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꽃밥 - 제133회 나오키상 수상작
슈카와 미나토 지음, 김난주 옮김 / 예문사 / 2014년 11월
평점 :
오늘을 살아가는 '나'는 풍요와 축복을 누리며 산다. 그러나 나의 아버지를 시작으로 한 이
전의 세대들은 지금 내가 누리는 이 풍요와 넉넉함을 꿈꾸며, 정말 뼈져린 노력의 길을 걸어
왔다. 배고프고, 아프고, 춥고, 서러운 생활을 보내면서도, 더 나은 생활과 미래를 위해서 얼
마든지 자신과 오늘을 혹사시켰던 사람들... 그야말로 나의 부모님은 미래에 대한 '낙천주의'
단 하나의 가치에 기대어, 험난한 시대를 걸어 오셨다.
물론 가난의 아픔은 한국 뿐 만이 아니라, 이웃나라의 일본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지금도 많
은 일본인들에게 있어 기억되는 시대, 이른바 '쇼와'는 (특히 1946년 전.후 를 시작으로 한 패
전 속의 가난은) 그야말로 서러움과 부족함이 전 사회를 내리 누르고 있었던 가장 암울한 시대
의 상징이였다. (물론 쇼와는 1964년 도쿄올림픽 이후 급격히 경제대국으로 성장하기에, "역동
과 재기의 시대" "꿋꿋하게 난관을 이겨낸 부활의 시대" 로 인식하는 사람도 많은 것이 사실이나,
이 책이 표현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어디까지나 쇼와시대의 '신파적 이야기'에 머무르는 것이니,
너무 이야기가 옆으로 세는 이야기는 여기까지만 하기로 하겠다.) 때문에 이 책의 저자는 그
시대에 살았던 사람들의 가장 씁쓸한 기억을 가지고 많은 단편적인 이야기를 만들었는데,특히
이 책 속의 등장인물들의 면면은 그야말로 주변의 환경에 의해서, '나 자신'을 희생한 가장 슬
프고, 아련한 사연을 지닌 존재들이다.
특히 나는 그중 어린 동생의 치료비를 위해서, 홍등가의 윤략녀로서 살아가야 했던 한 '누나'의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녀는 명랑하고, 순수하고, 그 누구보다 사랑을 아는 숙녀이다.
그러나 막대한 돈이 들어가는 현실은 결국 그녀를 술집여자로 만들어 버린다. 게다가 그 희
생의 보람도 없이, 동생은 결국 병으로 세상을 떠나고 마는데, 이에 저자는 그 가녀린 영혼을
'겨울을 나는 나비' (아사기마다라)로 표현하며, 어쩔 수 없는 현실 속에서 일탈을 꿈꾸던 그 시
대의 '약자'들의 감성을 그 누구보다 잘 표현했다.
"지금은 이렇게 슬퍼서, 눈물도 다 말라서'
'두 번 다시 웃는 얼굴이 될 수 없을 것 같지만"
"그런시대도 있었지 하고 언젠가 말 할 수 있는 날이 올 거에요"
"틀림없이 웃으면서 이야기 할 수 있을거에요"
이 가사는 1975년 나카지마 미유키가 부른 '시대'의 일부분이다. 그리고 또한 2010년 쇼와시
대의 '가족'을 표현한 드라마 '우리집의 역사'의 마지막 곡으로 등장한 노래이기도 하다. 내
원래부터, 그 노래를 좋아했지만, 이렇듯 이 소설의 내용을 접하니 그 무엇보다, 그 노래의 분
위기와 가사가 생각이 난다. 그 노래처럼 쇼와의 기억을 대변하는 것이 어디 다른것이 있으
랴? 어려움 속에서, 탈출을 꿈꾸었던 사람들의 이야기... 이 소설은 그야말로 글로서 이루어
진 '시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