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땅에 홀리다>, <전50>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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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땅에 홀리다 - 문인들이 사랑한 최고의 문학여행
김연수 외 지음 / 마음의숲 / 2011년 1월
「맛있는 주스와 커피 한 잔이 그 도시를 사랑하는 조건에 포함될 수 있을까.」(158p.)
물론이죠. ('조건'이라는 말이 좀 그렇긴 하지만요.^^;;) 맛있는 주스와 커피 한 잔이면 도시 아니라 어떤 길, 모퉁이, 시골 마을이라도 사랑할만 합니다. 왜 안그렇겠습니까. 거기 그 주스나 커피를 마시는 사람과 만드는 사람, 파는 사람, 사는 사람, 공짜로 마시는 사람, 누구에게 사주는 사람... 그 모든 사람이 있을텐데요.
「세계 대문호와 한국 문단을 이끄는 문인 11인의 세기를 넘어선 공감이 시작된다.」(뒷표지)
굳이 내 입으로 밝히기는 그렇지만.. '한국 문단을 이끄는 문인 11인'이라는 이 분들의 책을 제대로 읽어본 게 없어서 민망합니다.
'김연수; 몰랐다가 요전에 故최고은 작가때문에 알게됨.'
'김중혁; 전혀 모름.'
'나희덕; 시인이라는 것만 알았음.'
'박성원; 전혀 모름.'
'성석제; 『농담하는 카메라』조금 읽어봄.'
'신이현; 들어는 봤음. 소설가?'
'신현림; 사진찍는 분인줄 알았는데? 작가였군.. '
'정끝별; 이름은 알았으나 책은 역시 안 읽어봤음.'
'정미경; 전혀 모름.'
'함성호; 아! 건축가 출신 시인!'
'함정임; 전혀 모름.'
민망하지만 아무튼 설레는 마음으로 책을 읽었습니다.
열 한 분 중에 어떤 분의 책을 읽어보고싶어질지 궁금하기두해서요.
「농담으로 시작된 여행이었다. 이런 말을 자주하고 다녔다. 내가 요즘 끝내주는 좀비 소설을 준비하고 있는데, 그걸 쓰려면 전 세계의 묘지를 한번 쭉 훑어봐야 해. 특히, 북유럽 쪽 묘지를 꼭 봐야 해. 묘지를 왜? 하하하, 가서 좀비들 좀 만나고 와야지. 죽었다가 벌떡 되살아난 좀비들 만나서 인터뷰도 좀 하고, 무덤에서 지내기 힘들지는 않은지도 물어보고, 사람 살 뜯어먹을 때는 어떤 기분인지, 또 맛은 괜찮은지도 물어보고. 음, 소설 끝내려면 한참 걸리겠네. 그러게, 끝낼 수나 있을지 몰라.」(52p.)
「스코그스키르코가르덴의 십자가는 북유럽 묘지여행의 하이라이트였다. 스코그스키르코가르덴으로 들어서면 스웨덴의 유명한 건축가 군나르 아스플룬드가 세워 놓은 거대한 십자가가 눈에 들어온다. 십자가는 살아있는 생명체 같다. 입장객들에게 메시지를 전하는 것 같다. 이곳은 십자가의 세계입니다. 여러분들은 전혀 다른 세계의 통로로 들어가는 중입니다. 여기는 산 것과 죽은 것이 한데 더해져 있는 곳입니다.」(69,70p.)
「
맑고 참된 숨결 나려나려
이제 여기 고웁게 나려
두북두북 쌓이고
철철 넘치소서
삶은 외롭고 서글픈 것
아름답도다
두 눈 맑게 뜨고 가슴 환히 헤치다
이중섭, 〈소의 말〉」(205,206p.)
「늘 '어쩔 수 없이' 돌아가는 '세상의 강박'으로부터, 저만치 떨어져 피었다가 지고 있는 붉은 꽃의 순연한 생과 마주쳤다. 오직 옆으로 빠졌을 때에만, 샛길로 빠졌을 때에만 닿을 수 있는 세계가 아닌가. 나는 그 앞을 그냥 지나가지 못했다.」(264p.)
책을 읽기 전에는 별 감흥이 없다가,
책을 읽고 난 뒤에는 불만스러웠던 뒷표지..
「세계 대문호와 한국 문단을 이끄는 문인 11인의 세기를 넘어선 공감」이라고?
그게 뭐?
그게 뭐..
ㅜㅜ
설사 이 말에 과장이 없더라도 별 감흥 없는데,
책을 읽고 났더니 이 말은 뜬구름 잡는 얘기였다는 걸 알게되서
뒤통수 맞은 느낌.
but
「맛있는 주스와 커피 한 잔이 그 도시를 사랑하는 조건에 포함될 수 있을까.」에 "물론이죠"라고 대답했던 나이기에,
'농담으로 시작된 여행'에 빠져들었던 나이기에,
'오후 4시 반만 되면 시간맞춰 비가 오는 도시'가 있다는 말에 신났던 나이기에,
『낯선 땅에 홀리다』를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