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기장 이야기

제10회 리뷰대회

식기장 이야기
송영애 지음 / 채륜서 / 2014년 12월

이미 한국의 사회에서 '주방의 위엄'은 찾아보기 힘든 과거의 가치관이 되었다.    요리를 하

고, 재료를 준비하는 방  그러나 이제 부엌으로 이름이 바뀐 그 장소는 단순히 오늘과, 내일의

식사를 준비하고 데우는데 있어, 약간의 시간을 할애 할 뿐인 '잠시 다녀가는 장소'가 되어버

렸다.     

실제로 오늘날의 요리란 무엇인가.  그저 여러가지 완성된 '식재료'와 '조미료'를 버무려, 익히

는 단순한 행위에 머물러 있지 아니한가?  오늘날 누구가 스스로 장독대를 열어 '간장'과 '고

추장'을 발효시키는가, 세상에 누가 아침 한나절부터, 주방에 매여 일생을 가정에 헌신하며 살

아가는가?   산업화, 자동화, 서양화... 이처럼 현대인들은 점점 주방의 속박에서 자유로워져

거 나은 가치관에 뜻을 두는 '자유'를 얻었다.  

그러나 그 '자유'의 이면에 희생되어, 뒤안길로 사라진 '한국의 전통'이란 가치는 과연,

어떠한 마음으로 바라보아야 하는 것일까...  나의 기억 한켠에 존재할 뿐인 많은 물건들, 쌀

뒤주, 나무도마, 돌절구, 그리고 그렇게 무거웠던 무쇠칼에 이르기까지, 이제 나의집의 주방에

는 과거 내가 기억하던 물건들이 모두사라져 있다.       때문에 이 책이 말하는 전통 주방용품

들의 이야기와, 쓰임새에 대한 이야기는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고, 또 한번 더 한국의 가정의 모

습을 생각하게 한다는 (토속)문화.학문적 의미에서, 매우 반가운 것이다.

물론 이 책의 주제는 그 당시 수동적인 의무에 머물러 평생을 주방에 속박된 '주부'의 가치관

을 되돌리자는 시대착오적 이야기가 아니다.   저자는 그저, 과거의 잊혀진 가치관에 대해서,

그리고 오늘날 사람들이 무시하고 있는 '전통의 가치'에 대해서 한번 쯤 그 기억을 떠올리고,

또 잊지는말라달라는 당부의 메시지를 이 책에 담고싶을 따름이다.    예로부터, 가정은 그 속

의 사람의 인격과, 예절을 가다듬게 하고, 사회에 나가 큰 뜻을 펼칠수 있도록 지탱하는 근본

의 역활을 수행하였다.   그러나 오늘날 드러나는 많은 사람들의 추태를 보면, 그 가정의 대들

보가 많이 약해지고, 또 제대로된 기능을 상실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이제 현대인들은 다

시한번 뒤를 돌아보면서, 자신의 부족함을 깨달을 때가 왔다.   그리고 이 책은 그러한 자기반

성에 있어서, 나름 유익한 책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왕의 한의학

왕의 한의학 - 낮은 한의사 이상곤과 조선 왕들의 내밀한 대화
이상곤 지음 / 사이언스북스 / 2014년 12월

오늘날 많은 역사서는 그 저자의 '전문성'에 따라, 여러가지의 시선으로 역사의 사건을 이야기

한다.    물론 이 책 또한 한의사인 저자의 전문지식과, 그 역사에 대한 관점이 이어져, "조선시

대의 왕이 어떠한 병을 앓았고, 또 그 병의 원인이 무엇이였으며, 그 병을 치료하기 위

해서 어떠한 치료를 받았는가?"  ​하는 이름 그대로의 왕의 한의학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쏟아내고 있는데, 이는 역사에 대한 다양성?을 원하는 나에게 있어서, 나름대로 많은 만족감을

선사하여 주었음은 물론  그 분야에 무지했던 나에게 그 나름대로의 (상식선 에서의) 지식을 부

여하여 주었다.   (그렇다 나는 이 책의 내용중 그 무엇보다, 왕에게 한의학이 과연 어떠한 영향

을 미쳤는가? 하는 역사적 관점에 더욱 주목하고 싶었다.)

이처럼 이 책에 드러난 많은 왕들의 이야기를 접하다 보면, 당시 조선의 왕이란 자리는 보기보

다 편하고, 또 '왕권'이란 권력이집중된 자리가 아니였음을 알 수가 있다.       그들은 성리학

을 포함한 유교적 가르침을 따르는 상징적 요소로서, 그 누구보다 모범적인 삶을 살아야 했고,

또 그만큼 타인(신하)들의 눈치도 보아야 하였는데, 실제로 (이 책에 드러난) 한 기록에 따르면,

치료를 위한 온천행을 떠나는데 있어서도, 신료들의 눈치와 허락을 구하는 왕의 눈물겨운? '

투쟁'의 이야기가 드러나,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그 왕이 느꼈을 답답함과 분노를 새삼 느끼게

하는 부분이 있다.

때문에 나는 왕의 질병에 있어서, 가장 큰 위협은 아마 그 인간이 받는 '스트레스' 가 아니였을

까? 라는 생각을 하였다.   실제로 저자는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독살이나, 외부적 암살과 같

은 것들은 오히려 왕의 생명에 있어서, 그 피해를 미치는 부분이 적었다." 라고 주장한다.  

아니... 심지어는 대중들에게 있어 상식으로 굳어진 '정조의 독살설' 이나, '고종황제의 독

살설에 대해서도 "그들은 독살당한 것이 아니다." "그 상식에는 신빙성이 적다" 와 같은 표현

을 빌려, 그 나름대로 반대의 의견을 내고 있는 형편이다.

두창, 종기, 화병, 정신병... 심지어는 후손을 보기위한 정력강화에 이르는 많은 치료를 행한 임

금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들에 대한 조선 한의학의 '치료'는 그 나름대로의 한계를 지녔다

는 것이다.     오늘날 방송에서 드러나는 '왕의 식탁' '왕의 건강'에 대한 많은 정보는 그야말

로 '치료가 아닌 보신의 영역에 속하는 것이다.'     그렇다... 조선에는 허준이나, 대장금과 같은

많은 한의사의 공적도 드러나나, 점차 시대가 지남에 따라, 그 치료의 영역은 줄어드는 모습을

보이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치료에 실패하면 죽음을 피하기 어렵고, 성리학에 의한 충.효에 대한 이념적 관점은 몸에 칼을

대거나, 회손하는 외과적 치료를 퇴화시키고, 탕약이나 진맥과 같은 보신적 의학에 매진하게

했다.   때문에 점차 한의학은 그 몰락?의 길을 걸었고, 또 그 몰락은 당연하게도 그 치료를 받

는 왕과, 백성의 질병치료에 있어서도 큰 영향력을 발휘하게 된다.       이에 저자는 그 의학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하면서, 의학이란 언제나 진보와 실험에 의한 새로움을 꾀해야 한다는 개

인적인 의견도 더한다.    최고의 의학을 받았으면서도, 그 한계로 인해 죄절된 임금의 삶... 그

삶에 의해서 변해버린 많은 역사적 사건을 들여다 보라.    예를들어 만약에 효종이 급사하지

않고, 북벌을 시행하였다면, 과연 조선의 역사는 어떻게 변화하였을까?    

거지왕

거지왕 ㅣ 사형집행인의 딸 시리즈 3
올리퍼 푀치 지음, 김승욱 옮김 / 문예출판사 / 2014년 12월

사형집행인 야콥 퀴슬, 그리고 그의 딸 막달레나를 중심으로 많은 사건과 이야기를 만들어 내

는 이 책의 시리즈 중에서, 가장 신간에 속하는 이 '거지왕'은 내용상, 주인공의 역활을 맡았던

야곱의 과거를 정리하는 외전격 성격이 강한 것 같다.  

타지에서 살인누명을 쓰고 고문당하고, 또 처형될 위기를 맞이한 야콥, 이에 사랑하는 연인 지

몬과 자유를 찾아 도망친 막달레나는 이러한 아버지의 처지를 알고, 그의 무고함을 증명하는

다수의 증거를 찾으려 동분서주한다.      그러나 야콥을 둘러싼 음모의 핵심은 젊은 용병시절,

야콥과 인연을 맺으며 '증오의 감정'을 키운 한 사람의 오랜 복수심에서 시작된 것이기에, 막달

레나와 지몬은 그 사건의 핵심을 찾아내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음은 물론, 도리어 엉뚱하게도

자신이 머무는 레겐스부르크의 '거지왕'을 포함한 많은 주변인물들과 인연을 맻으며, 독일왕국

을 무너뜨리려는 무서운 음모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목숨의 위협을 받기도 한다.

이처럼 이 거지왕 편은 등장인물들 모두가, '대도시' 라는 새로운 환경 속에서, 복잡한

인간관계를 맺고, 또 그들을 서로 이용하는 음모에 이용되고, 또 휘말리는 관계의 복

잡성을 띈다.    때문에 나는 이 책의 내용을 읽으면서, 다소 내용이 어렵다는 생각도 품었었

지만, 그와는 반대로, "이 소설이 드디어 본격적인 '서스펜스' 소설로서 완성되고 있구나" 하는

묘한 기쁨도 느끼기도 했다.  

실제로 거지왕은 그 내용이 (과거의 다른 편에 비해서) 상당히 흥미진진해 졌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 나의 기억에 남는 것은 오랜기간 묘한? 관계를 이어왔던 막달레나와, 지몬의 연예관

계가 '서로간의 결합' 이라는 최종적인 골인점을 통과했다는 것이다.    사형집행인의 딸이라

는 이유로, 고향에서 외면받고, 소외당하는 시련을 받은 여인... 그 여인이 드디어 자신이 원하

는 진정한 행복을 거머쥔 것이다.   그것도 스스로의 능력과 힘으로!  어찌 이 내용을 보면서, 그

들을 응원하지 않을 수 있을까?

경성 엘리트의 만국 유람기

경성 엘리트의 만국 유람기 ㅣ 동아시아 근대와 여행 총서 2
나혜석 외 지음, 성현경 엮음 / 현실문화 / 2015년 1월

오늘날 해외여행은 (조금 준비가 까다롭지만)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갈 수 있는' 선택의 범주

에 들어간다.     그러나 과거시대 즉 개국 후의 조선사람들에게 있어서, 해외를 떠난다는 것은

어지간한 각오가 아니면 할 수 없는 난이도 높은 것이였으며, 그 증거로 이 책의 내용을 보면,

당시 시대에 기록된 '기행문'은 그 시대의 대중잡지나, 언론에 개시 될 정도로 큰 인기를 끈

'새로운 소식'으로서 대우 받았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과거 '조선'은 미국과 일본 같은 외국의 간섭으로, 겨우 쇄국을 버리고, 세상에 대해서 알아가

던 중이였다.   그러나 그 도중 조선은 일본에게 강제로 병합되고, 그 현실은 결국 외국을 방문

하려는 많은 사람들의 목적과, 소감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이 책에 소개된 많은 사람

들은 영국, 미국, 스위스, 러시아 등과 같은 유럽(서방국)의 모습과 그 번영을 보면서, 나라를

잃어버린 현실에 대한 설움을 드러내거나, "우리들도 이들처럼 근대화를 이루어야 한다" 라는

나름대로의 정치, 경제, 국력에 대한 동경과 목표를 자주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내가 신기하게 생각하였던 것은 그 나라사랑이 개인적으로 외국을 방문한 사람이나, 국비나 나

라를 대표하는 신분으로 외국을 방문한 사람이나, 그 모두에게 강력한 영향을 미쳤다는 점이다.

그 누군가가 말했던가? "조국을 떠나면 그 누구나 애국자가 된다" 라고 말이다.   역시 그 말을

증명하듯이, 이 수 많은 기행문의 기록자들은, 모두 잃어버린 나라와 민족을 생각한다.   앞서

말한 스스로 여행(관광)을 떠난 사람부터, 베를린 올림픽에 참가한 손기정 선수 같은 공인에 이

르기까지... 그들은 모두 당시 조선인으로서의, 뜨거운 가슴과 애국심에 젖었다.   게다가 그들

모두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으로서, 현실을 직시하고, 문제점을 찾아내는 나름대로의 지적인 시

선도 함께 지니고 있었다.

최초의 서양화 화가, 국제무용수, 문화학자, 경제학자, 학생 등등... 과연 그 에리뜨(엘리트) 들

의 눈으로 본 당시의 세상은 과연 어떠한 것이였을까?    분명 이는 오늘날의 맘 편한 여행

자들에게는 없었던 '절박함'이 묻어 있었을 것이다.    '꿈과 이상' 이처럼 책의 띠지에 적

혀 있는 그 가치까지 보고, 느끼고, 추구해야 했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꽃밥

꽃밥 - 제133회 나오키상 수상작
슈카와 미나토 지음, 김난주 옮김 / 예문사 / 2014년 11월

오늘을 살아가는 '나'는 풍요와 축복을 누리며 산다.     그러나 나의 아버지를 시작으로 한 이

전의 세대들은 지금 내가 누리는 이 풍요와 넉넉함을 꿈꾸며, 정말 뼈져린 노력의 길을 걸어

왔다.     배고프고, 아프고, 춥고, 서러운 생활을 보내면서도, 더 나은 생활과 미래를 위해서 얼

마든지 자신과 오늘을 혹사시켰던 사람들...  그야말로 나의 부모님은 미래에 대한 '낙천주의'

단 하나의 가치에 기대어, 험난한 시대를 걸어 오셨다. 

물론 가난의 아픔은 한국 뿐 만이 아니라, 이웃나라의 일본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지금도 많

은 일본인들에게 있어 기억되는 시대, 이른바 '쇼와'는 (특히 1946년 전.후 를 시작으로 한 패

전 속의 가난은) 그야말로 서러움과 부족함이 전 사회를 내리 누르고 있었던 가장 암울한 시대

의 상징이였다.   (물론 쇼와는 1964년 도쿄올림픽 이후 급격히 경제대국으로 성장하기에, "역동

과 재기의 시대" "꿋꿋하게 난관을 이겨낸 부활의 시대" 로 인식하는 사람도 많은 것이 사실이나,

이 책이 표현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어디까지나 쇼와시대의 '신파적 이야기'에 머무르는 것이니,

너무 이야기가 옆으로 세는 이야기는 여기까지만 하기로 하겠다.)   때문에 이 책의 저자는 그

시대에 살았던 사람들의 가장 씁쓸한 기억을 가지고 많은 단편적인 이야기를 만들었는데,특히

이 책 속의 등장인물들의 면면은 그야말로 주변의 환경에 의해서, '나 자신'을 희생한 가장 슬

프고, 아련한 사연을 지닌 존재들이다.   

특히 나는 그중 어린 동생의 치료비를 위해서, 홍등가의 윤략녀로서 살아가야 했던 한 '누나'의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녀는 명랑하고, 순수하고, 그 누구보다 사랑을 아는 숙녀이다.

그러나 막대한 돈이 들어가는 현실은 결국 그녀를 술집여자로 만들어 버린다.    게다가 그 희

생의 보람도 없이, 동생은 결국 병으로 세상을 떠나고 마는데, 이에 저자는 그 가녀린 영혼을

'겨울을 나는 나비' (아사기마다라)로 표현하며, 어쩔 수 없는 현실 속에서 일탈을 꿈꾸던 그 시

대의 '약자'들의 감성을 그 누구보다 잘 표현했다. 

"지금은 이렇게 슬퍼서, 눈물도 다 말라서'

'두 번 다시 웃는 얼굴이 될 수 없을 것 같지만"    

"그런시대도 있었지 하고 언젠가 말 할 수 있는 날이 올 거에요" 

"틀림없이 웃으면서 이야기 할 수 있을거에요"

이 가사는 1975년 나카지마 미유키가 부른 '시대'의 일부분이다.   그리고 또한 2010년 쇼와시

대의 '가족'을 표현한 드라마 '우리집의 역사'의 마지막 곡으로 등장한 노래이기도 하다.    내

원래부터, 그 노래를 좋아했지만, 이렇듯 이 소설의 내용을 접하니 그 무엇보다, 그 노래의 분

위기와 가사가 생각이 난다.    그 노래처럼 쇼와의 기억을 대변하는 것이 어디 다른것이 있으

랴?  어려움 속에서, 탈출을 꿈꾸었던 사람들의 이야기... 이 소설은 그야말로 글로서 이루어

진 '시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