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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은 없다 - 당신이 속고 있는 가격의 비밀
윌리엄 파운드스톤 지음, 최정규.하승아 옮김 / 동녘사이언스 / 2011년 9월
평점 :
품절
최근 ‘가격’에 관한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최근 출시된 책들 중에서 굵직굵직한 책만 하더라도 에두아르도 포터의 <모든 것의 가격>, 엘렌 러펠의 <완벽한 가격>, 고든 레어드의 <가격 파괴의 저주>, 자그모한 라주과 존 장의 <스마트 프라이싱> 등 5~6권을 금방 꼽을 수 있을 정도입니다. 이처럼 가격이라는 테제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고 심각하게 고민하는 것은 바로 ‘가격’이 판매와 마케팅의 핵심적인 사안이 되었을 만큼 경제가 가격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상황이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가격’이라는 테제가 경제의 가장 첨예한 요소르 대두되는 상황은 전세계적으로 경기가 하강 국면을 지나 심각한 침체기 혹은 공황에 준하는 상태에 접어들었다는 신호를 의미합니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경기가 나쁘지 않을 때는 품질 혹은 최소한 가격 대비 성능이 선택과 구입의 첫 번째 요소일 것입니다. 호경기일 경우는 가격은 구입에 별 문제가 안되는 것은 당연할 테고요. 하지만 과거와 같은 제조자 우위의 시장도 아닌, 상품이 넘쳐나는 구입자 우위의 소비 사회에서 소비자들이 상품의 품질보다 가격을 먼저 따지거나 가격이 구입에서 가장 우선되는 판단 기준이라는 이야기는 그만큼 경기가 불안하거나 불황이라는 상황을 직접적으로 반영하는 것이지요. 기업 역시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기술 혁신이나 신제품 혹은 기존 제품의 개량에 촛점을 맞추지, 가격을 가장 먼저 검토해야 할 요소로 삼지는 않을 것입니다. 가격은 기업의 이익과 가장 직결되는 부분이니까요.
올해의 이러한 가격 관련 책들의 연이은 출판 러시는 2~3년 전에 불었던 가격 논쟁과는 상당히 다른 면모를 지니고 있습니다. <프리> 등 당시에 출간되었던 책들은 대부분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공간과 시장에서는 가격 책정의 기준이 기존의 오프라인 시장과는 다른 기준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주장한 것인데 반해, 최근의 가격 논쟁은 오프라인 시장에서의 단순한 판매가와 소비자가 논쟁으로 후퇴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윌리엄 파운드스톤의 <가격은 없다>는 현재 소비 시장에서 상품에 메겨진 가격들이 다분히 불합리하거나 과다하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기업이 책정한 가격이 사실은 소비자들을 속이고 있다는 것이지요. 그러므로 이러한 가격을 둘러싼 속임수를 폭로하는 것은 현재 경제계의 가격에 거품이 많다는 것이고, 그런 거품을 걷어내야 하는 상황은 앞에서 말한 것처럼 불황이 임박했거나 이미 불황기에 접어들었다는 반증이지요.
파운드스톤은 일상 생활에서 제조사 혹은 판매사에 의해 가격이 조작되거나 소비자들이 가격을 착각하거나 기만당하는 사례들을 매우 풍부한 예들을 들어 소개하고 분석합니다. 파운드스톤이 냉정하고 엄밀하게 분석한 적정 가격과 실제로 상품에 붙어있는 가격 사이의 간극을 조장하는 것이 바로 소비자들의 잘못된 경제적 판단인데, 이 잘못된 판단이 내려지거나 조장되는 원인을 파악하고 설명하는 것이 바로 최근 경제학에서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 ‘행동 경제학’입니다.
현대 경제학에서 강력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행동 경제학은 자본주의의 가장 큰 문제점인 ‘사용가치와 교환가치의 불일치’가 어디에서 비롯되고, 그 결과인 ‘잉여이익’이 누구에게로 돌아가는 가를 규명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 책도 강력한 경제학적 이론과 정보를 보유하고 있는 대기업에 의해 조장되는 이러한 조작과 거기에서 비롯되는 부당한 이익을 폭로함으로써 ‘현명한 소비자’의 권리와 이익을 옹호하고 있는 것입니다.
haj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