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익사상을 가진 군인들이 반란을 일으켰고, 거기에 민간인 지하조직이 합세한 것이었다. 그건 어젯밤 염상진이 했던 말과 일치했다. 그리고 경찰들이 후퇴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면그 세력 또한 염상진의 말마따나 무시할 수 없는 정도인
모양이었다. 문 서방은 그 반란이 어디서 시작조차 모르고
있었다.다만, 총을 쏘아대는 반란군들이 진트재를 넘어
읍내에 들어왔다고, 다른 부대는 조성 쪽에서 왔다고 했다.

여순반란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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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당 활동이 불법화되면서염상진은 체포되어 일년형을 살고 나왔다. 그 다음부터는 잠잠하게 지내는 것 같았다. 그런데 금년 삼월에 남한만의 단독정부 수립을 위한선거 실시가 공포되고, 그 준비가 본격화되자 좌익계 반대폭동이 전국적으로 극렬하게 일어났다. 그때 염상진은 지하조직화되어 있던 부하들을 이끌고 경찰서를 습격했다. 그 실패로 칠 개월 동안 자취를 감추었던 그가 밤중에 느닷없이 나타난 것과 그 말하는 품의 당당함으로보아 일이 벌어져도 크게 벌어졌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혁명의날, 군인들과힘이 합쳐진 결정적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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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을 물고 타는 한 개비의 담배, 어쩌면 그건 바로 염상진인지도모른다. 불꽃이 타오르는 정열로, 불꽃이 타오르는 생명력으로 자신이신념하는 세계를 위해 타오르는 사나이. 그러나, 불꽃이 다 타고 나면 무엇이 남는가. 그건 회색빛 재일 뿐이다. 그것만큼 완전한 허무가 또 어디 있을까. 그것은 불꽃의 현란한 생명력 때문에 더 완전한 허무가되는 것이다. 염상진은 이 사실을 알고 있을까. 아니, 이런 발상부터가 뿌리박힌 부르주아 근성이라고 일축해버릴지 모른다. 과연 인생이라는 건 무언가. 그 유한일 수밖에 없는 삶, 어쩌면 담배 한 개비의 길이밖에 안될지 모르는 과정을 살아내는 최선의 방법은 무엇인가. 염상진이 태우는 불꽃, 그건 사회주의 혁명 완수일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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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의 뇌리에는 며칠 동안숨가쁘게 피 뜨겁게 벌어졌던 일들이 꼭 꿈결처럼 스쳐지나가고 있었다. 경찰들이 그렇게 허망하게 도망할 줄은 몰랐고, 경찰이 없는 세상에 지주며 유지라는 것들이 또 그렇게 맥을 못 쓸 줄은 몰랐었다. 꼭자기네들 세상이 온 줄 알았는데, 지주는 처단되고 소작인이 없어지는세상이 되는 줄 알았는데, 그 믿음이 미처 굳어지기도 전에 어디론지 쫓겨갈 줄은 정말 몰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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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식을 깨우친다는것이 병이 되는 것일까. 아들 대치는 그가 소망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게 변해간 것이다. 아버지가 관군을 상대로 한 싸움에 목숨을 내걸고뛰어든 그 용기는 어디서 생긴 것일까. 아들놈 대치가 일본을 바람벽으로 삼고 있는 지주 중도를 상대로 소작쟁의를 벌인 용기는 또 어디서 생겨났을까. 아들놈은 저희들이 하는 일이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는것을 알지만 하고 또 해야 된다고 했었다. 아버지도 그런 마음으로 동학에 가담한 것일까. 판석영감은 확연히 잡히지 않는 그런 어릿거림속에서도 결코 아들을 원망하거나 서운해하지는 않았다. 다만 아들이겪는 고초가 아버지로서 안타깝고 가슴 아픈 것이었다. 그런데, 아들은 소작쟁의에서 끝난 것이 아니었다. 일본이 망했고, 펑펑거리던 중도가 그 넓은 땅을 고스란히 남겨놓고 줄행랑을 쳐버린 마당에 아들은 새로운 싸움을 시작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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