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을 물고 타는 한 개비의 담배, 어쩌면 그건 바로 염상진인지도모른다. 불꽃이 타오르는 정열로, 불꽃이 타오르는 생명력으로 자신이신념하는 세계를 위해 타오르는 사나이. 그러나, 불꽃이 다 타고 나면 무엇이 남는가. 그건 회색빛 재일 뿐이다. 그것만큼 완전한 허무가 또 어디 있을까. 그것은 불꽃의 현란한 생명력 때문에 더 완전한 허무가되는 것이다. 염상진은 이 사실을 알고 있을까. 아니, 이런 발상부터가 뿌리박힌 부르주아 근성이라고 일축해버릴지 모른다. 과연 인생이라는 건 무언가. 그 유한일 수밖에 없는 삶, 어쩌면 담배 한 개비의 길이밖에 안될지 모르는 과정을 살아내는 최선의 방법은 무엇인가. 염상진이 태우는 불꽃, 그건 사회주의 혁명 완수일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