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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 본능 - 왜 남자는 포르노에 열광하고 여자는 다이어트에 중독되는가
개드 사드 지음, 김태훈 옮김 / 더난출판사 / 201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아담 스미스의 고전적인 자본주의 경제 이론들이 자본의 무한 증식 욕구의 충돌에 의해 발발된 두 차례의 세계 대전과 자본 축적의 순환 구조상 피할 수 없었던 대공황을 연이어 겪고 난 후에 초기 자본주의 자체에 내재되어 있는 문제점들을 인정하고 케인즈의 수정주의 이론을 받아들였듯이, 인간의 욕심이나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점들의 개입을 철저하게 배제하고 순수하게 생산과 소비의 시장 자율적인 균형만을 전제로 한 일반 균형 이론도 신자유주의 경제학자들과 우파적인 정치인들의 적극적인 비호에도 불구하고 이론적으로는 사실상 대부분을 부정당한 지가 이미 오래 되었습니다. 인간의 소비는 단순히 생산과 시장의 자율적인 조정 기능을 통해 합리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경제적인 합리성 이외의 다양한 이유와 원인들에 의해 복합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단순하게 생산과 소비, 수요와 공급의 수치적인 구조로만 파악하는 것은 전근대적이고 지나치게 단순화시킨 시험관 속의 이론에 불과하다는 것이 현대 경제학의 다수 이론입니다.
영화 <뷰티플 마인드>의 주인공으로 널리 알려진 존 내쉬에게 노벨경제학상을 안겨준 그가 1949년에 발표한 균형이론인 ‘내쉬균형’은 경제학에 단순한 수치 이외에 타자와의 관계나 경제 주체의 심리적인 선택 등이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체계화함으로써 주류 경제학의 개인주의적인 경제상을 정면에서 부정하고, 게임이론 같은 현대 경제학의 새로운 조류 흐름에 결정적인 방향성을 제시했습니다.
사람들이 소비 활동을 하는 데에 있어서 단순히 수요와 공급 사이에서 기계적으로 적용되는 반비례 원칙이 전부가 아니라, 수치적인 관계 이외에도 결정적으로 작용하는 다른 중요한 요소들이 많다는 깨달음은 경제학 이론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는데, 1980년대 이후 전세계적인 생산력의 급격한 증가에 따른 부의 과잉에서 비롯된 광범위한 소비 풍조는 이러한 경향에 다양한 근거들을 추가로 제시하며 경제학 이론을 다양한 방면의 학문들과 결합시키며 발전해나가고 있습니다.
2000년대 이후 소비자 경제학 분야에서 가장 주류적인 흐름은 대니얼 카너먼이 정립한 ‘행동경제학’인데, 이 분야에서 가장 최근에 등장한 유력한 이론은 이 책 <소비본능>의 저자인 개드 사드가 주창한 ‘진화 소비자 심리학’입니다.
진회 소비자 심리학은 이론적으로 체계화한 지가 불과 20년 남짓한 최신의 이론으로, 다윈의 진화론에서 비롯된 진화인류학, 사회생물학, 인간행태학, 인간행동생태학 등을 토대로 인간의 진화적, 생리적 근원을 이해하고 그것을 토대로 사람들의 소비 심리에 진화론적인 요소들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분석하는 학문입니다. 사드는 사람들의 일상적, 비일상적 소비 활동의 배경을 진화의 핵심적인 네 가지 동인인 생존, 번식, 혈연선택, 호혜적 이타성으로 나누고, 사람들의 소비는 이러한 네 가지 진화론적인 심리적 요인으로부터 발생한다고 말합니다.
사드의 분석은 고칼로리 음석을 선호하거나 뷔페에 가면 과식을 하거나 음식에 양념을 하는 것은 ‘생존’ 본능에서 비롯된 것이고, 남성이 고급 자동차에 열광하거나 여성이 하이힐이나 화장을 하는 이유, 풍성한 머리카락이 담고있는 유혹의 매세지 같은 상품을 성적 신호로 받아들이는 것은 ‘번식’ 본능과 관계된 것이고, 가족에게 선물을 하거나 가족 간에 특별한 유대 관계가 발생하는 것은 ‘혈연선택’ 본능에 의한 것이고, 우정이나 신뢰 관계, 패션이나 스포츠에 대한 열광은 타인에게 선물을 하거나 집단에 소속감을 표시하는 ‘호혜적 이타성’에 기반을 둔 것이라고 구체적인 예를 들며 자세하게 분석합니다.
그리고 당연히 이러한 진화론적 심리학의 분석에서 도출된 결론들을 상품의 마케팅이나 광고에 활용하기 위한 방안과 경영에 적용하는 방법들도 다양하게 제시하는데, 사람들의 비합리적인 소비 충동을 부추키는 것은 바로 내면에 내재되어 있는 원초적인 본능에 따른 것이라는 고찰을 제시합니다.
사드는 인간도 생물이기 때문에 생물학적인 원칙이나 신호에 무의식중으로 지배받는다는 사실을 강조하는데, 이런 점이 기계적인 일반균형이론만을 내세우는 우파 자유시장주의자들이 무시하는 인간의 다양성과 자주성, 그리고 정체성에 주목한 열린 관점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새로운 관점을 다양한 사례들에 대한 분석을 통해 흥미롭고 재미있게 풀어나간 점이 이 책을 어렵지 않고 친근하면서도 설득력있게 느끼도록 만드는 가장 핵심적인 요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haj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