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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자의 문학살롱 - 그들은 어떻게 고전에서 경제를 읽어내는가 한빛비즈 경제학자 시리즈 3
박병률 지음 / 한빛비즈 / 2014년 5월
평점 :
절판


 

 

 

재화와 노동, 자본이 근간을 이루고 지탱하는 자본주의 경제체제 안에서 살면서도 우리는 종종 경제나 정치가 우리의 일상 생활과는 거리가 먼 별개의 혹은 별다른 관계가 없는 경제학자나 관료들의 전문적인 업무라고 생각하곤 합니다. 하루하루 회사나 가게에서 일을 해서 그 댓가로 생계를 유지하지만 매일매일 반복되는 일들을 타성에 의해 기계적으로 해나가다 보면 그 행위 자체가 지니는 거시적인 의미나 가치에 대한 생각은 흐려지고, 단지 일상적이고 반복적인 의무처럼만 생각하지, 그 행위가 나와 내 가족, 환경에 미치게 되는 의미를 깊이있게 생각하지 않게 되기 마련입니다.

물론 이런 일상도 경제적인 어려움이 직접 나 자신에게 닥치게 되면 곧바로 사회, 정치적인 문제로 관심이 모아지고, 그 바탕에는 경제적인 이해관계가 놓여 있음을 알게되면서 금방 자본주의 사회의 숨겨진 진면목을 깨달게 되지만요. 하지만 이런 일을 직접 접하거나 겪기 전까지는 되도록 경제적인 복잡한 문제를 무시하거나 외면하고 싶어하는 것이 일반인들의 회피기재인 것도 사실입니다. 그만큼 자본주의 경제라는 거대한 시스템을 복잡하고 거시적으로만 여겨지니까요.

 

그런데 경제학 서적들은 경제학이 얼마나 우리의 일상을 깊이까지 지배하고 통제하는지를 보여주기 위해 일상적인 일과 사건들 속에 숨겨져 있는 경제학적인 의미들을 드러내 분석해 보여주기를 즐깁니다. 일종의 케이스 스터디인 셈이지요. 쉽게 쓴 경제학 책들의 대부분이 이런 방식의 실생활에서의 경제학의 적용의 예를 중요한 분석과 서술 방법으로 채용하고 있으니까요.

 

<경향신문> 경제부 기자로 오랫동안 재직해 온 박병률이 쓴 <경제학자의 문화살롱>도 이와 비슷하게 일상적인 생활과 사건들의 다양한 예 속에 숨겨져 있는 경제학적인 의미들을 분석하고 설명해 줌으로써 경제가 우리 일상에 미치고 주고받는 영향을 서술하고 있습니다. 같은 저자가 기존에 썼던 <경제학자의 영화관>과 유사한 방식이지요.

 

저자는 이 책에서 세익스피어와 괴테, 헤세, 디킨스, 쥘 베른, 조나단 스위프트, 루이스 캐럴, 톨스토이, 나관중, 조지 오웰, 카프카에서부터 생텍쥐베리, 스콧 피츠제럴드, 애드가 앨런 포, 아서 밀러, 니코스 카잔차키스, 알퐁스 도데, 루시 몽고메리, 루쉰, 다자이 오사무 등 동서고금의 여러 작가들의 책들을 탐색하며 그 속에 숨겨져 있는 경제적인 의미들을 드러내 보여줍니다.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 속에 담겨있는 영국의 식민주의에 대한 노골적인 반대와 저항, <오즈의 마법사> 속에서 볼 수 있는 금 본위 경제 체제의 구축 과정, 쥘 베른의 <지구에서 달까지> 속에서 그려진 산업혁명의 모습과 그 영향, <빨강머리 앤>의 매튜 삼촌을 심장마비로 사망하게 만든 캐나다의 은행 파산, 미국 대공황기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그린 아서 밀러의 <세일즈맨의 죽음>,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속에 투영된 최전성기를 구가하던 엘리자베스 1세 시대의 영국의 모습, <변신>을 통해서 본 1차 대전 직후 독일의 하이퍼 인플레이션의 실체, <모모>에서 우화적으로 묘사된 금리의 실제와 역사,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의 배경이었던 비스마르크 시대 독일 제국의 비약적인 발전, <올리버 트위스트>에 투영된 멜서스의 <인구론>적인 고찰, <삼국지> 속에 그려진 동탁의 화폐개혁 실패, <Q정전> 속에 그려진 중국의 신해혁명, <어린왕자>에 그려진 세계대전, <인간실격> 속에 그려진 패전 후 일본 경제 부흥의 바탕이 된 한국전쟁 등 소설의 배경에 존재하는 다양한 경제적 상황과 사건들의 경제학적인 의미들을 소설을 읽는 동안에는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관점에서 드러내 보여줌으로써 고전 소설들 속에 담겨져 있는 그 시대와 작가의 의미와 의도를 보아 폭넓게 확장시킴으로써 작품에 대한 이해도 한층 깊이있고 복합적으로 이끕니다. 작품 자체를 바라보는 관점도 훨씬 더 흥미진진하고 중층적으로 만들고요.

 

이 책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단지 서양의 고전 소설들만이 아니라 이효석, 현진건, 염상섭, 나도향, 이상, 박경리, 김훈 등 우리나라 작가들의 작품에도 전체의 1/3 가량을 할애하여 <물레방아>에 그려진 소작쟁의, <표본실의 청재구리>에 그려진 3.1 저항운동의 경제적 의미, <날개>의 배경인 일제의 병참기지화된 1930년대 조선의 현실, <봄봄><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속에 그려진 1930년대 조선 경제의 풍경들, <토지>를 통해 본 지주 제[도의 소멸 과정, <잉여인간>을 통해 본 1950년대 우리나라의 원조 경제 등 우리 근대 소설들을 통해 본 한국 자본주의 경제의 풍경과 발전상들을 자세하게 분석해 서술하고 있는 점이 특히 주목됩니다.

    

hajin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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