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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은 어떻게 내 삶을 움직이는가 - 세상의 이면을 파헤치는 실전경제학 입문서
모셰 애들러 지음, 이주만 옮김 / 카시오페아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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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들이 흔히 경제학은 나와는 거리가 먼 학자들의 전문적인 영역이라고 생각하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대학에서 <경제학 원론>을 처음 배울 때 거의 모든 교수님들이 한결같이 이야기하는 경제학을 공부하는 데에는 산수와 간단한 곱셈 나눗셈 정도의 수학 지식만 필요할 뿐이다. 그 이상의 고차 방정식은 필요하지 않다고 말하는 것과는 달리, 실제 경제학자들이 발표하는 논문이나 말하는 강의, 토론을 들어보면 일반인들에게는 마치 암호처럼 보일만큼 이해하기 힘든 전문 용어와 이론들로 점철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학문적인 난해함을 떠나 현대인들이 경제학자들의 말을 신뢰하지 않는 데에는 현대 자본주의 경제학이 기본적으로 일반 서민들의 편에서 경제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대기업이나 정부의 편에서 경제를 이야기하고, 더 솔직하게는 전문적인 용어와 수식들을 내세워 현재의 경제적 현상들을 솔직하게 규명하는 것이 아니라 대기업이나 정부의 이익에 합치하도록 논리를 펴고 여론을 호도한다는 심각한 불신감이 깔려있기 때문입니다.

 

올바른 경제학이라면 적어도 대학 교육을 받은 사회인이 듣기에 타당하고 논리적이어서 설득력이 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신문이나 방송을 통해 경제학자들이 이야기하는 것들은 대부분 서민들이 일상에서 직접 몸으로 겪고 느끼는 경제적 현실과는 거리가 멀거나 정반대인, 탁상공론이거나 심지어는 협잡에 가까운 사기라고 느낄 정도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MB 정권 이래 매 달마다 물가가 큰 폭으로 뛰고 있음을 장바구니 물가로 체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말하는 소위 생필품 소비자 물가1% 이내의 초안정권이라는 거짓말이나 복지에 세금을 허비하면 나라 경제가 어려워진다고 말하면서 4대강과 자원외교, 대규모 토목공사에는 수십조원씩을 탕진하는 현실을 바라보면서, 그러한 정부의 거짓말을 방송이나 신문을 통해 옹호하고 궤변에 가까운 이상한 이론들로 납득하기 힘든 설명을 하는 경제학자들이 넘쳐나는 데에서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경제학자들에 의한 현실 경제의 왜곡과 어용 경제학자화 현상은 미국에서도 심각한 수준에 도달해 있는데, 컬럼비아 대학의 모셰 애들러 교수의 이 책은 바로 그러한 어용 경제학자들의 거짓말과 궤변들을 정면에서 통렬하게 논박하고 있습니다.

 

 

 

    

현대 경제학의 근간을 이루는 자유주의 경제 이론은 경제적 효율성이라는 논리를 금과옥조처럼 삼고 있습니다. 이 경제적 효율성 이론은 파레토 이론으로 대변되는데, 현대 경제학은 벤담과 러너로 대변되는 공리주의를 거부하고, 보다 정확하게는 자원의 재분배를 통한 경제 효율성을 버리고 파레토 이론을 경제 효율성의 척도로 삼았습니다. 그런데 이 파레토 효율성 이론은 조금만 자세하게 논리적으로 검토해보면 숱한 모순과 이론적 허점으로 점철되어 있으며, 무엇보다도 다수의 행복이나 이익보다는 소수의 이익을 우선하는 편향된 사고라고 애들러 교수는 여러 근거를 내세워 조목조목 논박합니다.

 

그런데 자유주의 경제학을 내세우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현대 경제학은 가난한 사람들이 너무 많이 먹는다는 이유로 제3 국가들에 식량보조금 철폐를 강요하고, 가난한 사람들이 너무 자주 병원을 찾는다고 말하며 의료보험을 철폐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가난한 사람들이 좋은 공기를 너무 많이 마시니 돈을 못버는 나라에 유독 폐기물을 버리는 경제 논리에는 아무런 오류가 없다고 말합니다.

 

이런 말도 안되는 어거지를 경제 논리와 이론으로 포장하여 뻔뻔스럽게 주장하는 현실에는 하나의 고정화된 메카니즘이 보입니다.

 

1974년 시카고 대학의 경제학자인 아서 래퍼는 당시 포드 행정부의 도널드 럼즈펠드 비서실장과 딕 체니 비서실 차장에게 래퍼 곡선이라는 도표를 주장했습니다. 이는 세금을 너무 많이 부과하는 것이 국가에 해롭고 세금을 적게 부과해야 세수가 더 좋아진다는 이론이었습니다. 오늘날 미국 공화당 내에서도 극우파로 손꼽히고 있는 럼즈펠드와 채니조차도 이 황당한 이론에는 고개를 돌렸는데, 뜻밖에도 이 래퍼 곡선을 채택한 것이 바로 레이건 행정부였습니다.

래퍼 곡선을 내세우며 소비세의 최고 세율을 50%에서 28%로 크게 줄이자 래퍼의 주장과는 달리 세수는 급감했고 국가 예산은 위기 상황에 처할 정도로 빈곤해졌습니다.

물론 당연히 그 반대급부로 부자들의 부는 급격하게 비대해졌고요.

 

그리고 그 결과는 부자들의 반대편에 서있는 서민들에게 무상급식의 폐지, 의료보험 예산과 주택 보조금의 대폭 삭감, 공공 서비스와 복지 보조금의 중단, 대학 등록금의 급격한 인상 등의 현상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현상의 목록들이 너무나도 낯익지 않습니까?

바로 현재 우리나라 정부가 시행하려고 애쓰고 있는 바로 그 정책들입니다.

 

애들러 교수는 이러한 정책의 결과가 역으로 소득에도 영향을 미쳐서 소득의 양극화와 빈곤계층의 확산을 급속화시킨다고 2부에서 임금이론의 허구를 통해 집중적으로 비판합니다(2부가 조금 이해하기 까다롭게 씌여진 점이 다소 아쉽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분명해지는 것은 현재 우리나라 정부와 권력층, 부자들이 추진하려고 애쓰는 정책들이 1980년대에 미국을 오늘날과 같은 극심한 빈부 양극화로 밀어넣은 시카고 대학 경제학파-레이건 행정부-민간기업으로 이어지는 메카니즘을 고스란히 모방한 것이라는 점입니다.

의무급식(무상급식)을 둘러싼 논쟁에서도 후버연구소-부시 행정부의 철면피한 통계 왜곡과 수치 조작이 적나라하게 파헤쳐집니다.

 

그리고 그러한 정책들이 실시된 결과의 폐해는 앞에서 언급한 서민들의 참혹한 현실들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전개되고 있는 의무급식과 의료민영화를 둘러싼 논쟁들이 중요한 것은 의무급식과 의료민영화가 바로 이러한 소득과 분배의 양극화를 고착시키는 전략의 첫 번째 단계이기 때문입니다. 그 이후의 전개 과정 역시 미국식의 부자 감세와 복지 예산 삭감, 그리고 극단적인 소득 양극화라는 궤적을 고스란히 밟아갈 것이 명약관화하고요. 

 

     

hajin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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