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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제국의 몰락 - 70년간 세계경제를 지배한 달러의 탄생과 추락
배리 아이켄그린 지음, 김태훈 옮김 / 북하이브(타임북스)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2008년 전세계를 뒤흔들었던 금융대공황 이후 표면화된 가장 큰 이슈는 세계 최강국인 미국의 경제력에 대한 불신이고, 그것이 단적으로 드러난 것이 미국 달러에 대한 불신입니다. 2008년의 금융공황이 과거의 대공황들과 근본적으로 구분되는 차이점은 과거의 공황이 생산 과잉과 소비 시장의 과포화로 인한 순수한 수요와 공급 사이의 불균형에서 비롯된 것인데 반해, 2008년 금융공황은 실질적인 생산과 소비 분야가 아닌, 실물 경제와는 유리된 금융 분야에서 고립적으로 발생하고 확산된 것이라는 점입니다.

 

2008년의 금융 공황을 일으킨 근본적인 요인은 21세기에 들어와 월스트리트의 주식과 금융을 수학적, 통계학적 수치에만 근거해 계량적 방식으로 분석하고 거기에서 나타나는 특정한 패턴을 투자의 지침으로 삼는 소위 '퀀트'라고 불리는 존재들이 월스트리트의 주식과 금융계에 들어와 엄청난 성공을 거두면서 태동되었다는 것이 현재 일반화된 통설입니다. 실제로 생산과 소비가 이루어지는 경제 주체들은 아예 상정하지 않고, 단지 숫자와 패턴으로만 경제를 바라보는 퀀트들에게 경제란 게임이고 도박일 뿐이었고, 그런 만큼 그들에게 경제란 언제든 조작할 수 있고 은폐할 수 있는 복잡한 수치일 뿐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명백한 불량 채권들을 온갖 방법으로 재포장하여 우량 채권인 양 내놓은 파생상품이라는 장부상의 조작이 결국은 연쇄 붕괴됨으로써 거대한 금융 공황을 일으킨 것입니다.

 

이렇게 되자 세계 경제계는 미국 경제의 펀드 멘탈에 근본적인 의혹의 눈길을 보내게 되고, 미국 경제 전체가 그러한 실체가 존재하지 않는 장부상의 조작들로 가득차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미국 경제를 상징하는 달러에 대해서도 똑같은 의심의 시선을 던지기 시작했습니다. 극도로 부패하고 부실한 미국 경제에 토대를 둔 달러가 현재와 같은 지위나 환률을 계속해서 누리는 것이 타당하냐는 의문은 달러가 세계의 유일한 기축 통화로 계속해서 사용되어도 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전세계 경제계에 던져주었습니다.

 

배리 아이켄그린<달러 제국의 몰락>은 바로 이러한 현재 세계 유일의 기축 통화로써의 지위를 독점적으로 누리고 있는 달러에 대한 심도높은 고찰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놓은 책입니다.

 

이 책은 먼저 기축 통화의 역사를 고찰함으로써 기축 통화가 그 국가의 경제력과 어떠한 관계가 있느냐를 근본적으로 짚어갑니다. 달러 이전에 세계 경제의 기축 통화였던 파운트화의 흥망성쇠를 통해 기축 통화가 되기 위한 조건을 영국 경제가 어떻게 완성해 나갔고, 그 자리를 달러가 어떻게 대체하게 되었는가에 대한 상세하고 심도높은 고찰은 기축 통화와 무역, 환차손과 환어음 등의 상관 관계를 논리적으로 설명해 줌으로써 기축 통화가 단순히 경제력이 강하거나 경제의 규모가 크다고 해서 자동적으로 되는 것은 아님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이러한 기축 통화를 자국 통화로 가진 국가가 얻는 막대한 프리미엄이 어떻게 발생하고 유지되며, 그 조건을 갖추기 위해서는 무엇이 전제되어야 하는가를 여러 관점에서 고찰함으로써 현재 미국이 향유하고 있는 엄청난 소비가 기축 통화국의 프리미엄을 통해 얼마나 상쇄되고 있는지도 보여줍니다.

 

달러가 기축 통화가 된 이후에 달러 체계가 인플레이션과 환률 절하 등으로 크게 요동칠 때마다 달러를 세계 무역의 기축 통화로 받아들인 유럽 국가들이 어떤 희생을 치루었고, 미국이 달러의 금 태환을 거부하면서 달러의 불안정함이 어떻게 달러를 대체할 기축 화폐로 유로화를 출범시키는 근거가 되었는 지를, 상세한 유로화의 출범 과정과 그 과정에서의 복잡한 역학 관계들을 통해 자세하게 보여줍니다.

 

이 책은 현재 일반적으로 예상되고 있는 것처럼 달러가 금방이나 가까운 장래에 기축 통화로써의 지위를 잃을 것이라고 보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기축 통화는 단지 그 국가의 경제력이 강하고 힘이 세다는 이유로 자동적으로 되는 것은 아니며, 무엇보다도 달러를 대체할 새로운 기축 통화가 아직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달러가 금방 몰락하지는 않을 것이지만, 달러가 현재 누리고 있는 기축 통화로써의 절대적인 지위는 조만간 크게 흔들리고, 이어서 세계의 기축 통화 자리를 놓고 달러가 유로와 위안화와 경쟁을 벌여야 할 것임과 IMF의 특별 인출권이나 인도의 루피와 브라질의 해이라 같이이 소수이지만 국제 무역에서 영향력있는 화폐들이 새로운 대안들로 등장하는 것이 시간문제일 뿐임을 분명히 합니다.

 

엘렌 H.브라운<달러>가 달러화에 대한 총론이라고 하면, 이 책은 현재 경제계에서 가장 많이 논의되고 논쟁의 주제가 되고 있는 달러화의 문제를 가장 잘 정리하고 깊이있게 분석한 보완서라고 할 수 있는 책입니다.

 

ha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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