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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 퍼즐 - 비즈니스 스쿨에서 배울 수 없는 것은 무엇일까
제이 B. 바니 & 트리시 고먼 클리포드 지음, 홍지수 옮김 / 부키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90년대 미국에서 유행처럼 일었던 열풍에 이어 2000년대 이후 우리나라에서도 MBA 열풍이 거세게 불었지만, 정작 MBA 학위를 가진 사람들에 대한 업계의 평가는 그다지 좋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주변에서 실제로 본 예만 하더라도 크리에이티브한 직장에 MBA 상사가 와서 한 일이 책상을 테일러 시스템에 따라 재배치시킨 일이라든가 회사를 제대로 운영할 생각은 없고 M&A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든가 등등 말이지요. 그래서 요즈음은 대기업에서는 MBA를 그냥 갖추고 있어야 될 자격증 정도로만 여기는 분위기입니다. 일부 대기업에서는 자체적으로 MBA 과정을 설립해 자사 관리직 직원들을 대상으로 강도높게 운영하고 있기도 하고요.

 

 

미국의 메이저 대학원에서 엄청난 돈과 시간을 들여서 딴 MBA 학위가 왜 이렇게 별다른 효용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을까요? 그것은 MBA 교육 과정에서 이론적으로 배운 것들을 실제 사업 현장에서 거의 제대로 적용하고 효과적으로 써먹지 못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사실 고도로 전문화된 현대 사회에서는 어느 분야든 그 분야의 특성과 시스템, 분위기를 파악하는 데만도 상당한 시간이 요구되는데, 그 분야의 특수성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는 외부인이 MBA 학위 하나만 달랑 들고 와서 자기가 배운 이론에 기계적으로 짜맞춰 넣을 경우에 제대로 적용될 분야가 과연 얼마나 될까도 싶습니다.

 

 

사실 경영학이라는 학문 자체가 경제학보다도 훨씬 더 엄밀하고 체계적인 학문적인 타당성이 떨어지고, 현대 경영학 자체가 전혀 합리적이지도 논리적이지도 않은 이론들을 단지 수요를 창출하기 위해 만들어내고, 그것을 현장의 상황에 아전인수식으로 들이대어 기계적인 결론을 억지로 만들어 낸다는 지적은 매튜 스튜어트<위험한 경영학>에서 일찌감치 지적되었죠.

 

 

한 걸음 더 양보해서 경영학의 잣대와 도구들이 비록 실용성이 있다고 하더라도, 기업을 직접 운용해보지 않고 단지 이론으로만 배운 MBA 출신자들이 학교에서 배운 이론들을 실제 사업 현장에서 제대로 활용하기는 매우 힘듭니다. MBA 과정에서 아무리 많은 케이스 스터디를 한다고 하더라도, 현실의 기업은 수많은 특성과 예외성, 그리고 현실적인 문제들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MBA 이론을 현실에 적용시키는 것은 무척이나 어렵고 까다로운 일입니다. MBA의 이론과 개별 기업의 성공 사례의 중간에 위치한 것이 바로 경영전략 소설입니다. 우리나라에 나와있는 대표적인 경영 전략 소설 중 하나가 사에구사 다다시< CEO 켄지 >인데, 이 책은 MBA 출신인 저자가 실제로 여러 회사들을 회생시킨 경험을 토대로 집필한 것이어서 현실적인 설득력이 강한 내용들을 전달할 수 있었습니다.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최초의 경영 전략 소설이라는 거창한 타이틀을 달고 나온 제이 B. 바니트리시 고먼 클리포드<전략퍼즐><CEO 켄지>보다 훨씬 더 전문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CEO 켄지>가 중간 관리자가 새로 회사의 대표를 맡게 되면서 겪게 되는 업무상의 문제점들을 경영 전략적인 방식을 도입해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내용이라면, <전략퍼즐>MBA 과정에서 배운 이론들을 실제로 기업 컨설팅에 적용할 때 발생하는 이론과 현실 사이의 격차를 샅샅이 보여주는 보다 발전된 케이스 스터디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소설은 갓 MBA를 따고 컨설팅 전문 회사에 취직한 저스틴 캠벨이 처음으로 컨설팅 의뢰를 받고 회사 동료들과 함께 HGS라는 석유 화학 전문 회사에서 새롭게 발명한 신소재인 플라스티웨어의 생산에 관한 컨설팅을 수행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저스틴은 처음에는 NBA에서 배운 바대로 새로운 신상품이 시장에 런칭되는 것만을 전제로 하여 대상 시장과 그 시장에서의 수익성만을 제시하면 될 간단한 또 하나의 케이스 스터디(사례 뽀개기)’일 정도로 단순하게 생각했지만, 실제 기업에서의 현실은 그보다 훨씬 더 복합적임을 깨달게 됩니다. 저스틴이 MBA 과정에서 배운 사례 뽀개기는 단순하게 상품과 시장사이의 전략만을 분석하고 고민하면 되는 것이지만, 실제 현실의 기업에서는 서로 이해관계가 상충되는 경영진들이 각자의 관점과 주장을 내세우고, MBA 과정에서 배운 분석 틀들조차 그러한 이해관계자들의 이익과 편의에 맞춰 극단적으로 왜곡되거나 변형될 수 있음을 깨달으면서 MBA 이론과 현실 경영, 그리고 시장의 실제 상황 사이에 존재하는 커다란 간극을 직면하게 됩니다.

 

그리고 동료들과 팀을 이뤄 같이 일하는 과정에서 저스틴은 컨설팅 전문가들인 동료들의 일하는 방식을 통해 컨설팅 팀이 어떤 식으로 역할을 분담해 효율적으로 일하는지를 배우게 되고, 컨설턴트들은 해당 기업의 임직원들보다 그 업계나 회사의 동태와 기술에 대한 지식이나 경험은 턱없이 부족하지만, 임직원들이 매일매일의 일과에 쫓기는 것과는 달리 오직 컨설팅에만 집중해서 객관적이고 기술적인 조언과 제안을 효과적으로 내놓을 수 있다는 데에 자신들의 작업의 의의가 있다는 것을 깨닳게 됩니다.

그리고 새로운 기술이 기업의 핵심 역량으로써의 가능성이 있을 때 그 기술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상부 공정과 하부 공정, 각 상황 별 권고 전략과 그 근거들 등을 기초로 치밀하게 조사하고 준비하여 최종적인 보고서와 프레젠테이션 준비를 하고 실행을 함으로써 실전 경험의 마무리를 짓습니다.

마지막에는 다소 예기치 못했던 결말도 지어지지만, 그런 것들도 컨설팅 현장에서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는 일이라고 볼 수 있기에 오히려 신선한 느낌조차 줄 정도입니다.

 

이 책을 통해서 알 수 있는 것은 MBA 과정에서 배운 많은 이론과 분석 틀, 전략들이 실제 기업 현장에서는 그대로 써먹을 수 있는 것은 거의 없고, 그나마도 기업을 움직이는 사람들 간의 복잡한 이해 관계나 시장의 방대하고 유동적인 상황에서는 그다지 효율적이거나 효용성있는 도구가 아니라는 점을 전반부 내내 적나라하게 드러내 보여줍니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점들을 인식하고 살아있는 기업과 사람, 시장의 특성을 간파한 후에야 비로소 MBA의 분석틀과 이론, 전략들이 유연성있게 가동할 수 있음을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좀처럼 접하기 힘든 본격적인 컨설팅 현장의 상황들을 생생하게 담고있는 이 책은 MBA 소지자에 못지않게 MBA에 대해 막연하게 환상을 갖고있는 다수의 직장인들이 반드시 일독을 해야 할 내용들을 담고 있습니다.

 

 

ha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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