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도시 마모코 마모코 이야기 2
알렉산드라 미지엘린스카.다니엘 미지엘린스키 글.그림, 최성은 옮김 / 두레아이들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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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도시 마모코> 글자가 없는 동화책이라는 말에 솔깃해서 보게 된 책이다. 책이 배송되어 오자마자, 기대에 차 책을 펼쳐들면서 과연 이 속엔 어떤 내용이 들어있을까 궁금했었다. 그런 호기심이 무색하지 않게, 책을 펼쳐들자마자 한눈에 드러나는 작은 마을의 풍경, 정겹기 그지없다. 그리고 진짜로 아무런 글자가 없다. 말이 없는 영화를 보는 기분이랄까. 그런데 그것보다 더 좋은 것은 정적인 공간속의 풍경이 나에게 호기심을 자극한다는 것이다. 다들 멈춰서 있는 것이 분명한데, 움직이는 듯하다. 거리가, 집들이, 거리를 걸어다니는 다양한 등장인물들과 나무와 차와 지붕과 하늘마저도 나에게 말을 걸어오고 있었다. 사실 여기엔 많은 이야기가 지금 벌어지고 있는데, 그걸 네가 알아보느냐 아니냐는 너에게 달린 일이라고 책이 그렇게 호소하는 듯하다. 그렇다. 이 책속엔 비록 말이 없었지만서도, 어떤 책보다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었던 것이다. 그 말을 알아먹느냐 아니냐가 전적으로 나에게 달린 일이라는 것을 알아차리자 마자 나는 당장 집중을 해서 들여다 보았다. 어떤 내용일지가 궁금한 것도 있었고, 어떻게 그걸 전개 시켜 나갔는지 작가의 의도가 궁금했으며, 또 혹시나 내가 놓치고 있는 내용이 있으면 어쩌나 하는 노파심때문에...눈을 부릅뜨고 본 결과는 일단은 합격점이었다. 허술하게 그려낸 듯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굉장히 공들여 여백을 채운 티가 역력한 그림체에, 아름다운 색채, 그리고 다양한 거리의 풍경들, 정겨운 사람들까지...이야기를 따라잡지 않는다고 해도 그림을 보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럽다. 거기에 숨은 그림 찾기처럼 이야기를 찾아가는 과정의 재미도 쏠쏠하니, 이 책은 한번만 쑥 들여다 보고는 다 읽었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보고 또 보고 또 봐도 여전히 모르는 것이 나온다는 건 흥미롭기도 하지만 경제적이기도 하다. 책 한권 산 만큼의 값어치는 충분히 하고도 남을테니 말이다. 


일단 이 책을 재미있게 보려면 등장인물들의 면면부터 알아놓아야 한다. 리뷰 첫머리에 맨 뒷 표지를 복사해놓은 이유도 그들이야말로 이 책의 주인공들이기 때문이다. 처음 무턱대고 책을 읽었을때는 그냥 지나가는 사람들(?)인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다들 직장이 있고 이름이 있으며 나름의 캐릭터를 가진 주인공이더라. 그러니까, 그들이 마모코 거리를 걷고 있는 것은 단순히 그림을 채우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 속에 살고 있는 등장인물들이었다. 다시 말해 마모코 거리에 사는 고유 명사들이었다. 하니, 책을 읽기전 우선 그들에 대해 먼저 알아놓는 것이 이 책을 잘 읽기 위한 한가지 팁일 것이다. 그들의 직업이나 이름에 따라서 하는 일도 다르고, 거기에 있는 이유도 다르기 때문에... 예를 들자면 탐정 시몬은 줄곧 커다란 돋보기와 셜록 모자를 쓰고 거리를 누비고 다니는데, 책 말미에 가서 그가 누군가를 찾고 있었다는 것이 밝혀진다. 마모트에 견학인지 여행인지 온 외계인 지그문트는 첫장부터 열심히 이곳 저곳을 다니면서 사진을 찍더니 나중에 그 결과물을 받아들고 친구들과 희희낙낙한다. 사과를 자루채 도둑맞은 갑옷전사 게르바지(거북이)는 누가 그 사과를 훔쳐갔을지 난감해 하는데, 책을 꼼꼼히 들여다 보면 사과를 가득싣고 열심히 도망가고 있는 누군가를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그 도둑은 우리가 상상하는 바로 그 녀석이라서 웃음이 난다. 아기 토끼가 놓쳐버린 풍선을 누가 잡는지를 찾아 보는 것도 흐믓하긴 마찬가지다. 가족들을 잃어버려 울고 있는 토끼에게 풍선을 들려주고 가족들을 찾아주는 마음씨 착한 등장인물은 과연 누구일까? 언뜻 보기만 해도 이런 저런 이야기로 책 속은 시끄럽기 그지없다. 


각자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우리가 주목하지 않으면 그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는다는 점이 이 책의 특색이라면 특색. 요즘같이 무엇이건 수동적으로 떠먹여주는 것이 대세인 세상에서, 책 하나를 읽어도 자신이 찾아서 읽어야 한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거기에 그림체가 많이 생략되어 있는 탓에( 무엇을 그린 것인지 한번에 딱 하고 알아볼 수 있는 정밀화가 아니라는 뜻) 다양한 상상이 가능하다는 점이나, 더불어 읽는 독자에 따라선 자신만의 창작까지 가능하다는 점도 좋다. 자신만의 이야기를 꾸며낼 여지가 얼마든지 있어 보인다는 뜻. 글이 없는 대신 관찰력과 상상력으로 채워넣을 수 있는 여백은 얼마든지 확장 가능하다.


<수잔네의 사계절>이 좋으셨다는 분들은 아마도 이 책 역시 마음에 드시지 않을까 한다. 처음엔 수잔네의 아류작인가 싶었는데, 읽어보니 이런 류의 책은 변주가 얼마든지 가능한 것이겠구나 싶게 다른 개성을 뽐내고 있었다. 풍성한 이야기에 곳곳에 숨어 있는 등장인물들을 따라가는 재미가 있던 책, 아이들에게 찬찬히 들여다 보라고 하고 던져주면 재밌게 보지 않을까 싶다. 들여다 보면 볼수록 등장인물들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고, 볼때마다 새로운 것을 발견하게 되는 책, 들여다보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마치 내가 잘 알고 있는 동네를 보는 듯 정겨움이 배가되는 책이기도 하다. 간만에 맘에 쏙 드는 책을 만나서 무척이나 반가웠는데, 이 책이 마음에 든 김에 이 책의 전작인 <옛날 옛적 마모코>도 들여다 볼 생각이다. 이 책만큼이나 정겨움이 넘쳐나지 않을까 기대를 해보면서, 과연 옛적의 마모코는 어땠을지 상상해본다. 시리즈로 나왔다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은 책,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연작으로 나와주었음 바라게 되던 책,  마모코 거리를 여러분도 한번 거닐어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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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오가 출연하고 마틴 스콜세지가 연출을 한다고 하니 아니 볼 수 없어 보게 된 영화. 보게 된 소감을 한마디로 말한다면, 뭘 이걸 또 이렇게 열심히 찍어, 대충 찍지...라는 생각이 스멀스멀 피어나게 하던 영화였다. 이 영화를 먼저 보신 분이 2013년도 최고의 코미디 작이라고 일갈하시던데, 보고 나니 무슨 말인지 알겠더라. 만약 이 영화가 실제 인물을 바탕으로 한 실화라는 말이 없었다면 충분히 코미디로 볼만했으니 말이다. 어쩌면 실화가 아니라 상상력으로 만들어낸 코미디라고 했으면 오히려 더 기분 좋게 봤을 지도 모르겠다. 도대체 이런 기괴한 상상력은 어디서 나오는 것이냐,  정말 기발하다고 하면서 말이다. 물론 그 상상력에 그다지 환호를 해줄 생각은 없다고 단서를 달았을테지만서도... 

그렇다. 이 영화의 최대 문제는 이것이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라는 것일 것이다. 부자가 되고 싶어 22살에 월스트리트에 입성한 조던 벨포트는 도덕성 제로의 마인드와 거칠 것 없는 입담으로 20대에 억만장자로 등극하게 된다. 일개 트레이더에 불과하던 그가 어떻게  단시간에 사기 기업의 오너가 되고 ,돈이면 다 되는 세상의 주인이 되는지를 여과없이 보여주고 있었는데, 코미디처럼 연출했음에도 간간히 역겨움을 감추기가 힘들 정도로 막장이더라. <브레이킹 배드>에서 익히 보아왔듯이, 불법적으로 돈을 벌면 아무리 돈이 많아도 골치가 아프다는 것을 이 영화속에서도 보여주고 있었는데, 넘쳐나는 돈을 감추기 위해 머리에 머리를 쥐어 짜는 그들을 보려니, 도대체 왜 저렇게 살아야 하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돈 중독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 에 대한 보고서로 이보다 더 적절할 수 없겠다 싶을 정도로 돈이 사람에게 미치는 파괴력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지 않는가 한다. 거기에 이토록이나 미친 사람들에게 돈을 맡기는 선량한 사람들은 도무지 어떻게 한단 말이냐, 라는 절망감도 들더라. 아마 그들이 돈을 맡길 적에는 자신의 돈이 이런 곳에 쓰일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건 보통 사람들의 상식으로는 상상할 수 없는 추태 공화국이었으니 말이다.

이 영화를 보면서 , 여자가 생각하는 천국과 남자가 생각하는 천국이 참으로 많이 다르다는 생각을 했다. 왜냐면 누군가는 심하게 부러워할 수도 있는 조던의 생활이 나에게는 보는 것만으로도 욕지기가 나왔기 때문이다. 섹스와 마약이 아니면 깨여있을 수도 없는 생활, 그것이 정상인지 아닌지도 가늠하지 못하는 정신 상태를 과연 천국이라고 할 수 있을까? 남자들에겐 혹시라도 그것이 천국으로 여겨질 수 있다는 것이 참으로 기이하게 느껴졌다. 하긴 돈으로 지랄을 하는데는 여자 남자 가리지 않으니, 여자에게 불법적인 돈이 그처럼 많이 들어온다면 다른 추태를 부리면서 살 수도 있겠다 싶긴 하다. 섹스와 마약이 아니라도 다른 무언가로 자신을 고립시키면서 살겠지. 그것이 타인에게 어떻게 보일까 라는 것은 전혀 개의치 않으면서 말이다.

하여간 보는 내내 입맛이 썼던, 보고 나서도 입 맛이 썼던 영화가 되겠다. 거기에 레오는 연기도 어쩜 이렇게 열심히 진지하게 하는지 안스러웠다. 아무리 열심히 연기를 해도 매력적으로 보일만한 배역이 전혀 아니었으니 말이다. 오히려 열심히 연기하면 연기할 수록 정나미 떨어지게 하는 캐릭터, 해서 진짜로 혼신을 다해 연기하는 레오가 불쌍해 보이까지 했다. 어쩌면 레오가 연기를 하지 않았다면 더 좋은 영화가 되었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마음껏 주인공을 미워할 수 있었을테니 말이다. 거기에 3시간짜리 드라마, 중간부터 지루하다. 왜 내가 이런 막장을 3시간이나 봐야 하는데 라는 짜증이 슬슬 밀려 오는데, 아마도 그때쯤일 것이다. 왜 이렇게 열심히 찍은 거야 라는 한숨이 흘러 나오는 것은 말이다. 아무리 착한 행동도 반복되면 지루한데, 이 막장 패밀리들의 추태, 3시간은 너무 길다. 하여간 미국이라는 나라는 어떤 면에서는 너무도 신기하고 이상해, 라는 생각을 하게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레오를 감옥에 집어 넣은 뒤 FBI 수사관이 지하철을 타고 퇴근을 하는 장면만은 인상적이었다.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제대로 정신박힌 장면이었지만서도, 안타까운 것은 어쩌면 사람들은 조던 벨포트의 삶에 비해 그 FBI 삶이야말로 초라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라는 점이다. 뭐, 우리네의 생각이 다 다른 만큼 무엇을 좋게 보는가는 내가 관여할 것이 아니겠지만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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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2014-02-11 1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레오가 연기를 너무 잘해서 더 짜증나고 실소가 터져나왔던 영화죠. 길긴 했지만 딱히 지루하진 않았는데, 그렇다고 재미있어서 지루하지 않았냐고 한다면 그건 또 그렇지 않은... 참 이상한 영화였어요. 살색이 난무하는데도 남자들이 영화보다가 자거나 영화관을 나가버리는 영화는 처음이었어요. 근데 또 마틴 스콜세지가 의도한 바라든가, 레오가 왜 이렇게 미쳐서 연기했냐에 대해서는 한편 이해가 가기도 했어요. 얄팍하게나마... 아무튼 이 영화의 장르는 코미디! 맞습니다. >_<

이네사 2014-02-12 10:21   좋아요 0 | URL
딱 맞는 말씀만 하시네요. 맞습니다. 이 영화가 그랬죠. 적어도 감독이 의도했던 바가 먹혔다는 점에서만큼은 인정해 줘야 할 듯 싶어요.^^
 
내가, 그림이 되다 - 루시안 프로이드의 초상화 현대미술가 시리즈
마틴 게이퍼드 지음, 주은정 옮김 / 디자인하우스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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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이드는 미술의 양식과 매체에 대해서는 아무런 편견이 없다. 다만 그는 미술 작품이 현실의 특징을 담기를 바란다. 몬드리안의 작품은 그의 작품과는 분명 상당히 거리가 있는데도 그는 몬드리안의 기하학적인 화면을 존경한다. 그는 훌륭한 작품들이 모두 그렇듯 몬드리안의 작품은 ' 그안에 세계에 대한 인식'을 담고 있다고 말한다. 

"그렇지 않습니까? 나는 어떤 식으로든 진실에 관심을 가지는 미술에만 흥미를 느낍니다. 나는 그 작품이 추상인지 아닌지, 또는 어떤 형식을 취하는지는 별로 신경쓰지 않습니다." 라고 그는 덧붙였다.--p38

 

프로이드는 " 나는 항상 미술가가 가장 힘든 삶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라고 말했다. 미술가가 겪는 어려움은 외부 관찰자가 보기에 항상 분명하게 보이지는 않는다. 그것은 미술가가 오로지 내면의 방향감각에 의지해 미지의 세계를 향하는 길을 찾아야 하고, 전적으로 내부에서 부가되는 수준을 유지해야 하며, 그러면서 자신이 세운 그 목표가 계속해서 전력을 다해 추구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신념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자유분방한 무질서라는 개념과는 정면으로 배치된다.--p.130

 

 

이 책에 대해 이러저러 주절주절 칭찬의 말을 늘어놓으려다가 그 어떤 말도 내 입담으로는 사족이 될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사족이거나 객쩍은 수다이거나 그마저도 못 되면 허세 절은 감상 나부랭이로 그칠것 같은 느낌이. 그건 이 책의 성격을 고려해볼때  어울리지도 않을 뿐더러 예의가 아니다. 최대한 단백하고 건조하게, 현재 자신의 분야에서 최고라고 해도 좋을만한 두 사내가 찬찬히 서로를 관찰해 나간 8개월을 담아놓은 것이니 말이다.  한 사람은 초상화를 그리기 위해, 다른 한 사람은 이 책을 쓰기 위해.그들은 상대를 있는 그대로 이해하기 위해 자신이 가진 최선을 활용한다. 그 결과 나온 것이 이 책과 초상화인 Man with a blue scarf 인 것이고... 그렇다면 이 책은 과연 어떻게 쓰여지게 된 것일까?

 

이 책이 쓰여지게 된 계기는 저자가 루시안 프로이드에게 초상화의 모델이 되겠다고 제안한데서 비롯된다.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화가는 약속을 잡고, 어느덧 정신을 차리고 보니 저자는 그의 방에서 어떻게 포즈를 취하는게 좋은지 묻고 있었다고 한다. 당대 최고 구상화가의 모델이 되었다는 흥분이 가라앉자 이내 찾아오는 것은 따분함과 언제 이 과정이 끝날까 하는 조바심. 다른 사람이 모델이었다면 그 시간들이 그저 무료하게 지나가는 의미없는 것들이었겠지만서도, 그가 누군가. <다시 그림이다.>라는 책을 통해 데이비드 호크니를 대중에게 명쾌하고 유려하게 소개하는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해낸 미술 평론가 아니던가.모델로써 포즈를 취하는 동안 그는 노화가가 그림을 완성해나가는 과정들을 성실하게 관찰하고 그 의미를 파악해 나간다. 더불어 노화가의 집중력을 방해하지 않는 선에서 나눈 대화들 역시 기록으로 남겨둔다. 그것이 가까이에서 그를 이해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 이제 그렇다면 루시안 프로이드가 누군가가 궁금해지실 것이다. 정신분석학의 창시자인 지그문트 프로이드의 친손자라는 그는 천재 화가로써 천재 가문의 명맥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아버지의 반대와 어머니의 적극적인 지지로 인해 화가의 길에 나서게 되었다는 루시안은 프로이드 가문이 달래 프로이드가 아니라는걸 보여주고 있었다. 아무리 우리가 프로이드에 대해 이런 저런 폄하를 한다고 해도 그 가문이 우리들의 위에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두대를 건너 뛰었음에도 손자가 이렇게 똑똑하다니...그 프로이드야말로 정말로 천재였겠구나, 그리고 보통 사람들은 범접하기 힘든 사람이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게 했다. 왜냐면 루시안 프로이드 역시 만만한 분이 절대 아니었기 때문이다. 표지 앞 면에 깡 말라서는 깐깐하게 생긴 분이 바로 그 분인데, 외모만큼이나 성품 역시도 그런 모양이었다. 진실을 추구하는 예술가의 자질에 무엇보다 그것을 볼 줄 아는 통찰력, 난센스를 경멸하는 태도, 가르쳐주지 않아도 스스로 답을 알아내는 지성에 돌을 뚫는다고 해도 해야 할 일은 해내고 마는 저돌적인 성품, 퉁명스럽게 느껴질만큼 허세 없음과 어디에서고 솔직할 수 있는 정직함등...저자가 조근 조근 설명해 가는 루시안 프로이드를 보니 정신이 번쩍 드는 기분이었다. 이런 개성 넘치는 화가가 존재한다는 것이 놀랍고도 신기해서 말이다. 그냥 화가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인줄로만 알았는데, 이런 지성체의 매력 덩어리들이었다니...나의 삐뚫어지고 무지한 편견이 심히 부끄러워지더라. 


하여간 그렇게 평생 인기가 있건 없건 간에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온 루시안 프로이드는 칠순이 넘어서도 여전히 그림을 그린다. 인생을 즐기면서도 시간을 낭비하는 것은 좋아하지 않았다는 그. 늘 손에서 붓을 놓지 않는 그의 성실한 태도를 듣기는 했지만 직접 본 적은 없었던 저자는 실제로 눈 앞에서 목격하면서 그의 위대함을 새삼 느끼게 된다. 물론 그의 모델을 서는 매일 매일이 언제나 즐겁거나 흥미롭기만 한 것은 아니었지만서도, 나중에 결과물이 나왔을때 그는 자신이 굉장히 잘한 결정을 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림이 정말로 근사했기 때문이다. 남들에게 자신이 어떻게 보일까 몹시 궁금했던 저자는 화가가 포착해낸 초상화에 저의기 만족한다. 더군다나 그의 초상화에는 루시안 프로이드가 쓴 적이 없다는 파란색 물감이 들어간다. 그가 매고 있던 파란색 스카프를 표현하기 위해서다. Man with a blue scarf는 그렇게 완성이 되었고, 저자는 그 시간들의 기록을 모아 이 책을 낸다. 


아마도 그 둘 모두에게 윈윈하는 시간들이었지 않는가 한다.

 

리뷰가 집중을 못하고 헤매는 관계로 이쯤해서 접기로 하고, 기록측면에서 이 책을 보면서 신기했던 점 몇 가지는 들자면, 


하나는 루시안 프로이드의 그림을 그리는 방식이었다. 대부분의 화가들이 얼굴 윤곽선을 그리고 내용물을 채워 나가는 반면, 루시안은 중심으로부터 세밀하게 살을 붙여 나갔다고 한다. 부분들을 모아서 전체를 만든 것이다. 그림을 그리는 방식으로는 참으로 신선하지 않는가 한다. 그렇게 해서도 초상화가 그려진다니, 역시 화가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었다.


두번째는 화가는 영혼을 담아내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다. 아시다시피, 사진은 우리의 영혼을 담아내지 못한다. 어쩌다가 그런 일이 일어나긴 하지만서도, 우리의 영혼은 사진 속엔 잘 포착이 되질 않기에 우린 종종 자신의 사진을 보면서도 낯설게 느끼곤 한다. 화가란 우리의 눈에 보이는 가장 근사치로 그려내는 사람이라는 것은 아마도 그런 의미에서 맞는 말이다. 내 눈에는 루시안 프로이드가 그린 저자의 초상화야말로 저자와 똑 닮아 있었다. 저자 역시도 처음에는 자신의 그림을 낯설어 했지만, 자신을 완벽하게 포착해냈다는 사실에는 수긍한다. 자신은 보지 못하는 찰나의 나를 그려내는 숙련되고 통찰력 있는 솜씨. 저자가 루시안을 그렇게 극찬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런 경지에 아무나 오를 수 있는건 아니니 말이다.


세째는 이 책은 글도 탁월하지만 그림도 그렇다. 간간히 들어가 있는 루시아와 그의 친구들의 그림은 요즘 그림들을 이해하는데도, 루시아의 위대함을 이해하는데도 제격이지 싶다. 글 읽는 것이 귀찮으신 분들은 그림이라도 구경하시라고 권해 드린다.


네째는 아직까지도 그림을 이렇게 진지하고 힘들게 소위 장인정신을 가지고 그리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서 좋았다. 다들 유명해지고 싶어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마당에,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가는 고집쟁이가 있었다니...루시안 프로이드가 존경스럽더라. 재밌는 것중 하나는 가족의 내력은 어쩔 수가 없는 것인지 카사노바의 일화를 들으면서 그가 "카사노바는 소시오패스였군." 이라고 간단히 일축했다는 대목이다. 이 무서울 정도로 놀라운 직관적인 통찰력이라니...이 삐쩍 마른 노 화가를 우리가 주목해봐야 하는 또다른 이유일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그가 죽기 전에 해낸 저자에게 감사한다. 그가 아니었다면 내가 루시안 프로이드를 이렇게 잘 알 수는 없었을 것이므로, 내가 지금  루시안 프로이드의 이름을 부를 수 있는건 전적으로 저자의 필력 덕분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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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lph 2014-03-24 2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루시안 프로이드는 앙리마티스를 피카소 보다 더 좋은 화가라고 했다는 구절이 있더군요. 피카소는 남을 놀래키련누 목적으로 그렸고, 마티스는 대상을 이해? 하기위해 그렸다는 평과 함께.. 상당히 그럴사한 평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뭍튼 루시앙 프로이드의 그리도 그림이려니와 그의 그림을 대하는 자세는 - 마지막 날까지 그렸다는 - 정말이지 동물적인 태도는 , 과연 생명명이란 무엇인가 하는 생각을 다시하게 합니다.

이네사 2014-03-26 16:52   좋아요 0 | URL
랄프님도 그 문장에 고개를 끄덕이셨는가 보군요. 저도 정말 그렇군 이라고 생각했었답니다.
가문에 내려오는 유전 같은 것이 아닐까 싶더군요. 섬뜩할 정도의 통찰력을 가지신 것 말이죠.
읽으면서, 이런 화가가 있었다니 하면서 존경스러운 마음과 함께 흥미롭게 본 책이었어요.
아마도 랄프님도 저와 같은 마음은 아닐지라도,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한 책은 되지 않았을까 싶네요.
 
코믹 메이플 스토리 오프라인 RPG 68 코믹 메이플 스토리 오프라인 RPG 68
송도수 글, 서정은 그림 / 서울문화사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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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와 베타, 그리고 데몬슬레이어와의 전투가 이번에는 제대로 성사될 수 있을까? 누가 이길까? 라는 궁금증때문에 사게 된 책, 이걸 보면서 어휘력 향상 그런건 기대하지 않지만서도, 어쨌거나 사줘야 하는건 어쩔 수 없다고, 인정하기로 했다. 내 마음에 들건 말건 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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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행기 추락사고로 부모를 잃은 뒤 정글에 남겨진 타잔은 마찬가지로 아들을 잃은 마운틴 고릴라 어미에게 발견되어 그들 무리에서 자라나게 됩니다. 애정이 넘치는 고릴라 엄마와 함께 성장한 삼형제 고릴라 친구들까지 그에겐 없는게 없죠. 사고후 오랜 시간이 흐른 뒤 타잔은 이제 정글에서 당해낼 자가 없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그가 고릴라처럼 걷고, 고릴라처럼 말하고, 고릴라와 산다고 해도 그가 인간이라는 사실은 변할수 없겠죠. 어느날 정글에 놀러온 소녀 제인을 만난 타잔은 비로서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의문을 품게 됩니다. 그리고 어렴풋이 자신이 인간이었던 한때를 기억하게 되죠. 그에게 제인은 첫사랑이자, 그가 인간임을 자각하게 해준 사람이었습니다. 둘의 짧은 만남은 한여름밤의 꿈처럼 순식간에 끝나 버리고, 제인은 자신이 과연 꿈을 꾼것인지 아니면 실체를 만난 것인지조차 헷갈려 합니다. 하지만 타잔에게 제인은 분명한 현실이었죠. 제인이 떠난 후에도 오랜동안 그녀를 그리워 하던 타잔은 어느날 제인이 일단의 사람들을 몰고 온 것을 보게 됩니다. 제인이 데리고 온 사람들은 거대 기업 사장과 비서로, 그들은 제인에게는 아프리카 동물들을 돕는다는 명목하에 7천만년전에 아프리카에 떨어진 우주 운석을 찾으려 온 것이었습니다. 그것을 찾아내어 미래 에너지 자원으로 쓸 생각이었던 것이죠. 제인을 이용해 아프리카를 훼손시키려는 거대 기업 사장과 정글의 수호자 타잔과의 대결은 이제 피할 수 없어 보이는데요, 과연 타잔과 제인은 사장이 끌고온 군대들과 맞서 어떻게 정글을 지켜 낼까요?

어른들 중에서 타잔을 모르는 사람은 아마 없을 거라 본다. 아~~아아아~~~! 라는 함성과 함께 치타에 대한 농담으로 어린 시절 우린 얼마나 즐거웠던지... 난 아직도, 타잔이 지르던 비음 잔뜩 섞인 고함 소리가 귓가에 쟁쟁하다니까. 위기에 몰린 타잔이 사인을 보낼때면 어디서건 지원군처럼 몰려오던 코끼리 기타등등 동물들은 얼마나 짜릿했던지...하여간 오랜 추억속에 봉인되어 있던 타잔이 다시 컴백한다는데, 아니 가볼 수 없어서 보게 된 영화...과연 어렸을 적 보았을때만큼 재밌으려는지, 어색하거나 유치하진 않으려는지 라는 것이 걱정이었는데, 보고난 결론은 걱정할 정도는 아니더라는 것이다.

일단 무엇보다 배경이 압권이다. 먼저 보신 분들이 다른건 몰라도 아프리카를 그려낸 배경만큼은 두 손 두 발 들 것이라고 하던데, 역시나더라. 도무지 어찌나 정교하고 아름다우며 생생하게 그려냈던지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시원했다. 독일 사람들이 일본 사람들 못지 않게 꼼꼼하고, 했다 하면 해내는 완벽주의자라고 생각 하고 있었는데, 영상미에서 그런 결벽증이 확인되는 듯했다. 독일 애니라고 해서 얕잡아 봤는데, 이 분들도 만만찮더라. 해서 영화 보는 내내 아프리카 풍경만 나오면, 그저 넋을 잃고 현란한 풍경에 몸을 맡길 수 밖엔 없었다. 배경 화면 만으로도 별 점수 3개는 기본으로 따고 들어가던데, 그 자체만으로도 이 영화가 그저 설렁설렁 만들어진 작품이 아니란 것을 알 수 있었다. 정말로 제작진이 혼신을 다해 만든 작품이라는 것을 말이다. 만일 완성도에서 무언가 어색한 것이 있었다면 그건 놓친게 아니라, 어쩔 수 없었던 것이겠다 싶었다. 재밌는 것은 얼핏 쉬워 보이는 인간들의 움직임은 로봇처럼 어색한 반면, 그보다 표현이 훨씬 더 어려울 것 같은 , 예를 들면 타잔이 정글을 타고 다니는 장면이나 고릴라처럼 걷는 것, 그리고 고릴라 기타 동물들의 움직임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느껴진다는 것이었다. 정글에서는 훨훨 날면서, 도시로 가면 굼뱅이처럼 굼띠게 걷게 되는건 도무지 뭔 조화속인지 모르겠다니까. 출연하신 배우분들이 걷는 것보다 연기를 더 잘 하신다는 뜻일까? 하여간 실감나는 정글씬 덕분에 관람하는 내내 눈호강하는 기분이었다.

둘째는 이야기가 그래도 매끄러운 편이라는 점이었다. 유치하거나 황당하거나 말이 안 되거나 하면 어쩌나 했는데, 몇 몇 오글거리는 장면과 이건 말이 안 되지 하는 장면 몇 개를 빼면 대체로 재밌었다. 타잔을 보는 어른으로써 그건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었다. 진짜로 걱정을 했었었기 때문이다. 심하게 유치해서 보는 도중 나오고 싶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 말이다. 하니 나처럼 그런걸 걱정하시는분들이 있다면 걱정을 붙들어 매시길...

세째는 헐리우드 애니와는 다르게 주인공들 모습이 다소 투박하다...는 다른 리뷰어의 지적을 기억하고 있었는데, 그건 단박에 이해가 되더라. 미국식 미모가 아니라 독일식 미모라서 그랬다는 것을 말이다. 그러니까 제작진 입장에선 최고의 미모의 타잔과 제인을 그린 것이라는 점이다. 헐리웃에 비해 떨어지는 외모가 아니라...생각해보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미모가 나라마다 다를 것이라는 건 당연한 것임에도, 처음 적응이 되기 전까진 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왜 저렇게 못생기게 그렸지 싶어서.독일식 미모의 완성은 저렇구나 라는 생각으로 보니 그제서야 이해가 되더라. 그렇게 보면 우리나라나 일본의 애니를 볼때 외국인들은 얼마나 생경함을 느낄까 궁금해진다. 아마도 쉽게 적응이 되진 않겠지?

이렇게 저렇게 종합을 해보면, 요즘 본 애니들 중에서는 합격점을 받아도 좋을만한 작품이었다. 영상미도 좋고, 내용도 괜찮은 편에다, 가끔 진심으로 웃기고, 때론 진심으로 감동시킨다. 거기에 타잔이 정글을 누비는 그 엄청난 활력이라니...왜 그 오랜 시간이 지난뒤 이 사람들이 다시금 타잔을 꺼내 들었는지 이해가 되고도 남았다.

영화를 보고 지하철을 타러 내려 왔는데, 곳곳에서 사내 아이들의 아~~아아아~~~아하! 라는 소리가 울려 퍼지더라. 아~~아이들이란...이라며 머리를 흔들고 말았다. 이런식으로 좋은 추억들은 대를 이어 이어지고, 전설이 되고, 대대로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실마리가 되는 것이겠지. 오랜만에 추억에 잠겨서 좋았던, 그리고 새로운 세대들의 추억을 만드는 자리에 함께 해서 좋았던 관람이었다. 다만 , 등장인물들 중 치타가 빠졌다는 것은 살짝 아쉬운 점이었다. 타잔하면 제인보다는 치타인데 말이다. 다른 분들에게도 좋은 추억이 되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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