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의 시대 - 77가지 키워드로 살펴보는 항공 우주 과학 이야기
장조원 지음 / 사이언스북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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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에게 있어서 비행기란 어렵기도 하고, 멋지기도 하고, 때론 무섭기도 한 존재인 것 같다. 하늘을 날아가는 비행기를 보면 자유로워보이고 멋지고, 저 비행기는 어디로 가는 걸까 상상하게 되면서도 안전할까 하는 걱정도 생기는 그런 존재. 비행기를 타고 어디론가 갈때면 비행기가 어떻게 날 수 있는지, 괜찮은 건지 궁금한 것들이 많지만 그순간뿐이었던 것 같다. 그 당시에 궁금했던 것들을 책이나 인터넷을 통해 알아볼 생각을 하지 못했었다. 비행기라는 것은 전문적이고 어려울 거란 막연한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행의 시대>란 책을 읽으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꽤 두껍지만, 그만큼 비행기에 대한 지식들로 가득한 책이다. 우선 비행기의 역사와 비행의 원리에 대해서 이론과 함께 그림으로 설명되어 있어서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사실 비행기에 대한 이론이 부족한 나에게는 약간 어렵기도 하했지만 비행기를 사랑하고 비행기에 관심이 많았던 분들이라면 꽤 유용한 정보들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에 흥미를 유발하는 비행의 시대를 만든 11개의 사건들, 우리가 알고 있어야 하는 비행기들, 특히나 궁금했던 비행기를 지배하는 11개의 자연법칙들과 비행시 발생하는 현상 11개(비행기를 탈 때면 항상 이런 것들이 궁금했다.)

 나는 어떤 역사를 공부하는 데 있어서 인물에 대한 걸 재미있어 하고 좋아하는데, 역시나 비행의 시대를 만들 사람들과 비행의 시대를 사랑헀던 인물들에 대해서 나온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세계 최초로 비행에 성공한 라이트 형제, 아이작 뉴턴, 생텍쥐베리 등 우리가 들어봤던 유명한 역사적 인물들에 대해서 나오는 부분을 읽다보면 재미도 있고, 항공기 제조회사를 창업한 록히드 형제와 휴즈와 최초 대서양 횡단 비행에 성공한 찰스린드버그 등 몰랐던 인물들도 알게 되고, 비행기라는 것이 친근하게 느껴지게 된다.


 멀게만 느껴졌던 비행기, 그리고 항공의 역사, 항공우주과학분야. <비행의 시대>를 쓰신 교수님의 말씀처럼 전문적인 분야라 어렵게 느껴졌던 것에서 누구나 꿈꿀 수 있는 분야로 생각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비행기를 사랑하고, 비행기에 대해 꿈꿔왔던 분들에게 이 책이 꿈을 키워주고 지식을 쌓을 수 있도록 해줄 거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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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인도 김씨 김수로 사계절 아동문고 85
윤혜숙 글, 오윤화 그림 / 사계절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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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쩜 이렇게 사랑스러운 아이가 있을까요. 수로와 수로 가족 얘기를 보면서 웃기도 하고 눈물도 찔끔 나고 그랬어요. 아이들을 위한 책이라고는 하지만 어른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것 같아요. 결국 어른의 마음이 바뀌고 어른의 행동이 옳아야 아이들이 그걸 보고 배우는 거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인도 김씨 김수로>란 책은 어른과 아이가 함께 읽으면 정말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도 김씨 성을 가진 수로는 인도 사람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입니다. 수로의 아버지는 어머니와 사랑에 빠져서 한국으로 귀화를 했고, 김하산 이란 한국이름을 갖게 되었습니다. 수로의 아빠는 수로에게 자신이 인도에서 온 사람이니 인도 김씨의 시조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수로는 인도 김씨의 2대 김수로가 된것이죠! 수로의 아빠는 정말 다정하고 멋진 아빠였어요.

 

 다정한 아빠와 아들은 우산도 같이 쓰는 거라고 우긴 건 아빠였지만, 흥건하게 젖은 아빠의 한쪽 어깨가 자꾸만 신경 쓰였다.

“빗속의 아들과 아버지, 이거 꽤 분위기 있는걸. 아들은 어떠냐?”

 

 이런 아빠와 아들이라니! 너무 멋지지 않나요? 

 

 이런 수로에게도 고민이 있습니다. 수로의 소원은 할아버지와 아빠가 서로 친해지는 것입니다. 인도 사람인 아빠를 할아버지가 인정해주지 않아도, 수로의 아빠는 누구보다도 할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며 따르고 할아버지가 하는 목수 일 또한 좋아하고 있어요.

 

 할아버지는 원래 아들에게 목수 일을 물려주고자 했지만 수로의 외삼촌은 받아들이지 않았고, 오히려 사위인 수로 아빠가 더 목수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던 거죠. 할아버지 나름대로 마음고생을 하셨을 겁니다.

 

 수로 아빠는 목공소에 다니며 실력을 키워나가다 우연히 알게 된 문화재 수리 기술자 시험을 준비하기로 하고, 할아버지도 수로아빠의 실력을 보고는 아빠에게 기술을 알려주려고 마음을 바꾸게 됩니다. 그토록 수로가 원했던 일이 이루어진 것이죠. 그리고 수로 아빠를 인정하게된 할아버지와 함께 수로 가족들은 여행도 가게 됩니다. 거기에서 수로가 그토록 소원했던 가족사진도 찍어 오구요! 

 

 할아버지와 아버지 사이에서 수로가 보여주는 행동들, 혼혈이라는 이유로 친구들에게 상처받을 수 있었던 수로지만 아빠를 미워하기보다는 오히려 아빠를 더 사랑해주는 아들, 아들과 아내와 아버지를 사랑하는 다정한 인도 아빠.

 

 수로의 모습을 보면 저도 모르게 편견을 갖고 있었던 마음이 부끄럽기도 하고, 어린 녀석이 어쩜 저렇게 속이 깊고 사랑스러운지! 그리고 수로 아빠는 얼마나 멋있는지!

 

 다문화라는 가정의 편견이 사라지기를, 그리고 나부터 변해가야된다고 생각했어요. <인도 김씨 김수로>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의 조상들은 인도 공주와 결혼하기도 했고, 태석의 할아버지처럼 태국의 왕가 사람이 우리나라 성씨를 받기도 했으니깐요. 우리의 조상들은 오히려, 지금의 우리들보다 더 편견이 없었던 것 같아요.

 

 읽으면서 인도와 가야가 연관되어있는 것들도 신기했었구요, 태석라는 멋진 녀석을 보면서 어른이지만 배워야겠다는 생각도 들었고, 누구보다 한국의 한옥을 사랑하는 수로 아빠를 보면서도 나도 더 우리 문화에 관심을 가져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공부가 인생 전부는 아니다. 공부했다는 놈들 때문에 세상이 더 엉망이 된 걸 모르냐? 옛날 어른들도 그랬다. 먼저 사람이 돼야 하고, 공부는 그다음인 게야.” 라는 할아버지의 말씀처럼, 아이들에게 공부만을 말하기 보다는, 서로가 친구이고, 서로가 사랑받아야 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먼저 알도록 했으면 좋겠습니다!

 
 바구완 뚜마리 발라까레(신이 당신을 축복해 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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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원 2 - 요석 그리고 원효
김선우 지음 / 민음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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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것은 소설이다.

 

원효와 요석이 사랑을 했는지, 원효가 요석이란 여인을 구원한 것인지 무엇이 진실인지는 모르겠지만, 발원을 읽는 내내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스님인 원효이든, 스님이 아닌 평범한 인간이었던 소성거사로 불린 원효이든, 원효라는 인간 그자체를 존경하고 사랑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었다.

  

삶의 순간순간, 원효는 가르침을 얻었고 그것을 행동으로 옮겼다.

 

원효가 최근 궁구하는 바는 불경을 읽고 쓰는 일과 참선 수행에 쓰는 시간 외에도 하루의 절반은 반드시 백성의 삶 속에 있고자 하는 노력이었다. 부처의 말씀은 경전 지식으로서가 아니라 중생 속에서 삶의 방편으로 실현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이었다.

 스스로 깨달음의 삶을 살며 동시에 중생들도 깨달음의 삶을 살도록 돕는 두 바퀴 법륜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 스승 혜공은 그것을 온몸으로 보여 주었다. 

 

…여기는 신라입니다. 당나라 장안의 어느 학파가 인가해 준 불교가 아니라 이 땅에는 지금 이 땅의 백성들이 원하는 불교가 필요한 거요!”

 

“내가 궁금한 것은 중국의 현자들이 부처님 말씀을 생활 속에서 어떻게 실천하는가 하는 겁니다. 진리가 삶 속에 구현되는 방식 말이오 … ”

 

온갖 차별 현상이 오직 관념의 조작일 뿐이다. … 이 모든 것이 내 관념이 조작한 것이다. 보라. 부끄럽구나. 해골물은 더럽고 바가지 물은 깨끗하다는 것은 내 관념의 장난일 뿐이지 않은가. … 마음 바깥에 법이 존재하지 않는데 어디로 가서 따로 법을 구하겠는가!

 

“나는 이제야 내 앞의 찰간을 넘어뜨렸소.”

 

“세상이 변했으면 좋겠습니까? 그렇다면 우리가 먼저 그 변화가 되어야 합니다. 나부터 변화해야 합니다!”

 

 

 원효는 누구보다도 민중을 사랑했고, 그들에게 사랑을 주기 위해서 자신이 먼저 변화하고 행동으로 옮겼다. 그리고 민중에게 존경받고 사랑을 받은 스님이었다.

 

 

 그런 그가 사랑했던 여인이 있다.

 

“나는 말이다. 목숨을 바쳐도 좋을 만한 일을 하면서 살 거다. 사랑도 그렇게 할 것이다. 사람으로 태어났으니 말이다.”

 

 하지만 신라 진골 귀족 가문의 여식으로 태어난 요석의 운명은 태어날 때부터 이미 정해진 것이었고, 그녀는 아버지의 뜻에 따라, 아버지의 권력을 위한 정략결혼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원효를 지키기 위해, 아미타림의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서.

 

 그런 요석에게 원효는 다가갈수 없었다.

 

 김춘추가 요석을 죽이려고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원효는 그동안 자신이 애써 외면했던 요석을, 사랑하는 그녀를 구하고자 한다. 그리고 그녀에게 편지를 쓴다. 두번째 화살을 맞지 말아라!

 

슬프고 괴로운 일을 당했을 때 충분히 슬퍼하고 괴로워한 후, 빠져나오면 됩니다.

문제는 슬픔과 괴로움 그 자체에 끌려가며 자신 속에 번뇌를 쌓을 때 생깁니다. 슬펀한 후 슬픔을 해방시키지 못하고 슬픔에 사로잡혀 자신을 감옥으로 데려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두 번째 화살에 맞는 겁니다.

첫 번째 화살은 피할 수 없이 맞아도 나의 내부로부터 쏘아진 두 번째 화살은 맞지 말아야 합니다.”

 

  이 편지는 요석의 마음에도 변화를 주었지만, 누군가 이 편지를 읽었다면, 힘이 들고 외로운 누군가가 이 편지를 받게 되었다면,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하고 깨우침과 많은 용기를 얻을 수 있지 않았을까.  

 

 이후 원효는 요석을 구하기 위해 김춘추와 대면하게 되고, 김춘추의 앞에서 금강삼매경을 강연하는 장면은 정말 영화의 한장면 같았고, 너무 멋있어서 소름이 돋았다. 하지만 한 나라의 왕인 김춘추는 그리 호락호락 하지 않았다. 모든 권력은 백성에게 있다고 말하는 원효와 권력을 가져야하는 김춘추와는 처음부터 맞지 않았던 것이고, 김춘추는 원효가 자신을 위협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결국 김춘추는 자신의 딸을 이용하여 원효와 요석, 둘 다를 떠나게 한다.

 

 그리고 그 후의 원효와 요석의 일상들, 그들은 여전히 서로를 사랑하고, 중생들에게 사랑을 전파하며 살아가고 있다.

 

 <발원> 속의 요석과 원효는 사랑을 할 줄 아는 사람들이었다. 서로를 사랑했고, 왕경지애라는 사랑노래를 사랑했고, 자루 없는 도끼(권력이 없는 백성들을 뜻한다)들을 사랑했다.

 

 누군가를 제대로 사랑할 줄 아는 사람들은 정말로 강하다는 것을, 사람을 바꿀 수 있고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원효를 통해 배울 수 있었다.

 

 <발원>, 이 책은 단순한 원효와 요석의 사랑 얘기 아니었다. 원효의 위대한 가르침이며, 누군가를 구원하는 얘기이고, 누군가가 구원받을 수 있는 얘기였다. 원효는 누구보다 중생들을 사랑했고, 불교의 가르침을 실천했던 스님, 아니 평범하지만 위대한 불교인이었다.  

 

… 부디 소승의 청을 들어주시길 간청하나이다. 저는 일개 승려요, 원효 그는 부처이기 때문입니다. - 의상이 김춘추에게 보낸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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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없이 사랑하고 싶다 - 사랑하지만 상처받는 이들을 위한 관계 심리학
배르벨 바르데츠키 지음, 박규호 옮김 / 21세기북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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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처 없이 사랑할 수 있을까. 만약 상처 없이 사랑할 수 있는 법이 있다면 무엇인지 당연히 궁금해할 것이다. 이상하게도 사랑하는 사람에게 더 상처받기 쉽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더 상처주기 쉬우니 말이다. 상처 없이 사랑하고 싶다, 는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모두의 바람일 것이고 나 또한 마찬가지이다.

 사실 제목만 보았을 때, 남녀의 사랑에만 관한 연애서일거라고 생각하고 지나칠뻔 했지만 사랑해서 상처받고, 더 이상 상처받고 싶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관계심리학이라는 부제를 보고서 꼭 이 책을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읽어보니 내 주위에 있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 애인뿐만아니라 가족, 그리고 친구들. 또 회사의 직장동료들과의 관계에 있어서 내가 어떻게 행동해야 하고, 어떻게 소통하고, 어떻게 갈등을 해결해야하는지를 알려주는 책이었다.

 상처 없이 사랑하고 싶다의 저자는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하는 심리학자이자 심리상담가여서 그런지, 관계에 실패하는 사람들은 세가지 유형으로 분류하고 그런 사람들이 상처받지 않기 위해서 어떻게 행동해야하는지를 처방해준다.

 내가 겪었던 비슷한 사례들이 나오면 집중해서 보기도 하고, 내가 왜 저렇게 행동했는지에 대한 것을 알수있어서, 그래서 나 자신에 대해 다시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아서 좋았던 것 같다.

 사랑에도 기술이 필요하고 노력이 필요하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고, 다른 사람을 인정해주는 것부터 상처없는 사랑은 시작되는 것이다. 사랑은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 서로 이루어나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는다고 해서 바로 사랑의 상처가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왜 내가 상처를 받았었는지, 내가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줬는지를 이해하기 시작한다면 조금씩 조금씩 나의 아픈 상처들이 사라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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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요일의 기록 - 10년차 카피라이터가 붙잡은 삶의 순간들
김민철 지음 / 북라이프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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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3때 우연히 알게된 카피라이터. 그 후부터 나의 꿈은 쭉 카피라이터였다. 그 시절에는 카피라이터라는 직업이 잘 알려지지도 않았고, 주위 친구들에게 카피라이터가 되고 싶다고 하면 그게 뭐냐고 했을 정도였다. 친구들에게 카피라이터는 상품이나 영화를 광고 하는 문장을 쓰는 직업이라고 하면 멋지다고 해줬고 잘 어울리는 것 같다고 말해줬었다. 

 

 나는 그 말이 듣고 싶었던 것 같다. 아직 알려지지 않은 멋진 직업을 갖고 싶었고, 또 내가 좋아하는 영화를 알릴 수 있고 내가 좋아하는 글을 쓸 수 있는 직업. 

 

 사실 아직도 나는 글 쓰는 것을 동경하고, 카피라이터라는 직업을 멋지다고 생각하고 있다. 마음 속에서 나는 아직도 그 꿈을 간직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성공한 카피라이터가 쓴 에세이 속에서 나는 그녀와 비슷한 점을 찾기도 하고, 그녀를 부러워하기도 했다. 그녀가 들려주는 책들, 그녀가 보여주는 사진들, 그녀의 일기장을 통해서 배우고 공감하고 감동받았다.

 

 기억이 나는 게 있다는 그녀와 그녀의 남편의 책 읽는 법이다. 특히 그녀의 남편이 책읽는 방식이 마음에 들었고 또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녀의 주위에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부럽기도 했다.

 

 책을 읽다 좋은 부분이 나오면 꼭 내게 읽어준다. 책을 다 읽고 난 후에도 그 책을 정리한 글을 써서 내가 읽을 수 있도록 해준다. p.23(이북으로 봐서 종이책책 페이지와는 다를 것 같다.) - 남편이 이렇게 해준다고 한다!

 다 읽고 난 후에는 책 앞에 짧게 읽은 날짜와 한 줄 소감을 쓴다. p.43

 

 여행 사진들을 보면서 내가 여행갔던 곳을 떠올리기도 했고, 그녀와 남편이 여행지에서 겪었던 영화같은 일들과 그림을 그리러 여행온 할아버지의 대화에 감동받기도 했다.

 내가 바티칸 투어하고 마지막에 가이드님이 이런 말씀을 해주셨다. 교수님께서 여행의 시작과 끝이 언제인지 아느냐고, 여행의 시작은 내가 여행을 준비하는 과정부터이며 여행의 끝은 내가 기억하는 한 영원하는 것이라고. 그 말이 떠오르면서 그날의 감동이 되살아났다.  

 

 모든 요일의 기록을 보다보면, 나도 모르게 나의 일상을 떠올려보게 된다. 그리고 내가 얼마나 나의 일상을 잊고 살았는지, 나를 기록하는 일은 얼마나 소홀히 했는지를 깨닫게 되면서 반성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던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노래는 무엇인지, 내가 좋아했던 영화는 무엇이었고 어떤 추억들이 있었는지. 이런 것들이 그녀의 말에 따르면 내 몸 어딘가에 '기록'이 되어있겠지만, 앞으로 잊지 않기 위해서 나도 하루하루 기록하는 습관을 가지기로 다짐했다.

 

 쓰는 것을 직업으로 가지게 된 그녀가 너무 부럽고 멋진 카피를 세상에 보여주는 그녀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리고 여행이 도피가 되어서는 안 되며 지금 우리가 있는 이곳이 파라다이스일 수도 있다는것을, 나의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겠다.

 

 마지막으로 내가 와닿았던 문장들을 적어보려고 한다.

 

1. 박웅현 팀장님이 그녀에게 적어 준 시

 

봄이 어디 있는지 짚신이 닳도록 돌아다녔건만

돌아와 보니 봄은 우리 집 매화 나무 가지에 걸려있었다.

 

2.
 그러니 중요한 것은 이것이었다. 일상에 매몰되지 않는 것, 의식의 끈을 놓지 않는 것, 항상 깨어 있는 것, 내가 나의 주인이 되는 것, 부단한 성실성으로 순간순간에 임하는 것, 내일을 기대하지 않는 것, 오직 지금만을 살아가는 것, 오직 이곳만을 살아가는 것, 쉬이 좌절하지 않는 것, 희망을 가지지 않는 것, 피할수 없다면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 일상에서 도피하지 않는 것, 일상을 살아나가는 것. p.169-170

 

3.

 일어날 객관적 사태는 이미 정해져 있습니다.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은 단지 그 운명을 받아들이는 나의 주관적 태도일 뿐입니다.

김상봉 <그리스 비극에 대한 편지>p.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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