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요일의 기록 - 10년차 카피라이터가 붙잡은 삶의 순간들
김민철 지음 / 북라이프 / 2015년 7월
평점 :
품절


 

 중3때 우연히 알게된 카피라이터. 그 후부터 나의 꿈은 쭉 카피라이터였다. 그 시절에는 카피라이터라는 직업이 잘 알려지지도 않았고, 주위 친구들에게 카피라이터가 되고 싶다고 하면 그게 뭐냐고 했을 정도였다. 친구들에게 카피라이터는 상품이나 영화를 광고 하는 문장을 쓰는 직업이라고 하면 멋지다고 해줬고 잘 어울리는 것 같다고 말해줬었다. 

 

 나는 그 말이 듣고 싶었던 것 같다. 아직 알려지지 않은 멋진 직업을 갖고 싶었고, 또 내가 좋아하는 영화를 알릴 수 있고 내가 좋아하는 글을 쓸 수 있는 직업. 

 

 사실 아직도 나는 글 쓰는 것을 동경하고, 카피라이터라는 직업을 멋지다고 생각하고 있다. 마음 속에서 나는 아직도 그 꿈을 간직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성공한 카피라이터가 쓴 에세이 속에서 나는 그녀와 비슷한 점을 찾기도 하고, 그녀를 부러워하기도 했다. 그녀가 들려주는 책들, 그녀가 보여주는 사진들, 그녀의 일기장을 통해서 배우고 공감하고 감동받았다.

 

 기억이 나는 게 있다는 그녀와 그녀의 남편의 책 읽는 법이다. 특히 그녀의 남편이 책읽는 방식이 마음에 들었고 또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녀의 주위에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부럽기도 했다.

 

 책을 읽다 좋은 부분이 나오면 꼭 내게 읽어준다. 책을 다 읽고 난 후에도 그 책을 정리한 글을 써서 내가 읽을 수 있도록 해준다. p.23(이북으로 봐서 종이책책 페이지와는 다를 것 같다.) - 남편이 이렇게 해준다고 한다!

 다 읽고 난 후에는 책 앞에 짧게 읽은 날짜와 한 줄 소감을 쓴다. p.43

 

 여행 사진들을 보면서 내가 여행갔던 곳을 떠올리기도 했고, 그녀와 남편이 여행지에서 겪었던 영화같은 일들과 그림을 그리러 여행온 할아버지의 대화에 감동받기도 했다.

 내가 바티칸 투어하고 마지막에 가이드님이 이런 말씀을 해주셨다. 교수님께서 여행의 시작과 끝이 언제인지 아느냐고, 여행의 시작은 내가 여행을 준비하는 과정부터이며 여행의 끝은 내가 기억하는 한 영원하는 것이라고. 그 말이 떠오르면서 그날의 감동이 되살아났다.  

 

 모든 요일의 기록을 보다보면, 나도 모르게 나의 일상을 떠올려보게 된다. 그리고 내가 얼마나 나의 일상을 잊고 살았는지, 나를 기록하는 일은 얼마나 소홀히 했는지를 깨닫게 되면서 반성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던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노래는 무엇인지, 내가 좋아했던 영화는 무엇이었고 어떤 추억들이 있었는지. 이런 것들이 그녀의 말에 따르면 내 몸 어딘가에 '기록'이 되어있겠지만, 앞으로 잊지 않기 위해서 나도 하루하루 기록하는 습관을 가지기로 다짐했다.

 

 쓰는 것을 직업으로 가지게 된 그녀가 너무 부럽고 멋진 카피를 세상에 보여주는 그녀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리고 여행이 도피가 되어서는 안 되며 지금 우리가 있는 이곳이 파라다이스일 수도 있다는것을, 나의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겠다.

 

 마지막으로 내가 와닿았던 문장들을 적어보려고 한다.

 

1. 박웅현 팀장님이 그녀에게 적어 준 시

 

봄이 어디 있는지 짚신이 닳도록 돌아다녔건만

돌아와 보니 봄은 우리 집 매화 나무 가지에 걸려있었다.

 

2.
 그러니 중요한 것은 이것이었다. 일상에 매몰되지 않는 것, 의식의 끈을 놓지 않는 것, 항상 깨어 있는 것, 내가 나의 주인이 되는 것, 부단한 성실성으로 순간순간에 임하는 것, 내일을 기대하지 않는 것, 오직 지금만을 살아가는 것, 오직 이곳만을 살아가는 것, 쉬이 좌절하지 않는 것, 희망을 가지지 않는 것, 피할수 없다면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 일상에서 도피하지 않는 것, 일상을 살아나가는 것. p.169-170

 

3.

 일어날 객관적 사태는 이미 정해져 있습니다.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은 단지 그 운명을 받아들이는 나의 주관적 태도일 뿐입니다.

김상봉 <그리스 비극에 대한 편지>p.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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