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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의 몰락 - 내 집 마련이 절실한 3040세대가 반드시 알아야 할 진실
남우현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12월
평점 :
품절

대한민국의 가계 경제에 가장 큰 부담을 주고 있는 양대 주요 지출은 주거비와 교육비일 것입니다. 이중 교육비는 사교육비 지출을 자제하면 큰 폭으로 줄일 수 있는 것이지만, 주거비는 자력으로 조절이나 통제가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라는 데에 가장 큰 부담과 위험성이 함께 존재하는 가계 경제 붕괴의 뇌관과도 같은 심각성을 안고 있습니다. 자기 집이 있는 경우에는 빠른 속도로 높아져 가는 은행 이자로 인한 대출금과 이자 상환 부담이, 전세의 경우는 정상적인 월급 수입으로는 도저히 감당하기 힘들 만큼의 폭으로 인상되는 전세금이 수익이 거의 일정한 가계 경제의 목을 조이고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대한민국 직장인들은 내 집 마련을 재테크의 최우선 순위로 삼고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내 집 마련의 대상이 되는 것이 유독 ‘아파트’라는 단일한 주거 형태라는 것이 다른 나라들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대한민국만의 특수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거기에는 1970년대 이후 주택이나 빌라, 연립 같은 다른 주거 형태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심지어는 주식이나 채권조차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경이적인 속도로 가격이 상승한 아파트 가격이 가장 확실하고 수익성이 높은 재테크 수단이자 중산층으로의 신분 상승이며, 심지어는 자신의 신분을 대변하는 것이라고까지 여기게 될 정도로 절대적인 가치를 보여주어 왔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2009년 이후 지방은 물론이고 수도권과 서울, 신도시의 신규 아파트들이 대거 분양 미달 사태를 낳고 있고, 아파트 가격 자체도 완만하게 하락하는 조짐이 완연하기 때문에 아파트 불패 시대는 끝났다는 전망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물론 그래도 아파트가 가장 나은 투자 수단이고, 지금의 침체기는 일시적인 것이며, 곧 다시 급격한 상승세를 탈 것이므로 지금이 아파트 구입의 적기라는 주장이 여전히 강한 것도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진실은 어느 쪽일까요?
<아파트의 몰락>의 저자 남우현은 전자, 즉, 아파트 가격 폭락이 시작되었다는 쪽입니다. 그러면서 저자는 옷이나 가전기기 하나를 사면서도 꼼꼼하게 따져보고 비교하는 사람들이 유독 일생의 가장 큰 쇼핑인 아파트 구입에서만은 아무런 근거없이 주먹구구식의 예측이나 언론과 부동산의 주장을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받아들일 정도로 여전히 아파트 불패 신화에 젖어있다고 지적하며, 자신의 주장의 논거를 여러 통계 수치와 연구 결과들을 차례로 제시하며 논리적으로 펼쳐 나갑니다.
먼저 1장과 2장에서는 70년대 이후 대한민국의 아파트 시장이 어떤 식으로 급격한 상승과 정체를 반복하면서 아파트 불패 신화를 형성하였는지 그 메커니즘을 분석하고, 3장에서는 IMF 이후 발생한 3차 대세 상승기를 세세하게 분석합니다. 4장에서는 전세계 경제를 뒤흔들었던 2008년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서 촉발된 미국의 금융대공황 속에서도 대한민국의 아파트 가격이 별다른 영향을 받지않은 이유를 정부의 대출 규제 완화에서 찾고, 5장에서는 현재의 아파트 가격 침체가 발생한 원인을 설명합니다. 그리고 6장에서 이러한 아파트 가격 하락 매커니즘을 일본의 부동산 버블 붕괴와 비교하며 그 흡사한 메커니즘과 전개를 실제 예로 제시합니다.
저자는 7장에서 향후 1~20년 사이에 아파트 가격이 붕괴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여러 통계들을 근거로 차근차근 제시합니다. 우선 구매력이 왕성하여 아파트 가격 상승의 핵심적인 계층인 4~50대가 현재는 1,600만명에 달하지만, 2011년 이후로는 한동안 정체되었다가 2020년부터는 해마다 100만명씩 줄어들어 2050년에는 940만명까지 줄어든다는 인구 통계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우리나라가 OECD 국가들 중에서도 유래없을 만큼 빠른 속도로 고령화 사회가 되었고, 2018년에는 고령사회로, 2026년에는 초고령사회가 되는 것과 반비례하여 2~30년 후 주택의 주 구매계층인 4~50대가 될 현재의 10~20대는 유래없는 저출산 때문에 현재의 절반 가량으로 줄어들기 때문에 앞으로는 현재까지와 같은 주택 수요는 현재의 1/4 이하로까지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하지만 이처럼 아파트의 구매 계층이 근본적으로 뼌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파트의 공급 자체는 신규 건설과 신도시, 재개발 등으로 인해 앞으로 528.8만 가구나 신규 분양될 것이고, 이것은 건설이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 때문에 축소가 매우 힘들므로, 결국 엄청난 공급 과잉이 발생할 것이라고 예측합니다.
8장에서는 현재의 아파트 가격에 서울이나 신도시의 중심부의 경우 과도하게 버블이 형성되어 있음을 부동산 가격 평가 수식을 근거로 산술적으로 보여주고, 앞으로 부동산 거품이 붕괴될 경우 이런 아파트 소유자들이 입게 될 경제적인 타격을 구체적인 숫자로 계산해 보여줍니다.
저자는 아파트는 원래 고급스럽거나 이상적이거나 자산 가치가 있는 주거 형태가 아니라 고도 경제 성장기에 급격하게 늘어난 내 집 마련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한 주거 안정 목적의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뿐임을 상기시킵니다. 그런만큼 아파트의 실질적인 자산 가치는 단독 주택에 크게 못미치고, 그 결과가 재건축에서 크게 높아진 조합원 부담분임을 지적합니다. 그리고 고도 경제 성장기가 끝나고 성장이 완만해지고, 인구 구성이 크게 변해 주택의 주 구매 계층의 숫자가 급락하는 것이 명백한 상황이므로 과거와 같이 아파트를 무리한 대출을 끼고 맹목적으로 구입하지 말고 아파트의 자산 가치를 냉정하게 평가하고 구입하거나 과감하게 매도할 것을 권합니다.
아파트 가격의 장기적인 하락 전망은 그동안도 인구 구성의 변화나 공급 과잉 등을 근거로 꾸준히 나왔고, 이 책 역시 큰 줄기는 동일합니다. 하지만 이 책은 우리나라 아파트 가격 추이의 변화를 당시의 경제적 여건 변화, 정부의 정책, 이자율의 변화 등과 연계하여 꼼꼼하게 분석하였고, 향후의 전망도 납득할 만한 통계 자료들을 근거로 설득력있게 제시합니다.
물론 여전히 아파트 불패론을 신봉하는 부동산 투기 계층에게는 전혀 먹혀들지 않을 테지만, 현재 아파트의 주 구매 계층인 4~50대로써는 곰곰이 곰씹어야 될 부분들이 적지않은 책임은 분명합니다.
haji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