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사회적 기업 만들기>를 읽고 리뷰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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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 인터넷이 우리의 뇌 구조를 바꾸고 있다
니콜라스 카 지음, 최지향 옮김 / 청림출판 / 2011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한때 심각한 문제처럼 제기되었던 인터넷 중독이 이제는 중상위층은 인터넷을 이용률이 높고, 하위층은 인터넷 이용률이 낮은 양극화라는 다소 뜻밖의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되고 있습니다. 물론 여기에서 말하는 인터넷에 게임은 포함되지 않습니다. 이것은 인터넷을 이용한 정보의 획득과 운용이 심하게 양극화되어, 인터넷을 통해 꾸준히 정보를 습득하는 계층은 경제적 상층부가 되고, 경제적 하층부의 사람들은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습득하는 행위 자체가 힘들고 귀찮기 때문에 포기하고 있다는 현실을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결국 정보가 곧 자산인 현대 사회에서 인터넷을 통한 정보 수집을 과거의 공부처럼 귀찮고 힘들게 여기는 사람들은 결국 사회의 하부 구조로 떨어진다는 냉혹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지요.
그런데 인터넷을 한다고 해서 과연 모든 사람들이 인터넷을 통해 유용한 정보를 습득하고 있는 것일까요? 그것은 무선 인터넷과 3G Wi-Fi가 가능한 스마트 폰이 대중화된 우리나라의 지하철 풍경을 살펴보면 금방 답이 나옵니다. 지하철에서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보고있는 스마트폰의 화면에 의미있는 정보가 떠있는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 대부분 동영상이나 DMB 화면 아니면 MP3이고, 게임이나 만화인 경우도 무척 많습니다. 결국은 무선 인터넷으로 정보를 검색하거나 수집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시간만 낭비하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지요.
Google과 마이 스페이스의 성공으로 대변되는 검색과 소셜 네트워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인터넷의 바다에 산재해 있는 수많은 정보들을 의미있게 검색해 제공해 주는 Google과 Naver를 비롯한 검색 엔진들을 통해 수적으로는 충분히 많은 량의 정보가 제공되기 때문에, 이렇게 제공되는 정보의 질과 신뢰성은 의심하지 않고 무비판적으로 그대로 복사해 놓고는 자신의 지식인 양 착각을 하게 되고, 최근 유행하고 있는 소셜 네트워크들도 사실상 가치있는 글은 전체의 1/10,000도 채 되지 않을 만큼 개인적인 신변잡기의 산일 뿐인 것이 솔직한 현실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전지전능한 현대 문명의 총아라고 믿고 있는 인터넷의 현실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인터넷과 네트워크상의 정보를 비판할 능력이 없이 맹신하는 이들은 책으로 대표되던 과거의 지식 체계는 효율성이 극도로 낮아 비실용적이어서 곧 사멸하고 말 것이라고 단언하곤 합니다. 하지만 정말로 그럴까요? 과연 인터넷의 정보들이 책의 정보를 모두 대체할 수 있고, 그것이 모든 이들에게 골고루 지식과 정보를 나누어줄 수 있을까요?
이 책은 바로 그러한 의문을 제기하며 시작됩니다.
이렇게 말하면 이 책의 저자가 인터넷 시대에 역행하는 컴맹이 아니냐고 대뜸 의심할지 모르겠지만, 이 책의 저자인 니콜라스 카는 ‘인터넷의 아버지’로까지 불릴 정도로 세계적인 IT 미래학자입니다. 카는 2008년에 <애틀랜틱>지에 발표했던 ‘구글이 우리를 바보로 만들고 있는가?’에서 제시했던 검색 엔진이 우리의 지식과 문화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는 문제를 보다 심도깊게 탐구하여 이 책을 썼습니다.
저자는 인터넷상으로 글을 읽고 쓰기 시작하면서 어느 사이에 긴 글을 읽고 쓰는 능력이 급격하게 감퇴되었으며, 이제는 문장이 길고 복잡한 책을 읽는 데에 심각한 어려움을 느끼게 되었다는 자신의 경험을 토로하면서 이러한 문장 독해 능력의 감퇴의 원인을 넷상의 글쓰기와 읽기에서 찾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이 비단 자신에게만 국한된 예외적인 일이 아니고, 주변의 수많은 사람들도 인지하고 그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문제라는 사실을 다양한 예를 들어 거론합니다. 결국 이러한 문제는 인터넷이 사용자의 사고와 인식 방법 자체를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는 것이지요.
인터넷이 인간의 인지 능력과 방법을 변화시킨다는 과학적인 증명으로 저자는 인간의 뇌가 지닌 입력되는 정보의 종류와 방법에 따라 뇌의 사용 부위와 방법이 변화한다는 ‘뇌의 가소성’을 뇌신경 과학의 연구 결과들을 토대로 입증합니다.
그리고 문자와 서적이 인류의 역사와 사회를 어떻게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는지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설명합니다.
1940년대에 최초의 현대적인 컴퓨터가 등장한 이후 눈부실 만큼 빠른 속도로 발전해 온 컴퓨터와 인터넷은 책과 신문, 잡지 같은 전통적인 매체는 물론 TV와 비디오, CD 같은 현대의 거의 모든 미디어들마저 흡수하여 디지틀화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디지틀로의 통합이 과연 무조건 좋은 것이고 진보일까요?
저자는 디지틀 시대의 인터넷을 통한 지식 검색이 문장이 아닌 단어 단위의 나열로 단순화되고, 인간의 뇌는 방대한 정보의 홍수에 혹사당해 오히려 산만해진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단순화되고 수동적이 된 두뇌들로 인해 인간의 지식과 문화는 급격하게 후퇴하고, 결국은 인류 문명의 심각한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물론 이러한 지적이 극단적인 우려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전같으면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책을 읽던 사람들이 스마트폰의 화면에만 몰입하고, 검색 엔진에 뜬 결과들을 문장이 아닌 단어 단위로 밖에 읽지않는 것이 일상화된 현실에서 어쩌면 책을 읽는 기술이 과거처럼 극소수 지식인들만 보유한 능력이 될 수도 있다는 저자의 경고는 너무나도 설득력있어서 섬뜩하기까지 합니다.
hajin