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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정치경제학 - 하버드 케네디스쿨 및 경제학과 수업 지상중계
천진 지음, 이재훈 옮김 / 에쎄 / 2012년 1월
평점 :
절판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가 우리나라에서 모든 사람들의 예상을 뛰어넘는 폭발적인 판매고를 기록했던 데에는 정의에 목마른 우리나라의 현실에 대한 반영 이외에도 하버드대 20년 연속 최고의 명강의라는 책 상단에 큰 글씨로 적혀있는 선전 문구과 표지와 뒷면 가득히 적혀있는 하버드대 강의라는 문구들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을 부인하기는 힘들 것입니다. 그 가장 분명한 예가 <정의란 무엇인가>에 이어서 출간된 샌델 교수의 <왜 도덕인가?><정의란 무엇인가>와 내용상 별 차이가 없는 이슈들을 동일한 방식으로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의란 무엇인가>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만큼 미미한 반응밖에 받지 못했는데, 그 까닭은 하버드대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 세간의 대체적인 분석인 데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이처럼 대한민국 사회에서 하버드대 인기 강의라는 타이틀은 과거의 서울대생 필독서와 같은 만큼, 혹은 그 이상의 절대적인 브랜드 선호도를 지니고 있음이 부인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2010년에 발간된 천진<하버드 경제학>이 하버드대 교수가 아닌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연구원인 데다가, 중국인이 쓴 책임에도 불구하고 기대 이상의 높은 판매 성과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역시 제목에 들어간 하버드의 위상이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음은 누구나 금방 파악할 수 있을 정도로 확연합니다. <하버드 경제학>의 성공에 힘입어 천진은 자매편 격인 <하버드 정치경제학>을 이어서 내놓았습니다.

 

<하버드 경제학>이 저자가 2008~9년에 하버드대 경제학과 수업을 청취한 것을 고스란히 옮겨놓은 것과 마찬가지로 <하버드 정치경제학>2009년 봄부터 2010년 가을까지 하버드 캐네디 행정대학원(캐네디 스쿨)과 경제학과에서 들은 수업들을 정리해 놓은 것입니다.

하버드대의 강의를 정리해서 책으로 엮어 출간한 것이라는 형태는 동일하지만, 책의 내용은 상당히 다릅니다. 그것은 경제학과 정치경제학의 근본적인 차이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정치경제학은 사실 경제학보다는 경제사 혹은 경제사상사에 좀 더 가깝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경제와 정치의 상관 관계를 함께 연관시켜 논의하는 학문입니다. 그리고 거시경제학으로 두루뭉술하게 다루는 자본주의 경제학보다는 사회주의 경제학 쪽에서 보다 중점을 두어 다루는 것으로, 마르크스 경제학에서는 이를 사적 유물론이라고 말하죠.

 

 

이 책은 크게 5개의 장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1개방경제학은 정치경제학의 기본 개념이라고 할 수 잇는 거시경제학적인 이론들을 국제 금융과 정부의 조절, 통화와 환률, 자본시장과 개방 등의 논제들과 주요 변수들 간의 관계를 중심으로 다루고, 이를 토대로 2010년 봄 그리스를 중심으로 발생한 유럽의 통화 위기를 분석하고 있습니다.

2의료 체계와 관련한 정치와 경제에서는 최선진국 미국의 가장 취약한 부분인 의료 체계의 현실에 대해 논한 총 10개의 글들을 통해 의료 체계 전반에 대한 미국 사회의 정치적 선택과 집단적 가치관을 개략적으로나마 파악할 수 있습니다. 사실 이 부분은 정통 자본주의 경제학과는 가장 거리가 멀면서도 정치경제학만의 본령을 보여주는 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3경제학의 탄생과 변화에서는 경제학의 탄생과 200년 간의 발전 과정을 개괄하면서, 과거의 선배 경제학자들은 현재의 젊은 경제학자들이 금과옥조처럼 사용하는 수학적 추리나 도구들을 사용하기 이전에 먼저 경제 문제의 방향에 대해서 심사숙고했다는 시사할 만한 점을 강조합니다.

4문화경제학은 경제학의 주제들 중에서는 매우 새로운 분야이자 아직 완전히 정립되지 않은 전통 경제학의 연구 범위를 확장한 분야로, 문화와 경제가 서로 주고받는 영향과 그 효과를 개량경제학적으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5미국사회의 동향에서는 시장과 도덕, 정치 체계, 행복 추구, 공공 정책 같은 현대 미국 사회의 여러 동향들에 대한 마이클 샌델 교수와 조지 소로스의 대화, 하버드대 전 총장 데릭 복의 강연 등을 옮겨 놓았습니다.

 

사실 수정자본주의의 등장 이후 엄밀한 의미의 순수한 자본주의는 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신자유주의에서는 왜곡되고 편향된 자본주의적 탐욕을 고전 자본주의나 순수 자본주의로의 복귀라고 오도하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를 미국을 중심으로 한 자본주의 국가들은 수정 자본주의가 시장의 자유나 정부의 개임 등에서 원래적인 의미의 자본주의의 이념과 대립되는 부분들이 많기 때문에 제대로 논의하지 않고 두루뭉술하게 거시경제학이라는 정책과 경제의 문제와 섞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경제가 정치와 상호 영향을 주고받는 문제에 있어서는 자본주의의 거시경제학보다는 사회주의의 정치경제학이 훨씬 더 체계적이고 논리적인 분석틀을 갖고 잇는데, 저자인 천진은 중국 출신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이 부분에서 미국의 주류 경제학자들보다는 좀 더 자유롭게 사고하고 접근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 책의 5개의 장이 서로 분리되어 있고, 전체를 하나로 관통하는 일관된 경제적 사고나 논리가 없다는 데에서 현재의 미국 사회를 정치경제학적으로 분석하는 데에는 여전히 어려움이 많고 이론도 정립되어 있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는 앞으로 보다 더 많이 다뤄지고 연구되어야 할 부분일 것입니다.

2008년 금융대공황을 겪고 난 후의 미국 사회 분위기에서는 이 분야에 대한 논의와 접근이 훨씬 더 쉽고 필요해졌기도 하고, 미국식 자본주의 경제학에만 익숙한 최근의 학생들이라면 요즘은 잊혀진 분야인 정치경제학의 효용을 새롭게 배울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ha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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