라는 결론이 뭐가 이상한가. 거품 꺼지고 바닥이 보이기 시작했으니 바닥이 다 드러날때까지 열심히 공부하고 돈 모아서 ‘투자’를 시작하라는 결론이 뭐가 이상한가 말이다. 이상하게 생각하는 내가 이상하지. 음..

참...
아무튼, 전체적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워도,
작은 부분 부분, 어떤 한쪽 면에 대한 이해와 공감으로 고개가 끄떡여지는 쪽도 꽤 있다. (그런 곳만 조금씩 접어서 표시를 해두었는데, 나중에 세어보니 20쪽이다. 244쪽 중에서 20쪽이라... 음... 그럼 10% 정도 이해한 것인가? 훗.. 그러니 전체가 이해 안되는게 당연하지.)

그 중에 하나를 적어본다.

121쪽.

다시 미국으로 눈을 돌려보자.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의 졸업생이 제조업체에 취직하지 않고 은행이나 증권계로 흘러들어가는 상황을 봐도 미국경제의 종언을 짐작할 수 있다.

이 학생들은 눈치가 빠르기 때문에 어떤 분야로 진출해야 빨리 성공할 수 있는지를 알고 있다. 그들의 시야에 이미 ‘연구 개발’이나 ‘물건 만들기’는 없다. 그런 시간이 많이 걸리고 지루한 일보다는 ‘어떻게 자산을 운용하면 1만 달러를 1억 달러로 만들 수 있는지 생각하는 일’을 매력적으로 생각하는 사회 풍조가 되어버렸다.

지인 중에도 MIT를 졸업한 뒤 제조업체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벤처캐피털회사를 설립한 사람이 있다. 공학적 센스를 물건만들기가 아니라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에 LTCM에서 보았던 광경을 그의 사무실에서도 자주 볼 수 있다.

거품경제 전성기의 일본에서도 똑같은 일이 일어났었다. 공학부 졸업생들이 제조업체에 취직하지 않고 금융계를 선택한 것이다. 그 후 거품은 꺼져버렸다. 그들이 과연 행복했는지, 기회가 있다면 직접 물어보고 싶다.


지은이가 말하고자 하는 바와는 전혀 관계없이,
순전히 내 개인적인 경험때문에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대학을 졸업하고 건축설계사무소에 취업해서 일 잘하던 선배가 있다. 건축설계에 재능도 있던 사람이라 당연히 건축사 면허를 따서 자신의 사무소를 꾸려가겠지 예상했던 선배다.
그러던 선배가 ‘건축설계사무소에 계속 다니다가는 돈 없어서 결혼도 못할 것 같다.’는 이유로 과감하게(?) 건축설계사무소를 그만두었다.
그러더니 곧바로 외국계보험회사에 들어가서 보험영업을 시작했다. 그는 보험영업을 하면서 완전히 딴 사람이 되었다. 밤샘작업이 많은 건축설계사무소에 다닐 때는 생각지 못했던 생활을 하고 있다. 결혼도 하고 집도 샀음은 물론이고, 항상 고급 구두에 정장을 입고 몽블랑 만년필을 꽂고 다니며 외제차를 끌고 다닌다.
금융지식을 쌓으면서 주식 투자, 부동산 투자, 사업 투자... 등. 여러 분야에 투자를 해보더니 급기야 투자자를 모아서 회사를 하나 만들기에 이르렀다.
그는 행복할까?

지은이는 이야기한다.
‘땀 흘려 일하는 시대’에서 ‘모아놓은 돈을 굴리는 시대’가 되고 있다고.
맞는 말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행복은 땀 흘려 일하는 데서 더 찾기 쉽다.

그러니까 나의 결론은 이거다.

“땀 흘려 일해서 돈을 모으고,
  모아놓은 돈을 굴리는 공부도 하고,
  그리고 돈을 굴리면서도 계속 땀 흘려 일하겠다! 
  나는 땀 흘려 일하는 행복을 포기하지 않겠다.
  중단하지 않겠다. 정말 그런 바보같은 짓은 하지 않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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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대단한 나 - 인생의 로드맵을 디자인하는 행복한 커리어 혁명
정효경 지음 / 홍익 / 2008년 10월
평점 :
품절


     
    

 책 제목 : 사실은 대단한 나.
(사실은 대단한 나? 음... 제목이 쫌 거시기 허요. 알고보면 대단한데, 현실은 그저그런, 쫌 거시기 헌 사람들 읽으라고 쓴 책인갑네? 쩝~ 제목이 주는 첫인상은 별루다. 그래도 책을 읽는다. 왜? '나'에 관한 책이라니까. 나는 '나'에게 아주 관심이 많거든. 나는 '나'를 참 좋아하거든. 그래서 나는 '나'를 계속 알아보고 싶거든.)

차례를 훑어본다.

제1장. 운명을 바꾸는 힘은 어디서 오는가?
제2장. 무엇이 커리어를 선택하게 하나?
제3장. 내 적성에 맞는 커리어는 무엇일까?
제4장. 커리어를 결정하는 특별한 요소들
제5장. 나의 커리어를 발전시키는 8가지 방법
('음.. 이거 새로나온 적성검사로군.' 확실하다. 맞다. 새로나온 적성검사다. 말하자면, 요즘 세태에 맞게 업그레이드 된 형식이라고나 할까. 음.. 그래 맞아. 꿈보다 해몽이라고. 같은 '나'를 두고 어떤 이는 '까탈'이라 하고, 어떤 이는 '매력있다'하고. 그렇듯이. 같은 '나'지만, 아무튼 쫌 다른 면모로 해석을 해서 그걸루 자기에게 맞는 '일' 찾는데 써먹는다 이거지. 음.)

책 처음에는 새로나온 적성검사의 용어 설명과, 탄생 배경, 검사가 필요한 이유, 검사 결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렇게 한 사람들이 어떤 효과를 얻었는지에 대한 증거자료 등을 제시하고 있다. (핵심적인 내용은 아니지만, 아무튼 앞부분에서는 40~42쪽 아놀드 슈왈제네거에 대한 내용을 재미있게 읽었다. 아놀드 슈왈제네거 자체도 그렇고, 그가 사용한 '시각화'에 대해서도 좀 더 자세히 알아봐야겠다.) 

책 중간 부분은 사실, 적성검사 결과를 가지고 읽어봐야 할 내용들이다. 그렇지 않고 이 책을 먼저 읽고, 검사를 하고, 다시 책을 읽는 순서가 된다면 뭐랄까... 그렇지! 답을 먼저 알고 문제를 푸는 기분일 것이다. 그리고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실제적인 자기 자신의 모습이 아닌, 자기가 바라는 모습의 결과를 얻으려는 쪽으로 검사 문항에 답할 수도 있기때문이다.

나는 사실 2005년도에 읽은 책 <위대한 나의 발견 강점혁명>을 통해 나 자신을 많이 생각해 볼 기회를 가졌고, 또한 MBTI검사(성격심리유형검사)를 통해서도 나 자신에 대해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특히 나의 MBTI검사 결과를 가지고, 지식과 경험이 풍부한 상담선생님과 일대일 상담을 하면서 어떤 강점을 발전시킬 것인지, 어떤 약점을 보완할 것인지, 어떤 식으로 삶을 풍성하게 만들어갈 수 있을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해 본 적이 있다. (매우 유익하고, 놀랍고, 흥미진진한 상담이었다.) 

덕분에 이 책(사실은 대단한 나)을 읽으면서 내가 어떤 유형에 해당하는지, 다중지능 중에 어떤 지능이 높은지 낮은지, 나의 위험감수도, 환경적응도, 환경창조도가 얼마나 되는지 등에 대해서 쉽게 알아볼 수 있었다. 그런데 만일 책을 다 읽고나서도 그런 느낌이 정확하게 오지 않았다거나, '사실은 대단한 나였군'이라는 확신이 안들었다면 무척 실망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만일 누군가 진로때문에 고민하고 있다면 <사실은 대단한 나> 보다는 <위대한 나의 발견 강점혁명>을 권해주고싶다. 이유는 하나다. <위대한 나의 발견 강점혁명>을 읽으면, 추가비용 없이 곧바로 온라인 테스트를 통해 나의 강점이 무엇인지 알아볼 수 있다. 그리고 그 결과를 가지고 다시 책을 읽으면 자신의 강점을 가지고 어떤 일을 잘 할 수 있을지 알아보는 데 문제가 없다. 

<사실은 대단한 나> 이 책은, 기존 성격검사나 적성검사 등을 통해 이미 자기자신에 대해 알아보고 생각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에게 더 도움이 될 것 같다. 책 마지막 부분 [나의 커리어를 발전시키는 8가지 방법]이라는 장에서, 직장 생활, 삶의 태도 등에 대해 '좋은 말, 맞는 말, 조언'을 제공하고 있지만, 결정적으로, '나'를 비춰주는 거울의 역할을 하기에는 너무 일반적인 이야기들이라고 생각한다. 실루엣만 어렴풋이 보이는 거울이라면 '거울'이라 할 수 있을까? '사실은 대단한 나'를 비춰주는 거울을 기대한 내가 무리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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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향력 - 다른 사람 마음에 나를 심는 기술
크리스 와이드너 지음, 류지연 옮김, 이종선 / 리더스북 / 2008년 4월
평점 :
품절


영향력 : 다른 사람의 생각, 믿음 또는 행동을 바꿀 수 있는 능력. (60쪽)

2009년에 나는 마흔 살이 된다.
달력에 표시된 날수로는 두어달 남았지만,
'40'이라는 숫자를 인식한 뒤부터 나 자신은 이미 마흔 살이 되었다.
마흔.
'지금껏 뭘 했나.'
허망한 기분에 사로잡히기 쉬운 나이다.
하지만 그보다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
라는 생각을 더 많이 한다.

[영향력]

이 책을 읽으면서
그동안 내 삶에 영향력을 행사한 사람,
앞으로 내 갈 길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사람들을 꼽아보게 되었다.

그동안 내 삶에 영향력을 행사한 사람을 꼽아보라면,
선생님이나 부모님을 제외하면, 그건 당연히 책을 통해 나에게 많은 영향을 끼친 '지은이' 들이다.
소설가 박경리 선생님을 비롯해서, 이오덕, 박지원, 천상병, 이생진, 이외수, 괴테, 톨스토이, 헤르만 헤세, 윌리엄 진서, 미치 앤소니, 데릭 젠슨, 앤드류 매튜스, 반 고흐, 마크 트웨인... 나의 생각, 믿음, 행동을 바꿀 능력을 가진 '지은이'들이 참 많았다. 행복감을 느낄 정도로.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에 대한 생각도 마찬가지겠지.
책을 쓰는 사람들이 나의 삶에 많은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 누구 보다도.

한가지 변화시켜야할 점이 있다면,
나의 삶도 누군가에게 영향력을 끼칠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점이다.

방법은 무엇인가.
책을 쓰는 사람이 되는 것 아니겠는가.

어떤 책을 쓰면 좋을까.

내가 영향을 받은 '지은이'들의 공통점은,
그 누구도, '남의 이야기'로 책을 쓰지 않았다는 점이다. 

(59쪽) "반면에, 영향력은 자기 자신에 관한 것이라네." 

(61쪽) "그래, 맞아.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게 자네가 좋게 인식되려면, 자네가 실제로 좋은 사람이어야 하지. 요령이나 속임수는 결코 통하지 않는다네. 그러니까 다른 사람들이 '저 사람을 믿고 따르고 싶어'라고 인식할 만한 사람, 또는 '저 사람이 파는 물건은 믿고 살 수 있어'라고 인식할 만한 사람이 되어야 하는 거야."

책에서 이야기하는 몇 가지 세부 사항이 있기는 하지만,
결국 영향력이란 '자기 자신이 되는 것'에 달린 문제라는 게 나의 결론이다.

가장 자연스러운 자기 자신의 모습과 향기로 누군가의 발걸음을 멈출 수 있다면,
그게 누구라도, 어떤 모습이라도, 어떤 향기라도,
지친 사람을 쉬게하고,
쓰러진 사람을 일으켜 세우고,
슬픈 사람을 위로하는 그런 따뜻한 '영향력'을 가진 사람일테니까.

이 책은, 누구보다도 나와 같은 나이,
두어달 뒤에 마흔 살이 되는 친구들이 함께 읽어줬으면 좋겠다.
한결 세월에 쫓기지 않는, 그런 마흔 살을 맞이할 수 있을 것 같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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