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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가 성장하면 우리는 정말로 행복해질까 - 나와 당신은 과연 성장의 과실을 공정하게 분배받고 있는가
데이비드 C. 코튼 지음, 김경숙 옮김 / 사이 / 2014년 4월
평점 :
다분히 논쟁적인 제목을 내세운 이 책을 펼치면 책 날개의 저자 소개와 프롤로그에서 저자 스스로가 쓴 자신의 프로필을 가장 먼저 접할 수 있습니다. 왜 이 프로필을 가장 앞에 내세웠는가 하면 지극히 보수주의자였던 저자가 왜 이런 책을 쓰게 되었는지의 과정을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책의 저자인 데이비드 C. 코튼은 미국 동부 워싱턴주의 보수적인 중상류층 백인 가정에서 태어났고, 가업인 악기 관련 사업을 물려받을 예정이었으며, 미국 밖으로 나갈 생각은 전혀 없었다고 합니다. 그는 스탠퍼드 대학에 재학 중에도 심리학을 전공하여 소비자의 구매 행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중점적으로 연구하였고, 틈틈이 자신의 음악적 적성을 테스트하는 방법을 연구했을 뿐입니다. 그런데 4학년 때인 1959년에 미국에도 공산주의 사상이 퍼지기 시작하자 자신의 미국식 생활방식에 위협을 가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로버트 노스 교수의 <현대의 혁명들> 과목을 수강하였는데, 이 강의를 통해 공산주의 혁명을 촉발시키는 가장 큰 요인이 바로 빈곤이라는 사실을 깨달고 한 가지 결심을 하게 됩니다. 그것은 바로 빈곤에 시달리는 저개발 국가들에 현대적인 경영 기법과 미국적인 기업가 정신을 전파함으로써 생산성을 향상시켜 빈곤을 타파함으로써 공산주의 혁명의 원인을 근본적으로 말소시키겠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는 이 결심에 따라 경영대학원에서 국제 경영으로 석사를, 조직 이론으로 박사 학위를 받아 이론적인 무장을 마치고, 곧바로 에티오피아에 경영대학원을 개설하여 직접 행동에 나섰습니다.
3년 간에 걸친 에티오피아에서의 활동 후 베트남전 때 군복무를 마쳤고, 이어서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를 맡으면서 중앙아메리카 경영연구소의 고문직을 겸해 중앙아메리카 국가들에 산학연계 지원 서비스를 지원했으며, 1978년부터는 필리핀의 포드 재단에서 미국의 대외지원 프로그램을 맡아 이후 14년 간 줄곳 동남아시아에 머물렀습니다.
그런데 빈곤에 시달리는 저개발 국가들에 생산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현대적인 선진 경영과 관리 기법들을 전수함으로써 생산력을 극적으로 높여 빈곤을 몰아냄으로써 공산주의 혁명을 근본적으로 막겠다는 이타적이고 야심적인 이상을 품고, 직접 동남아시아와 중앙, 남아메리카 현지에서 10여년에 걸쳐 미국의 대외 원조사업을 실행에 옮기는 과정에서 저자는 자신이 처음에 가졌던 순수하고 아름다웠던 이상이 실제 현실과는 엄청난 괴리를 지니고 있고, 나아가 생산성을 향상시키면 빈곤이 타파될 것이라는 자신의 생각이 근본적으로 틀리고 잘못된 것이었다는 사실을 깨달게 됩니다. 그리고 순수한 이상에서 시작되었던 자신의 생각을 실제로 현실에서 행동으로 옮겨 실천하는 과정을 통해서 비로소 파악하게 된 진실들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정리하여 발표한 것이 바로 이 책인 것입니다.
저자 부부가 총 30여년에 걸쳐 직접 저개발 국가의 현장에서 경험한 것은 바로 진정한 개발은 결코 외국의 원조에 의존 이루어질 수 없으며, 지역 주민들이 스스로 자신이 살고있는 지역 공동체의 실제 자원들에 대해 스스로 통제권을 가지고 자신들의 요구에 맞게 효과적으로 사용했을 때에만 실질적인 효과와 의미가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외국의 원조에 기반한 공식적인 개발 단체들에 대한 환상을 버린 저자는 비정부 기구(NGO) 활동을 하면서 근본적인 문제점들을 분명하게 파악하게 됩니다.
그것은 경제가 발전하여 생산성이 향상되면 그 생산의 과실로 인해 빈곤이 타파되고 사람들의 삶이 향상된다는 기계론적인 세계관에 근거한 성장과 개발우선 정책이 근본적으로 잘못되었다는 것입니다.
저자와 저자의 부인이 30여년 동안 실제로 라틴아메리카와 동남아시아 빈곤의 최전선에서 직접 경험하고 파악한 것은 경제성장 위주의 개발 정책이 성장이라는 효과를 거두더라도 실제로는 빈곤한 일반 국민들의 삶을 향상시키기는 커녕 오히려 더 비참하고 불안하게 만들고 빈곤층을 더욱 소외시키는 결과를 낳게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미국을 비롯한 북반구의 자본주의 주도 국가들의 원조에 의존한 남반구 저개발 국가들의 경재성장 정책들은 비록 경제성장과 생산성 향상이라는 효과를 거두게 되더라도 실제로는 그 성장의 과실은 골고루 분배되지 않고 그 사회의 권력자와 가진자들에게 독점되고, 빈곤층들은 오히려 더 착취를 당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외국의 원조에 의해 이루어진 성장이라는 과실은 극소수 엘리트들의 손에 엄청난 경제력과 정치 권력을 집중시키고, 소수의 기업과 경제 및 금융 기관들에게 권력을 넘겨주게 되고, 이들 역시 궁극적으로는 세계적인 규모의 대기업들과 금융기관들에 의해 조종되고 이용당한다는 것입니다. 이들은 자신들의 이익이라는 목적을 위해 경제 세계화와 소비주의 등 자신들에게 유리한 이데올로기와 선전들을 무차별적으로 배포하고, 자신들의 이익과 수익을 위해 저개발 국가의 모든 자원들을 적극적으로 약탈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글로벌 경제 시스템’이라는 이름으로 치장된 이러한 경제 제국주의는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 관세와 무역에 관한 일반 협정(GATT) 등의 ‘글로벌 거버넌스’들을 앞세워 ‘경제성장과 무역팽창’이라는 이데올로기를 전파하고, 제국주의적인 경제 침략의 선봉에 서서 적극적으로 침략 행동을 하고 있음을 폭로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성장 우선 논리에 밀려 스스로 지속가능하던 지역공동체는 붕괴되고 그 구성원들은 기준을 낮춘 일자리에 경쟁적으로 흡수되고, 그러한 인력 착취와 자원의 약탈로 인해 저개발 국가가 지니고 있던 가능성의 토대는 빠른 속도로 해체되고 황폐화되고 맙니다.
그 결과 저개발 국가의 천연자원은 한계까지 약탈되고 황폐화되고, 노동자들은 저임금과 고용불안 속에서 착취당하며,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인해 범죄율 상승과 약물 중독, 이혼 증가, 청년 실업, 자살률 증가라는 갖가지 사회 문제들이 급격한 속도로 높아지게 됩니다.
이러한 비참한 현실은 1945년 이후 무력 충돌로 무려 2천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사망했고, 1.820만명의 넘는 사람들이 현재 국제 난민으로 떠돌고 있는 현실의 수치로도 입증됩니다.
문제는 이러한 현상이 비단 남반구의 재개발 국가에서만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충분히 자본주의가 발전하고 생산성이 고도로 높은 북반구의 자본주의 선진국들에서도 이러한 노동자의 소외와 불안, 만성적인 사회의 불안 요소 증가라는 현상은 거의 동일하게 나타나고, 이러한 현실이 개선될 것이라고 믿는 구성원들은 거의 없다는 것인 분명한 현실이라는 것입니다.
저자는 저개발국가들 뿐만 아니라 자본주의 선진국들에서 조차도 일반 국민들이 ‘경제가 성장해 생산성이 향상되고 생산이 늘어나면 그 산출을 사회 구성원 각자가 골고루 나눠 가져 생활이 급속하게 향상될 것이다’라는 논리를 누구도 더 이상 믿지 않으며, 오히려 경제성장률이 빠른 시간 내에 급격히 높아질수록 사회적인 불안요소들도 비례하여 높아지고 미래에 대한 분안이 만연된다는 사실을 여러 지표들을 제시하며 증명합니다.
그리고 극소수의 대기업들마저 글로벌 금융자본에 의해 지배받고 있는 현재의 경제 세계화의 현실은 결국 전세계적인 자연과 환경의 황폐화를 야기함으로써 결국 인류 전체의 생존을 위협하는 수준까지 나아갈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저자는 이 책을 읽은 사람들이 스스로 아이들의 미래를 염려하는 부모의 시각과 이 사회의 일원이라는 자각의 토대 위에서 진솔하게 서로 의견을 나누고 고민을 해보기를 바란다고 말합니다.
보수적인 토대와 사고관을 지녔고 이타적인 이상과 동기에서 직접 행동으로 자본주의적인 논리의 전파를 위해 30여년 동안 저개발 국가에서 미국을 대변해 일했던 저자 스스로가 오랜 현장 경험에서 온몸으로 체득한 성장제일주의와 개발논리의 한계와 오류가 극단적인 양극화와 생존권의 위협, 저소득층의 피폐한 삶이라는 현상들을 통해 극명하게 드러난 현재의 모습에서 우리는 명백한 답을 찾을 수 있고 그 해결을 위해 고민하고 노력해야 할 때라는 사실을 너무나도 분명하게 보여주는 ‘우리가 지금 꼭 읽어야 할 책’입니다.
hajin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