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식을 깨우친다는것이 병이 되는 것일까. 아들 대치는 그가 소망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게 변해간 것이다. 아버지가 관군을 상대로 한 싸움에 목숨을 내걸고뛰어든 그 용기는 어디서 생긴 것일까. 아들놈 대치가 일본을 바람벽으로 삼고 있는 지주 중도를 상대로 소작쟁의를 벌인 용기는 또 어디서 생겨났을까. 아들놈은 저희들이 하는 일이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는것을 알지만 하고 또 해야 된다고 했었다. 아버지도 그런 마음으로 동학에 가담한 것일까. 판석영감은 확연히 잡히지 않는 그런 어릿거림속에서도 결코 아들을 원망하거나 서운해하지는 않았다. 다만 아들이겪는 고초가 아버지로서 안타깝고 가슴 아픈 것이었다. 그런데, 아들은 소작쟁의에서 끝난 것이 아니었다. 일본이 망했고, 펑펑거리던 중도가 그 넓은 땅을 고스란히 남겨놓고 줄행랑을 쳐버린 마당에 아들은 새로운 싸움을 시작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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